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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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이런 걸 다 여자가 했단 말이잖아.'
길쌈하는 여인의 사진을 보면서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입을 삐죽거리면 내뱉은 말이다. 하하...쬐끄만 것이 그런 것부터 눈에 들어온단 말이지...딱딱할 수 있는 소재의 책인데 아이들은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다. 저학년용이지만 빡빡한 책 읽기 싫어하는 고학년들에게 권해도 좋겠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아이에게서 전통을 단절시킨 나의 생활 태도를 반성했다. 김치가 건강식품이란 것을 백 번 책으로 말로 하면 뭐하나...늘 시어머님이 담아서 보내주는 김치만 먹는 우리 집. 어쩌다 김치를 담는다해도 성가시다고 얼씬도 못하게 하는 내가 아이을 데리고 영양가가 어떻네 전통 과학이 어떻네 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인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김치를 담으면서 발효이야기도 해주고 고춧가루는 임진왜란 이후에야 들어갔단 이야기도 들려주면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 할까. 어쩌다 한 번 가는 박물관에서 초가지붕이며 베틀을 구경하고 온다고 해서 아이 머리 속에 얼마나 오래 기억될까. 그렇다고 박물관 나들이를 자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학적 지식을 돌에 새기듯 아이 머리에 박아 넣으려고 애쓰는 대신 작은 옹기 하나, 집에서 천연 염색한 티셔츠 한장, 뚝배기에 끓여 식탁에 올리는 된장찌게를 생활화한다면 아이는 조상들의 지혜를 머리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년사에서 나온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과학적으로 살았을까>는 15가지 생활과학이야기의 고학년 버전이다. 내용이 중복되는 것이 많아 서로 서로 없는 사진을 찾아 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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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양미술사 1~5 세트 - 전5권 만화 서양미술사
다카시나 슈지 엮음, 정선이 옮김, 이수홍 감수 / 다빈치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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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서양미술사

史자가 들어가는 책은 어쩐지 딱딱할 거 같아 부담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로 시작되는 책 제목에 필이 꽂혔다^^. 고등학교 미술사 책을 사두고 몇 년째 읽지 못하고 있던 내게 <만화 서양미술사>는 이거다 싶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미술사를 만화로? 과연 어떤 접근법을 취했을까? 그래서 첨부터 끝까지 다 만화로 되어 있는 줄 알았다. 이 책에서 만화로 표현 된 부분은 주요 작가들의 생애다. 그 외의 사실들은 사진과 그림을 통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거대했던 시간의 흐름과 넘쳐났던 천재들을 그림과 사진이 많은 5권으로 다 표현하려다 보니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실망감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 아이들과 미술관 가기를 즐기는 학부모, 평소에 미술 전반에 관심을 있지만 전문서적을 읽을 시간이 없는 일반인의 요구에 딱 부합하는 책이다. 그래도 어딘지 충족되지 못하는 느낌은 웅진에서 그림책 판형으로 나온 인상주의, 마티스, 고흐...이런 시리즈들과 겸하여 읽으면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있어서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단, 초등학생에게 읽히려고 이 책을 구입하는 학부모님이라면 이런 점을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그림이 탄생한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작가의 생애를 알면 그림을 더 관심 있게 볼 수는 있겠지만 그림을 주관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그만큼 사라진다. 그림을 그림 자체로 순수하게 감상하고 그 이후에 이런 책을 보여 준다면 이해도 빠르고 더 깊이 있는 감상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보다는 소장해야 하는 성격의 책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몰아서 읽거나, 읽히거나 할 것이 아니라 두고 두고 한 페이지 두 페이지 감상겸, 해설서로 읽으면 좋을 것이다. 국어 사전이나 영어 사전이 어느 집에나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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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시간을 아세요? 베틀북 그림책 49
안느 에르보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베틀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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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시간을 아세요?

