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의 언어 : 정교한 상징의 세계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7
조르주 장 지음 / 시공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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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라는 것이 매력적인 것이라는걸 알게 해준 계기는 군복무 시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이 쓴 소설 덕분이였습니다. 댄 브라운은 소설의 주인공인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을 통해 매혹적인 기호의 세계를 표현했습니다. 댄 브라운이 소설적 묘사를 위해 기호를 사용했다면, 이 책은 포괄적인 기호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의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기호를 신중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본적인 측면에서 보면, 모든 것은 기호입니다.

문자의 발명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인간이 찾아낸 최초의 수단도, 유일한 수단도 아니였습니다. 문자라는 표현방식이 나타나기 이전에 기호를 통한 전달형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고대 유적들은 비록 현대인들이 그 뜻을 해석하지 못할지라도 기호가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문자가 사용된 이후에도 기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말 뿐만이 아닌 몸동작으로도 자기 생각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몸동작은 기호가 됩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고유한 몸짓언어는 말을 보충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말을 대신할 정도로 효율적입니다. 우리는 처음 듣는 외국어를 접해도 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뜻을 추리해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 모든 곳에 기호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통신방법과 지도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긴급한 행동을 요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사람은 정보를 신속하게 주고받을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먼 거리에 있는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의사소통 체계의 과제였고, 이 과제를 위해 기호가 사용되었습니다. 지도는 가히 기호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통해 우리는 한 표시가 다른 어떤 것을 대신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속에 기호의 개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도는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기호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줍니다.

어떤 기호는 역사를 가로질러 존재하기도 합니다. 기호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상징이 됩니다. 모든 기호는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기호는 그 기호 자체가 아닌 다른 어떤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며, 상징은 기호를 영속적인 것이 되게 합니다. 아주 옛날부터 나무는 삶을 가리키는 기호로, 세계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여러 전통 속에서 우주를 거대한 나무의 형태로 보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의 구조적 특성은 고대인들에게 공통적인 상징화를 만들었습니다. 나무가 가진 신성한 힘은, 나무가 수직으로 자라고, 잎이 피고 져서 수없이 죽고 부활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나무가 신성함이라는 가치를 획득하는 것은, 나무가 죽음이라는 생물의 질서를 반드시 따르지 않는듯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호의 상징화는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많은 기능을 상징에 부여합니다. 의미작용을 풍부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기능, 단결과 참여의 기능, 명령과 규칙으로서의 기능 등을 통해 상징은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시키고,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질서를 존중하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그런데 이 기능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의 한 옆에서, 상징은 보충적으로 작용하는 듯하지만, 갑자기 언어 한가운데 불법으로 침범하여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상징은 숨겨져 있지 않지만, 상징을 읽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상징을 읽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질서에 속박되기 이전의 어린이의 자유와 같은 그런 자유스러움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규칙, 기호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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