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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해지고 싶어 - 비니 클라인 저, 강성희 역, 오늘의책

   몇년 전 일상속에서 끓어오르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길이 없어 해소할 방법을 찾다가 권투를 배워본 적이 있다.  오로지 내 내면만 들여다보며 미친듯이 운동에 몰두하다보니 다이어트하러 온 사람들 틈에서 본의아니게 체중감량 기록을 세웠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걷잡을 수 없던 분노와 원망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고 모처럼 강해진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에 충만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저자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당사자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진실된 경험인지 너무도 잘 알 것 같다. 꼭 한 번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2.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김봉석 저, 예담

   하드보일드 소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제일 놀란 건 너무나 종류가 많고 작품들 편차가 심하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증식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분야의 서평만 묶은, 그것도 최신작이 상당수 포진한 서평집이라니, 제때에 맞춰 나온, 기다리던 책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책소개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내면과 우리 사회의 모순'까지는 읽지 못하더라도, 비슷한 취향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유용한 길라잡이가 될 듯 싶다.


3.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실리어 블루 존슨 저, 신선해 역, 지식채널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라는데, 목차를 보니 대부분 잘 알만한 유명한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이라 흥미가 간다.  책 두께에 비해 수록된 작가들이 너무 많은 듯하여 얼마나 깊이있는 내용이 들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참신한 기획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수집해서 썼을지, 그저 작가들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뒤진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이 있을런지가 제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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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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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나오키 상 수상작가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름도, 작품도 전혀 몰랐던 작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화차>와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겠거니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소비자금융의 위험성과 다중채무자들의 말로를 그린다는 점에서 주제는 확실히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다만 20년이라는 집필 시기의 간극 때문인지, <화차>가 실종된 인물을 추적해가는 추리소설의 얼개를 유지하며 그 과정에서 문제를 짚어내는 데 주력하는 반면, 이 책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버린 문제의 단면을 다각도에서 대단히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그 배후를 직설적으로 까발린다. 덕분에 작가의 주제의식과 실제 사태의 심각성이 훨씬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 “…사실은 그러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신용회사나 소비자금융의 주요 고객이야. 따라서 다중 채무에 빠지기 쉽지….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저소득층의 평범한 사람. 금융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말하길, 주요 타깃이 되는 이는, 연령이 이삼십대로 비교적 젊고, 연봉이 이백만 엔대의 고객이래. 왜 그런지 알겠니? 연봉이 사오백만 엔 정도 되면, 모처럼 고금리로 돈을 빌려도, 몇 년만 분발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전액 갚아버리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러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금융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필사적으로 매월 금리만 갚고, 원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좋은 먹잇감이지. 그들은 그것을 최고의 상환이라 해. 그런 고객은, 예컨대 오십만 엔을 빌리고, 몇 년에 걸쳐서 금리만 갚아나가, 총 오십만 엔 이상을 반제했는데도, 원금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 저소득층 젊은 사람이 빚을 끌어안고 있어도, 이상하게, 새로운 금융 회사의 심사를 통과해. 업계 용어로 돌린다고 말하는 상태에 빠뜨리기 위해서지. 여러 회사가 한 사람의 젊은이를 캐치볼처럼 이리저리 던져 대출금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거야. 문득 제정신이 들었을 땐, 월말마다 빚은 노예로 전락해 있어…. 결국 평생토록 몇천만 엔이란 돈을 갚아도, 죽을 때가지 다중 채무로 남아. 이것이, 소비자 금융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야.” (249-250)

 

그러나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것은 주제뿐만이 아니다. 읽어갈수록 뭔가 지독한 늪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 정도의 기분 나쁜 흡입력과 자본주의의 전성시대를 살아가던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을 바닥까지 꿰뚫어보는 서늘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왠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읽는 내내 대단히 불쾌하고 질척대지만, 중간중간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기막히게 정확한 묘사들 때문에 도저히 읽기를 중단하지 못한 채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처음에는 대단히 비호감으로 느껴졌던 표지 그림과 색상이 글의 느낌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요시노 군처럼 특별히 잘생기지도, 스타일이 좋지도 않은 평범한 아저씨에게, 여자가 걸려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틀림없이, 그 욕망이 너무나, 무거워서.

여자라는 것은 어리석은 동물이라서, 애정이나 성의, 사회적 안정, 그 어떤 것도 아닌, 자신을 향한 남자의 욕망의 깊이와 어둠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꾸라지고, 데굴데굴 추락하고 만다. 나라는 여자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우쭐한 마음이 되어서. 그것을 알고 욕망을 연기함으로써 노련하게 노는 남자도 있지만. (154)

 

개인적으로 읽고 난 느낌이 산뜻하지 않아서 다시 이 작가 책을 읽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작가가 하려는 말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소설이란 점만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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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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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집을 읽을 때마다 늘 습관처럼 드는 생각이 있다. ‘이걸 대체 내가 왜 읽고 있을까?’ 절대로 하루키의 책들이 나쁘다거나 읽을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굳이 하루키의 팬을 자처하기 어려운 내가 진정 경애해 마지않는 어떤 작가의 책보다도 의무적으로, 빠짐없이 찾아서 읽게 되는 이 습관의 연유를 되묻는 것이다. 하루키 본인도 책에서 아무런 메시지도 없다. 흐물거리기나 하고 사상성도 없고 종이 낭비다’(34)라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다고 고백하는데, ,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굳이 안 읽어도 그만인, 사는데 지장 없을, 그렇다고 미친듯한 흡인력으로 시간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도 아닌 이 에세이들을 꾸역꾸역 찾아서 읽는 것은 독서에 게으른 나로서는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그런 일개 독자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하루키는 맨 마지막 글에서 다음과 같은 꽤 그럴싸한 변명 아닌 변명을 슬며시 내놓는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정말로 슬펐던 적이 몇 번 있다. 겪으면서 여기저기 몸의 구조가 변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상처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때마다 거기에 뭔가 특별한 음악이 있었다, 라고 할까, 그때마다 그 장소에서 나는 뭔가 특별한 음악을 필요로 했다. … 음악은 그때 어쩌다보니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심히 집어 들어 보이지 않는 옷으로 몸에 걸쳤다.

