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드는 대화법
샘 통 지음 / 몰매나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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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를 전쟁의 역사라고 정의합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이는 인간이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하는 동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부의 적을 만듬으로써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은 흔히 있는 정치적 수사입니다. 인간이 적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단체와 단체,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개인간에도 우리는 언제나 적을 만들수 있어야 합니다. 보증을 서달라는 친구에게, 바람 피우다 걸린 파트너에게, 소환사의 협곡에서 어머니 안부를 묻는 트롤러들에게 우리는 언제나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저자 샘 통은 과학적인 대화법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성이 부담스럽다면, 이성의 단점을 날카롭게 공격함으로써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명백히 자신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체면 때문에 물러설 수가 없다면, 일단 큰 소리를 치라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차도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일단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이 잘못했다면, 평생 잊어버리지 않게 지적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친구나 직장 부하의 잘못을 다그칠때 중요한 포인트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있을 때 혼내는 것이 효과가 좋다는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이 더 간단해졌습니다. 이렇게 과학적인 대화법으로 적을 만드는것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제 신경을 거스르게 한 사람이라면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야지요! 상대가 선을 넘었으면 평화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정당한 대의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냥 일상생활이나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불미스런 행동에 저항하며 건설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거리낌 없이 말하는 누군가의 언변을 그저 회피하거나 정당화하거나 침묵을 지키는 게 더 쉽습니다. 보통사람들의 감정 억제로 사악한 행동이 덜 중대한 것으로 보이거나, 심지어 정당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화로 강경하고 잔인하게 공격할수록 가장 성실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에게마저 그들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 때문에 침묵을 지키게 할 수 있습니다. 잔인한 사람에게 저항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종종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며 아무도 그러한 일에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에 성공의 비결이 숨겨져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정수(精髓)가 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인간쓰레기가 되는 거야. - 《나쁜 유전자》p.30 

