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정직한 핫초코 20개들이
제이앤푸드
평점 :
절판


집에서 카페모카 맛이 나는 음료를 먹는 법. 1. 뜨거운 물에 커피믹스를 탄다. 2. 핫쵸코를 병아리 눈물 다섯방울만큼 넣는다. 3. 티스푼으로 휙 저어준다. *까페의 분위기를 느낄 순 없지만 근사한 맛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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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1-2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건 아치가 직접 타주는 걸 얻어 마셔야 하는건데! ㅎㅎ

Arch 2011-11-29 14:25   좋아요 0 | URL
제발! 와서 좀 얻어 마셔줘요.ㅋㅋ 저 진짜 믹스 바리스타예요. 완전 숑가게 맛있어요... 다락방이랑 뽀랑 미잘 불러서 집들이 하고 싶다.


Forgettable. 2011-11-3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전 예전에 그 ABC초콜렛 넣어서 녹여먹었는데 ㅋㅋㅋㅋㅋㅋ
진짜 바리스타는 나!!

Arch 2011-11-30 09:34   좋아요 0 | URL
나만 그랬던게 아니구나. 그런데 초콜렛은 잘 안 녹아서 애먹었어요. 건더기도 씹히고^^
응응, 뽀가 바리스타!
 
머니볼 - Moneyb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브래드 피트 등근육에 넘어감. 맹추같이 언제 샤워하나만 기다림. 영화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12살짜리 꼬마애가 노래한 부분은 분명 좋았음. 영화가 취하는 태도가 대책없이 해피엔딩이랑 비슷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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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1-2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근육은 벗었을 때가 아니라 면 티셔츠 입었을 때가 진짜!

무스탕 2011-11-28 09:23   좋아요 0 | URL
쫙- 달라붙는 스판끼 있는 면티 말씀이죠? +_+

다락방 2011-11-28 09:32   좋아요 0 | URL
등근육은 쫙 달라붙은 면티로도 그리고 조금 헐렁한 면티로도 다 티가나요. 감출 수가 없어요, 감출 수가. 아, 저는 이 영화 못 봤는데 등근육 때문에 보고 싶어요. 흑흑. 친구가 제게 이 영화의 등근육을 강추해서 말이지요. 흑흑.

Arch 2011-11-29 11:06   좋아요 0 | URL
요샌 복근에 이어 등근육이 대세인가봐요. 브래드피트가 섹시한 남자에 머무는게 아니라 계속 변화하고 여러모로 시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무스탕 2011-11-2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딸래미 노래할때 참 이뻤죠? 노래도 깜찍하게 잘 부르고요. 뭔 노랜지 찾아봐야지 했다가 잊었다능..;;

Arch 2011-11-29 11:07   좋아요 0 | URL
가사가 좋았어요. 목소리도 참 예쁘고.

그래서 제가 찾아봤죠.
lenka의 the show래요.

비로그인 2011-11-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봤는데, 브래드 피트가 화내면서 돌아설 때 티셔츠에 드러나는 등근육이 진짜죠. 벗었다면 난 감흥을 못느꼈을거에요.

Arch 2011-11-29 11:08   좋아요 0 | URL
저는 진짜 그런 쪽으로 둔한가봐요. ^^ 영화의 선선한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비로그인 2011-11-2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등근육 이야기에요? ( '')ㅎ

Arch 2011-11-29 11:09   좋아요 0 | URL
히히^^ 전 근육 밝히고 이러는 사람은 아닌데(정말?) 대체 어떤 등근육이길래 그럴까 싶어서 보긴 했어요.
 
