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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3-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마리아야. 라는 뜻이에요. ㅋㅋㅋㅋㅋㅋ 아는척 ㅋㅋ

Arch 2011-03-18 11:59   좋아요 0 | URL
나는 마리아란 얘기를 정말 강렬하게 얘기하는 것 같지 않아요? 스페인언가? ^^
 

  
 

 

 

 

 

 

 

 

 

<나는 고백한다, 현대 의학을>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으면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마태우스님 덕에 이 책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고백한다, 현대 의학을>에서 외과의사로서의 고민과 한계를 느꼈다면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한다>에선 시스템과 의사, 치료 외적인 사안들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의료소송과 샤프롱, 의사의 성실성과 의료보험에 대한 꼭지들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갖을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내 인생이다>에서 유의미한 일을 벌인 의사가 나왔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올바른 의학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개설한 http://www.koreahealthlog.com/ 가 그것. 

 ‘질병과 관련한 정보와 판단을 전부 의사에게 위탁하고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죠....결국은 더디더라도 환자가 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정확한 정보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죠.’

 다만 좀 아쉬운건 시의성과 인터넷 연재라는 한계 때문인지 사안마다 폭넓은 분석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어떤 칼럼에선 의학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 게재되기도 했다.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병가를 낼 정도로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환자가 원인을 알아야한다며 객관식 답 찍듯이 스트레스냐, 감기냐’를 선택하라는 의사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면 항생제 처방을 안 받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인터넷에서 보고 하는 소리냐며 항생제가 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내용으로 일장연설하는 의사에게 주눅 드는 대신 제대로 알고 항변할 수 있게 됐다는 정도가 아닐까. 물론 내가 의사가 아닌 다음에야 의사만큼 잘 알리는 없지만 ‘흰색 가운의 권위’ 때문에 궁금한 것도 못 묻고, 의심나는 것을 꾹 참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일요일에는 뒹글대며 DMB를 봤다. ‘출발 비디오 여행’을 시작으로 ‘개그 콘서트’까지 재미있는게 계속 하는거다. 읽어야할 책과 봐달라는 영화가 쌓였는데 오랜만에 보는 텔레비전은 참 나긋나긋해서 다른걸 해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 선을 보인 ‘나는 가수다’에서 오랜만에 노래가 주는 감동을 -노래만큼 기획이 똑똑했다- 맛본 터라 재미없는 1박2일까지 봐버리는 기염을 토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선호도를 밝히자면 이소라가 분위기를 압도하며 부른 ‘바람이 분다’가 제일 좋았다.  


 오늘은 아침 내내 옥상 청소를 했다. 
 아저씨는 나보다 키가 한 뼘 정도 작았다. 작업장에서 나온 흙과 낙엽을 건축자재 폐기물 옆에 놔도 되냐고 묻자 분리수거 규칙에 대해 알려주셨다. 위압적이지 않았다. 아저씨의 입 주위에 빨간 물이 들어있다. 점심으로 매운탕이나 김치찌개를 드셨나보다. 낙엽이랑 흙을 어떻게 분리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놓고 가도 안 가져갈거란 얘기를 하신다. 그때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오셨다. 아저씨들은 다정하게 자판기 커피를 드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한 아저씨가 수레에서 흙더미를 내려주며 놓고 가라고, 그래도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 분리수거 안 된다고 한 아저씨도, 낙엽 있어도 암시랑 않다고 하신 아저씨도 커피를 마신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볕이 따뜻했다. 문득 아저씨들이랑 바람이 잠든 양지에 앉아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나눠 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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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저는 매일 보는 텔레비전이 왜 그리 나긋나긋한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꼭 보고 싶은 것들이 있는 날은 하루가 행복하기두 하구요.
아아....... 읽을 책이 엄청나게 쌓여있는 그 바로 옆에서 말이죠. (애써 모른척~ ㅡㅡ;;)

달달한 커피, 정말 땡깁니다만, 오늘부터 죽어도 다이어트 해야 해서, 그러나 달달한 커피.. 너무 땡기네요. 흑.

