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한 삼위일체 - IMF, 세계은행, WTO는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나
리처드 피트 지음, 박형준.황성원 옮김 / 삼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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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계은행, WTO. 이 세가지 기구가 어떻게 태어났고, 왜 태어났으며,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하는 책입니다. 초기 자본주의의 발달은 그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고, 20세기에 들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년간 케인주주의로 변화하게 됩니다. 국제통화기금, 국제부흥개발은행, 국제무역기구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발동으로 시작됩니다. 이런 기구들는 당시 변화하던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그것을 지원하는 기구로서 발족합니다.

이 기구들은 예치금에 따라서 투표권이 결정되며, 가장 큰 투표권을 차지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이 기구들에게 돈을 빌릴 경우 정부는 한 꾸러미의 경제정책을 채택하라는 요구를 받고, 국제통화기금의 판단에 따라 경제안정화를 촉진하며 차관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정부의 능력을 늘려줄 법한-즉 이자를 벌고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금융수단들을 지시받습니다. 그렇다면 국제통화기금은 어떤 이론적 수단들을 근거로 이러한 정책들을 세우게 될까요? 이 기구는 현재까지 50년의 경험이 뒷받침하는 최고의 신고전주의 경제과학에 그 차관업무방침을 의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시기에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시행되는 국제통화기금의 차관을 승인한다는 데 왜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는 것일까요?

경험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따르면 그 기구는 특히 빈민들의 등에 올라타 차용국의 경제를 희생시키며 보상금을 쥐어짜고 있다. 그리고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제기된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은 경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어떤 맥락에서든 똑같은 묶음의 정책을 자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신고전주의의 신자유주의적 형식에 집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발의하는 정책들은 거의 항상 수입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데, 이것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그리고 이자율을 높여서 경제를 냉각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감소시키는데, 이것이 다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동시에 정부 서비스 부문을 감축하고 식품가격을 낮게 유지해왔던 정부 보조금을 없애는 긴축 프로그램을 강요한다. 따라서 비판자들은 국제통화기금이 실업과 빈곤을 야기하는 동시에, 그 결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치유할 국민국가의 힘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제통화기금의 경제학자들이 한 국가의 정부에게 이전의 정책들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내릴 때, 그 정부로부터 대출금을 갚도록 강요받는 사람들은 그것을 가장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더 나아가 국제통화기금은 다른 방식의 발전을 택하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국가들에게 그들의 경제적 신념을 강요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국제통화기금이 빈민과 노동자들을 희생하여 강제적으로 상환에 호의적인 조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국제통화기금의 경제적 담론들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 p.130 

이러한 기금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들이 정책이행조건에 종속되어 있는 나라들의 거시경제적 성격에 대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이행조건이 국제수지와 경상계정 같은 시급한 목표들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 중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의 평가에 따르면 1965년에서 1995년 사이에 IMF의 돈을 받은 89개 저개발국 중 48개국이 경제적으로 이전보다 더 잘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IMF의 차관은 단기적 원조를 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차관에 대한 장기적인 종속을 유발하며, 저개발국의 경제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고 많은 사례에서는 저개발국의 경제에 해악을 끼쳤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말에 따르면 경제개혁의 효력은 신념에 따른 행위이며, 그렇게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정책규정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검증된 과학을 토대로 하기보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은행에서 수석경제학자와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말을 빌면, IMF가 이데올로기, 불량경제학, 교조, 때로는 얄팍하게 감춰진 특권적 이해집단의 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토대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한다고 밝힙니다. 또한 그는 IMF가 금융 집단에게 이로운 것이 전체 경제에도 이롭다는 식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나는 이러한 국제기구들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이들을 개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IMF의 신뢰가 이 정도로 떨어졌다면 아예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만약 이 기구가 변화하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고 더 민주적인 기구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높아만 가는 민주주의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것을 생각해볼 시점에 이른 것이 아닌가? 정말로, 이제는 개혁이냐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나갈것이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 p.456 

WTO와 연계되어 있고, 거대기업, 특히 거대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는 IMF와 세계은행이 100여국에서 경제 정책을 강제해 왔고, 그들의 정책이 영양부족, 빈곤, 실업을 만연케 했으며 수천명의 어린이가 죽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빈곤을 몰아내겠다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세 기구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에 대해 ‘일치’하며, 정치․경제 권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세 기구는 가난한 나라와 노동자․서민을 더욱 살기 힘들게 하고 강대국과 대기업을 더욱 부유하게 함으로써 세계를 망치는, 그야말로 성스럽지 못한 일을 벌이는 삼위일체, 곧 ‘불경한 삼위일체’ 임을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급진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이런 값비싼 희생을 요구하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원천, 즉 신념과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우익 정치에 대한 비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확실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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