엔유씨 슬림앤 라운드 이동식 6단 빨래건조대
국내
평점 :
절판


 이 녀석에 대해 쓴 100자평에 오해가 있었다. 이사를 하면서 방을 채울 뭔가를 막 사들이다보니 이케아 서랍장보다 막 만든 것 같고 한샘 책장보다 덜 견고해보이는 빨래 건조대가 좀 모자라보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몇번 빨래를 하고 이 녀석을 사용해보니 이만큼 똘똘한 건조대도 없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다고 아직 내 맘을 이 녀석에게 다 준건 아니다. 이 리뷰는 100회 정도 빨래를 넌다면 다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양 날개를 펼치는 방식이 다인 기존 빨래 건조대의 답답한 외양과 다르게 이 녀석은 좁아보이는 날개로 빨래를 널 수 있게 되어있다. 얼마나 널 수 있겠어 싶었다. 수건을 두개 말릴 수 있다고 했지만 무척 작은 사이즈의 수건을 어디선가 구입해와서 널어놓은거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쓰는 수건을 널려면 택도 없겠다 싶었는데 떡하니 널리는거다. 게다가 아래부터 차근차근 널기 시작하면 왠만한 빨래량도 거뜬히 소화해낸다. 

 조립하기에 조잡하고 여전히 견고한 느낌이 안 드는건 맘에 안 들지만 너무 짱짱하면 외려 잘 부러지는 것처럼 적당히 느슨하고 살짝 맹한 이 녀석이 맘에 든다. 이 녀석도 내가 자길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고 눈을 몇번 찔러준건지도. 요새는 옷걸이에 거는 부분을 얌전히 접어놓아 눈 찔릴 일은 없다.

 하다하다 빨래 건조대에게 맘을 줄지 고민하고 앉아있는 이사한지 한달 지난 아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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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완전 귀여운 아치네요.

Arch 2011-11-29 11:25   좋아요 0 | URL
좀 더 재미있게 쓰려고 했는데 대체 일요일에 뭘 그렇게 열심히하나 싶어^^

이진 2011-11-2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희 집꺼와 비슷한 건조대입니다...
근데 이런 건조대... 빨래 뒤집어 줘야해서 영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ㅠㅠ
넓은 건 편한데말입니다 ㅋㅋㅋ

아 그나저나, 빨래건조대 리뷰 제복이...우와 멋집니다 ㅋㅋㅋ

Arch 2011-11-29 11:26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안녕하세요!
아직은 불편한지 모르겠어요. 빨래 널어놓고 그냥 한동안 방치해서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히히, 제가 아니 제목이 좀 멋지죠

무스탕 2011-11-2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을 긴장시키는 빨래건조대네요. ㅎㅎ
다소곳이 말 잘듣는 건조대랑 수시로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고민거리 던져주는 건조대랑 어느게 더 좋아요? ㅎㅎ

Arch 2011-11-29 11:28   좋아요 0 | URL
뭔가 집중할게 없다보니 빨래 건조대랑 의사소통하려고 노력한달까.ㅋㅋ
글쎄요. 옥찌들은 말 잘들었음 좋겠고, 나는 말 좀 안 듣고 막 나갔으면 하는 맘이랑 비슷한걸까요.

pjy 2011-11-2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이 실패해봐서 압니다-_-; 조금만 무거워도 반항하더이다ㅠ.ㅠ 비위를 맞춰가며 사용해야되여~ ^^;

Arch 2011-11-29 11:29   좋아요 0 | URL
아직 이불을 널어보지 못해서... 어떻게 반항하나요, 집을 뛰쳐나가거나 고함을 빽빽 지르진 않겠죠? 고함하면 저도 한소리 하거든요. 하하.. 잘 지내보려구요.
 

 며칠 전 청룡영화제에서 류승완 감독의 대리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하고, 그런 의미에서 FTA를 반대한다.' 청룡영화제의 진심과 공정성엔 의심이 가지만 류승완 감독의 수상소감은 인상적이었다. 문화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긴 최효종을 고소한 강용석을 보니 국민여론이 끓어넘치게끔 군불을 때우는 작태가 곳곳에서 보이기는 한다. 

