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세계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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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의 결혼한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본질적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겐 새로운 정체성, 즉 누구의 아내, 혹은 누구의 엄마를 사회로부터 부여받습니다. 인문학자이자 시인, 비평가이자 소설가로 이미 유명해진 저자 시리 허스트베트조차도, 작가로서의 그녀와 유명 작가 폴 오스터의 아내로서의 그녀 중 어느것이 사람들에게 먼저 생각날 지 모르겠습니다.《불타는 세계》는 시리 허스트베트만큼 재능있는, 완전하면서도 불완전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해리엇은 개성있는 외모와 뛰어난 지성, 훌륭하면서도 조금 기괴한 미적 감각을 가진 여성 예술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아주 영향력이 많은 유명 미술상의 부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겼습니다. 무명 예술가와 유명 미술상의 부인. 사람들은 그녀를 예술가로서 보지 않았습니다. 해리엇은 재능과 욕망을 억누르고 유명인의 아내이자 파티의 안주인, 남매의 어머니의 삶을 살아갑니다. 유명한 미술상이었던 남편이 죽은 뒤, 그녀는 다시 예술가가 됩니다. 그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녀의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발표된 이름은 그녀가 도와줬던 젊은 사람들, 바로 남자들이었습니다.

전부는 아니라도 많은 여자들이 바람직한 성적 대상으로서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야 각광을 받았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여성 미술가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뉴욕 갤러리들이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작품을 훨씬 덜 다룬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갤러리들의 절반을 여자들이 경영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작품을 다루는 곳은 시내 모든 갤러리의 20퍼센트 언저리에 머문다.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들도 나을 게 없고, 현대 미술에 대해 다루는 잡지들도 마찬가지다. 여성 예술가라면 누구나 남성 기득권의 음험한 확산에 맞닥뜨리게 된다. 거의 예외 없이 남성의 예술작품은 여성의 예술작품보다 훨씬 더 값이 비싸다. 달러가 말해준다. - p.118


아무 관심도 끌지 못했던 그녀의 작품은, 젊은 백인 남성 작가의 이름을 단 순간, 현대미술의 파격적 시도이자 깊고 다양한 의도를 지닌 훌륭한 예술작품이 됩니다. 남자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는 전부 성공을 거둡니다. 그것은 그녀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것이 아니였고, 이름을 빌려준 젊은 백인 남성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이 아니였습니다. 장래가 유망한 그를 유명하게 해줬지만 동시에 그를 파괴시켰고, 수많은 비평가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동시에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모습과 의도를 반영하기에 예술가의 것이지만, 동시에 예술가의 품에서 떠나 하나의 기표가 됩니다.

수수께끼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가 남긴 사진을 통해 그녀의 삶을 추적한 다큐멘터리처럼, 시리 허스트베트는 타인의 가면을 쓰고 현대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한 작품을 발표한 여성의 숨겨진 삶을 추적하는 편집자의 관점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기괴한 현대미술들, 심리학, 생물학, 인문학, 다양한 질문들. 그녀의 사랑부터 모범적인 어머니의 모습, 아이들의 이야기, 홀로 완성된 존재였지만 타인이 인정해주지 않았기에 완성되지 못했던 불완성된 그녀, 그렇기에 타인의 가면을 선택한 그녀, 그럼으로서 비로소 완성된 예술가라고 인정받게 된 존재. 그녀의 삶의 모습은 분명 그녀의 예술작품을 닮았습니다. 수많은 메시지와, 수많은 얼굴들,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깊이를 지닌 '서양 미술의 역사'라는 거창함.

