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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루비가 보고 싶은 날이다.

내가 루비야 루비야 하고 부르면 휙하고 쳐다봤지. 귀찮으면 무시하고, 심심하면 다가왔지. 왜냐하면 루비는 아빠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야. 아빠 외의 가족은 뭐랄까 그리 중요치가 않달까. 

맛있는 거 줄때만 빼고. 다른 집 강아지들은 맛있는 거 달라고 조르지. 영국에서는 beg한다고 표현하더라고. 그런데 루비는 beg하지 않아. claim하지. 왜 너네만 맛있는거 먹느냐고. 내 것도 내놓으라고. 왕왕 짖는거야. 아이 씨끄러워! 쉿~~~~ 루비!  

헤헤. 

그래도 인기가 최고지. 그냥 너무 귀엽기 때문이야. 아니,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아니, 그런데 이거 왜 사진이 안올라가지? 문제네. 언젠가 사진이 올라가는 날을 기약해야겠구먼.  

요새 마음이 허해서 더 보고 싶은 루비. 루비야 밥 잘 먹고, 산책 잘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또 언제 시간되면 가서 놀아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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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1-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이름이 루비였구나. 전에 한 번 사진 본 것 같은데요. 흔들려서 하얀 덩어리처럼 나왔던...

야옹이형 2007-01-2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맞아. 보고싶은 루비.
 

생각해보면 늘 그랬던 것같지는 않은데. 늘 그랬나?

최근 더욱 더 분명해진 것은 내가 기쁨이나 즐거움, 행복 따위의 정서에 무척 무감하다는 것이다. 보다 분명히 말하지면, 그런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보이는 자극들에 별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뭘 해도 별로 기쁘지가 않고, 무슨 좋은 일이 있어도 별로 행복하지가 않다. 아무 느낌이 없다.

원래 슬픔이나 절망 등의 정서에는 무지 민감했었는데. 이젠 그런 정서도 별로 느낌이 없다. 이거 심각하다. 

그냥 주된 정서가 피곤하고 멍하고 산만하고 스트레스 받고 짜증스러운 것이다.

이럴수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게 우울증인가? 

생각해본다. 아마도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고. 사실 많은 부분이 정말 몸이 피곤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그렇다. 나의 대인기피증의 이유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금새 피곤해지는 체질이 정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혀가 굳어오면서 맥이 갑자기 똑 떨어지면서 삭신이 쑤셔오는 증세. 그러니 왠만하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를 피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이 피곤은 그렇다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선, 정말 몸이 날 때부터 별로 강하지가 못한 것 같다. 특히 그 발랄 튼튼한 미국애들과 비교해볼때 정말 몸의 에너지 발전소가 작게 타고 난 것 같다. 아.. 슬프다. 

더하여, 스트레스에 민감하니 이 몸이 그냥 부서지는 것이다. 아.. 더 슬프다.

심신 수련이 필요하다. 정말 체력이 국력이다! 밥 잘먹고, 비타민도 먹고, 운동도 하고.

또 수련은 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단련을 해주어야한다. 말이 쉽지. 그래서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마음 다스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도. 역시. 심신은 단련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이 또 헛된 다짐이 될까봐 겁이난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숨을 골라야겠지.  내일은 또 월요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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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1-2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 많이 만난 날은 정신이 산란해서 잠도 잘 안 와요. 그들이 했던 말들이 자꾸 귓가를 맴돌아서. 평소 늘 조용히 지내기 때문인지.

야옹이형 2007-01-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도 그러는구나. 정말 귓가를 맴돌아. 다 들려 다시. 근데 정말 잘 어울린다. 너랑 슈뢰더. '삼단같은 머리를 따내린 처녀'가 떠오른다.^^
 

Down by the Salley Gardens

by  William Butler Yeats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did not agree.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 내 사랑과 내가 만났지;

그녀는 작고 눈처럼 하얀 발로 버드나무 농원을 지났어.

그녀는 내게 말했지 사랑을 쉽게 생각하라고, 마치 저 나무에 잎들이 자라듯 말이야;

그러나 난, 어리고 바보같아서, 그녀에게 동의하지 않았지.

 

강가 옆 들판에 내 사랑과 내가 서있었지,

그리고 내 처진 어깨에 그녀는 눈처럼 하얀 손을 얹었어.

