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서점에 나가서 매장을 둘러보며 책을 둘러보는 일이 드물어지고 있다.
알라딘서재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보면 왠만한 신간도 알아서 올려주시고,
메이저 영화뿐 아니라 씨알이 작은 영화도 쌍끌이 어망에 담듯이 감상문을 줄줄이 게재해 주시니
요즘은 영화전문 싸이트에 가지 않아도 전문가 수준의 비평을 편하게 모니터 앞에서 읽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일신을 부려서 책구경 나들이가 뜸해지고 있는데 어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길을 뚫고
교보문고에 갔다.
서점에 갈 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는 토요일 저녁 7시이후와 일요일 오전 10시 대이다.
이 시간에는 서가 사이를 한가롭게 산보하는 일도 가능하다.
어제는 비가 와서인지 매장의 입구에 들어서니 유독 책의 향기가 자극적으로 닥아온다.
이 향기는 여인의 향수와 한가지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일이 잦다보니 책값에 무심할 수 없는 일이어서 만지는 책마다 뒷표지의 가격을
먼저 확인하고 책의 내용을 살피게 되는데 그 풍경이 아내가 옷쇼핑하는 모습을 방불케 한다.
요리보고 저리보고, 혹 상처가 없나 속지를 보는 내 모습은 북 콜렉터이다.
내가 손에 넣은 책은 '인문학의 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의 방범론' - 강우방(열화당)이다.
강우방의 글은 논문 냄새가 덜 나서 읽기가 우선 편하다.
그는 미술 작품의 세계속으로 들어가 시대정신과 미의식을 체험하는 과정을 추체험이라 말하는데,
독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하여 예술의 장엄을 향수하게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잘 볼 수 있다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