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통찰 I - 칼라일
댄 브리어디 지음, 이종천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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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한 회사가 탄생합니다. 당시 회사의 창업자들은 품격있는 회사 이름을 짓고 싶었고, 창업자들이 자주 만나던 칼라일호텔에서 회사의 이름을 정합니다. 이 신생회사 칼라일은, 15년도 안되어 백악관보다 더 많은 정치적 커넥션을 자랑하고, 130억달러를 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이고 성공적인 사모투자회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 성공비결은 세계적 히트상품이나 기술혁신 등이 아닌 연고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칼라일은 그 강력한 인맥을 바탕으로 특별하고 독특한 투자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는데, 방위산업이나 통신, 에너지, 헬스케어처럼 당국의 규제가 까다로운 분야에 오히려 포커스를 맞추고 정부예산이나 정책 트렌드를 예측하여 베팅합니다. 이 방식은 칼라일이 정부에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방식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칼라일은 1961년 아이젠하워가 경고했던 군산복합체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칼라일의 시작은 정부의 특별세제에 생긴 구멍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알래스카의 상원의원 테드 스티븐스가 내놓은 이 아이디어는 파국에 직면한 알래스카 기업들의 손실을 세금감면을 원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판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가령 1천만달러의 손실을 본 알래스카 회사의 적자를, 이익이 너무 많아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는 다른 기업에 700만달러에 되파는 것입니다. 그러면 손실을 구입한 회사는 1천만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정부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이 아이디어에 칼라일은 돈 냄새를 맡았고, 10억달러의 이익을 만들어냅니다. 칼라일은 이 자본금으로 사모투자회사의 길로 접어드는데 초기엔 그렇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당시 강력한 라이벌 투자회사들이 많았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칼라일은 하나의 진리를 놓치지 않았는데, 고급 금융의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정치적 족보와 영향력 있는 친구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였습니다. 이는 설령 투자가 크게 실패하더라도 지속되었는데, 칼라일 경력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은 인플라이트 에어라인의 기내식 사업 사건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칼라일은 큰 돈을 잃었지만, W라고 알려진 젊은 텍사스인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는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되는 조지 W 부시였습니다.

이런 안면자본주의(Access Capitalism)의 대가였던 칼라일이 끌어들인 명사들은 누가 들어도 알만큼 유명한 인물들이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인사담당관이었던 프레데릭 말렉, 대통령 조지W부시, 그의 아버지이자 대통령인 조지H부시, 국방장관 프랭크 칼루치,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 예산관리국장 리차드 다르맨,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조지 소로스, 영국수상 존 메이저, 한국의 국무총리 박태준, 필리핀의 피델 라모스 대통령, 태국총리 아난드 파냐라춘, 오사마 빈 라덴 가문,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해군 군납업체 선정을 담당하던 멜빈 파이슬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 탈랄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상 술탄 빈 압둘아지즈 등이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인맥을 바탕으로 칼라일은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칼라일은 1991년 미국의 최대은행이었던 씨티코프의 위기를 아랍왕자와의 인맥을 연결해 구해줌으로서 일약 신문의 1면을 장식하게 됩니다. 칼라일은 주로 기업의 인수와 매도를 통해 성장했는데, 이런 과정엔 칼라일 그룹과 한국 한미은행의 일도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사모투자회사로서도 승승장구한 칼라일이였지만, 칼라일이 가장 잘 할수 있는 분야는 바로 방산산업이었습니다. 사우디 왕가와의 인맥으로 미국의 중동군사전략에 있어서 칼라일은 빼놓을 수 없는 위치가 되었고, 미국 군대와 정부에 가진 인맥들은 칼라일의 방산산업 투자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이런 칼라일의 투자는 때론 실패할뻔한 투자를 할 때도 있었는데, 그것은 미 육군이 구상해온 최첨단의 차세대 거포, 크루세이더 였습니다. 칼라일은 이 거포를 만든 유나이티드 디펜스를 인수했는데, 인수 몇개월만에 이 거포가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라는 평가가 떨어졌습니다. 모든 군사전문가들이 이 무기를 혹평했고, 칼라일은 20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잃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크루세이더는 곧 쓰레기 하치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칼라일그룹이 나서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칼라일의 장기, 정부-군-방산업체로 이루어지는 철의 삼각지대(Iron Triangle:책의 제목)를 작동한 것입니다. 칼라일의 로비는 상하원을 막론하고 아낌없이 투자되었고, 크루세이더의 폐기는 계속 미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운명의 9월 11일. 그 날을 계기로 군사예산은 대폭 증액되었고, 크루세이더 역시 추가예산을 받아 칼라일은 손해를 보지 않고 되팔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의도에서건 군산복합체가 정부협의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잘못 주어진 권력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이 부당한 유착관계로부터 파생된 권력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 아이젠하워 

