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필시 천생연분 스텝 내지는 MBC에 뭐 하나는 걸쳐놓은 인간으로 오해받을 수 있겠지만 또 천생연분에 대해 쓰려고 한다. 이번에는 막 시작한 남녀의 그 리얼함에 대해 얘기하겠다.

서로 티격태격 하던 종희(황신혜 분) 와 석구(안재욱 분)가 드디어 본격적인 연애질을 시작하게 된다.


 

 

 

 

 

 

 

 

음에는 동생의 친구, 친구의 누나였던 이들의 관계는 빠른 진행을 보이며 연인관계가 되고 무엇보다 이리저리 꼬으지 않고 복잡한 사건도 만들지 않으며 시원시원하게 전개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아무도 죽을병에 걸리지도 않고 아무나 기억 상실증에 걸리지도 않는다.  (요즘 TV에서는 희귀한 병들이 너무 많이 난무해서 자칫하면 기억감퇴를 기억 상실증으로 착각하게 만들 지경이다.)

이 처음으로 일을 치는 날. 리얼하다 못해 죽을 지경이다. 석구에게 늘 막말을 해 오다가 조금씩 야릇한 기분을 느끼던 종희는 3천만원을 빌려준다.  늘 술만 마시고 헤어지던 것과는 달리 종희는 과감하게 석구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석구와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  석구도 종희에게 마음이 있는데 6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종희야 하고 부른다.  자고로 연애질에 있어서는 남자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누나 하고 부르지 않는 법이고 여자가 암만 나이가 많아도 누구야 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는 법이다. 물론 조금 연애를 진행시켜 가다가 보면 내 주변것들 처럼 어린노무시키하고 부를 망정 처음에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아니 평범한 연인들의 나이차이처럼 행동을 한다.(으례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은 상황) 석구는 종희에게 자기야 하고 불러보라고 하는데 여기서 종희의 행동 및 표정이 압권이다. 평소에는 너만을 사랑했었다 하는 남자에게 지랄하네 라고 말하던 종희였지만 자기란 말을 차마 못 하겠다는듯. 부끄러워서 온 얼굴이 다 활활 타 버리겠다는듯. 자기 한마디 하는데 오만상 뜸을 들인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못할듯 못할듯 하다가도 천천히 머뭇거리며 자..자..자기야 하고 말한다.

리고 나서 당연한 수순으로 둘은 일을 친다. 요즘 젊은것들은 하면서 혀를 차지 않길... 극중 종희의 나이는 서른 여섯이고 집에서는 어디가서 애라도 배 오라고 하는 지경이니까. 일을 치고 난 이후의 종희는 한층 더 어려지고 애교스러워지나 자기라고 말하는 것에 있어서 더이상 부끄럼을 타지 않는다. 무릇 남녀 관계란 부끄럼이 점점 부끄러워지지 않고 자연스러워지다가 종내에는 뻔뻔스러워 져 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무덤덤해져 버리는 것이니깐. 석구도 종희를 안고 제법 어른스러운척 한다. 그러면 종희. 어린것의 어른스러운 면에 감동하며 행복해 한다.

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질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중간에 끼여들어서 자. 난 없다고 생각할테니 평소처럼 연애질을 해 보셔요 할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춰보면 연애는 한없이 유치하고도 유치한 것이다. TV드라마가 아무리 유치하다고 침 튀기며 욕해도 한줌의 연애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내가 유달리 유치한 인간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연애가 시작되면 일단 혀는 짧아지고 못하는 것도 많이 생기고(집구석서 바퀴벌레도 때려잡는 인간이 커피에 설탕도 무거워 못 넣는다.) 한없이 한없이 어려지려고만 한다.

러나 종희가 잠깐 고민하는 장면도 나온다. 석구의 집안을 보고 헉겁을 하는 것이다. 석구 새엄마와 종희는 기껏해야 6살 차이이고 석구 아버지는 결혼을 하던가 말던가 모르겠지만 우린 일단 돈 없으니 알아서들 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종희는 그 현실 감각을 오래 못 가지고 간다. 이제 막 시작한 연애질일 뿐 아니라 엄마가 늘 말했던것 처럼 덜컥 애도 가졌으며 무엇보다 쪽팔리고는 못사는 종희에게 석구는 감동작전을 펴기 때문이다. 실상에서도 저런 여자가 있나? 하고 묻는다면 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겠다. 하지만 만약 내가 종희네처럼 부자집 딸이라면 남자가 가난한걸 그렇게 큰 흠으로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줄줄이 사탕으로 달린 시댁식구는 좀 부담이겠지만 말이다.

