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웅진 완역 세계명작 10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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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제목이 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일까요?'
책을 읽던 5학년 딸아이가 불쑥 던진 말이다. 이 말은 책의 뒷부분 해설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이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있게 와닿는 말이다.

세상은 뿌리 박힌 것과 떠도는 것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내면도 그러함을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으며 위로 받으며 산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아이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그렇게 끄집에 내어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인간형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작가는 더 낫고 덜하다는 인식의 틀로 줄 세우기를 하지 않았다. 서로가 어떻게 배려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 줄것인가를 얘기한다. 그런 작가의 시선이 책 전체에 포근하게 깃들여 있다.

또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앞 못보는 아들의 위한 배려임을 알았을 때 책이 더 의미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작가의 얘기를 미리 해주고 그런 자연적인 묘사들이 속깊은 애정에서 나온 것음을 알게 한다면 지루해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이치와 살아가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 개성있는 주변인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읽기엔 초등5학년 이상에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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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너머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0
찰스 키핑 글.그림, 박정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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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란 말은 창 안과 밖 두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제이콥은 엄마나 할머니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짰을 법한 레이스 커튼이 드리워진 창이 있는 집에 산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 창 너머로만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아이이다. 나는 창 안 쪽 따듯하고 안전한 세상에 있지만, 창 밖의 세상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동정심이 가는 사람, 무서운 속력으로 질주해오는 어떤 존재들이 득시글거리며,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사이에 닥쳐와 버리는 무서운 사건들도 숨어 있다.

제이콥이 비록 질주하는 말들에게 채일 염려 없는 안전한 2층, 창 안쪽 세상에 살고 있는 소심한 아이지만 창마저 닫고 눈을 감은 채 살 수는 없다. 그런 관계들을 작가는 바깥 세상의 그림자가 아이 얼굴에 드리우게 해 세상과 나의 공생 관계를 드러내 준다. 내가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세상일지라도, 바깥 세상은 그렇게 '내게 드리워진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아이의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세계는 무엇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그런 불확실성을 작가는 선과 색, 형태로 교묘히 이야기한다. 아이가 있는 공간은 창을 통해 세계를 향해 열려져 있지만 아이의 마음까지 열려져 있는 것은 아니어서 외로움으로 차있다. 그래서 바깥 세상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등진 흰색 커튼은 아이에겐 검은색 커튼일 따름이다.

그러나 바깥은 또래 아이가 걸어다니고 내가 좋아하는 사탕가게도 있는 곳이다. 아이가 가지는 그런 불확실한 감정을 작가는 빛과 어둠이 동시에 느끼지는 밝은 색들로 어룽어룽하게 표현하였다. 그림 자체에서 느껴지는 어눌함과 선이 주는 명확함과 어두운 색은 이 책 전반에 암울하고 모호하다는 인상을 심어 놓았다. 동굴에서 내다보는 듯한 컴컴한 이미지가 세상에 속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밖이라는 한계 상황을 보여 주기 때문에 그림의 구도가 단조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커튼은 아이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치라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역동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처음에 아이는 자기 얼굴도 다 나오지 않을 정도로 커튼을 조금만 열었다. 미친 말들이 날뛰는 장면은 커튼을 곡선으로 휘게함으로써 말을 표현한 강렬한 색과 함께 요동치는 아이의 심장 소리가 들릴 듯 아이의 심리가 리얼하게 표현되었다. 돌연한 사건은 아이가 가지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확인시켜 주기도 하지만 커튼을 열어젖히고 한 발 세상에 다가가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교회와 양조장에 대비되는 청소부 질레트씨와 쭈그렁탱이라 불리는 노파와 그의 비쩍 마른 개가 있다. 제이콥은 질레트씨를 좋아하고 쭈그렁탱이와 그이의 말라빠진 개에 대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치이고, 제이콥은 김이 서린 창문에다 웃고 있는 통통한 쭈그렁탱이와 역시 통통한 개를 그려넣음으로써 세상에 대한 희망이랄까 자신의 의지를 통해 고독하고 두려웠던 내면을 밝게 해소하였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인데 창 안의 세계와 밖의 세계 그 아스라한 경계 위에 제이콥의 소망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강한것과 약한 것이 존재하고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내리누르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제이콥과 같은 소심하고 약한 소년이 김서린 창문에 그려넣는 그런 희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가는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창 너머'는 암울한 이미지 때문에 어린이 그림책으로 선택 받기 힘들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속깊은 그림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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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2006-02-26 01:57   좋아요 0 | URL
전문가 같으세요.. =ㅁ=
 
어린이를 위한 한국 명화 이야기
장세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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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은 흔히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림에 담겨진 작가의 마음이나 시대의 풍속을 짐작해 본다는 뜻에서 그리 이야기한다. 낯선 것은 생소하고 생소한 것은 두렵고 어려워 보이는 것이 이치이다. 우리의 학교 교육은 우리 것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체험하는 것에 많이 인색했다. 세상이 많이 달라 졌다고 하나 학교에서 단소를 배우는 정도이다. 외국문물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우리 정신을 먼저 세우고 외국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순서이리라.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문화에 자주 접하게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잡고 현장 학습을 떠나 보지만, 무조건 국립 중앙 박물관에 데리고 간다고 아이가 우리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우리 옛그림이 특히 그러하다. 자주 보면 정이 들고 정이 들면 그 속에 담긴 의미도 깨칠 수 있고, 적어도 우리네 정서를 공유할 수는 있다. 자, 그러면 우리 아이들에겐 우리 그림을 어떻게 감상하게 할까. 옛 그림이 있는 곳에 무조건 데리고 가서 그 앞에서 장황한 설명을 한다.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이들에게 우리 그림을 익숙하게 하는 방편으로 '어린이를 위한 한국 명화이야기'를 활용해보자.

