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개정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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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공업국들의 자원 소비를 90% 감소시킬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큰 생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 지구환경전망 2000, 유엔환경계획

불경기로부터 조금 부활하기 시작했다. 8월 기업체의 전력 소비량이 전년도 대비 2.6% 많아졌다. - 지구환경전망 2000 다음 페이지 경제면 기사

저자 더글라스 러미스는 이 두가지 기사가 공존하는 신문을 제시하며 묻습니다. 우리는 비즈니스나 정치의 세계는 현실주의적이라 인식하지만, 자연파괴, 온난화, 사막화, 빈부격차, 기아사태 등을 거론하고 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논하는 것은 비상식, 비현실주의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냐고 묻습니다. 과연 현실주의란 무엇인가? 어떤 현실주의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합니다. 냉전 종식 이후 전쟁의 공포가 줄어들거란 기대에 대한 현실, 선진공업국 정치가들이 말하는 경제해법에 대한 현실을 바로 보고 역사와 역사가 만든 현상을 인식한 토대 위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현실주의라고 말합니다.

20세기로 넘어오면서 근대국가의 개념은 국가를 정치의 단위로 해서, 주권, 교전권, 군사력을 부여하면 사회질서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리라는 기대 하에 성립됬습니다. 그 결과 국가는 경찰권, 처벌권, 교전권이라 불리는 정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세계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런 국가의 폭력은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는 마법같은 효과를 발휘하는데, 테러리스트가 레스토랑에 폭탄을 던져 5, 6명의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하는것과, 군대가 폭격을 가한 뉴스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논리는 홉스의 말처럼 국가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며, 개인의 폭력의 권리를 정부에게 넘겨주면, 정부는 대신해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이런 정당한 폭력을 정부가 행사한 결과, 두가지의 사실을 알수 있습니다. 첫째는, 전체 지구의 인구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폭력에 의해 살해된 사람의 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며, 둘째는 그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인 주체는 다름아닌 국가라는 점입니다.

상대 나라 사람이 몇명이 죽던 자국민만 보호하면 되지 않냐는 주장을 할수 있겠지만, 국가의 폭력이 향한 곳은 상대방의 국민이 아닌 자국민이 더 많다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럼멜이 쓴 '정부에 의한 죽음' 에 의하면 100년간 국가에 의해서 살해된 인간의 수는 2억명이며, 자국민 살해의 경우 1억 3천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해된 사람의 대다수는 민간인입니다. 럼멜의 책에서는 전체주의 국가, 권위주의 국가의 경우 민간인 살해가 대다수를 이르고 전체 살해 비중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망자가 나는 대의 민주주의 정부의 장점이 되며 민주화 운동의 대의명분이 된다는 점도 제시합니다.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 정부 또한 국민이 죽여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치가들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야 안전보장이 가능하며, 그러한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하는것이 현실주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이 가장 많이 죽은 시기는 정부가 가장 큰 군사력을 가졌던 시기이며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서 꾸준한 감축정책이 더 현실주의적이지 않냐고 묻습니다.

저자는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이데올로기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등과 같은 것이 아닌 경제발전 이데올로기라고 말합니다. 이 경제발전 사상은 거의 모든 사상에서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상은 1949년 트루먼의 취임 연설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사용된 발전 이라는 언어는 그 이전의 발전 이라는 뜻과 변화되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특이한 점은 발전을 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는 점입니다. 대부분 식민지에서 막 해방된, 혹은 아직 식민지 상태인 나라들이였습니다. 전쟁 이후 미국은 투자할 장소가 필요했고, 발전되지 못한, 발전이 필요한, 투자가 가능하고 쉬우면서 이익이 꼭 돌아와야 하는 경제시장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발전을 당해야 할 장소는 미개발 국가라고 부르게 되며 자동적으로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문화, 민족, 사회, 경제제도를 총칭합니다.