 주변 사람들은 한미 FTA 협상이 비준되면 농업은 망하겠지만 다른 분야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얘기들을 한다. 노동의 유연화, 노동 선택의 자유를 통해 우리에게 남은게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릴까. 우리 농산물은 아깝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선 협상이 불가피하다란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마트에서 다국적 기업이 가져다놓은 제품을 맘껏 고를 수 있는 자유란게 정말 이름 그대로 자유일까.

 예전에 통신판매로 데이터 요금제를 팔 때가 있었다. 전혀 필요도 없고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한 사람들에게 '고객에게 꼭 필요한' 것을 판다는 식으로 뻥을 친거였다. 데이터 요금제란게 필요한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은 얼떨결에 가입을 해놓고 한참 후에 상품을 해지했다. 주민번호 인증이나 몇몇 과대 포장된 용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자체안전망도 있었지만 애초에 몇백명의 사람들을 TM으로 고용해 필요없는 요금제를 파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때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왜 이 사람들은 쓰지도 않고 필요도 없는 요금제를 가입해놓고 매달 그 돈을 지불하는걸까.' 실적이 안 나오고 맨날 팀장에게 끌려가 자신감과 열정 부족을 지적 받아도 나아지지 않는 성과 때문에 그 일을 그만 둔 후에도 그 질문은 잊혀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거였다. 사람들은 핸드폰 요금이 더 나오거나 덜 나오는 것 정도,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다는걸.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가사 노동을 하고 학교를 가는 일들,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와 안 맞는 문제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대개는 통신사가 알아서 자신의 요금을 계산해 청구할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물론 나처럼 신용카드 청구금액이 믿기지 않아 일일이 계산해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대가 어긋났을 경우 소비자로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간단하다. 선택지가 얼마 없긴 하지만 통신사를 바꾸면 된다. 아니면 통신사 해당 게시판에 민원을 올리거나 관할 기관에 문의를 해서 계속 귀찮게 구는거다. 그런데 그건 너무 귀찮다. 그래서 통신사가 알아서 잘하겠거니 맡겨놓는거다.

 한미 FTA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 시각도 그렇지 않을까. 정부가 알아서 잘하겠지, 설마 독소조항이란걸 다 떠안고 이런 협상을 하겠어. 협상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인데. 헌데 어쩌나. 통신사가 자신들의 VVIP고객들에게도 버젓이 필요하지도 않은 요금제를 팔아먹는걸. 알아서 잘하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지 못한다. 시위를 했더니 물대포를 쏜다. 다음해에 투표를 잘하자는 말은 허무할 정도로 막막하다. 한판 뒤집기도 아니고 맨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한미 FTA반대 문화집회를 하고 뒤풀이로 대포집에서 꼬막에 막걸리를 먹었다. 평소에 어패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즈음의 꼬막은 너무나 맛있어서 달짝지근한 막걸리와 정말 잘 어울렸다. 물론 혼자서 꼬막에 막걸리였다면 맛도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 분위기가 좋았으니 맛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운동을 했다는 분에게 내가 알고 있는 쥐꼬리만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왜 아직도 구호를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나요. 운동 방식이 투박한건 아닌가요. 몇년 전 그나마 상황이 좋았을 때 왜 제대로 하지 못했나요. 답이 안 나올게 뻔한데도 할말들이 자꾸 샘솟았다. 그분은 이런 얘기를 해주는게 참 고맙다고 했다. 답을 얻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기꺼이 헌신하고 누군가의 문제제기에는 열려있다. 그런 자세를 배워야하는걸까. 

