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엘데슈는 헝가리 태생의 수학자이다. 세계 각지를 방랑하면서 각자의 수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좋은 정리에는 반드시 자연스럽고 간단한 증명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00쪽
내가 자네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수학이라는 세계의 입구에 지나지 않아. 그 입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물론, 싫은 사람은 안들어가도 돼. 내가 시험을 치르는 것은 입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야-160쪽
그 수학이론의 완성에는 앞으로 이십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자칫 그보다 더 걸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어려운 문제이기에 수학자로서 자신의 평생을 걸 만하다고 믿었다. 또한 자신 외에는 누구도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다른 것은 일체 생각하지도 않고, 잡무에 시간을 빼앗기지도 않으며, 오로지 이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때로 그런 망상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과연 살아있을 동안 이 연구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그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자신의 삶이 서글펐다. 어디를 가든, 이 파일만은 손에서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단 일초라도 아껴서 연구를 한 걸음 더 진전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그것이 가능하다. 이 연구만 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아무 필요도 없다.-293쪽
이 세상에는 거기에 관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숭고한 것이 존재한다. 명성 따위는 그 숭고함에 상처를 입히는 것과 같다.-392쪽
몸이 구속당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 손발이 묶이면 머릿속에서 같은 작업을 하면 그만이다. 아무 것도 안보여도, 아무 소리가 안들려도 좋다. 그 누구도, 그 어떤 힘도 머릿속까지는 건드릴 수 없다. 그 공간은 그에게 무한의 낙원이었다. 수학이라는 광맥이 잠들어 있고, 그것을 모두 파헤치는데 인간의 일생은 너무도 짧다. 누구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물론, 논문을 발표하여 평가받고 싶은 욕망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수학의 본질이 아니다. 누가 최초에 그 산을 오르느냐가 중요한데, 그것은 본인만이 알면 그만이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살아가는 의미를 잃고 있었다. 수학만이 유일한 즐거움인 자신이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미 존재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죽음만을 생각했다. 자신이 죽은들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곤란에 빠지지 않는다. 아니, 죽었는지조차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39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