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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해 지금 당장 알아야 할 부채 관리 전략
백정선.김의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3월
평점 :
빚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 깊숙히 들어와 있습니다. '빚쟁이'는 신용카드를 무절제하게 사용하거나, 유흥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대출을 대출로 막다가 도망다니는 사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실하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들은 모두 빚쟁이입니다. 대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이 있고, 군인을 위한 대출도 있으며, 결혼식을 하기 위한 대출도 있습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물건을 살 때 할부구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주택을 사기 위해 빚을 졌을 것입니다. 사업을 하며 잘나가는 사람들도 많은 빚이 있습니다. 빚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빚의 일정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를 견인하는데 필요한 요소입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이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것,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업을 세울 대출을 받는 것, 자신과 가족이 평온한 삶을 살기 위해 주택대출을 받게 해 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더 나은 미래를 가정하여 빚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 제품을 만들어도 내수시장이 몰락해버린 현실,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마주한다면, 빚은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것입니다.
대출의 어두운 면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주택 분야는 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티프 미안, 아미르 수피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주택 자산 급락의 피해는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되었다고 말합니다. 집값이 하락할 때, 자산이 많은 계층은 별 피해를 입지 않는 반면, 자신이 적은 계층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가치가 '제로'가 되지 않는 이상 남아있는 가치가 있으며, 남은 자산의 우선권은 금융권, 부자, 정부 등에 있기 때문입니다. 빈자는 몰락하고, 부자는 남은 자본으로 싼 값에 투자를 할 여력이 있습니다. 결국 집값이 요동치면 부의 불평등화는 더욱 가속화됩니다.
역설적이지만,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욱 빈자가 되는 것이 꼭 부자에게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코스타스 라 파비차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평가하며, 서민들의 빚 때문에 나라, 더 나아가 전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현상은 유례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1%의 부자들이 나머지 99%보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고, 한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경제에서 작은 지분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가난하고 직업 없는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자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한 것은, 빈자의 몰락이 결코 부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은 암 세포가 사람을 죽이는 법입니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개개인에게 개인의 소득을 초과하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으며,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우성은 이를 '목돈사회'로 규정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독립하기 위해선 주거보증금, 권리금, 대학등록금 등 한번에 큰 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빚을 져야 합니다. 복지 시스템은 선진국 대비 형편없는 수준이다 보니 개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많은 빚을 지고 대출이자를 간신히 갚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금리가 오른 순간, 집값이 떨어진 순간이 사망 선고와 다름없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언젠간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집니다.
생각할 여유와 결심하는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청년 세대의 자립을 방해한다. 개인은 용기를 잃는다. 인간 정신의 세포분열은 활동을 멈춘다. 사회는 활력을 잃는다. 이것은 민주주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민주주의는 본디 통치의 방식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노예제도가 있었다. 노예는 민주주의의 시민이 되지 못한다. -《목돈사회》p.18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과 미래를 포기하는 현상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그것을 해결할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서 정년을 보장받거나, 대기업에 들어가 한번에 많은 돈을 쌓아두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는 갈수록 벌어져 현재는 무려 3배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2등 시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은 강박적으로 스펙 쌓기에 몰입하고 있고,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합니다.
최근 뉴스에서 가계 대출이자가 이자소득을 추월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갈수록 많은 가계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폭탄은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책의 제목처럼, 폭탄돌리기의 한도를 최대 5년으로 봅니다.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서 살아남으라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광범위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혼이나 대학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바꾸고, 체면 때문에 과도하게 지출되는 경조사비를 줄이고, 사교육비나 부동산 투자, 보험료에 관한 지식을 익혀야 합니다. 가계부채의 폭발과 경기침체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의 흐름을 이해하고, 대출을 최대한 적게 받으며 합리적으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