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시간을 아세요? 베틀북 그림책 49
안느 에르보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베틀북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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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란 시간을 아세요?

언제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낮과 밤. 그 틈새에 새벽과 저녁이 있다. 낮과 밤은 어두워서든 밝아서든 그 강렬함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새벽과 저녁은 자칫 놓치기 쉬운 시간대, 그 짧음의 서러움으로 외롭게 스쳐 지나가는 인생들이다.

낮과 밤이 반복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어서 우리가 그것을 부담 없이 누리는 동안 파란 시간, 저녁은 그 이치를 깨지 않기 위해 좋아하는 연인을 두고도 부리나케 제자리에 돌아와야 했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는 우리의 삶은 우리가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 너무 미미하게 여겨서 인식하지도 못하는 존재들의 희생 속에 영위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마치 인형극의 소품을 연상시키며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은 파란 시간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골무를 쓰고 바늘로 목도리를 여미고 책을 들고 있는 저녁, 선택 받지 못해 틈새에 낀 존재가 되었지만 세상 큰 목소리들 속에서 그래도 빛나는 작은 목소리들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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