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런 책들이다.
...기타 등등.
얼마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몇이 만날 일이 있었다. 화제는 단연 책이었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사모으지만 절대 읽지 않는 책 목록을 이야기했다.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들 스노브이며, '교양'에 대한 갈망으로 이런 책들을 사 모은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책을 사는 것만으로 책을 읽었다고 '착각'한다. 사는 행위로 읽는 행위를 대신한다는 이 겸연쩍은 짓을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어서 적잖이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은 대개 훌륭한 장식품이 된다! 서재에 꽂혀 있는 '교양'은 얼마나 뿌듯한가!
특히 우리가 열망하는 '교양'이란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에 걸쳐 있는가.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 의학까지도 걸쳐 있다. 그 중에는 고전도 있지만, 우리 같은 스노브들을 위한 얄팍한 개론서들도 넘쳐난다. 그러나 개론서를 읽는 것만으로 '양자역학'이나 '초끈이론'을 알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심지어 그 개론서마저 읽지 않는다(못한다).
그 중에서는 고전도 있고 개론서도 있고, 우리와 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방대한 '교양' 시리즈도 있다. 고백하건대, 이런 책을 사면서 교양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잠시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읽지 않는 교양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오늘도 내게 선택된 책은,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일 뿐이고, '교양'은 자꾸 뒤로 밀린다. 그러나 당장 재미있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교양'을 위해 따로 독서할 시간을 내기는 또 어려운 것이다.
모든 책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바벨의 도서관'의 사서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인가.
추신 : 어렸을 때, 모든 책을 페이지만 넘기면 다 읽고 이해하는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외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안드로이드라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