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국가 - 소말리아 어부들은 어떻게 해적이 되었나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강혜정 옮김 / 미지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2011년 1월 21일, 벌써 1년이 조금 지난 삼호해운 소속의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 주얼리호 사건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산적, 해적 처럼 마치 중세시대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단어들이 이 시대에 악명을 끼치게 된 배경이 궁금해졌고 그러한 궁금증을 이 책은 적절하게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은 소말리아 내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소말리아는 영국 보호령이었던 북부와 이탈리아의 신탁통치를 받던 남부로 나뉘어있다가 통일됩니다. 그후 시아드 바레 장군의 군사쿠테타가 일어나 22년간 소말리아를 통치합니다. 미국은 시아드 바레를 지지했는데, 시아드 바레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부족들을 특수부대인 레드 베레로 공격하자, 소말리아 혁명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소말리아는 독립국가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소말릴란드와 푼틀란드라는 지역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소말리아 해적의 시초는 외국의 불법어업선들과 무단 쓰레기 투기로 시작됩니다. 내전으로 인한 무정부 상황에서 소말리아의 바다는 외국인들에게 좋은 돈벌이가 되었습니다. 소말리아는 유독성 폐기물 투기 장소로 활용되었습니다. 유엔환경계획 닉 누탈의 말에 따르면 폐기물처리 비용은 유럽에서 1톤당 250달러 정도지만, 소말리아에서는 2.5달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납이나 카드뮴, 수은과 같은 중금속부터 산업폐기물, 의료 또는 화학폐기물, 심지어 우라늄 방사성 폐기물이 소말리아에 버려졌습니다. 이러한 폐기물은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추가 피해를 발생시켰는데, 4000km에 달하는 해안선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로 인해 어촌의 지하수 오염 및 주민들의 건강 및 환경 문제를 야기시켰습니다.

누군가 집에 와서 물건을 가져가려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당연히 싸우겠지요. 바로 그겁니다. 불법 어업의 희생자가 되느니 사냥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 p.61

이런 가난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부들은 어업활동을 하는 것보다 해적질을 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초기 해적들은 바다를 떠돌다 우연히 성공하는 오합지졸에 불과했고 해적중 다수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죽었습니다. 하지만 바다에서 죽을 위험이나 20년에 달하는 징역형에도 불구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점차 해적들은 조직화, 산업화되어갑니다. 해적 행위로 인한 부로 인해 지역 사회의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해적행위에 동참합니다. 해적질에 성공한다는 것은 소말리아 사회의 성공지표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지역 군벌, 유지들 뿐만 아니라 관료들까지 해적행위에 동참하게 되고, 현재 소말리아 해적의 군사력은 소말리아 정부와 맞먹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아프리카의 해적 행위가 문제가 되는것은 소말리아만이 아닙니다. 나이지리아 남부의 니제르 강 삼각주 지역은 아프리카보다 더욱 치명적인 형태의 해적 행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대 산유국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석유를 수출합니다. 하지만 정작 석유로 인한 부의 혜택은 나이지리아 시민의 극소수에 불과하며 정작 석유가 나오는 지역의 주민들은 극심한 오염과 가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은 외국 석유회사들의 생산 설비를 파괴하고 석유를 좀도둑질하거나 석유 회사의 선박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이런 식민지 이후 과도기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와 가난, 폭력이 현대의 해적 행위를 낳고 있습니다. 게다가 초기의 해적행위와 다르게 조직화되면서 정작 해적행위에 직접 참가하는 사람들이 받는 돈 또한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부가 해적질을 뒤에서 지원하는 군벌, 관료, 씨족 지도자들에게 돌아가며 이런 해적행위에 가담하는 유명 후원자들의 명단을 미국 또는 UN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자는 이런 해적질 방지의 해답은 바다가 아닌 땅에 있다고 말합니다. 해적들이 다른 대안을 가질 수 있도록 소말리아의 어업을 소생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외국인에 대한 어업 허가를 철회하고 소말리아 어부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방법는 현재의 해상에서의 해적 감시 활동보다 소말리아의 중앙 정부가 제대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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