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만들어진 프랑스 드라마 당나귀 발타자르를 각색하여 찍은 영화 당나귀 EO이다. 2023년 10월 3일 개천절에 개봉을 하였는데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보는데 애를 먹었다. 신촌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영화 끝나고 집에 오는데도 애를 먹었다.

전반적으로 영화 자체는 재미가 없다. 당나귀인 EO 입장을 따라가는 형태로 영화가 진행되다 보니 인간의 행동이 상당히 분절적으로 나오고 이해나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근데 당나귀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행동이 분절적으로 보이고 이해도 안 되고 공감도 안 될 것 같았다.

당나귀 EO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맨 처음에는 서커스단에서 쇼를 하는 쇼동물이자 서커스가 이동을 할 때 짐마차를 끄는 노동동물이다. 서커스에서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동물학대라는 동물단체의 시위로 EO는 '구조'되어 마장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불편했던 부분은 EO가 서커스단에서 살았던 삶 자체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카산드라라는 인간동물이 EO에게 애착을 가지고 돌봐주고 있었으나 마장에서의 EO는 상당히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마장에서도 EO에게 노동을 시켰다. '무엇이 동물을 위한 일인가'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서커스단에서 쇼동물로 사는 것도 EO에게 불행한 일이지만 마장에서 역시 일을 하며 외롭게 지내는 것도 EO에게 불행한 일이었던 것이다. EO가 서커스의 쇼동물로 활용되지 않기를 바랬던 동물단체의 인간동물은 EO의 삶에 관심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동만 하고 그 이후의 일은 상관이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O는 마장에서 당나귀 생추어리로 이동을 하지만 그 곳에서도 탈출한 뒤 거리를 떠도는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소 도살장으로 걸어들어가는 결말을 맞이한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영화 감상평이 지배적이지만 그것 역시 인간동물의 시선이다. 도살장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면 EO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EO를 둘러싼 환경에 인간동물이 아닌 비인간동물도 있었으며, 비인간동물과 원할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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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주연 캐스팅으로 개봉은 커녕 촬영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어공주가 개봉을 하였다. 흑인 여성의 인어공주 캐스팅 당시부터 나의 의견은 어차피 인어 역할인데다 배우가 노래 잘하고 연기 잘 하면 된거지 피부 색깔이 무슨 상관이냐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연이 누구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실사화 된 인어공주를 보니 피부 색깔이나 인종이 바뀐 것이 에리얼 하나 뿐이 아니며 동물 캐릭터의 경우 아예 종 자체가 바뀌기도 하였다. 인어공주에서 에릭 왕자는 백인이지만 설정상 배의 난파로 조난을 당한 아이를 입양한 것인지 여왕은 흑인이며 왕은 없다. 난파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 위치한 섬이라는 설정때문인지 마을 주민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으며 혼혈로 추정되는 사람도 있던데 아마 난파당한 배에서 살아남은 조난자 무리가 지은 마을이자 성이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이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다 밑에서 사는 인어 또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에리얼의 친구로 나오는 갈매기는 실사영화에서는 가마우지가 되었으며 원래 가재였던 세바스찬은 게가 되었다. 어차피 갈매기나 가마우지나 물 근처에 사는 조류이고 가재나 게나 갑각류이니까 상관은 없는데, 인어공주의 인종가지고 비판하던 사람에게 세바스찬의 동물 종이 바뀐거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코멘트가 없냐고 물어보고 싶다. 인종을 차별하고 싶은거냐, 아니면 갑각류를 차별하고 싶은거냐?

인어공주의 인종과는 별개로 롭 마샬이 실사화된 인어공주의 연출을 상당히 못했다는 평을 남기고 싶다. 우슬라와 트라이튼이 남매지만 사이가 안 좋고 우슬라가 바다 왕국에서 쫓겨난 설정이라면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해야하는데 정말 대충 넘어간 것은 영화를 너무 막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롭 마샬 감독의 작품을 몇 개 봤었고 그 중 나인의 경우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고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고민이 가능한 수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인어공주는 너무 대충 연출한게 아닌가싶다. 인언공주 실사 영화보고 이입이 안 된다는 평이 있는데 주인공의 인종이 문제가 아니라 롭 마샬이 연출을 너무 대충해서라고 생각한다.

디즈니가 지향하는 특성상 가족 이야기가 많고, 아이와 부모의 지향점의 대립을 현명하게 풀기 원하는 것을 쉽고 간단하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존중하는데 실사화를 할 때 연출을 좀 똑바로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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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 대한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정보를 들어서 한 번 보러갔다. 김주환 감독의 이전 영화인 청년경찰을 보지 못하여서 전체적인 연출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리지만 '멍뭉이'라는 영화 한 편만을 보았을 때, 김주환 감독은 캐릭터가 가진 직업에 대한 이해도나 사전조사를 더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우선 차태현의 전직이었던 카페사장이자 바리스타 때문에 하는 것인데, 극 내에서 차태편 배우의 캐릭터 진국은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반대론자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판매하지 않은 이유는 드립 커피는 무조건 뜨겁게 추출해야하며, 매장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었기 때문인데 요즘 시대에 아무리 얼치기고 마케팅에 대한 감각이 없더라도 카페를 한다면 일단 매장에 에스프레소 머신은 당연히 가져다 두고 추출방법을 숙지하고 있다. 더해서 전문성을 가진 바리스타라면 드립 커피는 아이스로도 많이 추출하며 특정 원두의 경우 뜨겁게 마시는 것보다 아이스로 드립 추출을 하여 마시는 것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감독이 커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영화 각본을 쓴 것 같은데,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 세심한 부분까지도 생각하여 대본을 써주길 바란다.