대부분의 사람들은 끈질기게 찾아오는 종교 권유나 보험 상담원을 쉽게 뿌리치지 못합니다. 쌀쌀맞게 문을 닫거나 빠르게 전화를 내리는 행동은 이론상으론 쉬워 보이지만, 대단히 어렵습니다.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해 인간은 착하게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쉽게 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대단히 유용합니다. 다른 사람을 거칠게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 승진이 더 빠르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말로서 상대를 화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에게서 떠나보내는 것은 더 많은 자유시간과 더 높은 봉급을 보장해줍니다. 시대의 흐름은 사람들의 대화법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줍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적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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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쾌락 변태에 대하여 - 억눌리고 은밀하게 숨겨진 우리 내면의 악의 본능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지음, 문신원 옮김 / 에코의서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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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부터 음란물 집중단속기간이 시작됬습니다. 이는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4대 사회악인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척결 대책의 일환으로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음란물 단속 법규에 따르면, 인터넷상으로 음란물을 제작, 판매, 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실제 사람이 나오지 않는 것들, 애니메이션, 만화, 그림과 같은 표현물에서도 음란할 경우 불법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결정은 우리사회가 어떠한 부류를 성도착증 환자로 구분하며, 어떠한 경우에 법적인 처벌을 가하는지를 말해줍니다. 도착증의 기준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변화되어 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종교의 성유물에 대한 물신숭배는 병리학적으로 성도착증에 해당하는 시체애호증의 발현이지만 처벌대상은 아닙니다. 저자는 도착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천사를 통해 도착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독교 시대의 도착증 중 가장 전형적인 상징은 동성애였습니다. 더 나아가 수음, 펠라티오, 쿤닐링구스 등 규칙을 위반하는 모든 성행위는 도착으로 여겨졌고, 항문성교는 이단이며 동물과 하는 성행위인 수간은 도착행위 중에서 가장 사악한 성향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신이 지배하던 시대에 채찍질은 성스러운 종교적 행위였으며 혐오스러운 육체를 신성한 육체로 탈바꿈시키려는 고행 의식이였습니다. 하지만 계몽시대가 시작되면서 채찍질은 난잡한 행위와 동일시되었습니다. 채찍질은 더 이상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이나 성모마리아 숭배로써 존재하지 못했고, 성도착증이나 의상도착증과 관계된 악으로 여겨졌습니다. 계몽사상이 도래하면서 인간은 신앙과 종교, 초자연, 절대군주의 그림자에서 벗어났습니다. 신의 법칙을 폐지한 토대 위에 쾌락이라는 지상명령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질서를 외치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어둠에 자연적인 토대를 부여한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사드였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사드는 근친상간이 금지되지도 않고 괴물 같은 흉측함과 부도덕함의 구분도 없고 광기와 이성의 경계도 없으며 남녀의 해부학적 분할도 없는 사회, 도착증이 일반화된 사회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사드는 평생 인간을 파멸시킬 가능성과 그들을 파괴하고 그 죽음과 고통을 생각하며 기뻐할 가능성을 남김없이 열거하는 일에 집착했습니다. 사드는 미치광이도 범죄자도 아니였지만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유형의 사례였으며, 새로운 정신의학 용어에 따라 도착자로 간주되었습니다. 사드는 쾌락에 대한 갈망과 비루한 자와 도착자, 비정상인을 정상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세상의 새로운 계급을 풍자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체제의 권력자들은 사드가 자신의 작품에서 표현한, 인간이 상상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드는 메종 쿠아냐르에서 정신병자들과 단두대를 피하려고 재력을 동원해 피신처를 찾던 귀족들 사이에서 지내게 된다. 매일 밤 위병들이 그곳 정원에 미처 참수형을 피하지 못한 피투성이 몸뚱이들을 쏟아 부었다. 사드는 자신이 쓴 책의 등장인물들처럼 그 광경을 즐기기는커녕 잔뜩 겁에 질렸다. - p.85 
19세기 부르주아 사회는 권력과 쾌락의 유희에 대한 새로운 규칙이 명확하게 규정되었고 이로 인해 도착행위는 뚜렷한 얼굴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든 성행위가 세속화된 것입니다. 법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공공연하게 저질러진 법적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하며, 합의되지 않은 개인들 사이에 저질러진 성적 남용과 폭력을 제재하려는 목적에서만 개입합니다. 성행위는 단지 성인 파트너들 사이에 합의된 사생활이 되었으며, 더 이상 어떤 성행위도 범죄가 될 수 없었습니다. 개인이 저지르는 변태 성행위들에 대해 법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되었고 어떠한 처벌의 대상도 되지 않습니다. 반면 소위 호색문학이니 외설작품이니 연애문학이니 하는 음탕하거나 부도덕한 작품들은 공중도덕을 해치는 것으로 언제든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성질이든 합의된 성인들 사이의 성행위는 더 이상 형법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반면에, 성행위를 누설하는 행위는 엄중하게 처벌받은 것입니다.

부르주아들은 사상적 측면에서 쾌락과 악을 탐닉하면서도 공중도덕을 내세워 음란물을 표현하는 행위를 비난했습니다. 부르주아들의 이러한 이중성으로부터 파생된 산업사회는 개인적인 섹슈얼리티에 대한 영향력을 사법관으로부터 빼앗게 됩니다. 권력을 지닌 엘리트 집단은 성행위에 대해 가장 평범한 것부터 가장 병적인 것까지 일일이 검진하고 측정하고 식별하고 통제하고자 했습니다. 이때부터 도착자들을 기호학과 분류학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원칙 하에 착한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로 구분했습니다. 표면상의 목적은 성과 성범죄에 인류학적 토대를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물성애, 노출증, 시체애호증, 소아성애증, 식분증, 의상도착증, 관음증, 수음, 사디즘, 마조히즘 등 소위 병적이라고 판단되는 증상을 묘사하기 위해 학술용어나 작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들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당시 동성애와 더불어 가장 큰 도착증으로 여겨졌던 증상은 자위행위였습니다. 자위행위를 하는 도착자들은 소위 위험한 프롤레타리아, 반미치광이, 타락한 자들 또는 부패한 자들의 종족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당시 동성애, 여성 히스테리, 자위와 같은 것들을 도착증 개념의 화신으로 여기는 시각을 반대하는 학자는 프로이트 뿐이였습니다. 사회적으로 도착증을 배척하고 정상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나치 독일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렀고,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나치는 유대인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도착적인 인종으로 구분했고, 이러한 도착증에 대한 개념은 최종 해결책을 시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더 효과적으로 억누르기 위해 쾌락의 의지를 탕진하는 도착자보다도 훨씬 도착적이였다고 지적합니다.
 