 암암리에 미국산 소고기가 유통되고 있다. 호주산이 미국산으로 바뀌고 병원 가기 후덜거리는 세상이 와도 어떻게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밖보다 집이 더 춥지만 기름 보일러라 아끼는 지금처럼 그때도 민간화된 공과금을 어떻게든 견디면 될 것이다. 아마 그 후로도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살아야하는지, 삶을 살아가는게 아니라 견디고 참고 이겨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다는게 납득이 안 된다. 그게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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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7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자벨 위페르에 대해 김혜리가 쓴 글을 봤다. 그녀의 얼굴 클로즈업만으로도 인물이 이해된다거나 자신이 맡은 역을 동정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는 이자벨 위페르의 얘기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식으로든 설명할 수 없는 경지를 상상하게 한다. 고현정의 맑은 얼굴빛을 볼 때면 ‘어떤 포즈’의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그게 어디가 그리 불편한지는 잘 모르겠는 답답함도 한몫. 나로선 영혼이나 기운 대신 ‘연기하는 방법’이라든가 뭔가에 대해 알려주는게 더 이해하기 쉽다. 이해하기 쉬운 방식은 종종 상투적이고 평이한 영화를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그 중간은 없을까.

 안티 크라이스트의 첫 장을 보며 토막 난 대화 대신 라스 폰 트리에가 보여주는 영상, 영화에 푹 빠져들었다.
 풀밭에 누워 숲에 녹아들어가라고 상상해보라는 주문에 따라 여자의 몸이 녹색으로 바뀌는 장면,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첫 장면의 섬짓한 아름다움.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창밖의 녹색컷. 남자가 보는 환상까지. 대사와 줄거리 위주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시선은 탐욕스럽다.

 정신병은 각각의 문화가 지닌 문제현상과 치료법을 갖고 있다. 안티크라이스트의 등장인물은 아이를 잃은걸 자책하며 정신분석을 진행한다. 서양식 방법이다. 그런 방식이 무의미하다기보다는 무의식 속의 정신을 분석하고 최면을 유도하는게 왠지 얄팍하게 느껴진다. 확고함,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자신만만함은 때때로 ‘그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방해하고 분석하는건 아닐까. 
 화가 나는 이유를 자신에게 묻고, 성찰할 수 있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지 않을까.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을 해도 늘 불통이 되는건 분석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타협을 할 줄 몰라서는 아닐까.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본의 아니게 턴하고 돌아오는 사람의 흐름을 끊었다. 멈추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물 밖으로 나온 사람이 대뜸 ‘이건 뭐야’ 한다. 뻘쭘하게 있는데 옆에 있던 a가 출동, ‘이건 뭐야’에게 가서 수영하는걸 제지하고 따지려 든다. ‘이건 뭐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수영만 한다. 보다 못해 a에게 그만두라고, 어쩌겠냐고 했더니, a는 잔뜩 화가 나서 뛰쳐나갔다. 남고생도 아닌데 말이다.

 생활의 서사에서 영혼을 마주하기는 힘들다. 이자벨 위페르의 위대함, 독창성은 영화 속 스크린만을 주의 깊게 들여봐야만 하는 종류의 것이다. 무명배우의 연기였다면 어땠을까. 아우라 없는 배우가 기운이나 독특한 감각을 표현하는 연기를 한다면 어떨까. 이자벨 위페르의 A와 Z를 포함한 연기를 접해보진 못했지만 이자벨 위페르인줄 모르고 봤다면? 이런 생각들이 어디서부터 시작한 줄 몰랐는데 구조주의 입문서를 보니 좀 알 것 같다. 위대한 영화의 위대한 배우, ‘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정말 위대할까, 위대하다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걸까. 그쪽 업계 사람의 입을 통한 말들의 홍수는 어떻게 봐야할까 등등. 

 취향은 이렇게 탄생하는걸까. 나는 줄곧 취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자신감도 없었다. 남들이 내 취향을 촌스럽다고 할까봐 미리 내 취향을 촌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던거다.

 일을 하면서 책을 읽는데 돌이켜보니 무슨 글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는데 역시 문맥이며 말뜻이 전달되지 않는다. 문장은 번역투다.