사람은 때로 안고 있는 슬픔과 고통을 음악에 실어 그것의 무게로 제 자신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음악에는 그런 실용적인 기능이 있다.

소설에도 역시 같은 기능이 있다. 마음속 고통이나 슬픔은 개인적이고 고립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더욱 깊은 곳에서 누군가와 서로 공유할 수도 있고, 공통의 넓은 풍경 속에 슬며시 끼워넣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소설은 가르쳐준다.

내가 쓴 글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219)

 

그가 말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의 에세이에서 확실히 나는 뭔가 위안과 희망 비슷한 것을 줄곧 얻어온 듯하다. 현실적으로야 유명 작가와 독자라는 넘사벽의 차이가 있지만, 왠지 책을 읽는 동안에는 하루키처럼 혼자 글 쓰고 번역하고 달리고 맥주 마시고 음악 듣고 여기저기 여행하며 사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 꽤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에 대한 무지막지 버거운 부담을 슬쩍 내려놓고 연히 내가 바라는 이상향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러자면 정녕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테고, 또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평소 나도 모르게 꽉 조였던 마음의 끈을 잠시나마 느슨히 풀고 모처럼 쉬는 기분이 드는 건 분명 사실이다. 이렇듯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평범한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다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안을 준다는 점이 하루키의 단연코 특출난 매력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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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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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정답고, 때로는 우주적 감수성이, 때로는 사유를 촉발하는 통찰이 빛을 발하는 글들. 하지만 영원히 푸른 청춘일 것만 같던 작가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던 산문집. 그래서 조금은 작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조금은 정체모를 쓸쓸함을 맛보다가도, 여전한 건재를 알리는 이런 문장에 환호하곤 했다.

 

일본에서 신사에 들렀을 때, 일본인 친구의 권유로 재미 삼아 소원을 빌었다. 주택가 옆 작은 신사를 빠져나오는데 일본인 친구가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더 많은 일들이 내게 일어나기를, 그리고 그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고 대답했다. 예컨대 어떤 일이냐고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말하자면 예측할 수 없이 변하는 날씨처럼, 늘 살아서 뛰어다니는 짐승들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처럼. 그처럼 단 한순간도 내가 아는 나로 살아가지 않기를, 그러니까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나를 사로잡는 것들이 있으면 그 언제라도 편안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244-245)”

 

그럼에도 유독길고 긴 인생의 예측 불가능성매사의 의미는 지나봐야 안다는 깨우침’, 그러므로매 순간 집중하며 지금 당장 바라는 삶을 살아야 할 당위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여럿 눈에 띈다. 그토록 많은 어른들이 하는 말을, 그토록 명민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탐구해온 작가가 반복하고 있으니 맞는 말이겠지, 결국 인생에서 가장 많은 선배들이 공감했던 경험칙이 있다면 이 정도이겠거니, 생각하며 그 내용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본다. 그리고 달리고 싶을 때 한 시간씩 달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인생을 압축적으로 맛보며 오만 가지 깨달음을 얻고 심지어 무아지경까지 경험할 수 있다니, 이 비 그치는 대로 달리기에 취미를 붙여봐야겠다고 새삼스레 다짐한다.

 

그나저나 읽을 때는 몰랐는데, 서평을 쓰고 나니 왠지 산문집을 자기개발서로 멋대로 바꿔 읽었다는 자책감이 든다. 그냥 그만큼 작가의 말이 한층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는 두루뭉술한 소감으로 변명을 대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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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철수의 생각 - 안철수 저, 김영사

  단연 화제작이라, 꼭 읽어봐야 한다는 모종의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2. 의자놀이- 공지영 저, 휴머니스트

   공지영씨 책이라면 무조건 기피하던 때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공지영 씨의 행보에서 조금씩 진정성을 느꼈다. 힘들고 어렵지만 누군가는 했어야 할 또 하나의 과업을 자임한 작가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3. 런더너 - 크레이그 테일러 저, 최세희 역, 오브제(다산북스)

   도시생태학이라고까지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동시대에 한 공간을 살아가는 다종다기한 삶의 모습을 포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올림픽의 배경으로 깔리는 런던 풍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고 유서깊은 도시라고 감탄했는데, 책이 때맞추어 잘 나온 듯하다. 책소개처럼 서울에 대해서도 속히 이와 같은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4. 수요일은 숲요일 - 김수나 저, 북노마드

   지독한 더위로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프던 참에 이 책 표지를 보니 숨통이 좀 트이는 듯하다.  안팎으로 힐링이 절실한 시점이다보니, 목차만 훑어봐도 지금 당장 숲으로 떠나고 싶어진다(일요일 저녁인 게 못내 아쉽다). 저자 이름은 낯설지만, 표지와 제목 만으로는 이번달 최고의 기대작이다.


5. 그림, 눈물을 닦다 - 조이한 저, 추수밭(청림출판)

   역시 힐링, 치유, 위안 등이 키워드인 책이다. 그림과 심리학의 결합은 이미 새로울 게 없지만, 한때 좋아햇던 그림이 몇편 수록되어 마음을 잡아끈다. 상처를 다독여준다고 꼽힌 그림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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