제 이 드라마가 나갈 방향은 딱 하나이다. 최대한 닭살스럽고 유치뽕짝이던 종희가 연애시절을 지나 결혼생활에 접어들면서 다시 예전의 나이많은 아가씨 시절의 괄괄함에다 아줌마의 뻔뻔함까지 갖추어 그야말로 물건이 되어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는 것이다. 예전에 아줌마라는 드라마의 원미경처럼 늘 바보같았다가 이혼하고 나니 갑자기 똑똑해지는 설득력 없는 캐릭터를 반복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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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1-0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동지발견. 저도 엊그제 처음 보게된 천생연분이 느므느므 재밌어서 혼자 웃다가 넘어갔어요. 어제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이빠이 받았어도 천생연분 생각을 하며, 마음의 평정을 찾았지요. ㅋㅋ
황신혜... 단순히 연륜이란게 그녀를 약진시킨걸까요? 뭐 다른 뭔가가 있는걸까요?
 

븐 스파게티를 해 먹고 배를 두드릴 즘 TV에서 황신혜가 나왔다. 요즘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는 전부 느끼하고도 실망스러웠지만 예전에 신데렐라(SBS로 기억하는데 이승연이 동생으로 나옴)에서 보여준 연기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절로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중간부터 봐서 처음 내용이야 어찌 되는지 모르겠지만 꼬고 얽히고 섥히는 관계들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나 내가 혐오하는 뒤에서 일을 새끼처럼 꼬는 악녀(요조숙녀에 박한별같은)가 아직까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 박탐희가 있긴 하지만)

용은 이러하다. 서른 여섯먹은 노처녀 황신혜. 직업은 항공사 승무원. 한때 받쳐주는 얼굴과 괜찮은 직업으로 남자 많았으나 현재로는 옛 영광이나 곱씹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절대 성깔만큼은 죽지 않았으며 아무나 잡아 시집가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좀 사는 집안 자식인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있는데(권오중) 맨날 오락만 하는 서른살 백수고 그 친구는 은행원(안재욱)으로 집안사가 좀 복잡하다. 황신혜와 안재욱이 어찌어찌 해서 만나게 되고, 쪽팔리고는 못사는 황신혜는 승무원의 밤 파티에 파트너로 안재욱을 부른다. 불응하고 싶으나 자기 은행에 거액의 예금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예금을 다 뺀다고 협박하고 성질 지랄같은 동생에게 다 코바른다고(술김에 황신혜 한테 뽀뽀함. 이걸로 성희롱 고소도 한다고 역시 협박) 하는 황신혜 때문에 억지로 간다는 내용이다.

용은 뭐 별로 시덥잖다고 봐도 되겠다. 뻔하디 뻔한거시 서른여섯 노처녀 황신혜가 알고보니 서른 안재욱과 천생연분이더라 정도가 아니겠는가. 중간에 갈등구조라면 박탐희(쇼호스트. 황신혜와 친분있는 여자 피디가 근무하는 홈쇼핑에서 근무) 랄지 성질 더러운 동생(권오중) 정도가 등장 할 것이고 말이다.

럼에도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본 순간 될성부른 나무구나(즉 재밌겠구나) 했던 것은 마치 제 옷을 찾아 입은듯 딱딱 맞는 역활을 꿰어찬 배우들 때문이었다. 황신혜야 이미 그 바닥서 있을만큼 있었으니 연기력은 당연히 받쳐준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녀는 미인이기 때문에 뻔한 캐릭터 보다는 좀 더 개성있는 역을 해야 지겹지가 않다. 이 드라마에서 황신혜는 도도한척도 고귀한척도 하지 않는다. 속물스런 구석도 적당히 있고 언제나 꿈에 사는 노처녀가 아닌 현실에 있을법한, 한때 잘나갔으나 어쩌다 보니 남자가 없어 그냥 결혼을 하지 않는 여자 캐릭터를 리얼하게 살리고 있다. 우리가 봐온 독신녀는 대부분 철딱서니가 없거나 (주로 주인공의 시집 안간 언니 캐릭터) 너무나 똑 부러지는 바람에 바늘하나 들어갈것 같지 않은 페미니스트거나(배종옥 캐릭터 같은)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황신혜가 맡은 노처녀 캐릭터는 딱 그럴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이다. 공주도 아니고 나 잘난 맛에 사는 여자도 아니다. 쪽팔리는거 싫어하고 남자가 헤어질때 '너만을 사랑했었다'고 하면 '지랄하네'라고 댓거리를 해 줄 줄도 안다.항공사 승무원이라는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거 하나로 세상 남자 다 후릴수 있다는 환상(요조숙녀 김희선)을 심어주지도 않는다. 약간의 푼수끼가 있긴 하지만 그건 노처녀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녀의 천성일 뿐이다.

