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기 1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12
수 타운센드 지음, 배현나 옮김, 최수연 그림 / 김영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영 영국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외계에 관심이 없는 성격 탓도 있겠고, 잠시 머물면서 어찌 이 다른 문화를 깊이 이해하겠나 하고 포기 빠른 성격을 드러내기도 하며.

생존을 위해서 대충 개략은 잡아가며, 디테일에서는 실패하며 뭐 그러고 살고 있다.

그러다가, 학교 수퍼의 샌드위치 판매대 앞에서 포스터를 하나 보았다. 연극공연에 대한 것이었다. the secret dirary of Adrian Mole aged 13 3/4. 옆에 있던 영국 친구가 이게 원래 책인데 무지 재밋다고 한다.

대뜸 물었다. 영어가 쉽냐? 웃으며 그렇다고 한다.

음.. 그렇다면 도전이다. 한국에 이렇게 일찌감치 번역이 되어있는 것도 모르고, 번역본을 내서 떼돈을 벌으리라는 꿈에 부풀 정도로 재미나게 읽었다.

처음에는 마치 안네의 일기처럼 애드리안이 실존인물인 듯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묘사에 뒤로 넘어가면서 동화되어 읽었다. 여드름의 자괴감으로 시작하여, '물건'의 길이 재기의 조바심,  첫사랑에 정신 못차리기 등. 아. 청춘이여.

그러다가 이게 애드리안이라는 소년이 아니라 수 타운젠드 라는 아줌마가 쓴 글이라는 것이 퍼뜩 떠오르면서 아이의 눈을 빌어 영국을 이야기하는 또다른 목소리를 듣는다.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취약점에 대한 촌평: 애드리안이 5살때 아빠가 신청한 편도선 수술을 14살이 된 지금에서야 받으러 오라는 편지가 문득 온다. 아 빈곤한 의료보험이여.  

실업수당을 받게 된 아빠. 그리고 대처 수상에 대한 애드리안의 촌평: "난 누굴 뽑을 지 잘 모르겠다. 때론 대처여사가 꽤 괜찮은 여자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근데 다음에 텔레비젼에서 보면 아주 겁이 난다. 싸이코 살인자의 눈을 가졌는데 목소리는 친절한 그녀. 그게 좀 헥갈린단말이야."  기가막힌 표현다.

간간히 보이는 과거의 사건들, 예를 들어,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 등을 읽게 되는 것도 재미나다.

그런가하면 전반적으로 왕갹뱍해 보이는 엄마아빠가 애드리안이 자원봉사로 돕는 버트 할아버지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또 두말 않고 가서 도와준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의 이 이웃에 대한 기부 내지 봉사 정신은 요번 동남아 수나미 때 증명된 바, 그게 유서가 깊은 모양이다. 그냥 삶의 일부인 듯.

좋은 일 기냥 하고 있으면 다 신이 보고 계신다. 2부에서 판도라와 깨진 후 허탈해 하던 그에게 판도라를 다시 돌려준 계기는 바로 그가 다림질 하던 버트 할아버지의 자이안트 싸이즈 팬티였던 것이다.  영국에서는 팬티도 다려서 입나보다는 심도 깊은 문화 이해를 전해준 대목. 한국도 다려입나? 나만 안다려 입었던 것일까? 괜시리 불안해지네 이거.  

하여, 나는 이를 계기로 얼마나 더 이 수줍은 영국인들을 이해하게 된 것일까. just a bit. a little 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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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2007-08-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른 책 광고에서 보고 adrian mole을 찾아 들어왔는데 어째 매우 익숙한 문체어서 보니 야옹이형이었군요. 아, 반가워라. 영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주인공인 모양이에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무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