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어머니는 배고픔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시각으로 논평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갈구, 안전한 장소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극적인 일을. -27쪽
동정. 누군가를 자신의 소유물로 삼고 싶을 때 최고의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이런 감정이다. '동정'이야말로 마음을 파고드는 송곳이다.-61쪽
지극히 기본적이고 소박한 의문이었다. 왜 남자는 여자를 죽일까.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자를. 여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남자에게는 여자를 죽일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도 있다는 것일까.-111쪽
그녀의 가장 깊은 곳, 인격의 밑바닥 아래를 흐르는 마그마처럼 끓어오르는 분노..-151쪽
추억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그 모든 추억들이 별처럼 빛났다. 그런 별들이 모여 가즈아키의 밤하늘 여기저기에 별자리를 이루고 있었다.-358쪽
'지금까지 나는 누군가를 도울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렇지만 그건 잘못이야. 나는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내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거는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처음부터 듬직한 인간은 없다. 처음부터 힘있는 인간은 없다. 누구든 상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는 순간에 그런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365쪽
기억,기억, 기억. 인간이란 존재는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수많은 기억을 얇은 피부 한 장으로 감싸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몸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피부속의 기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382쪽
작문은 사방에 널린 언어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내시경을 넣고 거기에서 조직의 일부를 떼내 표본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위험하다. -387쪽
사람은 누구든 자신의 환상이라는 왕국 속에서는 작은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은 왕이다.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는 결코 사악하지도 않고 죄도 아니다. 오히려 알력으로 가득한 현실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왕에게도 전제군주에 대한 동경은 있다. 그것 또한 누구든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지향이다. 그 또는 그녀는 곧 바깥 세계로 눈을 돌린다. 영토를 넓히고 자신이 세운 성 안으로 들어오는 시민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연습'을 거듭하여 자신의 역량이 확인되면 기꺼이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 앞길은 천차만별이다. 그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무엇으로 만족을 얻을지, 어느정도 규모의 왕국을 만들어낼지, 거기서 선정을 펼칠지 독재자가 될지. 결국 그것이 인생이 아닌가..-452쪽
사람은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도..그의 작은 왕국을 세워가고 있다. 그리고, 적어도 아내는 그의 시민이다. 동시에 그는 아내의 시민이기도 하다. 물론 서로의 압제를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이민을 갈지 모를 위험에 빠지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서로에게 시민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환상속에서만 존재하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기도 하고 함께 개척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서로의 시민이 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이 나약하다는 것은 바로 그런 뜻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452쪽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은 절대로 좋은 글을 쓸 수 없어. 이건 내 경험에서 나온 신념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신념을 굽힐 생각은 없어," -507쪽
단순히 자존심 비대증인 실패자에 지나지 않았다...아무도 자신을 존경해주지 않고 특별 취급해주지 않는다는 데 화가나서, 자신은 여기 있어야할 인간이 아니라는 과대망상에 빠져 회사를 뛰쳐나오는 경우는 현대사회에서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나는 이런 별볼일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 인간이 아니라고 외치며 지겨운 일상에서 뛰쳐나오는 데까지는 좋았지만, 결국에는 놈팡이처럼 빈둥거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수한' 젊은이는 쓸어담을 정도로 많다. -51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