Arch 2011-03-08 10:05   좋아요 0 | URL
책을 안 빌려야겠어요. 부담은 되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읽지도 않고.
예전에 10시 드라마 챙겨보던 기억이 나요. 정말 감질났는데^^

커피랑 프림 안 넣고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 그럼 달달한게 아니지.

다락방 2011-03-0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들이랑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나눠 피고 싶은 마음은 나도 마찬가진데요, 아치, 그렇지만 그전에 아저씨들하고 밥도 같이 먹고 싶은 마음도 추가해요. 매운탕이나 김치찌개로 같이 배부르게 먹고 입주변을 발갛게 물들이고 난 뒤에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는거죠. 기똥차죠? ㅎㅎ

Arch 2011-03-08 11:52   좋아요 0 | URL
난 담배도 못피는데 말이죠! 네, 매운거 같이 먹고, 커피 나눠 마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은 좀 아는구나~
 

 

* 3.1절 기념대회에서 p를 도왔다. 지루한 식순과 내빈소개를 거쳐 절절한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일이 아니었다면 카달로그 하나 힐끗하지 않았을 행사였다. 순서 중에는 학생들이 준비한 연극공연이 있었다. 연극 스텝들이 오퍼레이터를 자처해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자리에 앉아 짤막한 극을 관람했다.
 리허설에선 까불대던 녀석들이 대사를 제대로 치는 건 물론이고 점점 연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빈 소개 후 빠져나간 내빈들의 빈자리가 여럿 보였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빠가야루'라고 할 때마다 킥킥대는 웃음소리와 대사 하나하나마다 논평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좀 거슬렸다. 
 연극을 하는 학생들이 만세를 외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같이 만세를 외쳤다. 앞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은 뭉툭했다. 독립운동을 하던 열사가 죽음에 이르자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자위를 꾹꾹 눌렀다. 이것은 재현일까, 신파일까, 감동일까.
  나를 이룬 건 목숨을 건 독립운동과 민주화, 투표권 투쟁 때문이었다. 민족주의의 문제점을 아직 잘 모르면서 왠지 '민족'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어르신들 틈에서 쉬는 날이 아니라 독립운동한 날인 3.1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뉴스에선 보기 싫은 사람이 북한 보고 '네가 먼저 손 내밀면 나도 맘을 풀겠다'란 식의 연설을 했다. '그들만의 뉴스'는 여전히 지루했다.


* 박원순의 책에 나온 안덕 마을 찜질방을 다녀왔다. 계곡물 소리마저 적막할 정도로 한적한 마을이었다. 한증막에서 나와 g에게 예전에 금광이었던 곳을 가보자고 했다. 동굴 입구에서 발이 깨질 정도로 차가운 물에 겁을 내고 물러섰다. -이건 왠지 우리 둘이 어떤 일을 대할 때마다 겪는 감정의 은유 같았다.- 고온 한증막에서 발바닥을 익힌 다음 동굴로 뛰어갔다. 깊이가 얕은 동굴은 좀 묘했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동굴에 앉았다. 동굴 이곳저곳에서 물이 똑똑 떨어졌다. 동굴 안은 바깥보다 따뜻했다. 동굴 안쪽에서 바라본 바깥은 아득한 저 너머처럼 느껴졌다. 
 밥벌이를 제대로 못하는게 콤플렉스였다. 내가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지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동안 나에게 기회를 줬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꿈이 아니라 얼마나 악착같이 그것을 붙잡고 놓지 않는건가란 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꿈보다 중요한건 어떻게 사느냐는건데 요즘처럼 권태와 의혹과 미련할 정도로 반복되는 짜증이 도처에 널려있을지 몰랐다.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그 중에서 나랑 안 맞는건 지워나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겠다.
 나는 대충 이런 얘기를 했다. g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해줬다. 우린 어쩌면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확신과 불안감 사이에서 진동하다 나아가는 것만큼 제자리에서 맴돌 확률도 높다는걸. 그래서 내 곁엔 m이 그랬고 g가 그런 것처럼 오랜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전에는 안 이랬다며 나는 점점 멍청해진다고 철푸덕 주저앉아 버릴 때 그전에도 그랬으며 그래도 전보다는 좀 나아진거라고 말해줄 친구들 말이다. 물론 한명은 달콤한 말로, 다른 한명은 뭉툭한 가시처럼 살짝 따끔한 말을 하겠지만.