그녀는 내게 말했지 삶을 쉽게 생각하라고, 마치 저 강둑에 풀이 자라듯 말이야;

그러나 나는 어리고 바보같았고, 그리고 지금 눈물만 가득하지.   

............

임형주의 노래 The Salley Gardens를 좋게 들었다.

듣기 편한 음악과 음성과 더불은 이 가사, 회한의 느낌이 통렬하다. 

인터넷을 보니, 이것이 아일랜드 시인인 예이츠의 시였네. 1889년 출판된. salley는 아일랜드어로 버드나무를 말한단다. 영어로는 willow 

시에도 문외한인 나의 무지가 드러났다.

참 좋다. 가끔 시도 읽고 그래야겠네. 해석연습도 하고.

그런데 번역은 ... 어렵다... 특히 시를. 아이고. 그래도 또 재밋기도 하다..    잘 모르겠는 표현은 on my leaning shoulder. leaning shoulder가 무슨 뜻일까? 기울어진 어깨? 양쪽이 다 기울었으면 처진 어깨? 삶을 쉽게 생각하라고 그녀가 충고할 정도로 삶에 힘들어하던 '나'의 상태를 볼 때 처진 어깨로 해석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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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1-2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드나무 정원이라, 멋지다.

야옹이형 2007-01-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인 네 앞에서 주름을 잡은 듯 하여 살짝 부끄러워지는군.
 

 

 

 

 

 

요 며칠 사이 일년 전에 공연 연습 녹화해 놓은 것을 다시 보고 있다. 내가 아이들의 신체훈련을 지도했고 고도를 기다리며의 몇 장면을 공연하였다. 신체훈련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보면서 내가 저랬었군, 이랬었군 했다. 화면에서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 그리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리 쾌적한 느낌이 아니었다. 부끄러워서 혼났다. 이 일반적인 자의식 외에도 내가 처음에 낯선 아이들을 만나 낯선 언어로 가르치게 되면서 가졌던 긴장과 부담감이 화면으로, 소리로 고스란히 드러나 참 괴로웠다.

내가 저거밖에 안되는구나 싶은 것이. 내가 가르친 것이 잘못된 것이면 어쩌나, 저런 접근은 적당치 않은 것이 아닌가 등. 당시는 열심히 한다고 한 것 같은데, 이제와 보니 마음에 안드는 부분들이 많았다. 역시 선생질은 아닌가뵈하는 마음도 들고. 좌절.

내가 학생들에게 과정을 기록해주었으면 하고 부탁했었는데, 다섯명 중 단 두명이 그 기록을 나중에 제출해 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하지 않은 것. 나의 과정이 수업도 아니었고 자발적인 모임이었기에 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둘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

내가 마구 좌절하고 있을 때 한 아이의 글을 읽었는데, 나는 너무 너무 고마웠다. 그 아이는 나의 지도 목적에 정말 잘 따라와주고 있었고, 열심히 흡수하고 반응하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효과를 보고 있었던 것. 내가 화면을 보고 혼자 느낀 좌절감이 그녀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상쇄되려하던 그 지점. 바로 그 지점에... 나는 그만 다른 학생의 글도 읽어버리고 만 것이다. 흑흑..

그녀는 전혀 내가 가르치던 신체훈련과 연기의 상관관계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내가 하니까 믿고 할 뿐이고, 사실은 잘 모르겠단다.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당연히 욕이지. 당연히 믿지 말고, 알아야했지 않겠나. 슬프다. 그리고 그녀는 솔직하게도 내가 한 학생 때문에 긴장하고 많이 화가 났었던 한 연습 때 무진장 무서웠다고 썼다. 아이고머니나! 정말 가슴이 아팠다. 나는 겁주려고 그런 것이 아닌데. 함께 하는 작업에 혼자 너무 마음대로 해서 화가 났던 것인데. 그런 것을 다 열어놓고 토론하거나 너그럽게 다 받아주지 못한 나의 옹졸함에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혹시 글을 내지 않은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

내가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아이들의 반응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나는 그 신체훈련이 스스로 너무 좋았고, 나의 연기 경험에도 정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그냥 혼자 훈련하고 연기하고 그랬으면 남들과 나누면서 그래서 효험이 있네 없네 등의 갈등없이 스스로 행복했을텐데.

