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인간관계. 힘이 들지.
이번 경우는 타인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속도의 개인차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이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에 속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것이 빨랐다.
같은 과이나 별로 접촉이 없던 이 사람. 이번에 내가 이사를 해서 같은 기숙사 이웃이 되었다. 연락도 없이 문을 두드리거나 화난 일 있다고 당장 와서 토로를 한다. 무슨 당장에 단짝 친구라도 된 듯이 행동한다.
속도 느린 나는 어이가 없을 다름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 약한 성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가 언제 방문을 두드릴 지 불안에 떨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니, 내 방에서 이웃 때문에 맘편히 다리 뻗지 못하다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나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타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는 그렇게 무작정 영역을 부수는가 말이다. 정말 나로서는 무례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나의 상냥함을 친밀함의 표시로 해석했나보다. 이런 오해가. 나의 친절함은 낯선 이에 대한, 혹은 인간 전반에 대한 예의에서 비롯된 행위인데. 나는 친밀해져야 비로소 궁시렁도 대고 속내도 드러내고 그러는 데. 어떻게 이런 보편적 상냥함에 그렇게 오해를 한단 말인가. 이것은 그의 외로움으로 인한 자의적 왜곡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외로움. 이 나이에 혼자 공부하면서 안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그러나 그 정도 나이면 스스로 해결할 때도 되지 않았나?
휴.. 어렵다.
하여 어쩔까나.
얼굴에 인상을 확 긋고 다녀야할까? 이럴 땐 진짜 인간에게 상냥하도록 길러진, 혹은 스스로 마음 먹은 내가 원망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