미개한 사람들은 물질적인 수요는 적고, 화폐경제에도 길이 들어있지 않고, 또 뼈가 휠 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하는 습관도 없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온 사업가를 위해 일하려고 하지 않는것이 보통이었다. - p.72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식민지에서의 사회 기간시설은 강제노동으로 시작하는데, 때로는 총과 칼로, 때로는 세금제도로, 때로는 자급자족하는 자연을 파괴함으로서 이루어집니다.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의 파괴, 슬럼의 형성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겨남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이데올로기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풍요로워질수 있을 거라는 약속, 빈부격차는 계속되겠지만 빈곤한 사람도 어느정도 먹고살수 있는 빈곤의 합리화 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일인당 에너지 소비를 세계 전역으로 동등하게 계산한다면 지구가 다섯개가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저자는 빈곤을 네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먹을것이 부족하고, 약이 모자르고, 입을 옷이 없고,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굶어죽는 그런 빈곤입니다. 둘째는, 전통사회의 빈곤입니다. 자급자족하며 가진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만족하고 사는 빈곤입니다. 셋째는 빈부격차에 따라 부자의 전제가 되어있는 빈곤층입니다. 사회 안에 있는 한 부자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고 부자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넷째는 기술발달에 따라 제품의 차이에 따라 생기는 빈곤입니다. 과거엔 TV, 자동차와 같은 제품은 전혀 생활에 필요가 없었지만, 현재는 그런 제품이 없다면 생활 자체가 힘들어지는 빈곤입니다. 20세기의 경제발전은 이 네가지의 빈곤 중에 두번째를 세번째나 네번째로 고쳐 만드는 과정이며, 이런 빈곤은 경제발전으론 해소되지 않습니다. 끝없는 발전은 결국 그 차이를 극복해낼 수 없으며 언젠가는 자연의 한계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성장이 곧 멈추게 됨을 암시합니다. 그렇다면 더이상 자연이 파괴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제로성장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 많이 소비하는 사회에서 덜 소비하는 사회로, 물질적 풍요에서 마음의 풍요를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만큼 가장 파괴된 자연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이 발전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무력한 사람들이 늘고, 젊은이들이 길거리를 방황하며 발전이 가져다준 병과 폭력이 만연합니다. 이것이 과연 경제성장이 참다운 의미로서 풍요, 쾌락, 행복과 관계가 있는지 저자는 묻습니다. 소비에 따른 행복이 아닌 인간 본연이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CD를 사서 노래를 듣는것보다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즐겁고, 남의 춤을 보는것보다 직접 추는것이 즐겁고, TV의 이야기를 즐기기보단 다른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더 즐겁지 않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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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국가 - 소말리아 어부들은 어떻게 해적이 되었나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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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1일, 벌써 1년이 조금 지난 삼호해운 소속의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 주얼리호 사건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산적, 해적 처럼 마치 중세시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단어들이 이 시대에 악명을 끼치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고 그러한 궁금증을 이 책은 적절하게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은 소말리아 내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소말리아는 영국 보호령이었던 북부와 이탈리아의 신탁통치를 받던 남부로 나뉘어있다가 통일됩니다. 그후 시아드 바레 장군의 군사쿠테타가 일어나 22년간 소말리아를 통치합니다. 미국은 시아드 바레를 지지했는데, 시아드 바레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부족들을 특수부대인 레드 베레로 공격하자, 소말리아 혁명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소말리아는 독립국가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소말릴란드와 푼틀란드라는 지역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의 시초는 외국의 불법어업선들과 무단 쓰레기 투기로 시작됩니다. 내전으로 인한 무정부 상황에서 소말리아의 바다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돈벌이가 되었습니다. 소말리아는 유독성 폐기물 투기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유엔환경계획 닉 누탈의 말에 따르면 폐기물처리 비용은 유럽에서 1톤당 250달러 정도지만, 소말리아에서는 2.5달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납이나 카드뮴, 수은과 같은 중금속부터 산업폐기물, 의료 또는 화학폐기물, 심지어 우라늄 방사성 폐기물이 소말리아에 버려졌습니다. 이러한 폐기물은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추가 피해를 발생시켰는데, 4000km에 달하는 해안선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로 인해 어촌의 지하수 오염 및 주민들의 건강 및 환경 문제를 야기시켰습니다.