이런 칼라일의 모습은 우리에게 퇴직 관료가 특정 기업의 이해를 위해 일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칼라일의 구조는 대단히 치밀합니다. 칼라일은 굳이 로비스트를 따로 고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가 현직 대통령인 아들 부시에게 조언하는것이 로비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드러난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끊임없는 논란과 구설수 속에서도 칼라일 그룹이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고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은 바로 미국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주로 미국의 서민층이 가입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연기금 펀드인 캘퍼스(Calpers)도 칼라일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인데, 이는 곧 미국 시민들이 안고 있는 욕망과 양심의 딜레마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칼라일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칼라일이 우리나라의 은행과 관련해 큰 이익을 남기고 갔을때 일어난 이해하기 힘든 금감위의 결정에 칼라일, 그리고 칼라일과 유사한 형태의 인맥자본주의 회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이 있었습니다. 김앤장엔 이헌재 전 부총리를 비롯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수많은 정부,검찰인사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 멀쩡한 은행이 부실은행으로 둔갑해 헐값에 팔려나갈지라도 법적으론 아무 문제도 없고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제야 본 궤도에 오른 이 칼라일이라는 회사를 통해 이런 안면자본주의 회사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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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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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은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생각을 직관에 의지합니다.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가 화가 난 것을 순식간에 알아채거나, 1+1과 같은 수학식을 봤을때 생각한다는 자각 없이도 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직관은 평향된 사고를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직관적 판단은 적절하지만, 항상 옳지는 않습니다.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를 두가지로 구분함으로서 어떤 경우에 어떤 시스템이 구현되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합니다. 그 두가지의 시스템을 시스템1, 시스템2 라고 명명합니다.

시스템1은 직관적사고 입니다. 이 사고는 자발적인 통제에 대한 감각 없이 힘들이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빠르게 작동합니다. 이 사고의 특징들로는 인상, 느낌, 성향을 만드며, 시스템2의 승인을 받으면 이들은 믿음, 태도, 의도로 변합니다. 모호함을 무시하고 의심을 억제하며 의도한 것 이상으로 계산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득보다 실에 더 강력히 반응하기도 하고 시스템2에 의해 특정 패턴이 감지되면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시스템1은 유기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풀어야 하는 주요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진화하며 그 모양을 형성해 왔습니다. 이런 능력은 위험한 세상에서의 생존율을 높여주며, 반복 학습함으로서 전문화된 능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능숙한 체스 선수는 일반인이 깊게 생각해야 하는 수, 시스템2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시스템1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2는 이성적사고 입니다. 이 사고는 깊고 느리게 생각합니다. 352*381처럼 직관적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 작동합니다. 이 시스템은 복잡한 계산을 포함해서 관심이 요구되는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에 관심을 할당하는데, 굉장히 게으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니얼 길버트가 '정신 시스템이 믿는 방법'이라는 논문에서 말하길 시스템2가 어떤 식으로건 개입하지 못하면 우리는 거의 모든것을 믿게 됩니다. 시스템1은 속기 쉽고 믿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시스템2는 의심과 의혹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입니다. 시스템2가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 중에는 행복한 분위기도 포함되는데, 행복할때는 시스템2가 판단에 미치는 통제력을 약화시킵니다. 좋은 분위기일때 사람들은 더 직관적이고 창조적이 되는 반면, 경계를 풀고 논리적인 오류에 빠져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자아비판은 시스템2의 기능입니다. 그러나 태도의 맥락에서 보면 시스템2는 시스템1의 감정들을 비판하기보다는 옹호하는 성향이 더 강합니다. 시스템2는 그런 감정들을 강요하기보다는 승인하는 역할을 하는데, 시스템2의 정보와 주장의 검색 범위는 주로 기존 믿음들을 따져보려는 의도보다는 기존 믿음들과 통하는 정보로 한정됩니다. 그 예로 린다문제 를 들 수 있습니다. '린다는 서른한 살의 미혼 여성이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매우 똑똑하다. 철학을 전공했다. 학생 때는 차별과 사회 정의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았고 반핵데모에도 참여했다.' 이런 린다에 관한 시나리오들이 적힌 목록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거의 모든 사람은 린다가 '은행텔러'에 어울리기보다는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에 더 어울린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형적인 은행텔러는 페미니스트 운동을 하지 않으며, 그런 내용을 린다의 묘사에 덧붙일 경우 더 정합성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는 은행 텔러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의 집합은 은행 텔러의 집합에 100퍼센트 포함됩니다. 따라서 린다가 페미니스트 여성 텔러일 확률은 그녀가 은행 텔러일 가능성보다 낮지만 사람들은 페미니스트 은행 텔러의 시나리오를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스템1인 대표성의 직관과 시스템2인 확률의 논리 사이에 갈등을 유발합니다.

