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이펙트 -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9가지 망상
필 로젠츠바이크 지음, 이주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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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공하는 기업들은 특별함과 공통점이 존재하는가? 이 책은 경영서적에서 흔히 제기되는 성공비결에 관한 통념이 거짓이라고 지적합니다. 후광효과와 그 영향력, 그리고 실제 베스트셀러가 된 경영서적들이 지목했던 초우량 기업들의 결과를 실증적으로 제시함으로서 성공에 대한 통념이 오히려 성공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고 지목합니다.

CEO의 평판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그 기업이 최근 성공중인지 몰락중인지 잘 알고 있다면 이런 지식은 후광효과를 만듭니다. 성공한 기업의 CEO는 유연하고 체계적이며, 단호한 사람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일 년 후 그 기업의 상황이 아주 악화되었다면, 동일한 CEO는 이제 완고하고 고집스러우며, 권위주의적인 사람으로 묘사될 것입니다. 두 가지 묘사는 각 당시에는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공한 리더를 완고하고 권위주의적이라고 하거나, 실패한 리더를 유연하고 체계적이라고 평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후광효과는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인과관계의 순서를 뒤바꿔서 보기도 합니다. 사실은 기업이 몰락하기 때문에 CEO가 고집스러워 보이는 것인데도, 오히려 CEO가 고집스러워 기업이 실패했다고 믿어버립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ABB의 CEO 바네빅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이다. -  엘리엇 애론슨 

ABB가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을 때 바네빅은 개인숭배의 초점이었고 슈퍼맨의 힘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는 카리스마적이고 대담한 비전가로 설명되었습니다. ABB의 기업문화, 조직구조 또한 찬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ABB의 회사구조야 말로 신세기를 열어나갈 롤모델이라고 수많은 미디어에서 극찬을 합니다. 하지만 실적이 추락하자 바네빅은 오만하고 제왕적이고 비판을 거부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혁신적이라고 평가되었던 회사구조는 마찰 및 의사소통의 문제를 야기하는 구조로 변화합니다.

바네빅은 전설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중반 4년 연속으로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CEO 및 회장으로 선정되었다. 그는 유럽의 잭 웰치로도 불렸다. 급기야 1996년 한국경영학회는 바네빅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명명했다.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의 추앙이었다. - p.78

이러한 후광효과는 기록에 의해 잘 입증되는 사례인 면접시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출신학교에 따라 동일한 대답도 일류학교 출신은 좀 더 똑똑하고 영리하고 성공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반면, 지방학교 출신은 덜 영리하고 동일한 외모도 약간 덜 인상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례입니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명언에 30세 무직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와 같은 것도 후광효과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후광효과가 불가피하지는 않습니다. 후광이 부여되는 경향을 알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입시지원자를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덮어둔 채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러한 기법이 실제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서점으로 배포된 때는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부상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1982년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도요타와 혼다의 자동차, 니콘과 캐논 그리고 올림푸스의 카메라, 소니와 도시바 그리고 샤프의 텔레비전으로 포위되었다. 메이드 인 재팬은 고품질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서점의 서가는 일본의 경영기법과 같은 책들로 넘쳐났다. 이런 와중에《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미국에도 경영기법이 있고, 그것은 아주 효과적이라는 표지를 달고 나왔다. 이처럼 시의적절하고 열렬하게 환영받은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시대에 부합하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애국적이기까지 했다. - p.152 

후광효과와 결과 편향이 결합해 성공한 기업들의 체계적인 조사 결과에서 경영이론을 이끌어내려는 책들은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은 8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성공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이 책에는 18개 경쟁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성공과 실패 분석이 들어 있는데, 이 도서의 기본 메시지는 좋은 경영 관행을 찾아낼 수 있고, 좋은 경영 관행에는 좋은 실적이라는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제시한 초우량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실적이 우수하지 못했을 뿐더러 평균값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콜린스와 포라스의《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단순히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했음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반쪽 진실에 불과했고, 따라서 콜린스와 포라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각각의 비전기업에 대해 하나의 비교기업을 대응시키는 방식으로《초우량 기업의 조건》에 비해선 과학적 발전이 있었지만, 이 책 역시 기업 사이의 차이는 실적을 결정짓는 차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실적에 근거한 추론에 불과했습니다.《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연구되었던 성공한 기업들과 덜 성공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 수익률의 차이는 책이 나온 이후 거의 무의미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불변의 공식 4+2》은 기존의 서적이 시간적 인과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시간적 변화과정을 도입했지만, 역시 후광효과의 영향력을 피하진 못했습니다.《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대약진을 이룬 기업들과 그러지 못한 기업들에 대해 기존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성공 기업 집단을 조사해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모두 빌딩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 p.162 

