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있었던 일이다.

삼년동안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내 컴퓨터.

잘 쓰지 않아 천연 그대로 싱싱한 내 머리처럼 주인 잘 만난 덕에 별 고생없이 처신해왔다.

 

그렇다고 그 동안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고장이다 싶으면 AS기사를 불러 들였다.

무상으로 고쳐주는 시기가 지나가고 나니 서비스 받는 비용이 무서워

왠만하면 동생들에게 물어가며 그럭저럭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내 컴퓨터가 치유불능의 중병에 걸린 게 틀림이 없었다.

 

전원을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고 나면 파란 얼굴을 말끔하게 보여주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마치 저승사자처럼 온통 시커멓게 죽상을 하고 있다가 몇 문장을 나에게 보이곤 만다.

전화로 상담했더니 출장비 들어가는 이야기부터 말머리를 꺼낸다.

 

해서 난생처음 컴퓨터 본체을 떼어내어 들고 이고  AS센터를 찾아 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드디스크 교체로 19만원이나 들었다.

 

일이 밀려서 그러니 맡겨놓고 가면 내일 상태를 보아 전화주겠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아니되옵니다' 하고 통사정하는 게 최상승의 수.

저녁 마감시간 까지 전화준다고 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어 내가 전화넣으니

그제서야 이리저리 테스트했으나 수리가 안되는 상태라는 말이었다.

 

그러면 진작 통체로 들어내라고 말할 일이지 하루 온종일 기다리게 해놓고 참 사람도 싱겁기는.

그러니 성능좋은 80기가 하드디스크 히다찌 제품을 달아주는데 19만원 내란다.

별 수 있나 무식해서 컴퓨터 본체 뚜껑 한 번 못여는 팔푼이 주제에 ...

 

그러나 더욱  슬픈 일은 나의 한심한 재주에 값비싼 댓가를 지불한 일이 아니고

내 컴퓨터 속에 있던 60기가의 화일이 모두 날라 간 일이다.

아내 몰래 숨겨두고 훔쳐보던 미인들의 초상화도 몽땅 날라 가 버렸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색즉시공 공즉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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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5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5-07-0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너무 오랫만입니다. 날아간 자료가 안타깝네요. 미인들의 사진도 *^^*

瑚璉 2005-07-0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물로 보냐'고 강력히 항의하세요. 히다찌 (구 IBM제품)은 요즈음 그리 평이 좋지 않은데다가 히다찌 80기가면 시가로 6만원 정도 밖에 안합니다. 삼성전자 250기가 짜리도 15만원이 안되는 판에 19만원이 왠 말입니까?
차라리 삼성 200기가짜리 (요즘 11만원 정도 합니다)를 사시는 걸 권합니다. 안정성에 대한 평도 괜찮고 2년 보증도 붙어있습니다.

니르바나 2005-07-0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정무진님,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저를 물로 보냐고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주신 정보를 근거로 말을 전달했더니 효과적으로 듣는 것 같았는데
담당자가 지금은 없다고 내일 답을 주겠다고 하는군요.
제가 지금까지 큰소리 한번 쳐 보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번에 주신 글을 인용해서 목소리좀 높였습니다. ㅎㅎ

니르바나 2005-07-0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댁의 주소 적어 놓은 것이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혜덕화님, 오랜만이지요. ^^)

파란여우 2005-07-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어떡해요. 그 미인들 얼굴 잃어버렸다니 왜 제 마음이 안타까운건지요...^^

니르바나 2005-07-06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옛 터전 주소도 홀랑 사라져 버렸구만요. 흑흑~

이누아 2005-07-0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를 쓰면서 제게 일어날까봐 늘 두려워하던 바로 그 일을 겪고 계시군요.

니르바나 2005-07-0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항상 서비스 받으면서 듣는 말로 '빽업해 두셔야지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러다가 또 와장창 깨지고 서야 처음 몇번 잠간 따로 저장해 두지만요.
컴퓨터가 문명의 이기이기는 한데 번거로운 구석이 매우 많은 이물입니다.

로드무비 2005-07-0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니르바나님.
목소리를 제대로 높이신 거예요?
호정무진님이 일러주신 대로 하시되
좀 으르딱딱거리세요.^^;;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처지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컴퓨러 다시 사용하실 수 있기를 빌어드립니다.^^

2005-07-07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5-07-0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의 큰소리는 저기까지입니다.
자기네 서비스센터에선 5년간 제품을 보유한다나요.
들어올 때 가격이랑 용산가격을 비교하면 곤란하다면서
그래서 수리전에 비용을 이야기 한다네요.
물론 자기 편리한 대로 부품을 개인이 준비해오면 달아준다는 말은 싹 뺏놓고 있다가 전에 얘기 안 드렸냐고 말하더군요.
저는 그럴 줄 알았습니다.
부대끼기 싫어하는 제 성격에 초강력 항의로 일부라도 환불이 가당키나 했겠어요.
그만큼 나선 것도 호정무진님의 완벽한 정보를 등에 엎었으니 가능했지요.
무식하면 용감해야 하는데 제 소심은 무식과 만나도 주눅(주늑?)만 늘어나는군요.
모든 게 다 제 탓입니다. ㅎㅎㅎ

2005-07-07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7-0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일부 환불을 받으셔야 하는 건데.
그 서비스센터 직원 너무너무 얄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