시카고대 교수 크리스토퍼 시는 식기류 가격을 매기는 실험을 행했다. 집합A는 31개의 상태좋은 접시와 7개의 깨진 접시였고 집합B는 24개의 상태좋은 접시였다. 두 집합에 속한 접시들의 품질이 같다고 가정하면 어떤 집합의 접시 가치가 더 높을까? 이는 쉬운 질문이다. 집합A에는 집합B의 모든 접시뿐 아니라 7개의 온전한 접시들이 추가로 더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집합A의 가치가 더 높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평가에서는 집합A는 23달러의 평가를 받은 반면, 집합B는 33달러를 받았다. 집합은 표준과 전형에 따라 대표되기 때문이다. 누구도 깨진 접시를 돈주고 사려 하진 않기 때문에 접시의 평균 가치가 B보다 A가 낮다는 것을 즉시 감지할 수 있다. - p.231 

시스템1의 특징인 인지적 편향은 목표에 집중하고, 계획의 기준을 정하지만 적절한 기준율을 무시함으로서 자신을 계획 오류에 노출시키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믿음을 지나치게 과신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CEO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데, 경제학자 울리케 말멘디어와 제프리 테이트는 기업 경영자들이 본인의 생각만큼 유능하지 못하다는 '교만 가설'을 입증합니다. 낙관적인 CEO들은 남보다 인수 대상 기업들을 고평가하고 가치를 깎아내리는 합병을 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자기과신에 빠진 CEO가 만든 해악은 언론이 그를 유명인사 취급할 때 더욱 심화됩니다. 언론의 수상 경력이 있는 CEO를 둔 기업들은 수상 이후 주가와 경영실적 모두 부진해지지만, CEO가 받는 보상금은 올라갑니다. 수상을 받은 CEO는 저술과 사외이사 등 회사 업무 외 활동들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실적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스템1의 가능성은 기존 경제학 및 심리학 이론의 수정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는 미시경제학에서, 임의의 두 재화를 변수로 하는 좌표평면상에서 소비자가 인지하기에 효용이 무차별한 두 재화의 조합을 나타내는 그래프인 무차별 곡선인데, 이 곡선은 어떤 형태로든 지난 1세기 동안 출간된 모든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했고, 무수히 많은 학생들이 그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 곡선의 이론적 모델이 가진 힘과 우아함 때문에 학생과 교사들은 결함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지만 이 이론이 현실에 대입되었을때 현실과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책에서는 표준 무차별 곡선 모델이 예상하지 못하는 선택의 두가지 측면을 조명합니다. 취향은 고정되지 않고 기준점과 함께 변한다는 것과, 변화의 단점이 장점보다 커 보이기 때문에 현상태를 선호하는 편향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직관적 판단인 시스템1은 경제이론을 떠나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그것에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여러 사례를 들며 저자는 우리의 행동이 시스템1과 시스템2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시스템1은 정보 처리에 도움이 되는 인지적 편안함을 만들어주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일 때 경고 신호를 보내주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막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보면 간단합니다. 인지적 지뢰밭에 있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고, 시스템2에게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스템1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잘못이 비롯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옳은 일들도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옳은 선택을 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정기적으로 시스템1의 인도를 받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적절하고 합리적입니다. 또한 시스템2가 합리성의 모범인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2의 능력은 제한적이며, 그것이 접근 가능한 지식 역시 제한적입니다. 사람은 추론할 때 저지르는 오류가 항상 거슬리고 옳지 않은 직관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닙니다. 시스템2의 기능 때문에 생겨나는 오류 또한 존재합니다. 시스템2의 도움을 받고자 할때도 불행하게도 이처럼 지각 있는 절차는 가장 필요할 때 정작 지나칠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을 때 가장 하기 싫은것은 더 많은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시스템1에 대해 시스템2의 도움을 받을 준비와 각오를 할 것, 그리고 시스템2라는 생각에 관한 생각 또한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비로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과제에 대해 좀더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를 소유함으로써, 꾸준히 오류를 찾아내고 이해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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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 이펙트 -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9가지 망상
필 로젠츠바이크 지음, 이주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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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기업들은 특별함과 공통점이 존재하는가? 이 책은 경영서적에서 흔히 제기되는 성공비결에 관한 통념이 거짓이라고 지적합니다. 후광효과와 그 영향력, 그리고 실제 베스트셀러가 된 경영서적들이 지목했던 초우량 기업들의 결과를 실증적으로 제시함으로서 성공에 대한 통념이 오히려 성공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고 지목합니다.