누군가 집에 와서 물건을 가져가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당연히 싸우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불법 어업의 희생자가 되느니 사냥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 p.61

이런 가난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부들은 어업활동을 하는 것보다 해적질을 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초기 해적들은 바다를 떠돌다 우연히 성공하는 오합지졸에 불과했고 해적중 다수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죽을 위험이나 20년에 달하는 징역형에도 불구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점차 해적들은 조직화, 산업화되어갑니다. 해적 행위로 인한 부로 인해 지역 사회의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해적행위에 동참합니다. 해적질에 성공한다는 것은 소말리아 사회의 성공지표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지역 군벌, 유지들 뿐만 아니라 관료들까지 해적행위에 동참하게 되고, 현재 소말리아 해적의 군사력은 소말리아 정부와 맞먹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아프리카의 해적 행위가 문제가 되는것은 소말리아만이 아닙니다. 나이지리아 남부의 니제르 강 삼각주 지역은 아프리카보다 더욱 치명적인 형태의 해적 행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대 산유국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석유를 수출합니다. 하지만 정작 석유로 인한 부의 혜택은 나이지리아 시민의 극소수에 불과하며 정작 석유가 나오는 지역의 주민들은 극심한 오염과 가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외국 석유회사들의 생산 설비를 파괴하고 석유를 좀도둑질하거나 석유 회사의 선박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이런 식민지 이후 과도기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와 가난, 폭력이 현대의 해적 행위를 낳고 있습니다. 게다가 초기의 해적행위와 다르게 조직화되면서 정작 해적행위에 직접 참가하는 사람들이 받는 돈 또한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부가 해적질을 뒤에서 지원하는 군벌, 관료, 씨족 지도자들에게 돌아가며 이런 해적행위에 가담하는 유명 후원자들의 명단을 미국 또는 UN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이런 해적질 방지의 해답은 바다가 아닌 땅에 있다고 말합니다. 해적들이 다른 대안을 가질 수 있도록 소말리아의 어업을 소생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외국인에 대한 어업 허가를 철회하고 소말리아 어부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방법는 현재의 해상에서의 해적 감시 활동보다 소말리아의 중앙 정부가 제대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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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
메리앤 J. 리가토 지음, 송설희 옮김 / 홍익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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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0일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0세(남자 76세, 여자 83세)였습니다. 공동 1위를 차지한 일본과 산마리노는 평균 83세로, 일본의 경우 남자 79세와 여자 86세, 산마리노는 남자 81세와 여자 84세였습니다. 2008년 출생아 기준 지구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68세(남자 66세, 여자 70세)인 것으로 집계됐고, 우리나라가 속한 서태평양 지역의 기대수명은 75세(남자 72세, 여자 77세)였습니다. 신체상 장애나 활동의 장애 없이 사는 기간을 말하는 건강수명(HALE)의 경우, 2007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 통계에서 한국인은 71세(남자 68세, 여자 74세)였고, 1위는 일본으로 76세(남자 73세, 여자 78세)였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수명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일괄적으로 나타나는 차이점이 보이는데, 그것은 여자의 수명이 남자보다 모두 높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의대 교수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의학적 지식과 사회적인 요소들을 둘러보며 남자의 빠른 사망에 대한 답을 찾아갑니다. 신체적인 요소를 둘러보면 먼저 여자의 유전자(XX형)와 남자의 유전자(XY형)의 구조적 차이를 들고 있습니다. 여자는 염색체 하나가 손상되어도 나머지 하나의 X가 보완해 줄 수 있지만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적으로 Y염색체의 크기는 X염색체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고, Y염색체의 변이 가능성이 X염색체보다 더 커서 남자들은 자연유산, 감염, 선천적 결함에 더 쉽게 노출됩니다. 남자아이의 경우 임신시에 더 유산할 비율이 높고, 분만 과정에서 죽을 확률도 높습니다. 같은 저체중의 아이여도 남자가 더 사망확률이 높으며, 임신중의 흡연도 남자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학습장애, 청각장애, 과잉행동장애, 자폐증, 틱장애 등의 발달장애 또한 남자아이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나를 찾는 환자들 중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증권 관계 일을 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들은 모두 나무랄 데 없는 학력과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거칠다 못해 무분별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고, 난잡한 사생활에 빠지곤 한다. 더 무서운 현실은 밤에 4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을 개인적 역량의 부족으로 간주하는 풍조로, 그들은 억지로 잠들기 위해 약을 먹었고 깨어나기 위해 각성제를 먹었다. 그들에게 약물은 긴장을 풀기 위한 용도로(마리화나), 그리고 집중적으로 강력하게 일하기 위한 용도로(코카인) 필수품처럼 사용되곤 했다. 그들 중 대부분이 하루에 단지 한 끼만 먹는다. 그들은 맹렬하게 경쟁하고, 일을 하면서 어마어마한 위험을 견딘다. 이런 젊은이들에게는 오직 성공만이 삶의 목표이며, 경쟁에서의 승리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이다. 그리하여 연말에 받는 보너스의 액수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데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 허세는 이미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온전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최고의 인생이라고 부추기는 언론의 집중 조명에 도취되어 그들은 나날이 썩어가고 있는데도, 그 뒤를 잇는 젊은이들은 줄을 서고 있다. 나를 찾는 증권가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바로 이런 고통에 신음하고 있고, 그들 중 몇명은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 pp.88~89 

