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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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가격 이라는 것은, 양배추 가격은 '1,000원'과 같은 형태를 지닙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격이라는 것은 이런 가격 뿐만이 아니라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사랑이나 노력, 시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속에도 가격적인 개념인 비용과 이윤이 포함되어 있으며, 결론적으로 가격은 우리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생명의 가격, 행복의 가격, 공짜의 가격, 미래의 가격 등의 해석을 통해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혹은 무의식적으로만 인식했던 가격의 힘을 들려 줍니다.

가격은 개인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왜 동물보호 운동은 미국인들이 콩고나 멕시코 사람들보다 더 열정적일까? 이런 개인적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가격은 그 답을 제시합니다. 미국인들이 동물보호 운동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미국인들이 더 자비로워서가 아닌 소를 고통 없이 죽이는 것은 비용이 더 들어가며, 많은 미국인들은 그것을 감당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타 주립 대학 경제학자들이 수행한 2005년 조사에서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고통 없이 도살된 동물의 고기를 사기 위해 9퍼센트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멕시코에서 육류가격의 9퍼센트 상승은 고기 소비량을 5퍼센트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스라엘 탁아소에서 있었던 일련의 실험은 가격이 사람의 양심마저 결정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탁아소에 자신의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은 죄책감을 느꼈지만, 지각에 대한 벌금이 도입되자 벌금을 냄으로서 지각이 아닌 자신이 구입한 서비스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역사의 격류 속에서 가격은 그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제어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 법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일부일처제 또한 그러한 것중 하나입니다.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의 변화는 어떠한 요소에 영향을 받았는가? 일부다처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러한 인류의 짝짓기 전략은 가격적인 요소에 많이 좌우됩니다. 일부다처제는 남성들에게 있어서 많은 금전적 부담을 요구했고, 결국 남성들은 점점 일부일처제를 선호합니다. 일부다처제는 부자가 모든 여성들을 매점하고 가난한 사람을 유전자 풀에서 탈락시키기 때문에 불균형을 고착시켰고, 이러한 행위는 사회적 관계의 악순환을 야기합니다. 결국 일부일처제는 경제가 발전한 대규모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응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발전합니다. 또한 노예제도의 변화 또한 가격적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근로 조건에 대한 사회의 선택은 가치관이나 도덕보다는 노동의 조직 방식에 따른 수익성과 관련되었습니다. 사회가 노예제냐 아니냐는 어느쪽이 더 저렴한가에 좌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예제가 사라진 이유는, 평균적으로 노동자들이 너무 저렴해서 굳이 노예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방 최저 임금은 30년 전보다 낮아졌다. 게다가 국제화 때문에 제조업자들은 값싼 노동력을 풍부하게 제공받게 되었다. 2010년 베트남 정부는 월 최저임금을 40달러로 올렸다. 노예들도 이보다는 싸지 않을 것이다. - p.179

이러한 가격의 해석은 사회의 현상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뇌물과 로비는 둘다 비도덕적인 행위인데, 왜 어떤 나라에서는 뇌물을 주고, 어떤 나라에서는 로비를 하는가에 대한 답변도 가격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부패와 로비로 나뉘는 문화의 핵심적 차이는 권력을 사는 방식에 있어서 돈의 가격에 달려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유권자의 표가 더 비싸기 때문에, 선진국의 대기업들은 법을 개정하기 위해 돈으로 정치가를 설득하는 행위인 로비를 더 선호합니다. 하지만 후진국에서는 뇌물을 사용합니다.

가격이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입장은 자발적인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자유로운 교환이 자원을 가장 이롭게 분배시킬 수 있다는 통찰로 바뀌었고, 그것은 시장의 완벽함에 대한 맹신으로 변했습니다. 이러한 이념의 씨앗은 19세기 비엔나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중반을 지난 30년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파라고 할 수 있는 시카고대학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무조건 비효율적이며 틀린것이고 사회를 정당하게 조직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시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1970년대에 합리적 기대 이론으로 확대되었으며 이 관점의 영향력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영국의 마가렛 대처가 권력을 잡고 난 1980년대에 그 절정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시장의 합리적 이론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틀렸음이 입증되었습니다. 블라인드 평가에서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와인들이 라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자동차 번호판을 비싼 값을 주고 경매에서 구입하고, 다이아몬드가 보석중에서 흔한 부류임에도 불구하고 드비어스사의 전략적 광고를 통해 다이아몬드가 훨씬 비싸게 팔리는 것들은 시장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우리가 경제로부터 한가지를 배운다면 통제되지 않는 시장에 의해 정해진 가격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다시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위해선 가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하고, 가격이 모든 분야에 걸친 인간의 활동에서 선택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경제학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지저분하고 수학적으로 덜 고상한 불확실한 분야가 되었지만, 세상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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