두 가지 대중 경제경영서 장르를 살펴보면 착각을 확신하는 욕구가 충족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장르란 특정 개인과 기업의 성공과 몰락의 역사, 그리고 성공한 기업과 덜 성공한 기업의 차이 분석입니다. 이런 이야기들, 즉 성공담과 실패담은 리더십 스타일과 경영 관행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과장하기 때문에 별로 유용하지 못합니다.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최악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보다 주가 수익률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성공 원리의 망상은 대다수의 경영서적에서 근본적인 허구를 만들어냅니다. 즉, 기업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위대함을 목표로 선택할 수 있고, 몇 가지 핵심 지침을 따르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으며, 성공은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 나름이고 통제 불가능한 외부요인에 달려있지 않다는 허구를 창출합니다. 하지만 외부요인, 운과 같은 요소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더 성공하거나 덜 성공한 기업의 비교는 사실 더 운이 좋거나 덜 운이 좋은 기업의 비교나 마찬가지이다. 운의 중요성을 안다면 기업 사이의 비교로부터 상당히 일관된 패턴이 등장할 때 특히 의심해야 한다. 임의성이 존재하면 정규 패턴들은 신기루뿐일 수 있다. 운은 일류 기업의 성공이나 그보다는 처지는 기업의 성과에나 모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담은 인간이 간절히 원하는 것, 즉 명확한 원인을 밝혀주고 운과 회귀의 불가피성이 갖는 결정적 힘을 무시하는 단순한 성패의 메시지를 제공하며 공감을 산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해의 착각을 유발하고 유지하면서, 교훈들을 믿고 싶어 안달 난 독자들에게 전혀 지속성 없는 가치를 가진 교훈만 선사할 뿐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p.286

베스트셀러 경영서적에서 주장하는 어떤 연구도 타당성을 앗아간 핵심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대중적인 언론기사나 경영대학원의 사례조사 및 회고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자료가 후광효과로 채색되었다는 문제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초우량 기업의 조건》과《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반면,《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불변의 공식 4+2》는 그럭저럭 성공한 축에 든 편이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책의 판매성과가 어디에 달려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그것은《초우량 기업의 조건》과《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이 좀 더 우수한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두 책은 실행중시, 핵심 사업에 집중, 현장경영, 느슨하면서도 빈틈없는 관리, 크고 도전적이고 대담한 목표, 시계 만들어주기, 사교 등의 인상적인 문구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반해《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불변의 공식 4+2》는 전략과 실행, 기업문화와 조직 같은 전통적인 용어들을 구사했습니다.《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더 좋은 스토리였습니다. 이 책은 전형적인 이야기구도인 가난뱅이에서 부자로를 철저히 지키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도전하면 누구나 성공이라는 비즈니스의 성배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합니다.

상관관계방식은 인과관계 가설을 제시하는 데 아주 유용하지만 과학적 증명방식은 아니다. 상관관계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 에드윈 로크 

이런 후광효과를 비롯해 여러가지 망상을 배제하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훌륭하고 탄탄한 사회과학적 연구결과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연구결과는 고무적이기도 합니다. 매리앤 버트랜드와 앙투아넷 쇼의 연구결과는 다른 요인들이 동일할 경우 경영자의 경영스타일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대략 4퍼센트라고 밝혔습니다. 닉 블룸과 스티븐 도건의 연구는 특정 경영관행들이 기업실적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실적변동의 10퍼센트를 설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생산이나 고객서비스에서 인력관리와 재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모범관행을 채택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실적을 10퍼센트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경영서적들이 완전히 무의미한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베스트셀러 경영서적들에서도 주장하는 모범적인 경영기법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성공확률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경영관행을 채택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주장에 비하면 훨씬 호소력이 떨어졌습니다. 700개 기업의 평균 10퍼센트의 실적차이를 나타낸다면, 그것이 내 기업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해주지 못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세심하고 철저히 수행된 훌륭한 사회과학적 연구였지만, 책과는 다르게 실질적으로 성공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엔 왕도란 존재하지 않음을 자각하라고 말합니다. 전략은 언제나 위험을 수반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경영학 대가들의 조언을 무비판적으로 들어선 안되는 냉철한 이성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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