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일년 전에 공연 연습 녹화해 놓은 것을 다시 보고 있다. 내가 아이들의 신체훈련을 지도했고 고도를 기다리며의 몇 장면을 공연하였다. 신체훈련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보면서 내가 저랬었군, 이랬었군 했다. 화면에서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리 쾌적한 느낌이 아니었다. 부끄러워서 혼났다. 이 일반적인 자의식 외에도 내가 처음에 낯선 아이들을 만나 낯선 언어로 가르치게 되면서 가졌던 긴장과 부담감이 화면으로, 소리로 고스란히 드러나 참 괴로웠다.
내가 저거밖에 안되는구나 싶은 것이. 내가 가르친 것이 잘못된 것이면 어쩌나, 저런 접근은 적당치 않은 것이 아닌가 등. 당시는 열심히 한다고 한 것 같은데, 이제와 보니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이 많았다. 역시 선생질은 아닌가뵈하는 마음도 들고. 좌절.
내가 학생들에게 과정을 기록해주었으면 하고 부탁했었는데, 다섯명 중 단 두명이 그 기록을 나중에 제출해 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하지 않은 것. 나의 과정이 수업도 아니었고 자발적인 모임이었기에 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둘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
내가 마구 좌절하고 있을 때 한 아이의 글을 읽었는데, 나는 너무 너무 고마웠다. 그 아이는 나의 지도 목적에 정말 잘 따라와주고 있었고, 열심히 흡수하고 반응하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효과를 보고 있었던 것. 내가 화면을 보고 혼자 느낀 좌절감이 그녀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상쇄되려하던 그 지점. 바로 그 지점에... 나는 그만 다른 학생의 글도 읽어버리고 만 것이다. 흑흑..
그녀는 전혀 내가 가르치던 신체훈련과 연기의 상관관계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내가 하니까 믿고 할 뿐이고, 사실은 잘 모르겠단다.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당연히 욕이지. 당연히 믿지 말고, 알아야했지 않겠나. 슬프다. 그리고 그녀는 솔직하게도 내가 한 학생 때문에 긴장하고 많이 화가 났었던 한 연습 때 무진장 무서웠다고 썼다. 아이고머니나! 정말 가슴이 아팠다. 나는 겁주려고 그런 것이 아닌데. 함께 하는 작업에 혼자 너무 마음대로 해서 화가 났던 것인데. 그런 것을 다 열어놓고 토론하거나 너그럽게 다 받아주지 못한 나의 옹졸함에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혹시 글을 내지 않은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
내가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아이들의 반응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나는 그 신체훈련이 스스로 너무 좋았고, 나의 연기 경험에도 정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그냥 혼자 훈련하고 연기하고 그랬으면 남들과 나누면서 그래서 효험이 있네 없네 등의 갈등없이 스스로 행복했을텐데.
하긴, 효험을 본 아이도 있으니까. 위안을 해본다. 모두에게 다 맞는 것은 있을 수 없겠지.
앞으로 또 지도할 일이 생기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해야겠다. 애들이 말썽을 부려도 화내지 말고, 잘 논의하고, 너무 잘할려고도 하지말고. 사실 그래서 내가 더 긴장하고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니 애들에게도 그것이 전해졌을 것이고. 아이고 참..
그냥 슬슬 편안히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신체훈련이 하루아침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일에 걸쳐 스스로 깨달았을 때 그것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는 것인데, 내가 지도할 시간이 짧다보니 애들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일라고 어거지를 썼던 것 같다. 이런 결과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편안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