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만들기
신문에 났었다. 집에서, 수작업으로, 버터를, 만들수있다고!
매직이다.
너무 궁금했던 나는 당장 더블크림을 두통샀다. 그리고 그릇에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마치 계란흰자 거품내듯이. 체력장 때 멀리던지기 최고 기록이 16미터, 보통은 11-12미터였던 나였기에.
약 1분이 지난 후 아무 변화도 보이지 않는 멀건 크림을 보면서, 이 팔로 젓는다고 해서 뭔가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기계로 저어야하는 거 아닌가. 난 기계가 없었다. 아까운 크림만 버리게 되는 거 아닌가. 이걸 다 마실 수도 없고. 참... 난감.
그럼에도 난 계속 휘저었던 것이었다. 팔이 아팠다. 대단하다. 그리고 7분 쯤 후 변화가. 점점 더 크림이 단단해지더니 젓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니까 케익에 바를 수 있는 정도로 단단해졌다.
그리고도 계속 저었다.
약 4-5분 후 갑자기 그 일종의 단단한 거품과도 비슷한 상태이던 크림이 폭삭 주저앉기 시작하더니 우유빛 물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반질반질한 버터가 몽글몽글 자기들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좀 더 저어주니, 완전히 지방질인 버터와 버터우유라고 불리는 수분이 확 분리가 되었다. 우유는 따로 컵에 덜어내었다. 버터우유로는 밀크쉐이크를 만들 수도 있고 그렇단다. 그냥 마셔보았는데 고소한 우유더라.
그리고 그릇에 붙어있는 버터에 물을 부어 남은 우유기를 헹구어 내니, 버터 완성. 입맛에 따라 소금을 약간 넣으면 짭조름한 버터완성.
말간 흐린 노란색의 매우 보드라운 버터였다. 이렇게 신선할 수가! 이렇게 신기할 수가! 경이! 그랬겠지. 옛날엔 다 손으로 만들어 먹었겠지! 이제 과제는, 그렇다면, 크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로구나. 음..
집에 애들이 있다면 같이 해보면 참 좋은 놀이가 될 것 같다. 애들에게 젓게 하면 팔도 좀 쉬고, 애들은 놀면서 호기심도 충족하고, 직접 생산한 신선한 버터 나눠먹으며 노동의 즐거움도 향유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