시리 허스트베트는 전작《내가 사랑했던 것》에서도 뚜렷하지 않은 정체성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이번 작 역시 그녀가 탐구하고자 하는 기억과 정체성의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해리엇의 예술작품처럼, 그녀의 작품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은, 마치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해리엇의 예술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평론가들이 젊은 천재 작가 같은 페르소나를 보고 비평했던 것처럼, 시리 허스트베트가 보여주는 방대하고 다양한 얼굴을 한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소설같지 않은 소설, 깊은 통찰에 숨겨진 열쇠들을 하나하나 줍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숨겨놓은 보물상자를 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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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무력 정치사 - 민족주의자와 경찰, 조폭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존슨 너새니얼 펄트, 박광호 / 현실문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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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권력체가 형성되기 위해선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국가의 힘이 약한 곳에선 폭력 단체들이 의사(擬似)국가가 됩니다.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의사(擬似)국가들이 가지지 못한 것은 합헌성과 주권성 뿐이며, 국가와 다름없는 자본력과 인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 폭력 단체들과 폭력의 사용권을 걸고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며, 결국 국가가 완성될수록 폭력을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대한민국은 견고한 시스템을 갖춘 국가이며, 당연히 대한민국의 폭력은 오직 정부에 있습니다.

하지만 존슨 너새니얼 펄트는 대한민국의 폭력이 민간 차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을, 그 폭력이 경찰들이 눈감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경찰에게서 부탁받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목격합니다. 소말리아 같은 과도기 단계의 정부에서 벌어질법한 현상이 세계적인 경제국가이자 확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폭력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고능력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들이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자국 시민들이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도 방치하는 것,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 같은 권위주의 독재자들과 전투적인 민주화 투쟁을 벌여 문민 통치를 확고히 달성한 시민사회가 그런 행위를 묵인하는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강제 철거를 실시한 이들이 아니라 이에 저항한 시위자들이 사법제도의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경찰과 정부가 가혹한 탄압에 대해 비난의 포화를 맞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경찰이 개입한 단 하루에만 집중되어 있다. 용산 사건은 언론도 시민사회도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경찰이 개입할 필요가 없었던 대다수의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는 그런 관심이 돌아가지 않았다. - p.137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태동기에 폭력의 역사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초기에 이승만은 폭력의 주도권을 제대로 쥐지도 못했고, 민심도 얻지 못했지만, 미국의 용인 아래 폭력을 사용하며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다져갔습니다. 대한민청, 서북청년회, 방첩대 등의 민간폭력단체는 정치인과의 연결고리가 단단했고, 정부 폭력 못지않는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승만의 독재행위에 대해 진보 사회세력이 반발했고, 결국 이승만은 도망치고 맙니다. 박정희는 이승만 정권을 종식시킬 힘을 가지고 있던 사회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임기 전반엔 겉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정희는 시민들을 달래기 위해 민간폭력단체를 공격했고, 대부분의 폭력단이 몰락했습니다.

박정희는 민간 폭력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권력이 공고해지고 정부관료체계가 갖춰지면서 경찰이 폭력을 맡았습니다. 경찰이 깡패였고, 국가폭력이 먹히는 시대였습니다. 그 당시의 경험은 이미지화되어 아직도 공권력의 언저리에 남아 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와 사회세력은 또다시 충돌했고, 박정희 역시 몰락했습니다. 전두환은 광주에서 공권력의 폭력을 행사하며 뒤를 이었지만, 사회세력을 무마하기 위해 3S 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유흥이 허용되면서 민간 폭력단체 역시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이후 점점 강해지는 민주화의 열망은 정부로 하여금 공권력의 폭력을 쓰기 힘들게 했습니다. 1987년 이후 경찰의 중립성과 자율성 확대는 끊임없이 요구되었고, 민주화 이후에는 권위주의 시대에 쓴 방법들을 더는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SJM은 시위자들을 진압하고 해산하고자 컨택터스를 고용했는데, 컨택터스는 민간 경비 회사로 이명박과 새누리당원들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더욱이 컨택터스는 이명박이 대선에 출마할 당시 개인 경호를 맡았고, 재개발사업에도 개입한 바 있었다. 7월 27일, 컨택터스 직원 200명이 헬멧, 방패, 곤봉을 갖추고 현장에 도착했고 노조원 150명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SJM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원 한 명이 112에 전화했다. 한 시간 뒤 도착한 경찰은 공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경비 용역들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에 충돌은 몇 시간 동안 지속됐다. - p..158~159


