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찌들도 출타한 주말. 방바닥에 거의 붙다시피 늘어져 있었다. 전날 세운 원대한 계획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남은건 오직 귀찮고, 짜증나고, 권태롭고, 지겨워 죽겠단 생각 뿐. 내일이 일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그저 몸이 좀 늘어지는거라고 날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느닷없이 눈물이 새어나왔다. 이러다 먼지처럼 사라지는거라 지금 내 몸에서 먼지 냄새가 나는걸까에 생각이 닿을 즈음 겨울 바다가 떠올랐다.
 준비할 것도 없었다. 따뜻한 유자차와 간식거리, 든든한 벗과 목도리, 장갑, 내복 등등.
 대천으로 갈까하다 좀 더 빨리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춘장대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겨울 바다를 봤다.
 겨울 바다는 파도 소리를, 남김없이 맨몸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흐뭇해져 어쩔줄 모를 정도로 포근한 구름을, 보고만 있어도 좋은 자기 자신을 보여줬다. 기분이 나아졌다. 기분이 나아진데는 겨울 바다 만큼이나 벗의 춥다는 호들갑과 나의 유치한 감상이 한몫 했지만. 기분이 점점 좋아진 나는 겨울 바다의 벌거벗은 몸 사이로 두 팔을 벌리며 달려가 안겼다. 어떻게 농염한 계절의 너를 상상할 수 있을까.
 
 바람 소리만, 바람의 틈새에 섞이는 파도 소리만 들려줘서 미안해요. 겨울 바다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언제든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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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12-0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바다 분위기도 독특해요. 서해 겨울바다는 저렇군요. 여름에도 남해나 동해랑은 참 많이 달라서 좋았는데요.
우울함은 좀 풀리셨어요.

Arch 2009-12-08 09:01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으흠^^ 언제 서해 바다의 노을을 보셨음 좋겠어요. 금세 잘 잊는 편이라.

뷰리풀말미잘 2009-12-0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Arch 2009-12-08 09:01   좋아요 0 | URL
그치 그치~ ^^

가시장미 2009-12-0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바다 보고싶네요. ㅠ_ㅠ

Arch 2009-12-08 09:02   좋아요 0 | URL
^^ 아가에게 첫 바다는 어떨지 전 상상만 해도 설레여요. 가시장미님, 짬내서 꼭 다녀와요.

무스탕 2009-12-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는 해가 아치님을 키다리 아가씨로 만들어 줬네요 ^^

Arch 2009-12-08 09:03   좋아요 0 | URL
히~ 그렇죠? 역시 무스탕님은 아신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