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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녀왔다. 미국에. 열흘 동안. 교수님 워크샵 도우미로. 미니애폴리스.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다. 입국심사관이 처음 미국방문에 미니애폴리스를 방문하냐고 의아해했다. 추운 걸 좋아하나보지 한다. 그게 아니라면 플로리다 내지 뉴욕을 가란다. 뉴욕은 정말 재미나단다.

음...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 아저씨가 미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도 많이 많이 주었는데. 놀러다닐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애폴리스가 날씨가 춥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무지 공포에 떨었었다. 워낙 추위를 타기 때문에 정말 두려웠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춥지 않았다. 거기 사람들 말로 이렇게 따뜻한 겨울은 처음이란다. 글로벌 워밍이라고. 부시는 존재치 않는다고 우기는 그것이지. 어쨌거나 열흘 머무는 동안 그래도 하루는 눈도 왕창오고 날도 무지 추웠다. 그 날씨를 겪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놓이고 후련했다. 뭐랄까 올 것이 왔다는 느낌. 차리리 당하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마치 어려서 단체로 주사맞을 때처럼. 줄 서서 기다릴 때의 고통은 주사를 맞는 순간의 고통에 비해 훨씬 더했던 것이다. 맞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느낌과 더불어 어떤 쾌감이 있는 것이다.

즉 많은 경우 그렇듯이 실제는 상상보다 수월했다. 견딜만했다. 난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 같다. 좀 안좋은 쪽으로만.  

영화와 텔레비젼에서 많이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본 미국은 신기했다. 우선 역사가 짧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다녀본 곳이 주로 고색창연한 유럽이었던지라 특히 더 비교가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바실리카에 가봤는데 아니 이렇게 빤질빤질할 수가 정말 놀라버리고 말았다. 바닥의 대리석은 유리알처럼 빛이 났고 내부의 조각들에는 흠집하나 먼지하나 없었다. 유럽의 성당들이 세월의 풍상을 겪기 전에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싶었다.

발랄한 미국사람들. 언니가 언젠가 말했듯이 역사가 짧은 나라의 사람들은 보다 낙천적인 것같다. 역사가 긴 나라 사람들의 우울이나 권태와 같은 정서가 아직 잠식하지 않은 것같다.

그러고보면, 중국사람들은 예외인 것 같다. 역사는 오랜데, 그들에게서는 노후의 징후를 읽을 수 없다. 그들은 무지 강하고 질기다. 새로이 마구마구 성장하는 느낌. 강하다. 

미국영어를 왕창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콧소리가 정말 많이 들어가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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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마. 그게 마감날이 이렇게 득달같이. 산너머 또 산. 그럼에도 미루고 미루는 이 버릇이 여전하니 그 스트레스가 오죽하겠냐고.

나도 좋아서 미루는 것은 아니라고. 무지 괴로우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는 것을 어떻해. 이게 다 습이고 업이라고. 고치기가 무진장 어려워. 습관을 바꾸면 정말 운명이 바뀔 것같아.

나는 내가 하는 행위들의 모음인데. 이 행위들의 패턴이, 종류가 바뀌면 나도 바뀌는 것이지.

이론은 멀쩡한데.

근데, 이렇게 미루는 게 나만이 아니더라고. 월요일날 연구방법론 수업 시간에 어떻게 시간을 잘 쓸 것인가 하는 말이 나왔는데, 그 교수 자신도 마감날 앞두고 글을 쓸라다가 보면 꼭 부엌이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퍼뜩 들면서 꼭 치워야만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일을 미루게 되고 그런다는 거야. 그러고는 정말 끝이 임박해서 패닉이 어택을 한다는 거야. 초죽음이 되는 것이지. I don't know why I do this to me! 라는 거야.  

이럴수가 어떻게 이렇게 나랑 똑같을 수가!  내 방 작은 부엌은 늘 마감날 가까이 갈 수록 빛이 난다니까. ...

안그런 애들도 많던데.

용기를 내보아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이라도 엔진을, 시동을 걸어보아요. 부릉부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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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정말.

곧 멀리 떠날 친구를 만나는 것도 마다하고 공부를 하여야한다고 이렇게 방콕을 하고는 있는데. 정말로 몸이 몸살이 나서 그런건지, 마음이 몸살이 났는지. 영 추스려지지가 않고 이렇게 늘어져만 있다. 죄의식과 마감날의 압박.

괴롭네. 미안하네 정말.

이 밤 이제 시작을 해보아야지. 독하게 사발로 커피를 부어주고, 스탠드 조명 받으며.

야옹야옹 나비야 친구 생각해서라도 한걸음씩 가보아야지 어쩌겄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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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전에도 말했듯이 공기 맑은 시골이라 무지개도 가끔 볼 수 있고, 달팽이도 자주 볼수가 있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화단같은 데서 조용히 살던 달팽이들이 무더기로 길거리로 나오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즉 화단 밖의 인도로 기어나오는 것이다. 왜인지는 정말로 알길이 없다.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많은 수의 달팽이가 무신경한 사람들의 신발바닥에 깔려 무수히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빠각하면서 집이 깨지고 온몸이 터져 죽는 것이다. 아이고 너무 끔찍하다. 밟지 않으려고 바닥을 상세히 쳐다보고 지나가는 나로서는 그 죽은 잔해들을 다 봐야만한다는 무서운 현실에 봉착하고 마는 것이다.  