공권력을 쉽게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력을 통한 해결책을 사용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결과는 무력 하청 현상입니다. 경찰과 불법 무장 단체들은 법원과 검찰의 후원을 받으며 불충한 시민들과 정치적 반대자들을 통제하거나 무력화한다는 명목 아래 투입되었습니다. 재개발 사업, 노점상 문제, 노조 탄압에 있어서 선두에 서는 것은 더이상 경찰이 아닙니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무력을 하청했습니다. 유성기업, 쌍용자동차 등 다양한 곳에서 무력을 행사한 것은 민간 폭력, 용역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폭력행위를 금지하면서 사용자의 직장폐쇄에 대해서는 폭력을 행사해도 직장폐쇄의 효력과 무관하다는 행정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국가폭력은 유의미한 상징적 유의성을 가지고 있고, 국가와 시민사회 집단 모두의 정치적 정당성을 평가하는 해석상의 틀이 됩니다.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이 된 사건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경찰의 폭력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용역의 폭력이었다면, 관심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입니다. 무력 하청 현상은 폭력의 책임을 모호하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력 하청을 통해 민간 폭력단체가 시민들을 폭행하고, 그것을 시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 외면하는 순간, 명백한 불법이며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무력 하청은 큰 시위로 이어질만큼 시민사회를 자극하지는 않지만, 시민들은 그 폭력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있습니다. 용역은 사회적 갈등 해소를 아직도 무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이 낳은 현상입니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그리고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토론이라는 것을 정부와 기업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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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경제학자 우석훈이 밝힌 잔혹한 "대한민국 연봉" 이야기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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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가 있는가 하면, 하기 힘든 주제가 있습니다. 쉽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제는 날씨 같은 이야기이며, 하기 힘든 주제는 정치, 종교 같은 주제일 것입니다. 정치, 종교 못지 않게 꺼려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연봉 이야기입니다. 연봉이 낮은 사람이건 높은 사람이건 선호하는 주제는 아닙니다. 많은 기업들은 회사의 연봉을 기밀로 하고 있으며, 직장 동료들끼리도 연봉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들어볼 수 있는 최저임금 이야기나 평균월급 같은 지식이 아니라면, 연봉은 사회적 공론장에서 거론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기피하는 연봉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제라는 것입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음식 이야기가 인기를 얻자 사람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등장한 다양한 요리기법을 따라해보고, 맛있는 음식점에 가보고, 이야기합니다. 요리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식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 우석훈은 사람들의 관심사에 연봉이란 화두를 던져야만 우리 사회의 연봉 시스템에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연봉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실적, 노동자들의 생산성만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봉엔 사회적, 정치적 요소가 들어있으며, 합리적인 부분도, 불합리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식경제 혹은 문화경제 쪽으로 진화해온 것은 아니다. 돈을 굴리는 금융업 쪽으로 가거나, 변호사가 되거나 아니면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는 대기업에 간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어느 정도 살 수 있지, 머리 많이 쓰고 재능 많이 쓰는 분야로 가서는 평균적 삶이 안 된다는 얘기이다. - p.98


우리나라 노동자 중 가장 많은 봉급을 받는 300인 이상 규모의 전문서비스업, 방송국, 대규모 금융업 업종이며, 평균 급여는 점점 내려가 소규모 복지서비스, 시설관리 및 조경서비스 분야는 가장 적은 급여를 받습니다. 중소기업보단 중견이, 중견보단 대기업이, 비정규직보단 정규직이 더 많은 급여를 받습니다. 우리는 이런 구도를 어떤 의미에선 문제제기 없이 당연한 구도라고 인지하기도 합니다. 공중파 방송국 KBS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사회복지사로서 노인들의 복지를 도와주는 노동자 중 누가 더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은 경제적 생산성보단 사회적 인식에 있습니다. 두 노동자의 급여의 차이, 대우의 차이는 사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석훈은 연봉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철학 혹은 경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회복지서비스 노동자들이 한국 연봉 순서에서 가장 맨 아래 구간에 위치한다는 것은, 사회가 복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철학과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 내에서 저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정도 되어야 하는가 역시 정책 혹은 사회적 영향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나쁜 대우를 받지만,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 등 몇몇 나라는 오히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연봉이 높기도 합니다. 성별이나 출신 지역, 학벌 혹은 계약 형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침해하는 나라도,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습니다.