이 책의 내용은 풍속화, 산수화, 동물화, 민화와 불화, 문인화, 인물화, 사군자화의 일곱마당으로 나누어 한 마당에 대여섯화가의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의 내용에 대한 쉽고 자세한 이야기에 곁들여 작가이야기나 문인화등의 전문용어에 대한 해설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구성이 어쩐지 고리타분할 것 같다는편견을 몰아낸다. 그림의 판형이 크고 글자도 커서 직접 보여 줄 수 없을 때 최선의 방법으로 쓸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직접 그림을 보는 경우도 완전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또 유리로 된 진열장안에 있어서 들이대고 보기는 어렵다.그런 갑갑함을 해소해주는 시원함도 있었다.

이 책이 비록 어린이를 위한 한국 명화 이야기이지만 우리 그림을 처음 보는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고, 그래도 해설 읽기가 지루한 어린이들은 친절한 어른을 옆에 두고 이야기로 들여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 독서의 방법이 될 듯하다. 집안에 옛 그림 족자 하나를 걸어 줄 수 없다면 자, 이제 이 책을 곁에 두고 우리 그림을 항상 눈여겨 보게 하자.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정신이 살아 있는 개성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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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매력 1
브루노 베텔하임 지음, 김옥순.주옥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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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느낀 점


부모이거나 부모가 되려는 어른들의 필독서
특수 학교 교사, 일반 학교 교사, 어린이 보호 시설에 근무하시는 분들의 필독서


자기 분석과 타인 분석을 할 수 있어서 인간관계가 저절로 해결되는 책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고 느끼는 어른들이 읽으면 자가 치료가 되는 책


쉬운 번역으로 이야기의 향기와 심리이론의 논리들이 명징하게 살아있는 책
정신분석학이나 분석심리학책등 연계된 책들과 함께 읽으면 두 배의 효과가 있는 책
아이들에게 다이제스트화된 이야기책을 주면 안 되는 이유가 들어 있는 책
읽는 이를 겸손하게 하며, 내면과 과거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하는 책

읽고 나면 자신과 주변인을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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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7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4ajo 2004-04-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석심리학이 요즘 관심가는데 이책을 꼭 읽어 봐야겠네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04-13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제 생각엔 분석심리학을 먼저 읽으시고 이 책을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런 순서로 읽으면 이 책이 더 와 닿을 것 같거든요. 저는 분석심리학책과 같은 시기에 읽어서 더 좋았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아는 분도 그렇게 말씀 하셨구요...^^
 
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 물구나무 003 파랑새 그림책 3
윌리 글라조에르 그림, 제랄드 스테르 글, 이정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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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이나 글자의 양으로 보면 초등학교 1학년 이하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그러나 내용은 '생물의 분류'라는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으므로 초등학생 전학년용이다. 사실은 '어른들까지 모두'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분류를 하는 의미가 없어지기에 초등학생용이라 분류하기로 한다. 이 책은 지식그림책으로 분류가 되겠지만 아래의 대화체 문장을 보면 철학적이며 문학적이기까지 한 책이다.

선생님은 어수선한 교실에 질서를 세우고, 학생들 하나하나에 자리를 정해 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얘들아 이제부터 비슷한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보자'
'점심 시간에 우유를 먹는 동물은 모두 이 쪽으로 모여보자'
'자, 이번에는 체육시간에 깃털과 부리를 쓰는 동물들은 이쪽으로 나와 봐'
'아무데도 낄 수 없는 나 같은 외톨이는 누구랑 놀아요? 그런 게 질서라면 너무 불공평해요. 자연은 모든 게 다 섞여 있는걸요, 그래도 다들 잘 살잖아요!'
'좋아 얘들아 올 해는 좀 다른 방법으로 질서를 세워보도록 하자'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간단한 생물 분류표를 통해 식물과 무척추동물 척추동물을 분류하고, 생물의 분류라는 길잡이 글을 오리너구리의 사진과 함께 실어 놓았다. 길잡이 글은 글자가 작아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 보다 학부모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잡이 글은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분류의 개념'과 '생물의 특징'을 '비유'를 통해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멋있게 해설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사 박물관에 가면 수 많은 종을 어디서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 지 난감하다. 물론 박물관에서 알아서 분류를 잘 해놓았지만 처음 가는 초등학생의 경우 표유류니 하는 용어자체가 어렵다. 이럴 때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 부모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부모 책을 사서 읽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 보다 이런 류의 책을 아이와 함께 본다면,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 마음 속에 생물의 분류라는 그림이 먼저 그려질 것이다. 결국 아이는 박물관에 가서 눈 앞에 있는 박제 모형을 마음 속 그림과 퍼즐을 맞추 듯 재미있게 놀이할 수 있겠지. '생활이기 힘든 과학적 진실'을 생활 속에 심어 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과학서이자 인생의 철학까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책, 어른들에겐 지혜로운 부모가 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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