몇 가지로 정의된 말들을 좋아한다. 한담일 경우는 나른하게, 화자가 쓸데없이 강조하는 경우엔 대놓고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듣는 맛이랄까. J씨가 요즘 춥다며 내 근처를 맴돌다 들려준 몇 가지 정의.
-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어.
- 어떤 사람인데요.
- 장사꾼 (끄덕끄덕), 사기꾼(맞아, 맞아), 사장님
사장님이 뻥치고 다녀서 만약에 자신이 여기서 일하다 그만두면 동종업계에 재취직은 생각도 못할거란다. 그 사람들한테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거라나.
J씨가 이렇게 헐렁하게 보여도 알고 보면 능력자다. 그는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최신의 기술을 많이 알고 있다. 아마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알지도 모르겠다. CD를 Mp파일로 변환하는거나, PPT템플릿을 무료로 다운받는 법, 해상도가 높은 사진을 돈 주고 사는 법까지. 그와 나의 비슷한 능력은 가끔 내기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간만에 뽐낼 구실을 주기도 한다.
어느 날엔가는 안경을 사러 간대서 나도 같이 가자니까 자기 와이프랑 가는데 내가 왜 끼냐고 묻는거다. 셋이 같이 가면 좋지 않냐고 무리수를 두는데 J씨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선 와이프가 오해할지 모른다고 하는거다. 회사 동료인데 오해할게 뭐있냐고 한정없는 무리수를 또 두는데 J씨 왈,
- 내가 좀 인기가 많거든.
- 응?
- 학교 다닐 때 내가 인기가 많아서 와이프 질투가 장난이 아니었어.
- 응? (J씨가 절대로 인기 있을리가 없다는 눈빛을 팍팍 쏴줬다.)
- 진짜래도.
옆에서 깐죽남은 날 쳐다보며 -절대 J씨를 쳐다보진 않는다.-오갈데 없는 여자들일거야라고 속닥거렸다.
Ch가 장난친다며 내 어깨에 팔을 두르길래 J씨에게 일렀더니 저 사람도 좋지만은 않았을거야라고 쿨하게 말하는 J씨. 틈만 나면 ‘가만 있어봐. 내가 모든 일을 다 끌어안고 그만둔다.’라고 호언장담 했다가도 다음 날 아침이면 누구보다 먼저 회사에 나와있는 J씨. 종이컵을 너무 많이 쓰길래 딸 아이가 살게 될 지구를 생각해보라고 하자, 종이컵으로 지구가 망하진 않는다고 모른체 하는 J씨. 누구누구 다 묶어서 그만두게 하려고 사장이 갈군다고 하길래 나한테는 안 그런다고 하니까 아치는 어려운 사람이라 사장이 말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하는 J씨. 사장이 발악하듯이 바닥 청소를 해서 J씨에게 대체 왜 그러냐고 묻자, ‘내가 어떻게 알아. 내 새끼도 아닌데.’라며 태연하게 콧방귀 뀌는 J씨. 엄청 바쁜척을 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인수인계중이라고 혼자 업무 정리하고 앉았는 J씨.
J씨가 일주일간 멕시코로 출장을 갔다. 사장이 직접 자르기 싫으니까 신종 플루 걸려오게 하는거라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 가던 우리 J씨. 그의 빈자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