공항 리모델링 작업장에서 톰 행크스가 원래 직업을 살려 미장이로 일하게 되고, 그때 받은 일당을 모아서 공항 면세점에서 슈트 한 벌을 당당하게 산다. 공사 현장의 임시 미장이로 일하는 톰 행크스의 월급 수준은 직접 언급되지는 않는다. 다만 주인공을 괴롭히면서도 승진을 간절히 바라는 JFK 공항의 국장, 스탠리 투치보다는 시간당 임금이 더 높다는 대사가 한 번 나온다. 짧은 장면이지만 길고 긴 역사의 유래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기술이 있고 기능공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교사와 같은 대표적인 사무직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낮은 임금을 받지 않는 것, 그런 게 미국이라는 나라를 사회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pp.152~153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조사한 결과는, 임금을 결정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부분도, 비합리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연봉 조정에서 기업의 지불 능력이나 물가상승률을 신경쓰기도 하지만, 타 기업의 임금 수준이나 최저임금 인상률을 눈치본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실적이 향상되고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더라도, 그 해에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거나 동종업계의 임금이 그대로라면, 기업이 연봉을 올려줄 여력이 충분하더라도 노동자의 연봉은 변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IMF는 중산층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대기업 임원들이 지위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지대로 너무 많은 연봉을 가지고 가서 연봉 총액이 줄어들게 되고, 이런 것들이 모여 결국 위기가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지위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현상은 주주 자본주의가 두드러지며 발생했습니다. 임금격차가 극단으로 벌어지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고연봉 업종과 저연봉 업종의 차이는 타 국가와 비교해봐도 큰 편이며, 저임금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생산과 지대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본다면, 생산성보다는 땅을 소유하는 등 돈이 생기는 지대 쪽이 여전히 매력적인 사회가 바로 한국입니다.

해적의 급여 체계는 매우 공평했다. "선장은 모든 노획물의 1과 1/2몫을 갖고, 사무장, 목수, 갑판장, 포수는 1과 1/4몫을 갖는다. 그 외 모든 사람은 1몫을 갖는다." 이것은 선장이 일반 선원보다 4~5배 많이 벌었던 상선의 급여 체계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해적들은 약간의 누진적인 요인을 유지하지는 했지만 약탈품을 대체로 균등하게 배분하여 상대적으로 공평한 급여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물질적인 불평등을 훌륭히 해소했다. -《후크 선장의 보이지 않는 손》p.116


동일한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에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용인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찬호가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 차별을 부당하다고 외치지 않고 정규직 노동자가 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난합니다. 대한민국 청춘들은 그런 약자들을 차별하며, 차별받지 않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합니다. 모두가 최정상의 대학만을 바라보고, 최고의 학점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소수의 사람이 많은 연봉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춘들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적은 연봉을 받는 직업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의 연봉구조를 더 급가속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청년 인턴 증가, 노동 개혁법, 파견 노동 확대 등 저임금 노동을 늘리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반면 최근 미국, 일본 등의 나라에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등 임금주도성장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어떤 판단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이런 정책의 차이는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리사회엔 공사현장 노동자도 필요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필요하고, 사회복지 노동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받는 연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연봉 개선을 위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런 노동자들도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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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의 탄생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
문영심 지음 / 시사IN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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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오직 국가만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국가에 소속됨과 동시에 폭력의 권리를 국가로 이양하며, 그것은 현재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폭력의 체제입니다. 폭력을 국가에 위임하고, 힘의 논리가 아닌 법의 논리를 통해 국가가 휘두르는 폭력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법치국가에서 시민들은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물리적으로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공권력은 언제라도 억압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독재자들이 폭력을 남발하던 70, 80년대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문영심은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저지른 무시무시한 폭력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세간에서 떠들썩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입니다. 국가정보원에 의해 간첩으로 지목된 유우성씨는 탈북자 출신중에서 처음으로 서울특별시 계약직 공무원이 되며 모범적 사례로 인정받았습니다. 국회에서 세미나도 하고, 대학에서 강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느닷없이 국정원은 유우성씨가 탈북자 명단을 만들어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웠습니다. 유우성씨가 체포된지 12일 뒤 동아일보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이라며 보도해 간첩으로서의 유우성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국정원과 언론은 그렇게 간첩을 탄생시켰습니다.

