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심리학 - CIA 거짓말 수사 베테랑이 전수하는 거짓말 간파하는 법
필립 휴스턴 외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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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들은 어렸을때부터 거짓말은 나쁜 행동이며, 따라서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모든 사람은 결백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쉽사리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하기 힘들어하게 합니다. 상대방이 거짓말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위에 사회가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를 구성하는 또 다른 기둥에는 사람들은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고 써져 있습니다. 어쩌면 거짓말을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 덕분에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일부 행동 연구에 따르면, 우리들은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한 이른바 선의의 거짓말을 포함해 하루 동안 평균 열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든 거짓말을 하며, 난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이며, 개인간의 관계에서나, 사회간의 관계에 어디든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파악하는 것, 상대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거짓말이 드러나는 순간을 간파하는 기술은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 3명은 모두 CIA에서 거짓말 탐지 방법을 개발하고 활용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거짓말에 숨겨진 심리학을 파헤칩니다. 거짓말을 통해 드러나는 심리학적, 언어학적, 행동학적인 징후들을 안다고 해서 꼭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랜 연습과 수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노력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거짓말을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가려내는 사람이 평소 거짓말을 하는 매커니즘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거짓말을 바라보려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 왔던 접근법과 편견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쉽사리 믿기 힘들어하는데, 사람들을 믿고 싶어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우리 대부분이 타인을 평가하는 위치에 서는 것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대에 대한 평가가 거짓말 탐지 과정에 발을 들이게 되면 진실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따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중에 의사소통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런 의사소통은 체계적으로 따져보면 매우 복잡합니다. 언어 자체가 부정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거짓말에 관한 의사소통을 분석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게 언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이를 쉽게 분석하기 힘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주 다양한 편견 속에서 살아가며, 이는 거짓말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덫으로 작용합니다.

당신이 1990년대 초에 있었던 한 사건을 담당한다고 해보자. 캘리포니아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가 집단 내 어린이 60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이었다. 이 어린이들 중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한 열세 살짜리 여자아이는 수사관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여러 아이가 여러 해 동안 교주에게 당한 끔찍한 일들을 설명했다. 예상했겠지만 교주는 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더군다나 여자아이가 들려준 역겨운 이야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악마 같은 교주일까, 어린 여자아이일까? - p.30 

아마 십중팔구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교주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교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권력자이고, 여자 어린아이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천사같은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이겨내면 진실이 보입니다. 수사관들은 자신의 편견을 다스릴 수 있었던 덕분에 여자아이가 자신의 증언이 잘 짜인 거짓말이였음을 자백하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아주 힘듭니다. 우리는 도난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증거 없이도 교수보단 노숙자를 더 의심하며,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생긴 사람보단 못생긴 사람을 의심합니다. 죄가 밝혀지더라도 잘생길수록 법정에서 더 적은 형벌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편견으로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편견을 이겨내기는 힘들지만, 이겨낼 수만 있다면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진실을 말입니다.

가끔 TV드라마들을 보면 거짓말 탐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드라마에서는 흔히 표정 분석만으로 거짓말을 가려내곤 합니다.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이러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거짓말 판별법이 소개되곤 하는데, 시선 피하기, 닫힌 자세, 성급한 대답, 꼭 맞잡은 손, 얼굴을 붉히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정 분석은 신뢰도가 떨어지며, 거짓을 가려낼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독특한 행동들이 어느정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거짓말의 증거가 되진 못합니다. 그보다 거짓말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징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답하지 않음, 분명하게 부정하지 않음, 대답을 꺼리거나 거부함, 미응답 진술, 공격 모드 돌입, 질문의 범위를 축소함, 종교 들먹이기, 설득력 있는 진술 등이 거짓말과 관련된 언어학적, 심리학적 요소들입니다.

거짓말을 판단한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 언어와 행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거짓말의 베이스에는 상대가 결코 생각만큼 논리적이지 않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논리적으로 알아챌 수 있어야 합니다. 거짓말이 드러나는 징후들은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을 모두 포함해 거짓 행동을 나타내는 징후가 둘 이상 모여있는 클러스터와 타이밍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거짓 행동은 이러한 클러스터, 언어적인 형태나 비언어적인 형태 모두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보고 듣기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곱자모드라 부르는 상태가 되도록 훈련해야 하기도 합니다. 때론 진실이 거짓을 은폐하는 역설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실을 무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혀 관계가 없는 진실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진실을 무시하기 매우 힘듭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듣고 살아갑니다. 때문에 매일 주변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다른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다고 상상해보면, 그야말로 짜릿한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들간의 거짓말도, 애인간의 거짓말도, 심지어 TV토론회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거짓말도, 그것을 판별할 수 있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거짓이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한 사람들이 선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거짓말을 분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굉장합니다. 거짓말을 판단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성에 대한 도전입니다. 거짓말을 알아내기 위해 개인적, 사회적 편견과 믿음에 도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며, 값진 진실을 손에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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