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두 권 내고 나니 희망이 또 늘었다. 피터 드러커 되기.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드러커가 "나는 경영학자가 아니라 문필가"라고 한 고백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평생에 걸쳐 쓰고, 읽고, 공부했다는 것.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매년 새 주제를 정해 석달간 집중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이다. 95세에도 돋보기를 쓰고 명나라 미술에 관한 책을 보는 그가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37쪽
여성한테 주는 마지막 충고 한마디. 꽁짜 밥 좋아하지 마라. 당장 주머니에서 돈 나갈 일 없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누군가 밥을 사면 밥상머리의 주도권은 밥 산 사람한테 가는 것은 당연지사. 얻어먹는 처지에 그 사람 하는 말이 옳든 그르든 맞장구라도 쳐줘야 하고 먹은 후에는 빚진 느낌이 든다. 신세를 갚지 않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 상대방의 빚독촉을 받게 마련. 손잡자, 뽀뽀하자, 같이 자자 등 요구에 싫어도 거절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다. 공짜 밥 몇끼에 평생 밥해주는 신세로 전락하지 말고 자기 입은 자기 힘으로 해결하자. -113쪽
책은 물건이다. 그 물건은 펼쳐져 읽힐 때 책이 된다. 마지막 장이 덮이면 책은 다시 물건이 된다. 책이 책됨은 무척 짧다. 책은, 책으로서보다 책이 되려는 기다림으로 존재한다. 기다림은 책방 혹은 책꽂이에 존재한다. 읽힘과 읽힘 사이가 밭을 수록 책은 제값을 한다.-117쪽
수류탄을 생각했다. 집회 지도부는 뇌관. 자기같은 사람은 장전된 폭약. 뇌관이 터지고 그 불꽃의 꽉 찬 화약에 옮겨붙어 폭발하면서 강고한 외피를 찢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백 걸음보다 백 사람이 한 걸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 같은 사람'이 몸으로 터져야 모순이 깨지지 않겠는가.-288쪽
"건너편 육지가 보일 때 바다를 건너야 한다"...한 우물만 깊이 파는 대신 널리 그리고 이질적이고 대비적인 부문을 함께 공부할 것을 권했다. 거기서 공통점을 찾아내면 자기 것이 된다면서.-318쪽
책쟁이들의 특징은 서재 공개를 꺼린다는 점. 사람보다는 책과의 인연을 더 치니 폐쇄적이어서 그럴 법하지만 이들이 꺼리는 것은 서재가 곧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면의 대화를 거친 책들은 일종의 속살. 책을 꽂아둔 서가는 자신의 지적 편력, 곧 분신일 터이다. 어찌 쉽게 내보이겠는가. 또 책이 놓인 모양은 내면풍경과 다르지 않다. 모두어 분류한 방식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이고, 펼쳐놓은 방식에서 관심사가 드러난다. 하지만 대부분 책쟁이들은 비좁은 공간에 패총처럼 책을 쌓아놓아 소재를 알 길이 없고 보고 싶어도 꺼내지 못한다. 거기서 시간의 축적 또는 무의식 세계를 엿보게 된다.-335쪽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솔라리스> <오! 한강> <화성 연대기> <두개골의 서> <일본침몰> <젠틀 매드니스>-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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