하긴, 효험을 본 아이도 있으니까. 위안을 해본다. 모두에게 다 맞는 것은 있을 수 없겠지.

앞으로 또 지도할 일이 생기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해야겠다. 애들이 말썽을 부려도 화내지 말고, 잘 논의하고, 너무 잘할려고도 하지말고. 사실 그래서 내가 더 긴장하고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니 애들에게도 그것이 전해졌을 것이고. 아이고 참..

그냥 슬슬 편안히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신체훈련이 하루아침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일에 걸쳐 스스로 깨달았을 때 그것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되는 것인데, 내가 지도할 시간이 짧다보니 애들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일라고 어거지를 썼던 것 같다. 이런 결과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편안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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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1-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야옹이형 2007-01-25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ou know, you are always right.
 

"Fear" Dr. Self begins her summary. "An existential fear of not counting, of not mattering, of being left utterly alone. When the day ends, when the storm ends. When things end. It's scary when things end, isn't it? Money ends. Health ends. Youthfulness ends. Love ends. ..."

영어와 친숙해지자는 취지에서 영어로 소설을 몇권 읽었다. 그 중 하나가 패트리샤 콘웰의 PREDATOR이다. 베스트셀러였는데 반값에 팔더라고.

시대가 변하니 살인을 다루는 소설도 변한다. 예를 들어, 요새 영어듣기 용으로 즐기고 있는 아가사크리스 작품의 경우, 문제의 해결은 포와로의 little grey cell의 운동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증거 수집은 가끔씩 등장하는 지문이야기 이외에는 거의 눈의 운동에 맡겨져 있고 말이다. 콘웰의 소설에 비할 때 거의 향수가 느껴지는 지경이다. 

법의학자가 주인공인 이 소설에서는 왠갖 알지 못할 온갖 기계들이 다 나온다. 물론 해석 안하고 그냥 다 넘어갔지. 쭉쭉.

콘웰의 작품은 이번에 읽은 것이 처음인데, 날이 서있다고 느꼈다. 뭐랄까 사람으로 치면 정이 없달까. 차갑달까. 주인공이 차가워서 그런가. 호흡이 빠르고 쭉쭉 밀고 나가는 힘이 좋고, 흥미진진한데. 거 왜, 뭐랄까 내가 포와로에게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것과 같은 애정을 갖을 수가 없었다. 잘난척하기로 유명한 포와로이지만 그것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주인공 스카페타는 포와로처럼 무진장 똑똑한 잘난 여인인데, 그런데 정이 가질 않더라고. 

특히 그녀가 남자친구 벤튼에게 조카 루시의 일로 화를 내는 장면은 잘 와닿지 않았다. 차갑고 이성적으로 묘사되던 스카페타의 성격과 일관되지 않다고 느껴졌다. 조카에 대해서만은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하고 그녀의 성격에 입체감을 주고싶었나? 그런데 별로 매끄럽지 않았다. 그에 대한 벤튼의 반응도 어색하고. 둘 사이에 서먹하고 어색한 감정이 오가더니 쩜쁘.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는 스카페타가 점심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걸 쿨하다고 해야되는 건지. 내가 이전 책들에서 설명된 이 주인공들의 역사에 대해 몰라서 그런가? 영어로 읽어서 이해를 잘 못했나? 

위에 발췌한 구절은 닥터셀프라는 상담의가 주인공과 같이 일하는 마리오라는 전직형사를 상담하면서 진단한 말이다. 움찔. 내 이야기네 했다. 나만 저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저 두려움이 깊어지니 허무해진다. 그리곤 무기력해진다.

그냥 잊고 생각을 하지 말아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른 대안도 없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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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1-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와로의 작은 회색 뇌세포는 정말 귀엽지요. 그런데 뇌세포는 진짜 회색일까요? 저 역시 옛날 탐정들이 좋아요. 포와로, 홈즈, 엘러리 퀸, 브라운 목사, 미스 마플

야옹이형 2007-01-2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맞아. 근데, 견문 좁은 나는 엘러리 퀸과 브라운 목사가 누군지 모르겠군. 나중에 접근해봐야겠어. 포와로나 마플, 홈즈의 텔레비젼시리즈도 참 좋았어. 연기도 재미났지만, 그 배경이 되는 영국의 아기자기한 풍광들과 시대소품들이 매력적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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