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1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절판


독사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태국의 속담이 있다. 실제로 맹독을 가진 뱀은 대부분 사냥감에게 독액을 주입한 뒤 일단 물러서서 독이 퍼지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어설프게 급히 사냥감을 잡아먹으려다가 죽음의 공포로 인해 발광하는 사냥감이 반격해올 경우, 다치지 않기 위해서다. -162쪽

학교란 아이를 지키는 성역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다.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행운이나, 다른 사람보다 빨리 위험을 감지하는 직감, 또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만한 무력이 필요하다. -94쪽

인간의 마음에는 논리, 감정, 직감, 감각이라는 네 가지 기능이 있다. 그 중에서 논리와 감정은 합리적 기능, 직감과 감각은 비합리적 기능이라고 불린다. 합리적 기능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만 비합리적 기능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지 못한다. 즉, 감정의 이동에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법칙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감정이 많이 결핍된 사람이라도 논리능력이 아주 높으면 감정을 모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275쪽

네가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처럼 보였거든. 너는 절대 아무도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기 구역에 오지 못하게 선을 긋고 있어.-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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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절판


기관총처럼 쏟아내는 그의 말에는 재능이 흘러넘쳤고 일종의 아우라마저 느껴졌다. 도야마와 만난 사람들은 모두 흘러넘치는 재능이 자아내는 독기에 취한다. 정말이지 세속적인 매력을 폴폴 풍기는 사내였다.-47쪽

"세상 사람들은 아버지를 높게 평가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진짜 인품이나 생활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만큼 교만하고 제멋대로에다 인색하고 권력에 사족을 못쓰는 사람은 없을걸요. 위대한 재능 앞에서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 참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버지는 더 이상 새로운 그림을 그리지 않으니, 위대한 재능이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비대한 자아를 껴안고, 그것을 증식시키는 자기 복제만 거듭하고 있죠. 무난한 그림만 그리면서 당신 좋을 대로 살고 계시니까요."-249쪽

감을 총동원해 예상을 적중시키는 취재, 격렬한 거래가 오가는 취재, 상대방 자리에 서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취재, 그 모든 것을 좋아했다. 현장에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괴로웠다. -316쪽

"아뇨, 권력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권력의 틈새를 빠져나갈 수 있는 머리죠." -335쪽

삼각형의 한 변이 사라진 지금, 나머지 두 변은 두번 다시 이어질 수 없다. 이 관계를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무라노는 동이 터오는 거리를 정처없이 떠돌았다. -380쪽

"때때로 꿈을 꿀 때가 있어. 그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어. 바다에서 보면 유럽 같고, 항구에 상륙하면 아시아가 펼쳐지지. 가슴 뛰는 곳이야. 내 영혼은 그곳으로 돌아갈 거야."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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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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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기대 없이 펼쳐 들었다가 쏠쏠한 재미와 정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다 읽고 보니 다시 보자고 접어놓은 페이지가 전체의 1/4은 되고, 반드시 구해보자고 메모해놓은 책이 열 권도 넘는다. 아, 남의 책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날 수도 있구나.

이미 책의 내용은 많은 분들이 소개하셨으니,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점만 간추려 본다. 우선 이 책은 단순한 책 수집광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귀중한 헌책을 어떻게 얻었고 얼마에 구했는지에 대한 무용담 나열에 그쳤다면, 이 책은 저자 본인이나 비슷한 수집광들에게만 의미 있는 책이었으리라. 하지만 저자는 책 수집가이기에 앞서 열렬한 독자이고, 책 자체를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저 귀한 장서를 모으는 데 열중할 뿐 아니라 이 나라 출판 문화를 걱정하고 출판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수집한 경로와 더불어 그 책의 출간 의의와 역사적 가치, 그 책을 낸 출판사의 신념과 절판/복간된 경위 등이 자연스레 술술 흘러나온다. 정말 오랫동안 책이 오가는 길목을 지켜온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값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반드시 구해볼 책 목록이 계속 늘어나게 되고, 열악한 국내 출판문화의 명맥을 이어온 출판인들에게 새삼 감탄하게 된다.

또 책을 읽다 보면, 헌책 수집이 더 이상 나와 먼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도 뒤늦게 알게 된 책이 절판되어 아쉬워하거나, 우연히 중고책으로 구하고 뛸 듯이 기뻐했던 경험이 있다. 특별히 수집가나 장서가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책들이 워낙 많이 쏟아져 나오고 또 빨리 절판되기 때문에, 초판이 나왔을 때 놓치지 않고 사서 쟁여두지 않으면 나중에 구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이 예사로 벌어진다. 그러니 보석 같은 책들이 제대로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좋은 책을 절판시키는 것도, 절판된 책을 다시 살려내는 것도 모두 독자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에게 백 번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가 다시 찾는 책은 반드시 재출간된다!’는 저자의 희망 어린 메시지를 믿고 싶어진다.