차라리 아이히만이 괴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편했을 것이다. 아이히만의 경우 곤란한 점은 바로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도착적이지도 않고 사디스트도 아니면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끔찍하게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 관습과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정상성은 온갖 잔인함을 한데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 p.156 
오늘날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향하는 방향은 도착증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이 새로운 형태의 도착증을 다시 등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회 자체가 도착적인 사회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과 비인간의 육체와 성에 대한 물신숭배가 동일시됨으로써,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육체와 정신, 자연과 문화, 규범과 규범 위반 등 모든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 일반화되어 보급됨으로써 점차 도착적인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대 사회는 아무에게나 성도착자라는 오욕을 씌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착증을 하나의 해결 가능한 질병에 불과하다고 믿고 절대악을 근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둠과 마주치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도착자들의 기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어둠은 표출 방식에 따라 위대한 예술가나 창조적 지성인이 되기도 하고 세기적인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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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의 언어 : 정교한 상징의 세계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7
조르주 장 지음 / 시공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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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라는 것이 매력적인 것이라는걸 알게 해준 계기는 군복무 시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이 쓴 소설 덕분이였습니다. 댄 브라운은 소설의 주인공인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을 통해 매혹적인 기호의 세계를 표현했습니다. 댄 브라운이 소설적 묘사를 위해 기호를 사용했다면, 이 책은 포괄적인 기호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의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기호를 신중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본적인 측면에서 보면, 모든 것은 기호입니다.

문자의 발명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인간이 찾아낸 최초의 수단도, 유일한 수단도 아니였습니다. 문자라는 표현방식이 나타나기 이전에 기호를 통한 전달형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고대 유적들은 비록 현대인들이 그 뜻을 해석하지 못할지라도 기호가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문자가 사용된 이후에도 기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말 뿐만이 아닌 몸동작으로도 자기 생각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몸동작은 기호가 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고유한 몸짓언어는 말을 보충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말을 대신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우리는 처음 듣는 외국어를 접해도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뜻을 추리해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 모든 곳에 기호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통신방법과 지도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긴급한 행동을 요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사람은 정보를 신속하게 주고받을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먼 거리에 있는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의사소통 체계의 과제였고, 이 과제를 위해 기호가 사용되었습니다. 지도는 가히 기호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통해 우리는 한 표시가 다른 어떤 것을 대신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속에 기호의 개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도는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기호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줍니다.