 
*  a는 빨래를 널다 옷걸이가 모자란다며 화를 냈다. 다른 이유는 꿀꺽 삼키고 옷걸이 얘기만 해서 깜빡 속을 뻔 했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못내고 나에게 화를 내는 a에게 나도 같이 화를 냈다. 제정신인 연인이었다면 달래줬을텐데. 착한 a와 나는 전화로 싸우는 짓 따윈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비교적 순탄한 사춘기를 보낸 a와 나는 요즘 30대 앓이 중이다. -이 말은 무척 낯간지럽다.- 우리 둘 다 뭘 해서 먹고사나만 생각했지, 그 후의 삶, 취미나 여가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둘이 앓아서인지 아픈줄도 모르겠다.
 쏙 들어맞는 옷처럼 편하고 따뜻한 a와 밤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다. 전라도닷컴의 사투리를 구성지게 읽어주면 밤잠 없다는 a는 쌔근쌔근 잠을 잔다. 나는 그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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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0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무룩 졸고 있었는데 알라딘에 들어오니 아치의 새글이 있어요.
나도 요즘 삼십대앓이 중인가봐요. 아니면 뒤늦은 사춘기. 삼십대 중반엔 누구나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개인적으로 일어난 자잘한 일들때문에 이런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불안하고 답답해요. 이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좀 해소하기 위해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대체 뭐가 되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제는 앞으로 살아갈것을 대비해서 연금을 들어놔야 겠다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어요. 그런데 저는 제 손금을 보여주며 나는 명이 짧아 일찍 죽는다고 하니 연금 따위 들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노인되서 돈 받아쓸걸 왜 지금부터 저축해야 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내 손금을 본 그들이 말했어요. 다락방은 남편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다고. 그렇다면 내게 있는건 무슨복일까요?

둘이 앓아서 아픈줄 모르겠다면 나도 지금 누군가와 같이 고민하고 같이 아파해야 하는건가봐요.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을 찾을수가 없고, 또 설사 찾아도 같이 고민하자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2011-03-04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3-04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다행이에요, a님이 있어서. :)

Arch 2011-03-04 13:56   좋아요 0 | URL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Forgettable. 2011-03-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찌하여 다들 연애얘기만 하는가!!!!!!!!!!!!!!!

Arch 2011-03-04 13:57   좋아요 0 | URL
연애 얘기만 한건 아니라구!

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네.

무스탕 2011-03-0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를 앓을수 있는것도 좋은거에요. 뭔가 하고 있는거거든요. 나 바바요. 멍~ 하니 세월만 쌓고 있지..

Arch 2011-03-04 16:06   좋아요 0 | URL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잔근심만 늘어나요.

nada 2011-03-0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순탄한 사춘기를 보내셨어요?
조금 의외인데요.
한번쯤은 징하게 앓을 필요가 있나 봐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어려서 못 놀아봤다고, 실컷 놀고 싶다고 이혼하고 싶답니다.
남들이 보기엔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결혼생활인데 말이죠.

둘이 앓아서 아픈 줄도 모르겠다니, 후후.
아치님, 솔직히 말해바바요.
애교 작렬이죠?

Arch 2011-03-07 13:34   좋아요 0 | URL
꽃양배추님, 일찍 일어나셨네~ 저는 아침 내내 노동을 하고 이제야 등붙이고 앉았어요.

순탄하기보다는 이렇다할 반항없이(짜증은 많이 냈죠) 지냈죠. 저도 동감해요. 인생의 어느 시기든 한번 앓아봐야 될텐데, 저는 좀 아프다가도 '뭐 있겠어' 이러면서 훌훌 털어버려요. 그분은, 옆지기님과 얘기해서 놀 여건을 만드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물론 놀려고 이혼해서 잘 놀면 좋겠지만.

