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찌들도 출타한 주말. 방바닥에 거의 붙다시피 늘어져 있었다. 전날 세운 원대한 계획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남은건 오직 귀찮고, 짜증나고, 권태롭고, 지겨워 죽겠단 생각 뿐. 내일이 일요일이 아니라 월요일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그저 몸이 좀 늘어지는거라고 날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느닷없이 눈물이 새어나왔다. 이러다 먼지처럼 사라지는거라 지금 내 몸에서 먼지 냄새가 나는걸까에 생각이 닿을 즈음 겨울 바다가 떠올랐다.
준비할 것도 없었다. 따뜻한 유자차와 간식거리, 든든한 벗과 목도리, 장갑, 내복 등등.
대천으로 갈까하다 좀 더 빨리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춘장대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겨울 바다를 봤다.
겨울 바다는 파도 소리를, 남김없이 맨몸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흐뭇해져 어쩔줄 모를 정도로 포근한 구름을, 보고만 있어도 좋은 자기 자신을 보여줬다. 기분이 나아졌다. 기분이 나아진데는 겨울 바다 만큼이나 벗의 춥다는 호들갑과 나의 유치한 감상이 한몫 했지만. 기분이 점점 좋아진 나는 겨울 바다의 벌거벗은 몸 사이로 두 팔을 벌리며 달려가 안겼다. 어떻게 농염한 계절의 너를 상상할 수 있을까.
바람 소리만, 바람의 틈새에 섞이는 파도 소리만 들려줘서 미안해요. 겨울 바다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언제든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