어떤 기호는 역사를 가로질러 존재하기도 합니다. 기호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상징이 됩니다. 모든 기호는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기호는 그 기호 자체가 아닌 다른 어떤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며, 상징은 기호를 영속적인 것이 되게 합니다. 아주 옛날부터 나무는 삶을 가리키는 기호로, 세계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여러 전통 속에서 우주를 거대한 나무의 형태로 보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의 구조적 특성은 고대인들에게 공통적인 상징화를 만들었습니다. 나무가 가진 신성한 힘은, 나무가 수직으로 자라고, 잎이 피고 져서 수없이 죽고 부활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나무가 신성함이라는 가치를 획득하는 것은, 나무가 죽음이라는 생물의 질서를 반드시 따르지 않는듯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호의 상징화는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많은 기능을 상징에 부여합니다. 의미작용을 풍부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기능, 단결과 참여의 기능, 명령과 규칙으로서의 기능 등을 통해 상징은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시키고,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질서를 존중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그런데 이 기능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의 한 옆에서, 상징은 보충적으로 작용하는 듯하지만, 갑자기 언어 한가운데 불법으로 침범하여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상징은 숨겨져 있지 않지만, 상징을 읽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상징을 읽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질서에 속박되기 이전의 어린이의 자유와 같은 그런 자유스러움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규칙, 기호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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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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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책을 부른다고, 이 책을 사게 된 경위는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에서 장하준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저서를 알아보던 중 '개혁의 덫'이나 '쾌도난마 한국경제' 의 경우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가장 대중적이라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선택했습니다. 국방부에서 특별히 선정했던 책이기도 하기에 제목은 익숙해져 있었죠. 국방부 불온서적 선정이라는게 역설적으로 질적으로 우수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생각하는데, 기대에 걸맞게 이 책은 매우 이해하기 쉽고 유익한 책이였습니다.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즉 부자나라와 신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은 명쾌하면서 단순합니다. 단순하다고 하면 나쁜 의미로 생각될지도 모르겠는데, 몇몇 경우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판하는 논지가 그들의 모순성에 착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하준의 비판이 당연한걸 굳이 비판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단순하다고 느껴지지만 그것은 그만큼 그의 비판이 탁월하다는 말도 될 것입니다.

무역 조정 때문에 희생자가 된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사회의 나머지 성원들을 위해서 희생을 치른 것이지만, 그런 희생은 부분적인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가난한 나라들의 경우 무역 자유화로 인한 이득이 부자 나라에 비해 훨씬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 p.118

그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현재의 WTO체제를 비롯한 자유무역 체제와 신자유주의 사상은 경제발전의 원인이 아닌 결과물이며 현재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즉 부자나라는 과거 강력한 정부 보호정책과 공영기업중시, 지적저작권(특허권)의 구애를 받지 않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에겐 불합리한 자유무역, 저관세, 민영화, 지적저작권의 강화 등이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사상을 내세우며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영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국영기업은 경영자들의 동기저하(주인-대리인 문제)와 수익은 국민 전체에게 분배되는데 반해 감독비용은 참여한 국민에게만 부과되기 때문에 다른사람의 노력에 무임승차하기를 희망하여 기업의 성과는 부실해지는 '무임승차 문제'를 겪으며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관리를 소홀히 하는 '연성예산 제약' 문제로 들지만 실상 국유화에 반대하는 주장들은 마찬가지로 대규모 민간 기업에도 적용된다. - p.168

