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구판절판


스파이 하나를 놓치느니 열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당하는 편이 낫다. – 유죄추정-54쪽

냉혹해지길 열망하라! 냉혹함은 완벽한 국가의 관문을 여는 열쇠였다. 비밀경찰이 되는 것이 종교적인 교리를 따르는 것과 비슷하다면 냉혹함은 그 핵심 계율 중 하나였다.-131쪽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승인될 거라는 걸 확신하지 않는 한 누가 감히 어떤 문제든 결정하려 들겠는가. 수십년 동안 사람들은 독자적인 판단보다는 지도자의 눈치를 보며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했다…. 그들의 도덕적인 나침반은 너무나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 통제력을 잃어버렸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면 답이 없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이런 불안한 시기에 취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행동 방침은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198쪽

자신은 정의를 추구하는 길에 파괴의 흔적만 남긴 고지식한 몽상가였다.-314쪽

그들은… 그들의 삶보다 훨씬 더 중요한 목적을 위해 뭉쳤다. 그녀는 활력이 솟는 한편 자극을 받았다. 그녀는 살아남기에 급급해하며 그 대가로 얼마나 더 영혼을 타락시켜야 할지 의문이 드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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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구판절판


행복은 그 자체로 충분할 뿐, 결코 증인이 필요하지 않다… 불행한 가정은 결코 혼자서는 이 불행을 끝낼 수 없다. 따라서 그럴 때는 증인이 많을수록 낫다. 불행은 늘 함께할 누군가를 찾는다. 불행은 결코 침묵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있을 때의 그 기분 나쁜 침묵을.-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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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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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은 이렇게 사람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족하다. 사람을 낚아 그를 사랑하면 곧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길이 된다. 피와 피가 통하는 사랑, 그것만이 그리스도와 나의 사랑인 것이다. -47쪽

누군가가 말하길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라고 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것도 결국은 수많은 목숨들의 희생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일이다. 이 세상에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듯이 어느 하나만 살기 위해 다른 것을 모두 죽여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나만 살기 위해 다른 것을 모두 제거해버리면 결국 나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도둑놈도 씻나락은 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남의 것을 훔쳐 먹는 도둑이지만 씨앗까지 훔쳐 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런 도둑만도 못한 인간이 다 되었다. 1년에 5만 종 이상의 씨를 말리고 있는 삶을 예사로 살고 있지 않은가. -166쪽

혹시나 10대의 어린 나이에 좌절을 겪는 청소년이 있다면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가난한 인생을 살도록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먹는 것 입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잘못된 향략은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은 푸른 하늘 밑에서 여덟 시간 일하고 이웃과 더불어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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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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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따져보니 세 번째 완독한 책이다. 같은 책 두 번도 잘 안 읽는 나로서는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세 번 다 읽어야 할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무슨 전공책도 아닌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다시 읽으면서도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연신 키득거리며 읽었다. 흔한 말로 무더위를 잠시 잊을 만큼 재미나고 유쾌했다. 전에 읽을 때는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에는 대충 내용을 아는지라 같은 내용도 어쩜 이렇게 일목요연하고 유머러스하게, 세련되게 표현할까라는 쪽에 방점이 찍혔다. 미안하지만 작가의 대부분의 소설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자주 감탄이 튀어나왔다.

 