음 안재욱. 나는 사실 저 남자를 좀 싫어한다. 여태 저 남자가 나온 드라마는 다 재미없었고 생긴것도 영 맘에 안들며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오로지 별은 내 가슴에 하나로 떠서 이날 이때까지 과대평가 되어온 연기자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능청스럽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를 아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온갖 똥폼을 다 잡는 역활만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딱이다. 그닥 카리스마도 없어 보이는데 카리스마 가득한 면을 요구하지 않는 이 드라마는 아마 안재욱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획을 긋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처럼 그를 싫어하던 인간을 연기 하나로 다시 보게 했다면 가능성이 없는 얘긴 아니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나름대로 지는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알고보면 여자들이 지 머리위에 올라 앉아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여기서 더 오바하거나 갑자기 카리스마나 똥폼만 잡지 않는다면 환상의 캐스팅이라고 본다.

지막으로 다모에서 홀로 괴상한 말투를 구사했던 권오중. 그 역시 마스크도 되고 체격도 좋은데 순풍산부인과 외에는 별로 생각나는 역활을 맞지 못한 배우이다. 그런데 여기서 멀쩡한듯 보이지만 전혀 멀쩡하지 않은 백수역활을 맡아서 잘 해내고 있다. 누나인 황신혜를 아끼지만 실 생활에서는 갈굴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으며 대사 치는것에 있어서도 어색함이 많이 줄었다. 아직은 조금 모자라는 구석을 보여주고 있지만 드라마가 중반부를 넘어서면 권오중도 어느정도 자리 잡힌 연기를 보여주리라 기대가 된다.

.목 드라마 인데 어제는 31일날 방송을 못했는데 두개 연달아 해 주었었다. 이제 월화 대장금에 이은 수목 천생연분(제목은 맘에 안든다.) 을 보는 재미가 새로 생길것 같다. 아, 그리고 하나 유열(가수)은 대체 왜 나올까? 신성우, 이현우의 끔찍한 계보를 잇나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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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1-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 재방송 봤습니다..새벽에 텔레비젼 끌려다 천생연분때문에 더보고 잤습니다..
황신혜의 잔주름이 조금 눈에 거슬리지만...플라스보님의 평덕분에 2배 더 잼나게 보았습니다.

세진맘 2004-01-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보고 싶네요.. 사실 저는 드라마는 잘 안보는데^^;;
간만에 황신혜랑 안재욱(어쩌면 참 안어울릴것 같은 남녀.)
봐야겠습니다..
 

원래는 니모를 한 번 더 보려고 비디오 가계로 갔으나 니모가 없는 바람에 그냥 툼레이더를 빌렸다. TV에서 연말 시상식으로 지들끼리 상주고 받으며 잔치하지만 않았어도 나는 툼레이더를 빌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방송사의 시상식들을 미워하게 되었다.

원래 툼레이더의 얘기가 뭐였는지도 모르겠다. 1편에서는 라라 크로포드라는 여자애가 아버지가 남긴 유물을 찾아내고 어쩌고 하면서 악의 무리와 맞서고 했던 내용인것 같은데 2편에서는 1편과 거의 상관없이 내용이 진행되었다.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1편을 보지 않아도 2편을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달라진 점은 안젤리나 졸리의 가슴이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가슴은 매트릭스 3편에 나오는 빨간옷의 모니카 벨루치 만큼이나 빵빵했었는데 전사에게 있어 수박만한 가슴은 나름대로 부담이었는지 이번에는 그나마 인간 같은 가슴 사이즈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신체적 변화를 빼자면 조금 더 유치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1편 역시 유치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아주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었다. 그런데 2편은 보다가 중간에 정지 스위치도 누르지 않고 담배를 피러 거실로 나가고 주방에서 핫쵸코를 만들 만큼 지루했다. 그래도 끝까지 본 것은 비디오 대여료 1,500원의 승리다.

