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평점 :
'나, 블루칼라 여자'에서는 화물, 플랜트 용접, 먹매김, 형틀 목수, 건설 현장 자재 정리, 레미콘 운전, 철도차량정비원, 자동차 시트 제조, 주택 수리 기사, 빌더 목수로 활동하는 여성 노동자의 인터뷰가 엮여 있었는데, 다른 직무에서 일을 하더라도 같은 성차별, 성희롱을 받는다던가 남성보다 기술에 대한 실력이 좋아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업무 배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동일하게 보였다. 여성 노동자일수록 남성보다 노조 가입률이 높았는데,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면 성희롱을 받을 때 대응이 가능하고, 임금이나 일의 배정에 대해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서였다. 총 10명의 여성 노동자 중 레미콘 운전을 하고 있는 정정숙 님의 근속연수가 26년이었고, 그다음으로 제조업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황정숙 님이 24년이었다. 2024년에도 여성이 블루칼라 직군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간식을 먹을 때 '젖을 짜 달라.' 등의 성희롱을 받고 있는 한국에서 1990년대부터 노동을 하셨으나 차별과 성희롱이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현재는 블루칼라 직군에서 일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 여성 화장실도 생기고 있다지만 예전에는 여성화장실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블루칼라 직군에서 일을 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일을 잘 하거나 최소한 남성보다 일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맞서서 남성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10명의 인터뷰이 중 나이가 제일 어린 주택 수리 기사 안형선 님과 빌더목수 이아진 님 역시 '여자가 무슨 이런 일을 해'라거나 '남자보다 공구를 더 잘 다룬다' 같은 차별적인 언어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많이 좋아졌고 선진국이며 성차별은 없어졌다고 말을 하는 사람에게 '니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야'라고 이 책을 통해서 말해주고 싶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한 나라지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전쟁직후 시대인 1950년대보다 환경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OECD 국가에서 청소년 자살율 1위와 최저 출산율(출생율)을 찍고 있는 나라이다. '돈'과 함께 '허영'과 '차별'이 있는 나라이다. 성별이나 직군에 상관없이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나라가 되려면 '나, 블루칼라 여자'의 인터뷰이가 겪었던 만연한 차별이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