법은 국정원의 폭력을 막지 못했습니다. 국정원은 불법 납치와 불법 구금을 자행했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했으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박탈했습니다.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였습니다. 구치소의 사서가 유우성씨의 애걸에 못이겨 편지를 보낼 우표 2장을 주지 않았다면, 그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간첩으로 인지되었을테고, 인생은 종말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다행히 천주교와 민변에 소식이 닿아 법적 투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유우성씨보다 더 큰 희생자는 유우성씨의 친동생 유가려씨였습니다. 국정원은 유가려씨의 진술을 토대로 간첩을 만들었습니다.

찰스 디킨스는 독방감금이 세상의 어떤 끔찍한 육체적 고문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그 무서운 흔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손으로 만져지지도,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이며, 상처가 피부로 드러나지도 않으며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비명을 지르게 만들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유가려씨는 어린 여성의 몸으로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감금당했습니다. 그녀에게선 전신구타당한 정황이 보였고, 독방에 감금되었으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일체 단절되었습니다. 시간과 날짜 감각이 방해받았고, 수면을 방해받았습니다. 6개월간의 감금 생활은,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반인권적 심문 과정에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던 좌익효수도 있었습니다. 거짓 진술만 하면 오빠의 죄를 감해주고 한국에서 살게 해주겠다는 국정원의 속임수에 유가려씨는 굴복했습니다.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그들을 한국에서 살 수 있게 적합 판정을 내리는 칼자루를 쥔 '국정원 선생님'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탈북자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절대약자인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합신센터에서 신분이 취약한 탈북자들을 쥐어짜서 간첩 검거 실적내기에 이용한다면 그들이 목숨 걸고 찾아온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 p.359


법정에서 드러나는 유가려씨의 모습은, 국가권력의 고문이 얼마나 사람에게 치명적인지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많은 변호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유가려씨는 국정원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검찰과 국정원은 유우성씨가 간첩이란 여러 증거를 내놓았지만, 조작된 것들이었습니다. 길고 긴 법정투쟁 끝에 1심에서 유우성씨는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는건 사실상 처음인데, 유우성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공권력에 저항한 덕분이었습니다. 검찰과 국정원은 항소했지만, 2심에서 중국의 공문서까지 위조한 범죄를 저질렀다는게 들통납니다. 검찰과 국정원, 외교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2심 역시 유우성씨의 무죄가 결정됩니다.

변호사들은 국정원이 개인의 삶을 파멸시키면서까지 간첩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국정원의 국내 사건 수사나 정치 개입 금지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간첩이 많으니, 국정원 축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수사관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냉전이 끝나자 자신의 존재의의를 입증해야 했던 비밀정보기관들처럼, 간첩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국정원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들고, 선거개입을 시도하고, 테러방지를 위해 자신들에게 권력을 달라고 외치는 모습은, 폭력을 휘두르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괴물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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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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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적 통치체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한 사람들은 길거리에 모일 수 없습니다. 결사적인 삶은 권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공적인 삶이 영위되는 곳은 차단됩니다. 진짜 목소리를 내는 시위는 불법으로 선언되고 강제로 종식되며, 그들이 쫓겨난 무대는 엉터리 정치 집회로 채워집니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색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흑백사회를 거부하고, 총천연색 사회를 만들고자 한 사람들은 언제나 어느곳에서나 존재했습니다. 우리 땅에서 일어났었던 6월 항쟁 역시 그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항쟁의 순간, 비통해하는 사람들 속에 분명히 민주주의는 존재했고, 그래서 우리는 민주화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민주화 운동이 만들어낸 87년 체제로 인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절차적 수준에서 제도화되었지만, 그것이 권위주의적 유산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은, 또한 영구한 민주주의 사회임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파커 J. 파머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무엇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처하면서 민주주의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름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북한과 다를 바 없습니다. 피터 버거의 말처럼, 모든 상대주의에는 절대의 재래를 기다리는 광신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불편합니다. 사람들 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도록 의도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낯선 자와 만나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립하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믿음이 허물어지는것을 지켜봐야 합니다. 남들 눈에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긴장관계는 분명한 스트레스의 일종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긴장을 버티지 못하고,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 권위자의 말을 맹신하고, 복종함으로서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유명 인사들, 정치인들과 관리들은 사람들이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합니다. 그들은 타자에 대한 두려음을 조장하고, 절대적 가치를 외치며 자신의 부와 권력을 획득합니다.