이상하다.

여기는 잔디밭도 많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잔디깎는 기계가 지나고 나면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하고 좋은지 모른다. 잔디밭의 많은 데이지 꽃, 민들레 꽃도 이쁘다. 너무 이뻐서 자세히 관찰을 했다. 민들레는 잡초라고 홀데받고 있기는 하지만.

보니까 영리하게도 이 데이지와 민들레가 잔디깎기에 꽃모가지가 댕강댕강 짤려버리고 마는 주기적 지옥체험을 하면서, 점점 더 키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즉, 댕강댕강 짤려나가도 굴하지 않고 또 바로 바로 꽃을 생산해내시는데 금새 환경에 적응을 해서는 아주 땅바닥에 딱 붙어서 피는 것처럼 보일 때까지 키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렇다. 식물은 그렇게 한다. 변화를 한다.

우낀 것은 유사한 현상이 인체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여자분들 중에서 다리에 좀 복실하다 싶은 털을 가지신 분들은 바쁜 와중에도 그 털 제거에 또 한 힘 쓰게된다. 가끔 심심할 때, 혹은 여름에 진하다 싶은 것만 골라서 뽑곤 했었는데, 얼마전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이 털이 새로 자라나면서 피부 밑으로 났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와 바람에 휘날려야할 털이 상쾌한 바람을 맞을 것이냐 뽑혀 죽을 것이냐의 기로에서 바로 이런 선택을 내린 것이다. 투명한 피부의 가장 바깥 층 아래에 검은 털이 비쳐 보이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나의 털이 스스로 사고하고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 선택을 한 것이다. 나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다 스스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세포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라는 삶터를 이루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많은 세포들이 살아가는 삶터이다.   

아. 사진을 찍어놓았어야했는데.  

어쨌거나. 그렇다는 것이다. 데이지도, 민들레도, 내 다리의 털도 환경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 그것을 학습하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변화한다. 그런데 이 바보같은 달팽이는 왜 전혀 학습하지 못하고 매번 무수히 죽어나가냐는 것이다. 정말 매번 일어나는 일인데. 지나가다가 다른 달팽이의 사체를 넘어가 생존한 달팽이들이 분명 있을 것인데. 즉,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달팽이들이 알터인데. 

혹은 개체수가 너무 많아져 생태계 혼란으로 종이 전멸될 것을 염려한 달팽이들의 자살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숭고한 죽음인가. 인간보다 낫구만. 

열등한 것인지, 너무 우월한 것인지. 나로서는 그 깊은 속을 알 수가 없다. 

신비.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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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1-30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이라 멍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이 글 보고 웃었어요 ㅎㅎ

야옹이형 2007-02-0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너의 멍한 표정이 보고싶은걸. 헤헤헤
 

으로 시간은 잘도 간다. 벌써 시월이 다 가고 있는 중이라니.

영국에 다시 온 지가 벌써 한달이 되어간다. 한국에서 방학 중 두달간을 보내고 왔다. 정말 우꼈던 것은 영어가 아직 엄청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도착해서 처음 몇주간 한국말과 영어와 헥갈려서는 진짜 바보가 되었던 것이다. 영어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하는 이런 황당한 일이. 전에 박찬호가 미국에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인터뷰를 하는데 벌써 한국말을 혀가 꼬이게 한다고 사람들이 마구 비난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진짜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나는 발음이 꼬였던 것은 아니고 그냥 단어들이나 적절한 표현들이 생각이 안나는 것이었다. 가끔씩 스스로 던진 초극절정의 언어구사에 놀라던 체험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좌절이었다.(물론 나만의 놀람으로 마음에 간직하곤 했다는 것이겠지만서도.)

그러더니 이제 한국어에 제법 유려함이 돌아오는구먼 하는 시점에 영국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렇다. 결론은 뻔하다. 내 귀에 들려오는 나의 영어발음 소리에 내가 놀라고, 그 표현력과 구어에서 띄어쓰기가 유난히 강조되는 독특한 스타일에 새삼 가슴이 떨려오는 것이다. 이렇게 어색할 수가. 혀가 뻣뻣하게 굳었다.

어떻게 하면 영어가 늘까요 했더니 영국의 선술집 펍에 자주 가라더군.

펍하니 생각이 난다. 강남역 근처에서 영국식, 아니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이랜드 맥주인 기니스가 강조된 아이랜드식 펍같은 술집에 가보았다. 아니 여기도 펍이 있네 하면서. 그런데 가격이 미친 듯이 비쌌다. 영국에서 펍은 정말 대중적인 곳인데. 강남역의 펍은 나같은 대중이 가기에는 벅찼다. 역시 물을 건너가서 그런가.

그래서.

아이고. 영어야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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