예전에는 안젤리나 졸리가 그 넓디 넓은 집구석에서 천정에 줄로 매달려 마치 발레같은 액션을 펼쳤던 씬이 가장 기억에 남았었는데 2편에서는 그런 기억에 남는 씬이 없다. 그냥 너무 오바하는 느낌 뿐이었다. 예를 들어 제트스키를 타면서 한번 뒤집지 않아도 될 장면에 뒤집어 주시고 봉을 타넘어야 하는 부분에서도 그냥 걸어가거나 기어가면 될 것을 굳이 덕수를 넘으며 가는 졸리를 보고 있자니 정말 졸릴 지경이었다. 감독이 바뀌었나? 예전의 졸리는 뭐 나름의 오바는 했지만 그래도 멋진 구석이 있었는데 지금 졸리의 오바는 그냥 웃길 뿐이다. 얼마전 레골라스의 코끼리 씬 만큼이나 어이가 없다.

툼레이더나 미녀 삼총사 그리고 킬빌을 봐 주는 이유는 다른것도 있겠지만 머리는 비었어도 근육만은 꽉찬 남정네들의 액션이 너무 지겹기 때문이다. 람보, 브루스 윌리스 그리고 장 끌로드 반담, 반 디젤로 이어지는 액션 계보가 지겨워도 너무 지겨웠다. 그래서 여자들이 액션 히어로로 나오는 것이 보고 싶었었다. 대리만족이냐 묻는다면 굳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아무튼 가슴달린 여자들도 공기 저항을 받지 않으며 힘껏 내달리고 맨날 남자한테 따귀 한대만 제대로 맞아도 기절해 주시는 여자들이 아닌 남자랑 같이 때려패고 싸우는 여자들을 보고 싶었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킬빌이 가장 충실했다. 미녀 삼총사는 그냥 액션만 했으면 될텐데 그녀들을 두두두 하는 소머즈로 바꿔놓았고 툼레이더는 액션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졸리는 그저 이리 저리 휙휙 매달려서 장소 옮기기에만 열중했지 우리가 원하는 액션을 보여주지 않았다.

스토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웃길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해도 너무했다. 뭔가를 찾으려는 졸리. 그리고 그녀가 도움을 요청한 과거에 심상찮은 사이였던 사내. 그리고 악당. 이게 전부다. 무대를 중국으로 옮기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헐리우드의 시각에서 본 초라하고 시끄럽고 멍청한 중국일 뿐이라 이색적임을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간에 아프리카로 배경이 옮겨 가기는 하지만 피어싱을 환장하게 많이 한 흑인들만 등장해서 아프리카라고 막 우긴다. 한마디로 액션이면 액션 볼거리면 볼거리 어떤 것도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면 안젤리나 졸리가 위기에 처해서 어떻게건 물 위로 가려고 상어를 이용하는 장면이다. 정말 감독이 무뇌아구나 싶은 장면인데 상어를 유인하기 위해 졸리가 팔에 상처를 내고 그 냄새를 맡고 상어가 온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웃기는건 졸리가 주먹으로 상어를 꽁 하고 때리자 상어는 실 방향을 바꾸고(이빨한번 쫙 벌려보지도 않음) 졸리는 그 꼬리를 타고 손쌀같이 올라가서 물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다. 내가 알기로는 인간이 그렇게 빨리 물위로 올라오면 기압차인가 뭐시긴가 해서 고막이라도 뻥 터지는 것으로 아는데 말이다. 바다 저 밑바닥에서 위로 한번 숨 참을 동안 다 올라올 수 있다면 차라리 우리 제주도 해녀들을 시켜 탐사를 보내지 뭣하러 그 잘난 수중장비를 지고 이고 갔나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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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2-3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히는 모르지만 2편도 게임 '툼레이더'의 스토리를 따른게 아닌가요? 원래 게임을 모태로 하다보니 좀 유치해 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가져 보네요. 저는 1편을 보았는데 처음에 기계와 훈련인가 뭔가하면서 싸우는 신과 툼레이더의 OST만 기억에 남네요.