남자와 여자의 또다른 차이점은 호르몬의 비율 차이인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여성이 중년이 될 때까지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갑작스런 심장질환의 80%이상이 남자들에게서 나타나고,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남자가 여자에 비해 3배 가량 높습니다. 젊은 남자들의 특징인 높은 테스토스테론은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것은 남자들의 높은 자살률과도 직결됩니다. 남자의 뇌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은 여자와 많이 다른데, 그중 세로토닌 합성은 여자보다 52%가 높습니다. 이 물질은 두뇌의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신경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하며 폭력, 살인, 자살 같은 폭력적인 행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울증은 뼈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더러 내분비계, 심장혈관계, 면역체계의 교란에 관여합니다.

이러한 신체적 불리함 외에도 많은 사회적 요소는 남자의 짧은 수명에 영향을 끼칩니다. 가장 큰 요소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인데, 이러한 통념은 청소년기 남자로 하여금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의 직업상 또한 큰 영향을 끼치는데, 많은 노동시간과 높은 연봉으로 대표되는 직업들이 선망받고 있지만 남자의 수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한 남자는 언제나 강하게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남자로 하여금 우울증 등에 대해 상담받고 정면으로 치료받기를 거부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지난 세기 동안 엄청난 성공과 새로운 발견을 줄지어 이루어왔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힘들을 지혜롭게 사용할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그저 앞으로만 달려왔다. 우리 자신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 없이 그렇게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가 가져온 수많은 폐해 중에, 남자들 수명의 터무니없는 단축이 포함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남자들을 그렇게 빨리 죽게 만드는 것들과 싸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성을 쏟아내야 한다. - p.270 

또한 사회적으로 남자의 경우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라고 요구하는데, 이 또한 낮은 수명에 연관이 있습니다. 선원, 광부, 소방수, 경찰관,건설 노동자 등 돌연사와 스트레스, 사고사 등이 높은 직종에 있어서 남성의 비율은 매우 높습니다. 또한 퇴직자의 경우 높은 확률로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수입의 액수나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힘에 따라 인재를 판단하는 풍조 속에서 퇴직자는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우울증과 무기력감,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느낌 등이 만들어진 생리학적인 문제들은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도 아직까지 가정의 주 수입원이 남자가 많기 때문에 남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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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삼위일체 - IMF, 세계은행, WTO는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나
리처드 피트 지음, 박형준.황성원 옮김 / 삼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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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계은행, WTO. 이 세가지 기구가 어떻게 태어났고, 왜 태어났으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하는 책입니다. 초기 자본주의의 발달은 그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고, 20세기에 들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년간 케인주주의로 변화하게 됩니다. 국제통화기금, 국제부흥개발은행, 국제무역기구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발동으로 시작됩니다. 이런 기구들는 당시 변화하던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그것을 지원하는 기구로서 발족합니다.