CEO의 평판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그 기업이 최근 성공중인지 몰락중인지 잘 알고 있다면 이런 지식은 후광효과를 만듭니다. 성공한 기업의 CEO는 유연하고 체계적이며, 단호한 사람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 년 후 그 기업의 상황이 아주 악화되었다면, 동일한 CEO는 이제 완고하고 고집스러우며, 권위주의적인 사람으로 묘사될 것입니다. 두 가지 묘사는 각 당시에는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공한 리더를 완고하고 권위주의적이라고 하거나, 실패한 리더를 유연하고 체계적이라고 평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후광효과는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인과관계의 순서를 뒤바꿔서 보기도 합니다. 사실은 기업이 몰락하기 때문에 CEO가 고집스러워 보이는 것인데도, 오히려 CEO가 고집스러워 기업이 실패했다고 믿어버립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ABB의 CEO 바네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이다. -  엘리엇 애론슨 

ABB가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을 때 바네빅은 개인숭배의 초점이었고 슈퍼맨의 힘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는 카리스마적이고 대담한 비전가로 설명되었습니다. ABB의 기업문화, 조직구조 또한 찬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ABB의 회사구조야 말로 신세기를 열어나갈 롤모델이라고 수많은 미디어에서 극찬을 합니다. 하지만 실적이 추락하자 바네빅은 오만하고 제왕적이고 비판을 거부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혁신적이라고 평가되었던 회사구조는 마찰 및 의사소통의 문제를 야기하는 구조로 변화합니다.

바네빅은 전설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중반 4년 연속으로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CEO 및 회장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유럽의 잭 웰치로도 불렸다. 급기야 1996년 한국경영학회는 바네빅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명명했다.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의 추앙이었다. - p.78

이러한 후광효과는 기록에 의해 잘 입증되는 사례인 면접시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출신학교에 따라 동일한 대답도 일류학교 출신은 좀 더 똑똑하고 영리하고 성공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반면, 지방학교 출신은 덜 영리하고 동일한 외모도 약간 덜 인상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례입니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명언에 30세 무직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와 같은 것도 후광효과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후광효과가 불가피하지는 않습니다. 후광이 부여되는 경향을 알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입시지원자를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덮어둔 채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러한 기법이 실제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서점으로 배포된 때는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부상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1982년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도요타와 혼다의 자동차, 니콘과 캐논 그리고 올림푸스의 카메라, 소니와 도시바 그리고 샤프의 텔레비전으로 포위되었다. 메이드 인 재팬은 고품질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서점의 서가는 일본의 경영기법과 같은 책들로 넘쳐났다. 이런 와중에《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미국에도 경영기법이 있고, 그것은 아주 효과적이라는 표지를 달고 나왔다. 이처럼 시의적절하고 열렬하게 환영받은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시대에 부합하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애국적이기까지 했다. - p.152 

후광효과와 결과 편향이 결합해 성공한 기업들의 체계적인 조사 결과에서 경영이론을 이끌어내려는 책들은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8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성공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이 책에는 18개 경쟁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성공과 실패 분석이 들어 있는데, 이 도서의 기본 메시지는 좋은 경영 관행을 찾아낼 수 있고, 좋은 경영 관행에는 좋은 실적이라는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한 초우량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실적이 우수하지 못했을 뿐더러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콜린스와 포라스의《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단순히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했음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반쪽 진실에 불과했고, 따라서 콜린스와 포라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각각의 비전기업에 대해 하나의 비교기업을 대응시키는 방식으로《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비해선 과학적 발전이 있었지만, 이 책 역시 기업 사이의 차이는 실적을 결정짓는 차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실적에 근거한 추론에 불과했습니다.《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연구되었던 성공한 기업들과 덜 성공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 수익률의 차이는 책이 나온 이후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불변의 공식 4+2》은 기존의 서적이 시간적 인과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시간적 변화과정을 도입했지만, 역시 후광효과의 영향력을 피하진 못했습니다.《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대약진을 이룬 기업들과 그러지 못한 기업들에 대해 기존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성공 기업 집단을 조사해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모두 빌딩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 p.162 