히~ 저는 무뚝뚝한 여자 사람이에요. a가 더 간드러져요^^

양철나무꾼 2011-03-05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 얘기는 배아파서 싫은데 말이죠.
3월 첫페이퍼라고 하여 인사드리러 왔어요~

Arch 2011-03-07 13:3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히~

반짝 따뜻해졌다가 다시 또 추워요. 감기 조심해요!
 
라푼젤 - Tangl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제 라푼젤을 봤다. 한겨레 영화평이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예상만큼 괜찮았다. 맨날 보던 디즈니표 뮤지컬, 동물들 한둘쯤 의인화시켜서 역할을 맡긴 것, 어떻게든 해피엔딩이란 구태의연함은 여전했다. 그렇지만 라푼젤이 머리카락으로 온갖 ‘짓’을 다 하고, 꿈에 대한 망설임이나 막연함과 설렘을 얘기하는 것, 예쁘기만한 공주님이 나오지 않은 점은 썩 맘에 들었다. 맨디 무어가 또박또박 발음해주는 영어 대사에 그만,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은 맘이 생긴 것까지도 맘에 들었다. 그런데 단 하나 걸리는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머리카락 타래에 걸려 죽은 여자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젊어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법의 꽃을 보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젊음을 찾곤 했다. 그런데 왕비가 아프다며 그 꽃을 꺾어 가버린다. 꽃이 누구 소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유하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여자였다. 그래도 여자는 화를 내거나 마법을 부리며 고약한 짓을 하지 않았다. 대신 꽃 달인 물을 먹고 자란 아이의 머리카락을 조금만 잘라오려고 했다. 그런데 웬걸, 머리카락이 잘리는 순간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여자는 아이를 납치해 자신의 딸로 삼고 머리카락의 마법을 유지시킨다.

 어느새 18살이 된 여자의 딸 ‘꽃’은 자신의 생일 때마다 달라지는 별자리를 직접 보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엄마인 여자에게 바깥 세상에 나가고 싶다고 부탁 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고 만다. 우연히 만난 남자와 모험을 떠나게 된 딸은 엄마의 말과 자신의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여자는 딸을 찾아내 남자와 딸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종국에는 남자를 칼로 찌른다. 딸은 여자에게 칼에 찔린 그를 머리카락으로 살리는 대신 자신은 감금당하겠다고 한다. 딸이 그를 치료하려는 순간, 그는 딸의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죽음에 이른다. 이 광경에 놀란 여자는 뒷걸음치다 머리카락에 걸려 성에서 떨어진다.

 여자가 남자를 칼로 찌르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자신의 욕심 때문에 딸의 자유를 침해한건 명백한 잘못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꽃을 빼앗겨서 안 됐다는 위로나 (그 꽃으로 젊어지는건 그녀의 꿈이었는데!) 그동안 감금은 했을지언정 딸을 키운 것에 대한 고마움, 엄마로 알고 있었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슬픔 같은 것이 이 영화에는 없다. 애니매이션에서 왜 그런걸 기대하냐고 물으면 할말은 없지만. 물론 납치해서 감금한채 키운게 잘했다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엄마에게 참 너무했다 싶다.

 사람들은 왜 젊어지고 싶을까. (난데없는 화제전환) 아마도 매력적이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만약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매력적인 여성이 현명하고 지적인 사람, 주관이 분명하지만 자기 확신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 취향이 고급스럽다기보다 재치 있고 독특한 사람,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여자가 -원래 동화에선 마녀(상추 좀 훔쳤다고 아이를 납치하다니)- 성을 지키는 사람들을 뚫고 아이를 납치해오는 대담무쌍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사람들의 사회적인 취향인 호불호가 아니라 자기 만족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랬을지 모르지만. 

