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뉴스에서 죽어가는 조개와 물고기와 새들을 보여준 기사를 읽었다.
미취겠네. 어떻하냐 새만금. 마구마구 죽어가고 있다. 물을 찾아 마른 갯벌을 직각으로 파내려가다 결국 죽은 조개 사진은 정말 마음이 무서웠다.
영국에서 텔레비젼을 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BBC가 다큐멘터리는 정말 잘만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기록하고 하는 것이 영국민의 성정인 것 같다. 추리소설들도 그렇고, 뭔가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다.
약 삼주간 해주다가 오늘 끝난 한 프로그램이 있다. 제목은 "Spring watching." 가을에는 "Autumn watching"을 해줄꺼란다. 사진 속의 세 진행자가 이끌어가는데, 왼쪽부터 Simon King, Bill Oddie, Kate Humble이다. 싸이먼은 처음 보는 사람이고, 빌과 케이트는 많이 봤다. 동물 프로그램 전문가들.
빌과 케이트는 데본지방의 한 유기농 농장에 자리를 잡고 주변의 야생생활을 카메라로 잡아 모니터해준다. 새들, 오소리, 박쥐, 여우, 두더지 등. 새들은 봄을 맞아 알을 낳고 알은 부화하고 어미는 먹이고 사랑해주고 결국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장면 등을 보여준다. 울새, 독수리, 제비, 지빠귀, 박새 등. 박쥐는 서로 털고르기까지 해주더라. 학계에서도 몰랐던 처음 발견된 모습이란다. 오소리들은 굴에서 나와 털고르고 서로 깨물고 뒹굴고 장난이 한창이다. 젖먹이는 어미여우와 새끼들. 먹이를 잡아와 잘게 찢어 먹이는 독수리 엄마, 회색 솜털이 보송한게 꺄뚱거리는 새끼독수리.
싸이먼은 스코트랜드 지방의 특히 섬들의 생태계를 보여준다. 미역같은 해조류 가운데서 날렵한 해달가족의 한때, 당근 보노보노가 떠오르지. 근데 실제로는 전혀 굼뜨지 않다. 보노보노와는 달리. 검은머리 물떼새, 도둑 갈매기,애기 바다표범 등.
빌은 진짜 개구장이, 멋대로하기 달인이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방송이고 뭐고 멋대로. 옆에서 사태 수습하고 방송 진행을 챙기는 케이트가 다 불쌍해 보일 정도. 조마조마. 그래서 더 스릴있고 재밋다. 늘 방송사고 경계에 서있는 빌과 따뜻한 케이트.
어느날 빌이 두더지 한마리를 찾아 장갑낀 손으로 잡고 벨벳같은 털, 포크레인같이 힘찬 앞발과 발톱, 거의 없는 눈, 발달된 청각 후각등을 소개시켜주었다. 그리고 지렁이 한마리를 잡아 자기 맨손에 놓더니 두더지가 잘 찾아서 먹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빌의 표정이, 그 시선이! 아! 너무나도 사랑이 가득했다. 작은 두더지에게 (내게는 무서운) 지렁이를 먹이며 쓰다듬으며 하는 그 모습이 너무도 절실히 따뜻했다. 늘 까불까불하던 빌의 깊은 속내를 보는 것 같았다.
싸이먼은 카메라 앞이라서 오바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렇다면 연기를 아주 잘하는 셈) 정말 주변의 자연경관에, 야생동물에 대한 사랑과 경외감에 도취되어있는 모습이다. 그 바다와 해변과 그 절벽과 바위와 새와 해달가족과 바다표범들. 보고 있자면 싸이먼의 경외가 진실이라 느껴진다. 나도 똑같이 느끼게 되니까.
이 해달은 이름이 플로우(flow) 5살. 두 아기의 엄마
이 친구는 웹(ebb) 플로우의 반쪽형제. 3살. 한 아기의 엄마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자연 사랑! 이라는 주제가 그냥 가슴으로 들어온다. 그냥 관찰하고 자연과 같이 노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저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 옆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명체들. 너무도 완벽하고 아름다워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더욱 생생한 것은 이것이 아프리카의 야생을 보여주거나 동물원의 동물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런 프로그램도 너무 좋아한다. ^^ 동물 다큐는 다 너무 좋아) 바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영국의 야생동물들을 소개하는 것이라 더 친밀감을 주고, 심지어 그런 자연이 살아 숨쉬는 이 나라에 대한 사랑이 마구 생겨나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가슴이 노란 혹은 빨간 울새, 제비, 참새 등은 나도 주변에서 늘 본다. 그 친구들에 대해서 알게 해주니까 길가다가 보게 되면, 아 저 새도 엄마가 맛있는 거 날라다 주면 부리를 빠끔대며 받아먹었겠구나, 둥지는 언제 떠났을까, 형제들과는 연락을 계속할까 등, 더 이뻐보이고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상주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진짜.
올해는 Breathing Place라는 캠페인도 했는데, 시골이건 도시건 상관없이 시청자 누구라도 자기 주변의 노는 땅, 버려진 작은 땅이라도 자연이 숨쉬는 그래서 사람과 야생의 생물이 함께 숨쉬고 휴식할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잘 이해를 못했는데, (- -;) 아마도 복권회사에서 후원을 하는 것 같았다. 응모해서 도움을 받아 그런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
새만금 소식을 들으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우리도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저녁때마다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대한민국 새만금 갯뻘의 이쁜 새들, 조개들, 물고기들, 게들, 아름다운 바다, 하늘 모습 기타등등 야생의 삶이 서로 사랑하고 자라나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정들고 친해져서 저런 마구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가까이서 야생동물들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새록 새록 들어 새만금을 찾아가게 되면 새만금이 새로운 생태계관광지로 급부상하고 말이다.
자연을 맘대로 조작해도 되는 잘 모르는 대상으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잘 알게 되고, 친숙해지고, 정들게 되어 같이 노는 친구처럼 느껴지도록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잘아는 친구를 죽이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지율스님이 그토록 간절히 도룡뇽 소송에 매달렸던 것도, 도룡뇽으로 대표되는 그 생명들이 친구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랬던 것이 아닐까? 순진한 친구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그냥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텔레비젼은 정말 힘이 쎈 매체인데. 그 힘을 이런 데도 쓸 수 있으면 정말 보람찰 것 같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