의심이 없는 한 민주주의도 없다. 절대적인 진리가 모든 형태의 전제정치의 핵심인 것처럼. 제도적 저항, 다당제, 대안 세력, 민주정치 체제의 핵심에 의심이 없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의심이 최종적이고 절대적으로 침묵한다면, 민주주의 그 자체가 종말에 이를 것이다. 더 이상 논쟁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민주주의가 뭐가 필요한가? -《의심에 대한 옹호》p.170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피터 린더트는 독재적 방식은 일시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민주주의는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지적한바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긴장을 창조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가 가진 특별함입니다. 절대 권력자가 모든것을 진두지휘하며 명료하게 계획하는 것보다, 국회의원끼리 대립하고, 정부부처간에 견제하는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발전이야말로 아마르티아 센이 말한 진정한 발전, 자유로서의 발전입니다.

달리지 않는 자전거는 옆으로 넘어지는 것처럼, 민주주의 역시 계속 행동함으로서 유지됩니다. 민주주의는 헌법이 있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단순히 선출직 공무원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는것만으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파커 J. 파머는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선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마음은 자아의 핵심이며, 근원적인 앎의 방식들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가장 핵심적 층위에서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긴장과 불확실성을 끌어안음으로서 민주주의적 행동을 습관으로 발현하는 시민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비통함을 느낄 수 있고, 정치로서의 민주주의를 이끌거나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면 우리는 그것을 전진하고 대항하는 체스 게임, 권력을 잡기 위한 야바위 노름, 서로 비난만 해대는 두더지 잡기 게임으로 보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한다면 정치는 절대로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오래되고 고귀한 인간적인 노력이다. - p.41


민주주의적 마음의 습관을 지닌 시민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교실, 직장 또는 다른 자발적 결사체를 통해 교육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 다양한 단체를 통해 민주주의적 가치, 갈등과 불확실성을 교육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는 부모의 권위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학생은 선생의 권위에 의견을 내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른들이 구성한 사소한 문제 이외의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 능력이 없는 듯 취급됩니다. 대학생들은 충실한 정보로 가득 찬 민주적 가치에 관한 과목을 수강할 수는 있지만, 교사가 그 정보를 받아쓰게 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달달 외워 시험에 적도록 한다면, 그들은 민주적인 가치를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재의 추종자로 살아남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를 성장시킨 교육은 우리를 사회의 배우가 아니라 관객의 일원으로 취급하며, 그 결과 어른이 되어서도 정치를 그저 관람할 뿐입니다.

손을 들어 질문하는것조차 꺼리는 사회에서, 갈등관계를 유발해 차이를 토론하고, 유머를 활용하고, 갈등을 타협할 수 있는 시민을 만들어내는 것을 바랄 수 없습니다. 낯선 자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타자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행동해야 합니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광장에서 낯선 사람들이 모여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사회적 연대감을 높이고, 공공적 책임을 외치는 것은 민주주의적 행동이며, 민주주의의 회복입니다. 국가의 펀더멘털은 단순히 엄청난 양의 금괴나 외환보유량만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돈을 쌓고 계속해서 신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그것은 확실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파커 J. 파머는 가장 든든하고 확실한 국가의 자산은, 정부의 의견에 반발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 갈등을 벌이며, 불공정과 우둔함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는 시민에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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