두 가지 대중 경제경영서 장르를 살펴보면 착각을 확신하는 욕구가 충족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장르란 특정 개인과 기업의 성공과 몰락의 역사, 그리고 성공한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의 차이 분석입니다. 이런 이야기들, 즉 성공담과 실패담은 리더십 스타일과 경영 관행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과장하기 때문에 별로 유용하지 못합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최악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보다 주가 수익률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성공 원리의 망상은 대다수의 경영서적에서 근본적인 허구를 만들어냅니다. 즉, 기업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위대함을 목표로 선택할 수 있고, 몇 가지 핵심 지침을 따르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으며, 성공은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 나름이고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에 달려있지 않다는 허구를 창출합니다. 하지만 외부요인, 운과 같은 요소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더 성공하거나 덜 성공한 기업의 비교는 사실 더 운이 좋거나 덜 운이 좋은 기업의 비교나 마찬가지이다. 운의 중요성을 안다면 기업 사이의 비교로부터 상당히 일관된 패턴이 등장할 때 특히 의심해야 한다. 임의성이 존재하면 정규 패턴들은 신기루뿐일 수 있다. 운은 일류 기업의 성공이나 그보다는 처지는 기업의 성과에나 모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담은 인간이 간절히 원하는 것, 즉 명확한 원인을 밝혀주고 운과 회귀의 불가피성이 갖는 결정적 힘을 무시하는 단순한 성패의 메시지를 제공하며 공감을 산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해의 착각을 유발하고 유지하면서, 교훈들을 믿고 싶어 안달 난 독자들에게 전혀 지속성 없는 가치를 가진 교훈만 선사할 뿐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p.286

베스트셀러 경영서적에서 주장하는 어떤 연구도 타당성을 앗아간 핵심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대중적인 언론기사나 경영대학원의 사례조사 및 회고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자료가 후광효과로 채색되었다는 문제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초우량 기업의 조건》과《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반면,《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불변의 공식 4+2》는 그럭저럭 성공한 축에 든 편이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책의 판매성과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그것은《초우량 기업의 조건》과《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 좀 더 우수한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두 책은 실행중시, 핵심 사업에 집중, 현장경영, 느슨하면서도 빈틈없는 관리, 크고 도전적이고 대담한 목표, 시계 만들어주기, 사교 등의 인상적인 문구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반해《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불변의 공식 4+2》는 전략과 실행, 기업문화와 조직 같은 전통적인 용어들을 구사했습니다.《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더 좋은 스토리였습니다. 이 책은 전형적인 이야기구도인 가난뱅이에서 부자로를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도전하면 누구나 성공이라는 비즈니스의 성배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합니다.

상관관계방식은 인과관계 가설을 제시하는 데 아주 유용하지만 과학적 증명방식은 아니다. 상관관계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 에드윈 로크 

이런 후광효과를 비롯해 여러가지 망상을 배제하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훌륭하고 탄탄한 사회과학적 연구결과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연구결과는 고무적이기도 합니다. 매리앤 버트랜드와 앙투아넷 쇼의 연구결과는 다른 요인들이 동일할 경우 경영자의 경영스타일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대략 4퍼센트라고 밝혔습니다. 닉 블룸과 스티븐 도건의 연구는 특정 경영관행들이 기업실적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실적변동의 10퍼센트를 설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생산이나 고객서비스에서 인력관리와 재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모범관행을 채택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실적을 10퍼센트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경영서적들이 완전히 무의미한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베스트셀러 경영서적들에서도 주장하는 모범적인 경영기법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성공확률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경영관행을 채택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주장에 비하면 훨씬 호소력이 떨어졌습니다. 700개 기업의 평균 10퍼센트의 실적차이를 나타낸다면, 그것이 내 기업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해주지 못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세심하고 철저히 수행된 훌륭한 사회과학적 연구였지만, 책과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성공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엔 왕도란 존재하지 않음을 자각하라고 말합니다. 전략은 언제나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경영학 대가들의 조언을 무비판적으로 들어선 안되는 냉철한 이성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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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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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가격 이라는 것은, 양배추 가격은 '1,000원'과 같은 형태를 지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격이라는 것은 이런 가격 뿐만이 아니라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사랑이나 노력, 시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속에도 가격적인 개념인 비용과 이윤이 포함되어 있으며, 결론적으로 가격은 우리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생명의 가격, 행복의 가격, 공짜의 가격, 미래의 가격 등의 해석을 통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혹은 무의식적으로만 인식했던 가격의 힘을 들려 줍니다.