이 기구들은 예치금에 따라서 투표권이 결정되며, 가장 큰 투표권을 차지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이 기구들에게 돈을 빌릴 경우 정부는 한 꾸러미의 경제정책을 채택하라는 요구를 받고, 국제통화기금의 판단에 따라 경제안정화를 촉진하며 차관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정부의 능력을 늘려줄 법한-즉 이자를 벌고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금융수단들을 지시받습니다. 그렇다면 국제통화기금은 어떤 이론적 수단들을 근거로 이러한 정책들을 세우게 될까요? 이 기구는 현재까지 50년의 경험이 뒷받침하는 최고의 신고전주의 경제과학에 그 차관업무방침을 의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시기에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시행되는 국제통화기금의 차관을 승인한다는 데 왜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는 것일까요?

경험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따르면 그 기구는 특히 빈민들의 등에 올라타 차용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며 보상금을 쥐어짜고 있다. 그리고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제기된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은 경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어떤 맥락에서든 똑같은 묶음의 정책을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신고전주의의 신자유주의적 형식에 집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발의하는 정책들은 거의 항상 수입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데, 이것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그리고 이자율을 높여서 경제를 냉각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키는데, 이것이 다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동시에 정부 서비스 부문을 감축하고 식품가격을 낮게 유지해왔던 정부 보조금을 없애는 긴축 프로그램을 강요한다. 따라서 비판자들은 국제통화기금이 실업과 빈곤을 야기하는 동시에, 그 결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치유할 국민국가의 힘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제통화기금의 경제학자들이 한 국가의 정부에게 이전의 정책들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내릴 때, 그 정부로부터 대출금을 갚도록 강요받는 사람들은 그것을 가장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더 나아가 국제통화기금은 다른 방식의 발전을 택하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국가들에게 그들의 경제적 신념을 강요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국제통화기금이 빈민과 노동자들을 희생하여 강제적으로 상환에 호의적인 조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국제통화기금의 경제적 담론들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 p.130 

이러한 기금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정책이행조건에 종속되어 있는 나라들의 거시경제적 성격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이행조건이 국제수지와 경상계정 같은 시급한 목표들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 중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의 평가에 따르면 1965년에서 1995년 사이에 IMF의 돈을 받은 89개 저개발국 중 48개국이 경제적으로 이전보다 더 잘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IMF의 차관은 단기적 원조를 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차관에 대한 장기적인 종속을 유발하며, 저개발국의 경제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고 많은 사례에서는 저개발국의 경제에 해악을 끼쳤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말에 따르면 경제개혁의 효력은 신념에 따른 행위이며, 그렇게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정책규정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검증된 과학을 토대로 하기보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은행에서 수석경제학자와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을 빌면, IMF가 이데올로기, 불량경제학, 교조, 때로는 얄팍하게 감춰진 특권적 이해집단의 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토대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한다고 밝힙니다. 또한 그는 IMF가 금융 집단에게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도 이롭다는 식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나는 이러한 국제기구들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이들을 개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IMF의 신뢰가 이 정도로 떨어졌다면 아예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만약 이 기구가 변화하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고 더 민주적인 기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높아만 가는 민주주의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것을 생각해볼 시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 정말로, 이제는 개혁이냐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나갈것이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p.456 