 디즈니 영화의 여성상이 조금 변했나 싶었는데 결국 모험은 하되 그 속에서 여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어떻다란 공식은 뻔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소통을 이끄는 역할(무섭게 생긴 사람들의 꿈을 끌어내는 -여자인-라푼젤)이란 고정관념을 사심 가득하게 유포한단 생각마저 든다. 물론 가만히 있다가 왕자가 키스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꽤나 멀리 간건 인정한다. 게다가 라푼젤은 신나고 현명하며 열정이 가득한 ‘Flower' 이야기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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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2-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전 결말이 좋았어요! 설마 그럴 줄이야??!!! 자기가 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걸 알면서도 ㅠㅠㅠㅠㅠ
디즈니도 많이 변하고 있죠??
빤한건 정말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소소한 것들이 파격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이번 여행가서 이 영화 봤는데.. 친구랑 ㅋㅋㅋㅋㅋ 저 엄마 좋다 좋다 하면서 ㅋㅋ 저 패션과 머리스타일. 성격 모두 다 좋다고;;;; 저렇게 살아야지 했는데. 결국은..

악당들이 꿈에 대해서 노래부를 땐 저도 어쩐지 눈물까지 나더라구요.

Arch 2011-02-25 16:04   좋아요 0 | URL
난 깜짝 놀랐어요. 머리를 자르면 마법이 사라진다는걸 알고는 있었는데 남자가 그럴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캐릭터는 좀 흐릿했어요.

아, '여자'를 좋아했구나. 그러니깐요. 막 사악하고 못되지 않았는데. 성격도 오락가락하는게 현실감 있고 좋았는데^^

뽀가 울 것 같았어요.

양철나무꾼 2011-03-19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리뷰 찬찬히 읽다가 생각났어요.
Arch님의 옥찌들은 잘 있나요?^^

Arch 2011-03-21 09:05   좋아요 0 | URL
옥찌들이랑 같이 안 봤는데^^
잘 있죠, 녀석들은 옥수수처럼 자라고 있어요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안데스의 선물-싱글백(4g×12piece)

평점 :
절판


 나는 커피를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커피를 아주 싫어한다는건 아니다. 커피가 내 취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건 아니란 뜻이다. 물론 한때는 커피믹스에 빠졌던적이 있다. 큰 잔에 얼음을 몽땅 넣고 커피를 홀랑 마신 다음 아그작 오도독 얼음을 씹는 맛을 좋아했다. 진한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키는걸 좋아할 때도 있었고,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녹인 다음 단번에 들이켜댄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옆에서 마치 <커피와 담배>의 스티비 부세미가 커다란 원두커피 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정신 나간 소리를 해대는 것처럼 묘하게 흥분됐다.
 
 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먹으면 살짝 기분이 좋았던 커피를 안 먹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전부터였다. 직장 옆에 커피집 두 곳을 번갈아 다니면서 카페모카를 먹어대던 어느 날이었다. 카페 모카 위에 아슬하게 얹혀있던 휘핑크림이 다 녹아 조금만 더 달라고 직원분에게 말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내 약점을 잘 알고 있는 A가 쏜살같이 내게 말했다.

 - 커피는 커피를 먹지도 않는 사람들이 재배한 원두로 만드는거 알고 있죠? 

 주사약이 떨어져 마약 상인에게 뭐든지 팔 것처럼 애틋한 눈빛을 보내며 휘핑크림을 받아오던 내게 A는 다시 말해줬다.

- 휘핑 크림은 오만가지가 다 들어간 가공용품이에요. 내가 만들어봐서 다 알아(이 사람 지민이 말투를 흉내낸다) 팩에 든 휘핑크림을 짜서 설탕을 넣고 정신없이 휘저어 휘핑크림?(그게 지금 유머?)

- 그럼 휘핑크림은 생크림이랑 다른거네. 그럼 여기에도 액상과당이 들어있는거네. 어쩐지 과하게 달다했어.

