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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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은 이렇게 사람을 찾는 것으로 바뀌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족하다. 사람을 낚아 그를 사랑하면 곧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길이 된다. 피와 피가 통하는 사랑, 그것만이 그리스도와 나의 사랑인 것이다. -47쪽

누군가가 말하길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라고 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서는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것도 결국은 수많은 목숨들의 희생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일이다. 이 세상에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듯이 어느 하나만 살기 위해 다른 것을 모두 죽여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나만 살기 위해 다른 것을 모두 제거해버리면 결국 나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도둑놈도 씻나락은 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남의 것을 훔쳐 먹는 도둑이지만 씨앗까지 훔쳐 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런 도둑만도 못한 인간이 다 되었다. 1년에 5만 종 이상의 씨를 말리고 있는 삶을 예사로 살고 있지 않은가. -166쪽

혹시나 10대의 어린 나이에 좌절을 겪는 청소년이 있다면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가난한 인생을 살도록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먹는 것 입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잘못된 향략은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은 푸른 하늘 밑에서 여덟 시간 일하고 이웃과 더불어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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