WTO와 연계되어 있고, 거대기업, 특히 거대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는 IMF와 세계은행이 100여국에서 경제 정책을 강제해 왔고, 그들의 정책이 영양부족, 빈곤, 실업을 만연케 했으며 수천명의 어린이가 죽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빈곤을 몰아내겠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세 기구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에 대해 ‘일치’하며, 정치․경제 권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세 기구는 가난한 나라와 노동자․서민을 더욱 살기 힘들게 하고 강대국과 대기업을 더욱 부유하게 함으로써 세계를 망치는, 그야말로 성스럽지 못한 일을 벌이는 삼위일체, 곧 ‘불경한 삼위일체’ 임을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이런 값비싼 희생을 요구하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원천, 즉 신념과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우익 정치에 대한 비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확실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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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루공화국의 비극 -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
뤽 폴리에 지음, 안수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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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의 변호사가 "똥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똥을 닮았고 똥 냄새를 풍긴다." 고 묘사한 섬. 한때 세계 최고의 GDP를 자랑하며 오세아니아의 중심국가가 되었지만, 그 후 폐허가 되어버린 섬. 이 나우루공화국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가져다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아우르며 나우르의 이야기를 말해 줍니다.

나우루 섬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야자나무로 뒤덮인 땅이였습니다. 당시 새로운 맛을 찾아나선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음식중에 코코넛이 있었고, 유럽인들이 나우루에 와서 코코넛 과육을 말린 코프라를 사가기 시작합니다. 당시 나우루에 정박한 선장 중 한명인 헨리 덴슨은 나무가 딱딱하게 굳어 생긴듯한 돌 하나를 가져갔고, 이 돌이 나우루의 운명을 바꾸게 됩니다. 단순한 기념품인줄 알았던 이 돌은 1899년 앨버트 엘리스가 보고 분석해본 결과 순도 100%에 가까운 인산염이 검출됩니다. 인산염은 농사를 짓는데 꼭 필요한 비료의 중요한 성분으로,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같이 땅이 척박한 나라에선 비료를 보급하는 것이 시급과제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열강들은 식민지 개척을 위해 오세아니아로 진출하던 시기였고, 나우루를 지배하던 독일을 비롯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나우루에서 인산염을 채굴하기 시작합니다. 나우루인들은 채굴에 대한 보상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광산일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평소 하던 일에 열중하며 살아갑니다.

이 섬의 인산염 매장량은 5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 비료는 칠레의 유명한 질산염 산지와 견줄 만하다. - 뉴욕타임즈 1918. 9. 29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나우루는 더욱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이 됩니다. 인산염은 전시에 폭발물 제조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이 전쟁에 참가하며 태평양 지역의 여러 섬들인 과달카날, 미드웨이, 나우루 같은 섬이 주요 전쟁터가 됩니다. 일본군은 나우루에 와서 주민 1700명중 1200명을 강제이주 시키고 500명은 점령군을 위한 노역에 사용합니다. 전쟁이 끝난후 강제이주된 1200명중 737명이 살아서 돌아왔고, 나우루는 다시 신탁통치 하에 들어갑니다. 전쟁 이후 모든 나라는 파괴된 농업을 복구해야 했고, 세계 최고의 인산염 산지로 떠오른 나우루는 세계 농업을 지배할만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은 나우루의 채굴 이권을 나눠가졌고, 나우루인들은 총 수입에서 고작 2%만을 받게 됩니다.

나우루인 해머 드로버트는 외국에서 유학한 최초의 나우루인 가운데 한명이였습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교육받았고, 조국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우루 인들은 자신들의 섬과 인산염, 그리고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였습니다. 드로버트는 귀국 후 지방정부 위원회를 구성했고, 10년이 넘는 투쟁 끝에 독립을 하게 됩니다. 인산염 산업은 나우루인들의 것이 되었고, 나우루인들은 일확천금을 손에 얻게 됩니다.

