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존, 이라고 해서 남의 취향을 함부로 비웃지 않는 것이 트렌드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지점도 있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정말 싫어하고 함량 미달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어쩐지 잘 지낼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그런 책의 목록이 많지는 않다. 읽어보지도 않고 싫어하는 건 자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좋은 책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러나 정말 맞지 않는 책도 많다. 그래서 내 경우는 100페이지가 마지노선이다. 100페이지까지 읽어서 더 읽고 싶은 책이라면, 끝까지 읽는다. 그러나 100페이지에서 멈추는 책이 있다. 그건 더는 내 책이 아닌 셈이다. 거기서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책은 드물다. 마치 중간에 끊은 영화를 다시 보기 어려운 것처럼.
그런데 때론 100페이지는커녕 10페이지도 못 넘어가는 책도 있다.물론 그 중에서는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힘든 책도 있다. 이 경우는 판단을 보류한다. 그러나 때로 너무 쉬워, 그리고 너무 빤해, 너무 지독해, 더는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 어떤 분야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훌륭한 자기계발서도 있는 법이고, 엉망인 '세계문학전집'도 있는 법이니까.
그러므로 취존,도 어느 정도 공통의 취향이 선행된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까다롭다는 건, 다른 말로 자기의 취향을 섬세하게 다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스노브로 시작해서 자기만의 취향의 목록을 마침내 선정하게 된 사람은, 우아한 감상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한 감상자를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북플은 트위터나 페북, 블로그와 다르게, 오로지 책 이야기만 해도 되는 곳이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큰 장점이다. 트위터에서 책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항상 관심글로 지정한다. 그리고 읽지 않는다.-_- 어쩌면 영원히.
싫어하는 책 목록을 서로 공유하면서 취존, 을 논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p.s. 그래서 '악평'은 남에 대한 악평을 구경하려고 산 책이다. 훌륭한 악평(?)을 읽는 재미는 훌륭한 독서감상문만큼이나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