한마디로 책에 대한 정보적 가치와 재미, 저자의 간곡한 주장이 잘 어우러진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스쳐 지나갔을 책이지만, 그대로
놓쳤다면 분명 후회했을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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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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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즐겨 읽긴 하지만, 읽을 때마다 자괴감을 느끼는 편이다. 기껏 그 두꺼운 책을 읽고 나서 고작 재미가 있네 없네, 어떤 인물이 매력적이고 문체가 아름답네, 슬퍼서 울었네 정도의 감상을 내놓자면, 그토록 열광해서 책을 읽어 내렸던 몇 시간이 왠지 객쩍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얄팍하고 막연한 느낌을 한 꺼풀 더 파고들어 ‘대체 왜’ 그런지를 객관적, 논리적으로 설명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은연중에 있었다. 그래서 <소설 읽는 방법>이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신간에 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크게 <기초편>과 <실천편>으로 구성된다. ‘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라는 <기초편>에서는 소설을 파악하는 일종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실천편>에서는 9개 소설을 통해 실제 분석 사례를 보여준다. 40p 남짓한 <기초편>은 소설에 접근하는 네 가지 관점과 소설을 ‘작은 화살표’가 축적된 ‘거대한 화살표’로 분석하는 방법 등이 사뭇 흥미롭다. 특히 소설을 ‘이 광대무변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속 깊은 밑바닥을 누구의 손안에라도 들어갈 만큼 작은 사이즈로 압축해서 농밀한 시간과 함께 체험하게’ 해주는, 말 그대로 ‘작게 이야기하는 것’(14p)이라고 정의하는 작가의 소설관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래서 책의 뒷부분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감을 높인다.

그런데 막상 <실천편>에 들어가면, 갑자기 논의의 수준이 달라진다. 저자가 소설가로서의 내공을 발휘해 분석한 결론만이 짤막짤막하게 제시된다. <기초편>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내용도 수시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물론 그 분석 내용은 그럴싸하고, 분석 대상이 읽어본 책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도 하다. 하지만 <기초편>과 <실천편>의 간극이 너무 커서, 단편적인 정보 외에 독자 스스로 소설을 읽어내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못한다. 그러니 사전지식 없이 이 책의 <기초편>에만 의지하여 <실천편>에 들어선 독자라면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내가 이 책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기초에서 실천 단계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이었던 것이다. 겨우 기초편 40p를 읽고 감히 소설 분석을 시도하려 했던 성급한 독자의 문제일까? 아니면 어차피 그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드니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알아서 결론에 이르라는 의미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기초편>, <실천편> 둘 다 나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두 부분의 연결고리이자 책 제목에서 장담했던 ‘소설 읽는 방법’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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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뭐라도 되겠지 - 김중혁, 마음산책

  <대책 없이 해피엔딩>은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과 더불어 
가장 열심히 본 국내 에세이였다. 명색이 영화잡지의 칼럼을 쓰면서, 친한 친구들끼리 티격태격 주고받는 영화와 전혀 무관한 잡담들도 재미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김중혁 작가의 지면을 메우기 위한 갖가지 처절한 노력에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호기심과 상상력, 다재다능함에 늘 감탄하는 팬으로서, 그의 그림과 글이 함께 수록된 이 책은 완전 기대작이다. 게다가 저 대책없이 낙천적인 제목이라니. 이 책으로 겨울을 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2. 소설가로 산다는 것 - 김경욱 외, 문학사상사

  아무리 작품으로 이야기한다는 소설가들이지만, 소설 읽다보면 그 작가가 궁금해질 때가 참 많다. 특히 소설이 맘에 들면, 더더욱 그렇다. 일반적인 신변잡기라도 소설가들 이야기라면 솔깃할 텐데, 이 책은 하물며 소설 창작론을 모아놓았다고 하니 궁금증이 배가된다. 분량과 주제에 비해 비교적 많은 소설가들이 포진하고 있어 책소개대로 과연 '가슴에 우주를 품고 산다는 소설가들의 내면적 풍경'을 제대로 엿볼 수 있을지는 좀 걱정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몇몇 작가들의 인터뷰만으로도 의미있는 책이 될듯 싶다. 
   

 

   

  3. 어쨌든, 잇태리 - 박찬일, 난다

  어째 저자 이름이 낯익다 싶었더니 전에 씨네 21에서 영화속 요리칼럼 쓰던 분이다. 당시 칼럼 읽으면서 무슨 요리사가 이렇게 글까지 능수능란한가 싶었는데, 역시 기자 출신이었구나. 당분간 이탈리아 갈 일도, 맛난 요리 찾아다닐 일도 없겠지만, 그리고 표지도, 제목도 그닥 
안땡기지만, 그때 그 유쾌하고 군침도는 글맛이 여전하다면, 순수한 에세이로서 닥치고 읽어보고 싶다. 

 

 

 

 

  4. 소금사막 - 김영희, 알마

  아무리 <나가수>의 기획에 열광했다고 해도, 아무리 잘나가던 김영희 PD가 썼다고 해도 
순수한 남미 여행기라면 별로 보고싶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와 남미의 접점을 찾을 수 없고, 아울러 나와의 접점도 찾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근사한 남미를 배경으로 그가 자신의 인생과 프로그램을 돌아보는 글이라면 꼭한번 읽어보고 싶다.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때부터, PD가 뭔지도 몰랐던 때부터 그가 만든 프로그램의 애청자였으니 그의 여행은 곧 나의 추억여행과도 맞물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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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