_ 2003-12-3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게 집구석이였나요 -0- 오오...갑부 -_-b;;

마태우스 2004-01-0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영화평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속이 후련해지지요. 잘 읽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끝으로 반지 시리즈를 모두 마스터 했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이제는 더 이상 극장 의자에 앉아서 목과 무릎 관절을 혹사시키며 3시간 넘게 앉아있어도 되지 않음에,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은걸 참느냐 가느냐 하고 갈등하지 않아도 됨에. 나는 진심으로 안도한다.

반지의 제왕은 절대 영화화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판타지물을 영화화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듯 하다. 그러나 나는 과연 다들 칭찬 할 만큼 반지의 제왕이 재미면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웠는지는 모르겠다. 여러가지 환상적인 장면들을 보는 것의 쏠쏠한 재미는 있지만 영화 내내 난무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우와!' 할 만한 장면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고만고만하며 내용은 이미 증명되었고, 따라서 영화 반지의 제왕이 기대는 것은 스펙터클하고도 어메이징한 화면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그런 장면들이 영화가 끝날때 까지 계속 되므로 어느덧 눈에 익고 자연스러워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나마 2편에서는 눈 덮힌 산이 장관이었는데 3편에서는 그런것도 없었고 군중씬에서 숫자로 압도하려고 독하게 어금니를 깨물었는지 정말 개미떼 처럼 많이도 등장했다.

나는 반지의 제왕을 보는 내내 단 한 인물에게만 집중했다. 꽃미남 레골라스. 남들은 다 창, 칼 들고 험하게 피 튀기며 싸울때 우아하게 화살을 쉭쉭 날려서 상대방을 제압하던 그. 모든 이들의 머리가 안 감은듯 찐득거리거나 그와 헤어스타일이 가장 비슷한 마법사 마저도 잔머리들이 휘날리는데 어떤 험한 전투에서도 완벽한 올빽을 유지했던 그. 모두 얼굴에 검댕이 묻고 옷이 더러워져도 홀로 빛나게 완벽한 얼굴에 먼지하나 없었던 그. 거기다가 날리는 화살은 족족 가장 적진의 가장 중요한 인물 혹은 시설물을 쓰러뜨리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1편에서의 레골라스는 사실 그냥 꽃미남에 불과했다. 화면 저 뒤에 서 있어도 그 얼굴 아름다워 죽겠구나 정도의 존재였었으며 등장하는 씬도 그다지 많지 않았었다. 그러나 1편에서 레골라스에게 환장했던 여인네들의 염원이 영화사에 가 닿았는지 2편부터 레골라스의 활약은 그의 외모 만큼이나 눈부셨다. 특히 계단 난간을 나무 판대기를 타고(딱 보드 타는 자세) 내려오면서 화살을 쏘던 장면은 압권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진정 레골라스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3편에서도 레골라스는 역시 완벽한 올빽과 과묵함, 약간의 미소로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더니만 막판 보너스로 달리는 코끼리 올라타고 그 위에서 적들을 화살로 쓰러트리기 쑈를 보여줬다. 도저히 올라탈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는 중력의 법칙을 비웃듯 가볍게 거대한 코끼리를 올라탄다.(코끼리가 얼마나 거대하냐면 말이 거의 거의 강아지 사이즈로 보일 정도이다.) 거기다 발에 찍찍이라도 붙였는지 경사가 끝내주는 코끼리 엉덩이 쪽에 붙어서는 똑바로 서서 화살을 날린다. 정말 놀라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반지의 제왕이 원래 판타지물이기 때문에 마법사도 등장하고 등등 온갖 말도 안되는 장면이 산재하건만 그 가운데서도 레골라스의 코끼리쑈는 단연 말도 안됨의 왕좌를 차지하기에 한치의 모자람도 없었다. 관객들은 레골라스가 코끼리를 올라탈때부터 약간 이상하게 여기다가 그 위에 올라가서 적들을 쓰러뜨리고 마침내 산만한 코끼리조차 넘어뜨리자 거의 포기한듯한 탄성을 질렀다. 그 탄성은 일제이 이렇게 말 하고 있었다. '그래 레골라스 니 잘났다'