 그 후부터 커피 전문점에 가서 뉴요커처럼 (아, 유행 지났지. 요새 자꾸 혼잣말이 많아진다) 커피를 먹는 일이 참 껄쩍지근하게 되고 말았다. 물론 커피값도 무시 못하겠고, 일회용 용기를 재활용하기엔 우리집이 지나치게 인테리어적이지 않은 문제도 간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꾸 뭔가 땡긴다. 과자를 먹자니 늙어서 이가 부실하고, 율무차를 먹자니 너무 달다.

 해서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사면서(아, 포장 박스가 참 야무졌다) 무더기로 아름다운 가게의 커피를 샀다.

 요놈 안데스의 선물은 첫향이 고소하고, 반쯤 남은 커피는 약간 신맛이 난다. 요놈들 말고 드립백으로 나온건 티백보다 훨씬 진하고 커피전문점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보다 다양한 향과 맛을 갖고 있다. 다만 애매한 쓰레기가 문제.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자니 아닌 것 같고, 종이를 뜯어서 원두 찌꺼기를 탈취용으로 쓰자니 미덥지 못한 손이 번번히 원두 찌꺼기를 구석구석 날려보내 치우려면 반나절이나 걸린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가루로 된 커피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사무실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줬더니 쾌쾌한 냄새만 나던 공간에서 그윽한 커피향이 난다. 아마 당분간 커피를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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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2-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어쩐지 사무실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줬다는 부분에서 싱긋 웃음이 나요. 음, 좀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아주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예쁘다, 아치.
:)

그런데 몇개 안들었을텐데 사무실 사람들 나눠주면 아치는 뭐 마신담?

Arch 2011-02-23 17:22   좋아요 0 | URL
12개 들었는지 이제 알았어요.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보다 훨 경제적인데다 뭘 혼자 먹다 들킨적이 있어서 (하하) 사실 다락방만 알고 있어요. 사무실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저 오늘 머리 안 감았는디요

다락방 2011-02-23 17:23   좋아요 0 | URL
앗!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머리 안감는건데..
머리 쓰다듬는다는 거 취소.

Arch 2011-02-24 13:54   좋아요 0 | URL
설마... 다락방이 머리를 하루에 한번씩 감는 여자 사람이란 얘기는 아니죠? 전 정말 너무 귀찮아요. 머리를 숙이고 거품을 낸 다음에 머리통을 문지르는 과정이.

다락방 2011-02-24 15:21   좋아요 0 | URL
전 최소한 머리를 하루에 한번은 감고, 어떤날은 두번도 감아요, 아치.

Arch 2011-02-24 16:13   좋아요 0 | URL
와우!

잘잘라 2011-02-2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보다 두 분 댓글 담화가 더 재밌으면.. 실례? ㅎㅎ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을 사 줄 사람이 있다니 부럽습니다.

Arch 2011-02-24 13:5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반가워요. 더러운 사람은 얘깃거리가 많은가봐요.

초콜렛은 사실 제가 더 먹고 싶어서. 흡

nada 2011-02-2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예뻐요 아치님.
티백 안에 든 원두 찌꺼기를 재활용하는 아치님. 진짜 예뻐요.
전 재활용 잘하는 사람들이 좋아효. 훗훗.

히말라야의 선물인가, 저는 그거 몇 번 사봤는데 제 입에는 좀 닝닝한가 싶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천한 입맛.ㅠㅠ
알량한 혀 비위 맞추느라 미식가 흉내내는 것보다, 마음이 떳떳한 게 더 흡족하더라구요.

아 근데 A씨 멋지네요.

Arch 2011-02-24 14:04   좋아요 0 | URL
아음, 예쁘다는 소리도 듣고 오늘 좀 뽐내고 다녀야겠어요. '누가 나보고 예쁘대, 진짜 예쁘댔어'이럼서. 전 재활용 잘 못해요. '이건 어떻게든 재활용해줄거야'라며 민폐를 끼치는 유형이죠. 그렇지만 한가로운 낮에 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서 남 쓰레기까지 분리수거하고 그러면 참 행복해요. 제 방은 그지꼴인데 말이죠. 이런 상상도 했어요. 어느 아파트 창문에서 내가 잠옷바지랑 내복 보이는 늘어난 티셔츠 입고 분리수거 하는걸 누군가 보고 사랑에 빠진다면 그건 진짜일거야 뭐 이런거.

