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절판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는 아주 끔찍한 것,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단지 그것과 일상을 병행한다는 것만으로 힘에 부친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호기심을 갖거나 탐색하거나 일일히 반응할 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그런 짐작을 하게 되는 것은, 이따금 그녀의 눈이 단지 수동적이거나 백치스러운 담담함이 아니라 어떤 격렬함을, 동시에 그것을 자제하는 힘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105쪽

그것은 구석구석 일체의 군더더기가 제거된 육체였다. 그는 그런 육체를, 육체만으로 그토록 많은 말을 하는 육체를 처음 보았다.-106쪽

이즈음처럼 무수한 색채들이 그의 안에서 터져나온 적은 없었다. 마치 몸의 내부가 힘찬 색채들로 가득 차올라, 그 격렬함이 더 견디지 못해 분출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 매우 격렬하게 그는 존재하고 있었다.-122쪽

나는 어두웠다고 그는 느낄때가 있었다. 그는 어두웠다. 어두운 곳에 그가 있었다. 그가 이즈음 경험하는 색채들이 부재했던 그 흑백의 세계는 아름답고 고즈넉했으나 그로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 잔잔한 평화가 주는 행복을 그는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상실삼 따위를 느낄 수 없었다. 지금 이순간 이 격렬한 세계가 주는 자극과 고통을 견디기에도 그의 에너지는 벅찼다.-122쪽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 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197쪽

2008.05.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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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품절


퀴즈의 세계는 순수한 정신의 세계, 언어의 구조물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미래의 인간들이 경험할 사랑의 모습, 연애의 양상일지도 몰랐다. 육체는 옷사입듯 구매하는 시대가 올 때, 성형수술에서 더 나아가 육체를 디자인하는 시대가 될 때 어쩌면 연애란 인간의 육체가 배제된, 정신과 정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게임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38쪽

기회는 신선한 음식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가장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게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것도 안해 보는 것, 이게 제일 나빠.-54쪽

우리는 책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책이 우리를 보는 건지도 몰라. 책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잠시 머물다가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나는 것인지도..-57쪽

말은 언제나 왜곡되고 변질된다. 그러나 돈에 대한 말은 아무 손상없이 그대로 전달된다...나의 생각은 너에게 전해지지 않고 너의 생각 역시 내게 전해지지 않는다.-91쪽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 말같은 말을 하고, 집같은 집에서 잠들고, 밥같은 밥을 먹으며 사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94쪽

수컷으로서의 본성과 얌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그래서 엄청나게 거친 언어와 믿을 수 없이 얌전한 일상, 이런 양면을 가지고 있는 이들..-102쪽

이곳은 그들에게 정거장 같은 곳이다. 정거장에서 친구를 사귀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우리는 이곳을 떠날 테고 완전히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114쪽

'여자라는 존재는 방으로 가득한 저택같은 거에요. 거기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도 있고,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도 있고 가족드이 함께하는 거실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들 너머에는 전혀 다른 방들이 있답니다. 누구도 문고리조차 잡아보지 않은, 아예 그런 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안다해도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는 방들, 그리고 그 방들 중에서도 가장 깊은 방, 신성하고 신성한 그곳에 영혼이 홀로 앉아 끝내 오지않을 어떤 발자욱을 기다리는 것, 그게 바로 여자의 본성이에요' -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 중-183쪽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게 그 증거다. - 미셀 투르니에-225쪽

아빠가 그러는 거야. 나이들어 주변을 돌아보니까 계산빠르고 실속 잘챙기던 인간들은 다 별볼일없는 놈들이 되어있고 철없는 몽상가들이 큰 인물이 돼있더라는 거야. 머리좋은 사람들은 남의 밑에 굽실거리거나 감옥에 갔고, 대신 꿈이 컸던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더래. 하지만 모든 몽상가가 큰 인물이 된건 아니지.. -269쪽

지금껏 화려한 승자의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대놓고 루저'는 아니었다. 하루하루 참패하는 삶, 어쩌면 나는 이런 명백한 실패를 목도하지 않기위해 지금껏 교묘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왔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357쪽

2008.05.0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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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 비미남경 이야기
이동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4년 6월
절판


훌륭한 커피를 마셔봐야 맛있는 커피에 대한 분별력과 기준이 생기게 된다. 맛없는 커피는 많이 마셔봐야 커피에 대한 흥미만 반감시키게 된다-31쪽

제대로 된 맛을 전달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54쪽

꿈꾸는 자의 행복한 상상을 비웃지 마시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들은 언제나 꿈꾸는 자들의 몫이었으니.. -55쪽