30년정도 채굴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와 기술자들의 자문에 따라 드로버트는 인산염이 고갈될 때까지 남은 시간과 돈을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여러가지 분야에 투자합니다. 나우루 사람들은 더이상 일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정부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국가 소유였고, 주민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작은 섬이였던 터라 범죄행위도 거의 없었습니다. 대통령부터 가정부까지 모두 동일한 월급을 받았으며 1970년 당시 이 섬의 GDP는 2만달러에 달했습니다. 나우루에서는 가정집의 화장실까지 국가가 청소해 주었고,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기며, 차 안에서 식사를 즐겼습니다. 당시 서구 사회에서 한 가정에 한대밖에 없던 자동차를 나우루인들은 7대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해외투자도 엄청나게 이루어져 오스트레일리아서 가장 높은 빌딩인 나우루 하우스 빌딩을 지었고, 각종 병원, 호텔, 양조장, 럭비팀 등을 사들입니다. 항공사 에어 나우루는 태평양의 중심지였고, 오세아니아의 모든 항공사들은 나우루 공항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번영 속에서 여러 좋지않은 징조들이 나타납니다. 나우루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사기를 당했는데, 로널드 파울스에게 6000만 달러를 사기당했고, 5000만달러를 주고 산 병원이 사실 부동산업자가 고작 1500만달러를 주고 산 병원이였음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수많은 돈들은 다시 찾지 못합니다. 또한 나우루 국민의 아버지였던 드로버트가 죽은 뒤 정치적 불안이 계속됩니다. 22년동안 대통령이 23번 바뀌었고, 나우루 지도자들은 자기 금고와 국고를 혼동하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에 예고했던 대로 인산염 채굴은 갈수록 줄어들어갔고, 1997년엔 광산 활동이 최소한도로 줄어듭니다. 수입이 줄어들면서 여러 군데에서 빚을 지기 시작했고, 그 빚의 이자가 점점 나우루를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나우루는 여권, 은행계좌를 팔기 시작해 전세계 돈세탁의 중심지가 되고 전세계에서 블랙리스트로 등록됩니다.

이런 파산직전의 나우루를 여러 국가들이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난민을 거부하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정권은 나우루에 경제적 원조를 해주는 대가로 나우루를 난민수용소로 활용해 오스트레일리아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대만 또한 나우루에 경제적 원조를 해 주었는데, 이는 자국의 주권국 지위를 천명하기 위해 비중있는 동맹국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중국때문에 UN에 가입하지 못하는 대신 나우루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UN에 발표하는데 사용합니다. 일본 또한 나우루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대가로 포경산업에 대한 지지를 받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들도 이렇게 대가를 받는 조건에서 선뜻 자신의 무언가를 내주는 정책을 썼던 것과 동일합니다.

고립되고 바다로 둘러싸인 이 나라는 보잘것없긴 해도 세계화의 현장이었다. 나우루 섬은 자본주의 경제 특유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스스로 초래하는 부수적인 피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우루의 몰락을 초래할 것은 전쟁도 혁명도 아니었고, 다른 어떤 외부 요인도 아니었다. 그저 흘러가는 상황이 두 세대 만에 모든 것을 휩쓸어갔을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모두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다 나우루에서 제 몫을 챙겨갔고 나우루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의 유럽인들과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영연방 국가들이 그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우루인들 자신도 그랬다. 돈에 압도당한 나우루인들은 결코 자신들의 땅과 문화를 보존할 줄 몰랐다. - p.173

나우루는 자국의 자원을 이용함으로서 극과 극의 역사를 동시에 경험합니다. 나우루는 다시 인산염 2차 채굴을 통해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갑니다. 인산염으로 돈이 생기면, 과거와 같은 실수들은 하지 않게 될까요? 하지만 이미 나우루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주민들은 전통문화를 잃어버렸고, 심각한 비만과 당뇨병을 얻었습니다. 7천명밖에 되지 않는 주민중에서 매일 2명이 당뇨로 죽어갑니다. 국토는 이미 파괴되어 야자수가 가득하던 숲은 황량한 고원이 되었습니다. 급성장하고 있는 두바이를 비롯, 전세계적으로 봤을때 수많은 자원의 사용, 자연의 파괴, 그로인한 풍요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과 사회문제들은 이런 나우루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는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물질적인 안락이 보장되자 자신의 문화를 등한시하고, 자신의 과거를 망각하고, 자신의 환경을 돌보지 않는 인간의 역사, 그것이 곧 나우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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