전 아름다운 가게 커피가 꽤 진하던데요. 저녁쯤 드립백 먹고 누웠다가 몸은 간질거리는데 잠이 안 와 한밤중에 계속 몸부림쳤어요. 입맛으로 치면, 저도 만만치 않은걸요.

꽃양배추님, A씨는 멋지기보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단정해서 흔들어놓고 싶은 사람이구요. 물론 제 눈에만. 히~

nada 2011-02-24 16:56   좋아요 0 | URL
아치님, 이 댓글 너무 좋아요.
우리 의외로 비슷하군요!
남의 쓰레기 분리수거하면서 행복해하는 거!
이런 ㅁㅊㄴ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야, 전 맨날 이렇게 중얼거려요.ㅠㅠ

A씨에 대한 묘사 러블리해요. 단정해서 흔들어놓고 싶다니. >.<
제 앤은 너무 너저분해서 좀 여며줘야 하는 사람인데.

Arch 2011-02-24 17: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는 꽃양배추님 전 페이퍼 보고, 나만 이런 생각하는줄 알았는데 꽃양배추님도 그렇구나 했던 부분 많았어요. 쑥쓰러워 말 못했지만^^ 약간 좀 악한 생각이 들 때는 청구서 비닐 안 떼고 버린 쓰레기 보면 이 집 현관문에 포스트잇으로 협박할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혹시 꽃양배추님도?

히히, 꽃양배추님이 한땀 한땀 잘 여며줄테니 그분은 문제없을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11-02-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간이 촌스러워서 진한 카페인의 세례를 받아야 커피 마신 것 같은 1인이라, 아름다운 커피는 저에게 좀 연해요. 그런데 깔끔한 편이라서 저도 나름 애용했었답니다. 드립백은 안먹어봤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요. 원두 찌꺼기, 이거 참 골친데...... 저는 그냥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한꺼번에 버려요. 그런데도 버릴 땐 아깝긴 하더라고요. ㅜㅜ

가루커피는 녹여 먹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분쇄 커피 아니고. 믹스커피로 공정무역 커피를 살 수 있는 곳은 커피밀, 이라고 있는데, 여긴 공정무역을 하긴 하지만 선교적 의미가 좀 들어간 데라 (건강하지 않은 단체는 아닙니다만) 그다지 마음에 안드실 수도 있고요... 얼굴있는 거래, 라는 곳에서 병에 든 가루 커피를 수입해서 팔아요.

http://www.efairtrade.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13&main_cate_no=41&display_group=1

방금 홈페이지에 가보니 따뜻한 향기, 라는 카푸치노 커피믹스도 있네요.

http://www.efairtrade.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85

커피는 저에게 길티플레져 ㅜㅜ 인데, 이렇게 고민하고 드시는 아치님을 보니.....아......봐도 변화가 없는 인간이니....아... 아무래도 전 문제에요 ㅜㅜ

Arch 2011-02-24 14:21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드립백은 참 진해요. 물론 제 입맛에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컵에 걸어놓고 원두 내리듯이 먹는데 향도 향이지만 참 구수하고 진해요. 전 몸이 촌스러워서 커피 먹으면 잠 못자고 이래요. 그래서 달달한 커피만 먹었는데 싱글백은 개운하고 괜찮더라구요.

가루 커피는 저도 먹고 부모님께도 사드려야겠어요. 가서 볼게요. 고마워요. 난 여기 가봐라, 이거 해봐라 이러는 사람들 좋더라~

길티플레져, 찾아봤잖아요.^^ 저도 그런거 많은걸요. 고민은 신경증이 다분한 성격탓인 것 같아요. 고민한 끝에 어쩔 수 없는걸 알아가고 그러면서 내 한계는 이 정도구나, 난 이런 사람이구나란 구획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물론 그 구획이 다는 아니겠지만.

2011-02-24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