일개 꽃미남에 불과했던 레골라스. 험학한 것들이 많이 등장하니까 잘 생긴 남자가 하나라도 있어야 판타지에 좀 약한 여성 관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란 의도가 너무나도 빤히 보였던 그. 그의 자리는 1편에서는 실로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였다. 그는 마법사의 흰 옷자락이 더럽혀지는 마당에서도 혼자 세탁소에서 옷을 맡겼다가 방금 찾았는지 티끌은 커녕 주름한점 없는 옷을 입고 있었고, 남들 다 얼굴 시커멓게 더러울때 혼자 물티슈라도 가지고 다니는지 분을 바른마냥 뽀샤시한 얼굴을 자랑했으며, 수세미같은 머리나 기름 혹은 땀으로 떡진 그의 동료들의 헤어와 달리 늘 단정한 올빽을 한치 흐트러짐 없이 유지했다. 레골라스는 분명 전용세탁사와 물티슈, 헤어젤을 늘 상비하고 다니는 것이 분명하다.

매트릭스 와 반지의 제왕을 다 봤으니 이제 남은 시리즈는 해리포터이다. 세 개의 시리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단연 매트릭스이며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는 해리, 제일 사귀고 싶은 캐릭터는 네오, 제일 갖고 싶은 캐릭터 인형은 스미골. 제일 위대하다 생각되는 캐릭터는 역시 우리의 꽃미남 레골라스다. 레골라스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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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2-2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골라스, 제가 있던 영화관에서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레골라스 얼굴만 나오면 엄청난 크기의 '아~~~'란 감탄사가 터져 나오더군요..;; 나중에는 남자들의 반발심에서 어웨인(? 이름을 잘 모르겠음) 이라는 여자가 나올때 일부러 '아~~'란 감탄사를 -_-;;

mannerist 2003-12-2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개의 탑 볼 때가 작년 이맘때, 전역한지 얼마 안되어 곤궁하던 시절이라 서울 모처의 조조 + ttl할인으로 봤어요. 방학 오전 시간대라서 여고생들이 꽤나 많았는데요. 아우... 레골라스 나올때마다 꺄아악하는 소리가 다소 썰렁한 극장을 꽉꽉 메웠더랬죠. 압권은 계단에서 보드 타는 폼으로 미끄러지면서 화살을 먹이던 장면. 농담이 아니라 "꺄아아~~" 자지러지는 소리에 CGV빵빵한 사운드가 묻혀버리더군요. -_-

어디서 본거라 퍼옵니다. 역시. 올빽이 낫네요.







_ 2003-12-2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생들이 많았던 시간대였다면 장난 아니였겠군요..;;(역시 올백의 엘프로 분장해서 약간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미하는게 나은 듯.;;)

마냐 2003-12-2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 장면이 보너스라는데 전적으로 동감. 또한 반지 시리즈가 원작의 위대함에 비해 어땠느니, CG의 절정판이니 하는게 별 의미 없으며, 레골라스 하나의 매력이 엄청났다는데 동감...말도 안되는 완벽한 차림새도 어쨌든 멋있었지만. 캐리비안 해적의 올랜도도 정말 귀여웠답니다. ㅋㅋㅋ

진/우맘 2003-12-3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오윈. 로한의 왕의 조카딸, <난 남자 인간이 아니야!>하면서 나즈굴을 무너뜨린 여전사를 말씀하시는 듯. 전 해피엔딩이 좋습니다. <그 후로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요약하지 말고 어찌 잘 먹고 애는 몇을 낳았는지 시시콜콜 구경하고 싶은 묘한 취미가 있지요. 그래서 반지의 제왕을 책으로 읽을 때 무척 행복했습니다. <두 개의 탑>의 그 음울한 모르도르 뻘흙에서 벗어나서 <왕의 귀환>에서는 거의 절반 가까이를 어찌 잘 먹고 잘 살았는지 보여줬거든요.
영화를 먼저 본 친구가 쓸 데 없는 것까지 너무 보여줬다고 투덜거리기에 내심 기대했는데...칫. 사루만이 동네 점쟁이 수준으로 몰락한 모습도 안 보여주고~돌아가는 길에 요정네 들리는 것도 없고~ 그저 샘의 결혼식만...쩝.
그런데, 1편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느끼는 바이지만, 샘 정말로 윤정수 닮지 않았나요? 제가 볼 땐 똑같은데, 그다지 열렬한 동의를 얻어본 적이 없습니다.

진/우맘 2003-12-30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방금 이 글을 쓰고 나니 대망의 알라딘마을이 오픈되었습니다!
 