작가 말대로 거의 모든 글이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즉 원고료를 받고 쓴 글이라 같은 연재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길이는 제각각이지만 비교적 고르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글로는 낭독의 발견태극기 단상을 꼽고 싶다. ‘낭독의 발견은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참 좋은 생각이네하고 말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외국에서 낭독의 문화를 들여오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상당부분 실현되어 놀랐다. 출판계에서 작가를 추모하는 낭독회는 물론이고, 새 책의 발표회를 낭독회로 대신하는 문화도 (정착까지는 몰라도) 도입되었고, 더구나 김영하 작가는 책을 낭독해주는 <책 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까지 제작하여 인기를 끌었다. 글이 남다른 배움의 표지이던 시절이 지나고 누구나 글을 쓰는 이 시대에 책 한 권 썼다고 남들 앞에서 강연 등으로 떠들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 받기보다는 본인이 쓴 작품을 읽는 경험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행사가 더 적절하다는 작가의 말에도 백 번 동감이다. 한편 태극기 단상은 특이하게도 태극기팔이의 포스트모던한 퍼포먼스 이야기로 시작하여 지배 이데올로기의 변천에 따른 태극기의 물신화된 숭배와 홀대의 역사를 거쳐, 최근 태극기를 악용하는 복고적 퇴행의 움직임에 일침을 가하는 눈부신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지금의(당시의) 태극기 붐은 실제로는 갈라질 대로 갈라진, 이미 하나의 동일체라고 할 수 없는 집단들이 국민국가적 정통성을 선취하기 위해 벌이는 상징 선점 경쟁이라며 이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국가로 모든 것을 환원하는 일원론적 태도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그만 깃발을 내려라라는 작가의 말에도 뒤늦게 공감한다. 국민국가의 허울 아래 태극기는 잠시나마 우리의 차이를 가려주었지만, 실제 우리는 하나였던 적도 없고, 지금도 당연히 하나가 아닌 것이다.

 

그 밖에도 책을 읽으면서 그간 어디선가 읽었는데 정확한 출처를 찾지 못하던 수많은 단편적 지식들의 소스가 이 책이었음을 발견했다. 그만큼 배울 것도 많고, 생각할 여지도 많으며, 아는 척 하기도 좋은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많다. 게다가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여러번 읽어도 물리지 않으니, 정말 에세이의 미덕을 고루 갖춘 에세이집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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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1 0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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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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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을 좀먹는 암세포는 외부에서 침투한 병균이 아니다. 원래 우리 몸에 있던 세포 중에서 마땅히 늙어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으려고 기를 쓰며 주위 세포들의 섭생과 생존을 방해할 때 암세포로 변질된다. 결국 우리 몸을 유지하는 세포들은 다 죽고 욕심 많고 불필요한 암세포만 살아남는 게 우리를 죽이는 암이라는 병이다. 그런데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이야말로 암세포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은유가 아니라 실제적 의미에서 그렇다. 인간이 더 배불리 먹고, 더 편리하게 살며, 더 오래 연명하기 위해 주변의 각종 동식물을 잡아먹고 생태계를 파괴시킨 결과, 지구상에 필요 이상의 인구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작금의 형국이 암이라는 질병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이다. 그런데 같은 요지의 말이 이 책에서도 수없이 반복된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와 하루에 100종 이상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는 통계까지 덧붙는다.

 

작가가 중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공생인 듯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 인간과 인간의 공생 등. 공생의 균형이 깨어지면 생태계는 파멸에 이른다.

 

인간의 생존 경쟁은 세상의 재물을 많이 차지한 부자들 때문에 일어난다. 부자가 없으면 가난한 자도 있을 수 없다. 강대국 때문에 약소국이 생기고 잡아먹기 때문에 잡혀 먹히는 것이다.” (240)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가난을 지켜야 한다고 작가는 강변한다. 가난만이 평화와 행복을 기약하고, 결국 함께 사는 하늘의 뜻이라고도 말한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지구상의 생명체로서 지켜야 할 본분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본분에 어긋나는 모든 탐욕과 허세,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의 온갖 무지와 허영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극도로 가난하고 신산했던 작가의 개인사와 뒤얽혀 대단히 진솔하고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진심으로 현재와 같은 삶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고, 나 하나 살자고 사방에 끼치는 민폐를 가급적 최소화해야겠다는 결심이 수없이 든다. 그게 그나마 올바른 삶에 근접하는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성을 거듭하며 읽던 중 학원비가 한 달에 만원이나 된다는 작가의 탄식을 접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대체 언제적 글이길래 싶어 집필년도를 확인해보니 1986년이다. 그제서야 작가의 선구적 혜안에 뒤늦게 감탄하고 만다.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은 문제의식이다. 오히려 당시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해져 글의 울림도 그만큼 커졌다고 봐야 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라는 작가의 실천가적, 사상가적 면모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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