영화 멍뭉이의 이야기 전개는 유연석 배우의 캐릭터 민수와 루니 때문에 생겨난다. 정확하게는 민수가 결혼을 하고 싶은 애인이 개 침과 관련된 알러지 반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 전 루니를 다른 곳에 위탁을 해야하는 처지이다. 민수에게 루니는 유일한 가족이고 위안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내 생각에는 민수는 루니를 전혀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루니는 몸무게가 40kg에 육박하는 대형견인 골든 리트리버인데 민수는 영화 첫 장면에서부터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해야한다며 산책을 시키지 않고, 애인에게 개 알러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다른 곳에 보내버리겠다는 말을 한다. 과연 루니를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생각과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영화 마지막에는 결혼을 하여도 루니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끝이 났고 전반적으로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지만 그 방법과 방향의 오류는 너무나 심각하여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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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원작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인 오베라는 남자가 톰 행크스 주연의 헐리우드 영화 오토라는 남자로 다시 돌아온다. 주인공 이름이 오베에서 오토로 바뀐 것은 아무래도 문화와 지역에 따라 스웨덴 보다 흔하게 사용되는 오베라는 이름보다 오토라는 이름이 미국에서 보다 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급작스럽게 러너가 시사회에 초대를 받아서 시사회 당일 나에게 연락이 왔고, 영화 시작시간에 맞춰서 용산에서 만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원작 소설도 읽지 않았고, 2016년 스웨덴에서 영화화된 오베라는 남자 또한 보지 못 한 상황이었기에 간단한 영화 정보만 보고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몰입하면서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왔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원작소설과 큰 틀은 같지만 결말이 약간 다른데, 미국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원작소설과 결말도 같다. 상세한 결말은 영화와 소설로 확인을 해주길 바란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를 보면서 현대 사회가 내가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협소한가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보았다. 오토는 그의 심장이 물리적으로 큰 것과 별개로 정말로 심장이 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내 소냐도 오토가 가진 따뜻한 마음을 알아보고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토가 따뜻한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그가 소냐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할지라도 굳이 기차역에서 건너편 승강장까지 뛰어와 비싸지도 않은 책을 주워 자신의 열차를 놓치면서까지 주인을 찾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토는 상처를 많이 받았고, 부드럽게 대화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 하였기에 자신만의 방법대로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고 관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소냐가 결혼을 했고, 소냐의 죽음 이후로도 이웃 아니타가 오토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었으며, 마리솔은 일부러 계속 다가가 음식을 나누었을 것이다.

오토라는 사람은 아내 소냐와 관계가 된 사람이라면 그의 부드러운 면모를 무방비상태로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선생이었던 소냐의 제자가 나타나자 그의 성정체성과는 상관없이 완고하고 거칠었던 행동이 상당히 부드러워지고 친절해졌다. 오토는 정말 진심으로 소냐를 사랑했고 그리워했다. 굳이 꽃다발를 2개씩이나 사서 찾아갈 정도로.

오토와는 별개로 영화를 보면서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내뱉는 마리솔을 볼 때마다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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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꽃향기를 만난 순간'은 원래 퀴어 미디어 전문 OTT GagaOOLala에서 2021년 공개된 대만 퀴어 드라마라고 한다. 원래는 6부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이거를 합쳐 1시간 40분 정도 되는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용이랑 연출은 좋은데 중간중간 뭔가 끊어진 느낌이 든다 싶었는데 6부작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다보니 그 연결성이 애매하게 되었었나보다.

영화의 장점은 아무래도 영상, 그리고 영상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상 자체도 배우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따라가게끔 만들어졌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와서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로 만났던 두 여성에 대한 내용인데 영화에서는 배구하는 장면은 딱히 많이 나오지 않는다. 팅팅이 이밍에게 반하는 순간만 배구 경기 장면이고 그 외로는 거의 배구 연습 장면이다. 배구 연습 장면조차 두 사람의 감정을 엿보게 해주는 순간이라 두 시퀀스 정도만 넣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배구부인데 하라는 배구는 안 하고 하교길에 데이트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던 2人.

영화 초반부터 팅팅은 이미 자신을 정체화하고 직진으로 이밍에게 들이대는데, 이밍은 팅팅의 직진 사랑을 다 받아주면서 자신을 헤테로섹슈얼로서만 정체화하였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밍은 자신이 팅팅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헤테로만이 정상이라는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고,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가족관계에서 오는 것 아닌가 싶다. 영화 내에 나오는 대화로 짐작해보건데 이밍은 배구를 좋아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모습을 가족, 특히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에 거의 무조건 복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다 자유스럽게 살아와서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팅팅과 달리 이밍은 자신을 숨기는데 더 익숙한 사람이었나보다. 그러다보니 팅팅을 향한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우정'으로 강제 개념화 시킨 것이 아닌가싶다. 대학생 시절 이밍이 팅팅에게 말한 '동성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일 뿐 사랑이 아니다.'라는 대사를 이밍의 남평이 이밍에게 했을 때, 이밍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 무언가 달라질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팅팅과 이밍도 본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그저 달라지려고 애쓰려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 아닐까?

대만에서 동성결혼 법제화가 2019년이 아닌 2009년이나 1999년에 통과되었다면 이밍과 팅팅 모두 상처를 덜 받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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