'일생에 단 한번뿐인 커피' -66쪽

커피는 대단히 예민한 음식이다...날씨나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나 그 사람의 성격까지 커피에 녹아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긴장된 상태라거나. 혹은 기분이 찜찜한 상태에서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면 차라리 조금 서브가 늦어지더라도 밖에 나가 심호흡이라도 하고 들어옴이 마땅하다.-67쪽

라떼아트는 단순히 커피를 예쁘게 보이기 위한 치장이 아니라 커피에 정성과 애정을 담뿍 담는 행위..라떼아트를 하기 위해서는 최고로 잘 추출된 한 잔의 에스프레소와 완벽히 스티밍되어 거품이 잘 섞인 우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섬세한 그림을 그려내는 감각적인 손동작을 익히기 위한 부단한 노력까지, 삼박자가 고루 필요하다.-78쪽

커피의 영혼을 기술로 이끌어낸 에스프레소.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신비한 액체를 'Small & Beautiful'이라 부르기도 한다.-88쪽

갓 볶은 커피는 그 신선함 하나만으로도 세계 유수의 커피 브랜드의 커피 맛과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는다...혹 블렌딩의 미흡함이나 추출 기술의 미비함이 있을지라도 갓 볶은 커피의 신선함은 그것들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103쪽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고객들에게 전염시키라. 당신이 가진 자부심과 열정이 진짜라면 그것은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133쪽

기회의 신은 앞에만 머리털이 있고 뒤에는 머리털이 없어 뒤돌아서면 낚아챌 기회를 잃고 만다. -161쪽

그곳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61쪽

2008.05.0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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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구판절판


권위를 세워야 한다. 절대로 처음부터 양보해서는 안돼. 나중에는 좀 더 융통성있게 굴어도 되지만 처음부터 절대로 부드럽게 나가서는 안된다.-78쪽

그래요. 원칙을 가진 개인들은 종종 바보죠..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믿는 젊은 아가씨에 불과해요. -108쪽

절대로 낙심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승자들도 지는 법이거든요. 부인이 남편에게 질 때마다 부인은 지기로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건 정말로 지는 것이 아니에요.-124쪽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등 중요하지 않으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186쪽

케이시가 알고 싶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인생이 뜻하는 대로 되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원래부터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믿음이 부족하기 떄문일까? 아니면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해야하는 일들을 못해내기 때문에 그것을 이룰 수 없는 것일까?-187쪽

인생은 수많은 복잡한 일들로 가득 차있단다. 그리고 아무도 혼자 인생을 헤쳐 나갈수 없어. 네가 혼자 가기로 선택한다면 그 길은 아주 느리고 먼 길이 될거야.-192쪽

한 사람의 아내를 보면 바로 그 사람의 모습을 본다고 생각하면 돼. 즉, 그 사람의 아내는 그 사람의 개인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거울이 되는 거야 -275쪽

10년 넘게 그녀가 정신과 치로를 받으면서 알게된 귀중한 교훈이 하나 있었다. 가장 진솔하고 솔직한 감정은 더욱더 큰 성공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과 가장 추한 감정, 그리고 그 양 극단 사이에 놓여있는 모든 감정들을 인정함으로써 거의 불가능한 목적들을 달성해왔다.-392쪽

아버지는 가르쳤다. 절대로 눈길을 돌리지 말라고. 고통보다 강렬한 눈길이 더욱 어렵고 힘든 거라고.-487쪽

2008.07.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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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구판절판


여자라면 모름지기 기둥처럼 옷을 입어야 한다는 재클린 케네디 오아시스의 글을 읽은 후로..-18쪽

상황대처에 유연하지 않으면 절대로 윗자리에 올라갈 수 없다-184쪽

..할 때마다 너는 네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거야. 네 인생! 중요한 건 네 인생이야. 일분 일초가 중요해. 네가 내 나이가 되면 알게 될거야. 하루 그리고 매 순간마다 네가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네가 갖고 있던 시간, 네게 주어진 시간이 낭비되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시간은 이미 가버렸어, 다시는 그 시간을 가질 수 없어.-310쪽

인생은 얼마나 조화로운 것인가! 한 사람은 삶속에서 얼마나 많은 죽음을 죽어야 하는가?-344쪽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 어떤 사람도 다 대체가 가능하다-375쪽

그의 경험상 독립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웬만큼 정도가 아니라 돈을 아주 많이 벌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406쪽

케이시는 사람을 자신에게 이끌리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것은 케이시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케이시는 한 가지를 완벽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즉, 케이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써주었으며 지금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남들에게 그다지 신경을 써주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었다. 어느 누군가에게 주목을 해주는 것, 그리고 주어진 시간동안 힘닿는 한 신경을 써주는 것은 어떤 상품보다도 더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다.-415쪽

2008.07.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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