언제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낮과 밤. 그 틈새에 새벽과 저녁이 있다. 낮과 밤은 어두워서든 밝아서든 그 강렬함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새벽과 저녁은 자칫 놓치기 쉬운 시간대, 그 짧음의 서러움으로 외롭게 스쳐 지나가는 인생들이다.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어서 우리가 그것을 부담 없이 누리는 동안 파란 시간, 저녁은 그 이치를 깨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연인을 두고도 부리나케 제자리에 돌아와야 했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우리의 삶은 우리가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 너무 미미하게 여겨서 인식하지도 못하는 존재들의 희생 속에 영위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마치 인형극의 소품을 연상시키며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은 파란 시간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골무를 쓰고 바늘로 목도리를 여미고 책을 들고 있는 저녁, 선택 받지 못해 틈새에 낀 존재가 되었지만 세상 큰 목소리들 속에서 그래도 빛나는 작은 목소리들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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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전사 비룡소 걸작선 28
로즈마리 셧클리프 지음, 찰스 키핑 그림, 이지연 옮김 / 비룡소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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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과거의 끝은 어디일까? 로즈마리 셧클리프는 소년 드렘을 통해 청동기 시대 인간의 삶을 상상력으로 재현했다. 이 소설은 대양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언덕에 앉아있는 한 노인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노인은 아프리카에서 배를 타고 온 타누의 후손으로 지금은 금빛 살결을 가진 족속들에게 지배를 당하지만 과거 영화로운 시대를 잊지 않고 꿈꾼다. 대양은 인간들이 사는 땅들을 가로 막는 구실을 하지만 건너기만 한다면 그것은 가교이다. 언덕에서 노인이 바라보는 대양과 유럽에서는 메이플라워라고 불리는 아가위 나무가 같이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드렘은 한 쪽 팔을 쓸 수 없는 아홉 살 소년이다 소년은 3년간 소년의 집에서 전사가 되기 위한 시험을 거쳐 마지막에 늑대를 잡게 되었을 때 부족의 전사로 서게 된다.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생활상과 공동생활체의 모습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과거를 눈 앞의 현실로 성큼 당겨 놓는다. 여인들이 베틀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든가 가축을 키우는 모습등 식생활, 주생활, 의생활이 문학적으로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5,6학년이 읽는다면 교과와 관련해서도 매우 흥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외국문학을 읽힐 때 흔히 어린 아이의 부모들이 조바심을 느끼는 부분, 우리 아이의 정신의 서구 문명에 먼저 물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사고의 편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분에 기우가 없는 작품이다. 태고의 자연에서 한 소년이 통과의례를 거치고 어른이 되는 그 과정을 보면서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것을 성인식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지도 생각게 하고 싶다. 수렵과 채취로 먹을 것을 구하던 그 옛날은 사냥을 잘 하는 가를 검증 받고 신성한 자연의 힘에 복종하고 경외심을 갖는 것으로 어른임을 인정 받았다면, 지금은 어떤 것으로 어른임을 인정해주어야 하는 걸까... 우리 역사 이야기인 꼬마단군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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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힘찬문고 33
이경자 지음,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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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참 어렵다. 내가 잘 모르고 있어서이기도 하거나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관심사가 과거의 현실로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5, 6학년이상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성장동화이다.

시대를 1961년이라고 정확하게 명기해서 사실감을 높였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삶의 현실과 11살 소녀의 내면을 어렵지 않게, 정감있게 풀고 있어서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일제시대에 어땠다는 가르치기 식의 말보다 자기 또래 아이의 삶을 통해 들여다 본 재일동포의 현실을 아이들에게 잔잔한 아픔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며, 역사적인 현실에 눈돌리는 계기를 줄만하다.

요즘 여기 우리 사춘기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외부와 내부의 갈등이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국한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조선인으로 일본에 살아야 했던 소녀가 느꼈던 그 갈등을 책으로 읽으며 같이 느껴본다는 것은 아이들의 사고 확장에 도움을 줄 것이다.

가즈와 스나라는 두 소녀가 축이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우리 민족의 다른 얼굴들이다. 이 이야기는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이역에서 살아야 했던 재일조선인 마을에 대한 보고서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이 소박하고 정감있는 동화가 너무 거창한 리얼리즘 다큐처럼 들린다. 그건 아니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왜 책을 읽는지 문학이 왜 존재하는지 우리는 왜 관심을 주위세계로도 돌려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그냥. 스멀스멀 안에서 번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야기 책 안의 공간과 사람이 살아있는,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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