 오늘 간식으로 라면을 같이 먹은 l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며칠만에 보니 밉상이네’라고 말한 즉시 자신은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했다. 그 순간, 살짝 흔들린 l의 눈동자를 보고 말았다. 두루뭉술한 어느 누군가가 아니라 l이 느껴졌다. 어쩌면 영화적인 순간은 말의 홍수가 아니라 관찰력과 무의식적인 어긋남에서 나오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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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11-11-1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요.
배우의 아우라는 배우의 삶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고현정이 무척 영악하고 영특하게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연기에서 아우라를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아마 고현정의 삶이 저에겐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해서인 것 같아요.
(남자로 치면 설경구가 비슷한 느낌.)
극중 인물에게 완전히 몰입하고, 그 인물이 된다는 것.
메소드 연기라고 하던가요?
저는 그런 연기가 별로예요.
어차피 모든 연기에서 배우가 보이는걸요.
실제로도 괜찮은 사람일 것 같은 배우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저는.


갱스부르를 무척 좋아하지만, 안티 크라이스트는 영원히 못 볼 것 같아요.ㅠㅠㅠ
용감한 여자사람, 아치님.

Arch 2011-11-17 17:46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님이 뭔가 멋진 말을 해줄줄 알았어요.
배우의 삶... 그들의 삶을 알 수는 없고 내가 알아가면서 영화를 볼 정도로 부지런 떠는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아요. 빙의되거나 연기법을 배워서 하는 연기랑 진짜 그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연기랑은 다르니까요. 그런데 나는 아직 어떤 배우의 삶이 날 움직이는지 알 수가 없어요. 언제쯤 꽃양배추님처럼 알 수 있을까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응시, 3초간 유지)
안티 크라이스트는 샬롯 갱스부르 때문에 보는 건데... 잘 몰라서 보는거지 용감해선 아니에요. 1장만 우선 봤는데, 와, 정말 좋았어요. 이런게 영화구나 싶고.

완득이 말예요. 틈 없이 잘 만들어진 그 느낌 때문에 글쎄란 생각이 들었어요. 예능 프로 같은 빈틈없는 편집에 탄탄한 만듦새가 영화 같지 않달까. 그래서 안티 크라이스트가 좋았어요.

치니 2011-11-1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님, 갱스부르를 좋아한다면 안티 크라이스트 봐도 돼요. 보다 보면 눈 감아야 할 순간이 언제인지 감이 오거든요. 그때만 딱 감으면 돼요. (이히, 나는 이미 봤다고 막 이래)

아치 님,
아치 님은 참으로 섬세하구나, 읽으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똑같은 걸 보고도 저는 전혀 느끼지 못한 걸 느끼시고, 똑같은 상황을 당해도 저는 생각지도 못한 걸 생각하시는구나, 그런.
아무튼 수영장의 '이게 뭐야' - 나쁜 넘.

Arch 2011-11-17 18:00   좋아요 0 | URL
치니님, 저는 이제 막 1장을 본 안티 크라이스트 새내기예요. 대체 언제 눈을 감아야 하나요. 꽃양배추님이 저래 겁내시고 치니님도 뉘앙스를 풍기시니 오후, 난 정말 무식해서 용감한거였어요.

생각이 그런건 알바보다 못한 직장 생활 때문이에요. 온갖 잡생각이 여봐란 듯 덤비거든요. 아마 생활이 복잡해지면 이런 생각들 못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수영장의 이게 뭐야는 나쁜 ‘년’이랍니다.

치니 2011-11-18 10:59   좋아요 0 | URL
우잇, 년이었군요! 흥.

으음, 스포가 될까 싶어 자세히는 말 못하고요, 아무튼 보다 보면 어디서 눈 감을지는 직감적으로 알 수 밖에 없어요. 아흑.

Arch 2011-11-20 19:38   좋아요 0 | URL
알겠어요, 불끈!

고마워요, 치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