원작과 영화. 어떤걸 먼저 보는게 더 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 나는 원작을 먼저 보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견해인데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보면 뭔가를 좀 한참 늘여놓은듯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각적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영화와 책이 조금만 다르면 책이 자꾸만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스틱 리버 역시 책을 먼저 읽었다. 아무래도 영화가 빨리 막을 내릴듯 해서 읽는 내내 조바심이 났었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어서 읽어야 할텐데. 저걸 비디오로 보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하고 말이다. (나는 비디오로 영화를 보면 좀처럼 집중을 할 수가 없어서 보고나도 뭘 봤는지를 모른다.)

영화는 참 착하다 싶을 정도로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갔다. 대사의 거의 모든 부분은 영화에서 봤던 것이고 풍경이나 인물 전부 다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기로 작심이나 한듯이 똑같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작가(감독)의 작품 재해석 따위는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너무 늙어버렸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30대 중반으로 나오는 그들. 그리고 숀펜이 맡은 지미는 나이에 비해 큰 딸이 있어 좀 놀라워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숀펜이 그 나이의 딸이 있어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아. 그리고 쇼생크에서 그토록이나 긴 팔다리로, 죄수복을 입어도 저렇게 뽀대가 나다니 했던 팀 로빈스는 정말 많이 늙어버렸다. 통통하니 인상적이었던 얼굴도 주름따라 올록볼록 해 져 버렸고 말이다. 그래도 그들의 연기만큼은 늙은 외모가 하나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였다. 숀펜이야 말할것도 없고 팀 로빈스가 특히 인물 표현을 잘 한 것 같다. 내가 감독이라면 팀 로빈스가 가장 극중 인물의 분석과 표현이 뛰어난 배우였다고 말 할 것 같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팀 로빈스의 아내인 셀레스테가 팀 로빈스를 의심하게 되는 부분에서 너무 빨리 전개가 되어서 그의 아내를 관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것 같다. 조금 더 그 부분에 할애를 했었더라면 책에서처럼 어느 누구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을텐데 말이다. 영화에서는 그냥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게 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멍청한 여자로만 그려진다. 그리고 케빈 베이컨의 아내가 늘 전화해서 말을 하지 않는 이유. 그리고 그렇게 그들이 별거를 하게 된 이유에 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가 느닷없이 케빈이 사과를 하고 아내가 이를 받아들여서 함께 퍼레이드를 구경하게 되는 장면 역시 아쉬웠다. 케빈 즉 숀의 인생 또한 그 사건으로 인해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케빈은 그냥 범인을 잡는, 그들과 어렸을때 잠깐 친했던 친구 정도의 무게밖에 지니지 못한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친구여서 갈등하는 모습 역시 별로 보여주지 않았다.

이 교과서적인 영화는 적어도 원작을 망치지는 않았다. 따라서 원작을 미리 보고 보면 가장 재미있을 영화이다. 왜냐면 원작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 영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영화만 두고 본다면 그다지 잘 만든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이 영화가 재밌다면 그건 잘 짜여진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에 힘입은 것이지 감독의 역량으로 인한것은 아니다. 저렇게 감독을 할 것 같다면 정말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색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은듯한 대본.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들. 다만 칭찬하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조명이다. 특히 팀로빈스가 아들에게 늑대 이야기를 해 줄때 조명의 절반만 그의 얼굴을 비추어서 어두운 부분이 아닌 밝은 부분이 몹시 그로데스크해 보였는데 그 순간 아내가 불러서 고개를 딱 돌리면 다시 평범한 데이브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 그리고 매트릭스에서 멋지구리했던 모피어스는 그저 그랬다. 모피어스의 역 역시 상당히 중요했는데 충분하게 살리지 못하고 그냥 케빈 베이컨의 파트너 정도로만 비춰졌다.

영화를 한번 더 보겠냐고 물으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 할 것이다. 이 영화는 한번으로도 충분한 영화이다. 누가 이걸 보면 어떻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볼 것을 권하겠다. 예전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원작만 보거나 영화만 보거나 하라고 권했는데 그 두 가지가 완전 다른 작품이었다면 미스틱 리버는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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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o 2003-12-1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누가 번역한 책인지 몰라도 꽤 재미있는 모양이군요. 저도 꼭 사서 읽어봐야 하겠는걸요 ^^
펜과 로빈스 중 한명은 남우주연상을 거머줘겠죠? <반지의 제왕>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지만 각색상이랑 감독상 정도는 <미스틱 리버>에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