가격은 개인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왜 동물보호 운동은 미국인들이 콩고나 멕시코 사람들보다 더 열정적일까? 이런 개인적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가격은 그 답을 제시합니다. 미국인들이 동물보호 운동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미국인들이 더 자비로워서가 아닌 소를 고통 없이 죽이는 것은 비용이 더 들어가며, 많은 미국인들은 그것을 감당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타 주립 대학 경제학자들이 수행한 2005년 조사에서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고통 없이 도살된 동물의 고기를 사기 위해 9퍼센트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멕시코에서 육류가격의 9퍼센트 상승은 고기 소비량을 5퍼센트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스라엘 탁아소에서 있었던 일련의 실험은 가격이 사람의 양심마저 결정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탁아소에 자신의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은 죄책감을 느꼈지만, 지각에 대한 벌금이 도입되자 벌금을 냄으로서 지각이 아닌 자신이 구입한 서비스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역사의 격류 속에서 가격은 그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제어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 법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일부일처제 또한 그러한 것중 하나입니다.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의 변화는 어떠한 요소에 영향을 받았는가? 일부다처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러한 인류의 짝짓기 전략은 가격적인 요소에 많이 좌우됩니다. 일부다처제는 남성들에게 있어서 많은 금전적 부담을 요구했고, 결국 남성들은 점점 일부일처제를 선호합니다. 일부다처제는 부자가 모든 여성들을 매점하고 가난한 사람을 유전자 풀에서 탈락시키기 때문에 불균형을 고착시켰고, 이러한 행위는 사회적 관계의 악순환을 야기합니다. 결국 일부일처제는 경제가 발전한 대규모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응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발전합니다. 또한 노예제도의 변화 또한 가격적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근로 조건에 대한 사회의 선택은 가치관이나 도덕보다는 노동의 조직 방식에 따른 수익성과 관련되었습니다. 사회가 노예제냐 아니냐는 어느쪽이 더 저렴한가에 좌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예제가 사라진 이유는, 평균적으로 노동자들이 너무 저렴해서 굳이 노예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방 최저 임금은 30년 전보다 낮아졌다. 게다가 국제화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값싼 노동력을 풍부하게 제공받게 되었다. 2010년 베트남 정부는 월 최저임금을 40달러로 올렸다. 노예들도 이보다는 싸지 않을 것이다. - p.179

이러한 가격의 해석은 사회의 현상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뇌물과 로비는 둘다 비도덕적인 행위인데, 왜 어떤 나라에서는 뇌물을 주고, 어떤 나라에서는 로비를 하는가에 대한 답변도 가격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부패와 로비로 나뉘는 문화의 핵심적 차이는 권력을 사는 방식에 있어서 돈의 가격에 달려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유권자의 표가 더 비싸기 때문에, 선진국의 대기업들은 법을 개정하기 위해 돈으로 정치가를 설득하는 행위인 로비를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후진국에서는 뇌물을 사용합니다.

