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오리너구리 자리는 어디지? - 물구나무 003 파랑새 그림책 3
윌리 글라조에르 그림, 제랄드 스테르 글, 이정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그림이나 글자의 양으로 보면 초등학교 1학년 이하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그러나 내용은 '생물의 분류'라는 과학적 사실을 담고 있으므로 초등학생 전학년용이다. 사실은 '어른들까지 모두'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분류를 하는 의미가 없어지기에 초등학생용이라 분류하기로 한다. 이 책은 지식그림책으로 분류가 되겠지만 아래의 대화체 문장을 보면 철학적이며 문학적이기까지 한 책이다.

선생님은 어수선한 교실에 질서를 세우고, 학생들 하나하나에 자리를 정해 주기로 마음 먹었어요.

'얘들아 이제부터 비슷한 친구들끼리 무리를 지어 보자'
'점심 시간에 우유를 먹는 동물은 모두 이 쪽으로 모여보자'
'자, 이번에는 체육시간에 깃털과 부리를 쓰는 동물들은 이쪽으로 나와 봐'
'아무데도 낄 수 없는 나 같은 외톨이는 누구랑 놀아요? 그런 게 질서라면 너무 불공평해요. 자연은 모든 게 다 섞여 있는걸요, 그래도 다들 잘 살잖아요!'
'좋아 얘들아 올 해는 좀 다른 방법으로 질서를 세워보도록 하자'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간단한 생물 분류표를 통해 식물과 무척추동물 척추동물을 분류하고, 생물의 분류라는 길잡이 글을 오리너구리의 사진과 함께 실어 놓았다. 길잡이 글은 글자가 작아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 보다 학부모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잡이 글은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분류의 개념'과 '생물의 특징'을 '비유'를 통해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멋있게 해설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사 박물관에 가면 수 많은 종을 어디서 어떻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 지 난감하다. 물론 박물관에서 알아서 분류를 잘 해놓았지만 처음 가는 초등학생의 경우 표유류니 하는 용어자체가 어렵다. 이럴 때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 부모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부모 책을 사서 읽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것 보다 이런 류의 책을 아이와 함께 본다면,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다.

그렇게 된다면 아이 마음 속에 생물의 분류라는 그림이 먼저 그려질 것이다. 결국 아이는 박물관에 가서 눈 앞에 있는 박제 모형을 마음 속 그림과 퍼즐을 맞추 듯 재미있게 놀이할 수 있겠지. '생활이기 힘든 과학적 진실'을 생활 속에 심어 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과학서이자 인생의 철학까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책, 어른들에겐 지혜로운 부모가 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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