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있었던 일이다.
삼년동안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내 컴퓨터.
잘 쓰지 않아 천연 그대로 싱싱한 내 머리처럼 주인 잘 만난 덕에 별 고생없이 처신해왔다.
그렇다고 그 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고장이다 싶으면 AS기사를 불러 들였다.
무상으로 고쳐주는 시기가 지나가고 나니 서비스 받는 비용이 무서워
왠만하면 동생들에게 물어가며 그럭저럭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내 컴퓨터가 치유불능의 중병에 걸린 게 틀림이 없었다.
전원을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고 나면 파란 얼굴을 말끔하게 보여주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마치 저승사자처럼 온통 시커멓게 죽상을 하고 있다가 몇 문장을 나에게 보이곤 만다.
전화로 상담했더니 출장비 들어가는 이야기부터 말머리를 꺼낸다.
해서 난생처음 컴퓨터 본체을 떼어내어 들고 이고 AS센터를 찾아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드디스크 교체로 19만원이나 들었다.
일이 밀려서 그러니 맡겨놓고 가면 내일 상태를 보아 전화주겠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아니되옵니다' 하고 통사정하는 게 최상승의 수.
저녁 마감시간 까지 전화준다고 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어 내가 전화넣으니
그제서야 이리저리 테스트했으나 수리가 안되는 상태라는 말이었다.
그러면 진작 통체로 들어내라고 말할 일이지 하루 온종일 기다리게 해놓고 참 사람도 싱겁기는.
그러니 성능좋은 80기가 하드디스크 히다찌 제품을 달아주는데 19만원 내란다.
별 수 있나 무식해서 컴퓨터 본체 뚜껑 한 번 못여는 팔푼이 주제에 ...
그러나 더욱 슬픈 일은 나의 한심한 재주에 값비싼 댓가를 지불한 일이 아니고
내 컴퓨터 속에 있던 60기가의 화일이 모두 날라 간 일이다.
아내 몰래 숨겨두고 훔쳐보던 미인들의 초상화도 몽땅 날라 가 버렸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색즉시공 공즉시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