가격이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입장은 자발적인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자유로운 교환이 자원을 가장 이롭게 분배시킬 수 있다는 통찰로 바뀌었고, 그것은 시장의 완벽함에 대한 맹신으로 변했습니다. 이러한 이념의 씨앗은 19세기 비엔나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중반을 지난 30년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파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대학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무조건 비효율적이며 틀린것이고 사회를 정당하게 조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시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1970년대에 합리적 기대 이론으로 확대되었으며 이 관점의 영향력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영국의 마가렛 대처가 권력을 잡고 난 1980년대에 그 절정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시장의 합리적 이론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틀렸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블라인드 평가에서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와인들이 라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자동차 번호판을 비싼 값을 주고 경매에서 구입하고, 다이아몬드가 보석중에서 흔한 부류임에도 불구하고 드비어스사의 전략적 광고를 통해 다이아몬드가 훨씬 비싸게 팔리는 것들은 시장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로부터 한가지를 배운다면 통제되지 않는 시장에 의해 정해진 가격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다시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위해선 가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하고, 가격이 모든 분야에 걸친 인간의 활동에서 선택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경제학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지저분하고 수학적으로 덜 고상한 불확실한 분야가 되었지만, 세상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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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즈니스
폴 뉴먼,A. E. 허츠너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연구원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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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어느날, 한 사내가 지하실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커다란 빨래통에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선물로 나눠주려는 것이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샐러드 드레싱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드레싱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손수 만든 이유는 그 당시의 거의 모든 시중의 제품은 설탕, 인공색소, 방부제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드레싱을 먹지 않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선물로 나눠줄 만큼 만들고도 상당한 양이 남았기 때문에, 인근 식품점에 팔면 그 돈으로 낚시를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폴 뉴먼. 그는 '영광의 탈출', '내일을 향해 쏴라'와 같은 작품을 포함한 6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4편의 브로드웨이 연극에 출연한 유명 배우였습니다.

폴 뉴먼은 친구 허츠너와 함께 샐러드 드레싱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했고, 많은 전문가들은 그들의 프로젝트를 가망없다고 평가합니다. 뉴먼의 드레싱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았고, 제품보존을 위한 EDTA또한 첨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하기 힘들다고 조언합니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건조한 마늘과 양파를 쓰던 관행을 깨고 신선한 마늘과 양파를 사용하는것도 전문가들이 보기엔 실패할 요인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뉴먼과 허츠너는 막무가내였고, 그들의 신념대로 뉴먼의 드레싱이 만들어져 이미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판매중인 수십종류에 달하는 드레싱들과 경쟁하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였습니다. 샐러드 드레싱의 성공을 바탕으로 스파게티 소스 또한 천연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었고, 이 또한 성공을 거둡니다. 스파게티 소스를 판매하게 된 계기도 화학첨가제와 인공색소를 잔뜩 첨가한 시중의 스파게티 소스맛에 분노한 뉴먼이 파스타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생각한데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팝콘, 레모네이드 등 뉴먼의 생활에서 경험한 제품들을 출시했고 연달아 성공을 거둡니다.

이 드레싱이 성공하는 요인은 뉴먼의 이름이나 회사의 비영리적 취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맛에 있습니다. - 딕 폰테 

뉴먼과 허츠너는 샐러드와 팝콘, 스파게티 소스로 얻은 수익금 전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합니다. 암센터, 양육원, 복지회, 에이즈연구 재단등과 같은 주요 자선단체부터 버스가 없어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에 스쿨버스를 보내는 일까지 다양한 범위에 걸쳐 기부활동을 시작합니다. 이런 자선활동 뿐만 아니라 뉴먼과 허츠너는 가장 하고 싶었던 일,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마련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화상을 입은 아이들, 암에 걸린 아이들, 백혈병에 걸린 아이들이 뉴먼과 허츠너가 만든 산골짜기 갱단이란 캠프에 와서 즐거운 경험을 쌓기 시작합니다. 이런 뉴먼과 허츠너의 캠프에 영감을 얻은 다른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캠프를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일들을 시작합니다. 수많은 캠프가 설립되었고, 의료계에서도 이런 일시적인 휴식을 제공하는 개념으로서 캠프를 의학적으로 훌륭한 치료법이라고 말하며 효능을 인정합니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이러한 캠프가 확산됩니다.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사치롭게 살고 있기에 우리처럼 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범죄와 다름없다. 나는 운이 무척 좋았기 때문에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그들보다 불운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 뉴먼 

한 사람이 지하실에서 샐런드 드레싱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 이 비즈니스는 화학조미료 일색이던 시장에 천연재료, 무방부제 제품을 들여와 식품산업의 체제를 변화시키며 연매출 1억달러가 넘는 회사 뉴먼스 오운을 낳았고,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금 전액을 자선활동에 기부합니다. 폴 뉴먼은 회사에서 한푼의 월급도 받지 않았고, 그가 사회에 공헌한 기부금은 2억 8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뉴먼스 오운은 뉴먼의 개인 기업이지만, 개인적 이윤 추구에 사용하지 않고 수익 전액을 사회에 사용함으로서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고통스러운 병과 싸우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뉴먼과 허츠너의 비즈니스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비즈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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