그 예로 영국의 자본주의 발전과정(다니엘 디포의 이야기와 헨리7,8세의 모직물 국가규제)과 미국의 발전과정(관세와 남북전쟁)을 비롯, 현재의 경제강대국 일본 프랑스 독일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한국 중국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제발전 주장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성장했음을 말하고 있으며 세계화는 누구를 위함인가, 부자나라는 신자유주의로 만들어졌는가, 자유무역이 정답인가,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 투자해야 하는가 등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정통적인 견해인 프리드먼의 황금 구속복 정책이 절대 개발도상국에겐 맞지 않음을 역사의 사례를 통해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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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란 무엇인가 - 폭력에 대한 6가지 삐딱한 성찰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김희진.정일권 옮김 / 난장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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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살인, 강간, 싸움과 같은 물리적 폭력을 폭력의 이미지로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폭력이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폭력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 슬라보예 지젝은 눈에 보이는 주관적 폭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객관적 폭력, 즉 상징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을 지목하며 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젝이 눈에 보이는 주관적 폭력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이 혐오하는 주관적 폭력을 유발하는 것이 다름아닌 구조적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배적인 담론을 차지하는 관용적 자유주의자들이 가진 주된 관심사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과 이데올로기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폭력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식은 주관적 폭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오늘날 폭력과의 투쟁은 범죄와의 투쟁이며, 동시에 각종 차별에 대한 투쟁입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폭력은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을 뿐더러 그런 형태의 폭력을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구조적 폭력은 우리의 경제체계와 정치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나타나는 폭력입니다. 일반적이라고 부르는 폭력, 주관적 폭력이 정상적이고 평온한 상태를 혼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면, 객관적인 폭력은 이 정상적인 상태에 내재하는 폭력입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폭력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젝은 바로 자본주의,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선물투기와 같은 주식시장의 형태에서 정점에 달하는 자본의 폭력은 악한 의도가 없으며, 순수하게 객관적이고, 체계적이며, 익명성이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젝은 자본주의 체제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사회, 이데올로기적 폭력보다 훨씬 더 섬뜩하다고 말합니다. 헤겔의 표현을 빌리면 객관의 과잉은 주관의 과잉에 의해 보완된다고 했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자본주의는 초객관적 폭력을 행사하며 대량실업 등 있으나 마나 한 사람들을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며, 다른 한편에선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근본주의자들이 초주관적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런 객관적 폭력을 생산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분야의 반자본주의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정치적 형식, 자유주의적 의회 민주주의의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오늘날 사상의 자유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합의를 거스를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차라리 아이히만이 괴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편했을 것이다. 아이히만의 경우 곤란한 점은 바로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도착적이지도 않고 사디스트도 아니면서 과거에도 현재에도 끔찍하게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 관습과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정상성은 온갖 잔인함을 한데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 《악의 쾌락, 변태에 대하여》p.156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윈주의적 태도는 일견 모든 비판을 허용하고, 모든 자유를 발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자유엔 어떤 금지가 기입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현대사회의 기반이 되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합의만 유지된다면 어떠한 비판도 허용되며, 때론 장려된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오늘날 진정한 위협은 수동성이 아니라 유사행동이며, 능동적이고 참여적이 되려는 이 충동은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합니다. 객관적 폭력에 대한 자유주의적 좌파 담론에 만연하는 가짜 급박감에는 근본적으로 반 이론주의적 강렬함이 있는데, 이는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즉각 참여하고자 하는 충동에 저항하는 것, 끈기 있고 비판적인 분석을 사용하여 일단 기다리면서 두고 보는것이 유일하면서도 진정으로 실제적인 일일 때도 있습니다.

지젝은 객관적 폭력에 대한 변혁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오래된 꿈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꿈꾸는 방식 자체를 다시 창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질적 개선을 원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라 무정치적 사회적 생산관계에서의 변화인 것입니다. 급진적 변화는 법률적 권리영역의 외부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그와 같은 민주적 절차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급진적으로 반자본주의적인 입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해법은 민주주의 매커니즘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민주주의 매커니즘은 자본주의적 재생산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부르주아 국가의 국가기구의 일부라는 점이며,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궁극적인 적의 이름이 자본주의, 제국, 착취 혹은 이와 유사한 어떤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매커니즘을 모든 변화를 이루는 데 궁극적 프레임으로 받아들인다는것은 민주주의의 환상이고, 바로 이 환상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젝은 우리가 곧 사회주의냐 공산주의냐를 양자택일할 것이라고 말하며,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내속적인 장기적 적대를 넘어 존속하면서 동시에 공산주의적 해결을 피하는 방법은 모종의 사회주의를 재발명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를 위해선 프롤레타리아 투쟁, 혹은 폭력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엄격한 의미에서 지배계급과 지배계급의 국가에 저항하는 모든 폭력은 궁극적으로 방어적입니다.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폭력은 언제나 합법적인데, 왜냐하면 이들이 가진 지위가 이들이 폭력에 노출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지젝은 이러한 이념에 실천적 긴박감을 부여하는 적대를 현실 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생태적 문제, 빈곤문제 등 현재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들을 방치할 경우 인류가 파멸해 봉착할 수 있다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가시적인 형태로 보이는 폭력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은 무엇이 이 폭력을 초래하는지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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