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문장이 나를 만든다 - 소통의 고수 한석준 아나운서가 뽑은 인생 문장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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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문장이 나를 만든다

한석준 아나운서가 뽑은 인생 문장

이 책의 저자가 내게는 아나운서 한석준보다 유튜브 <지식인사이드>에서 게스트를 초대하여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치 내가 던지고 싶었던 혹은 듣고 싶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이끌어내는 ‘소통의 고수’로 인지되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저자가 추린 ‘인생 문장’이 궁금했고, 또 문장만 던지지 않고 그 문장이 왜 좋았는지, 독자는 또 어떻게 받아들이길 바라는지 건네는 길지 않은 코멘트가 마치 유튜브를 볼 때 느꼈던 그 섬세함이 전해져서 좋았다. 순차적으로 적었던 날들만 읽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닌데 이따금 무례한 말들로 상처받는 날들이 있다. 혹은 그런 일들로 속상했다는 지인들의 하소연도 듣는다. 그때 꼭 필요한 문장을 찾았다.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나에게 집중하며 상처를 예방합니다. _김재원, 《말꽃》

이 문장 코멘트에 저자는 자신 역시 처음에는 ‘무시’라는 방법부터 시도했지만 저 문장을 통해 무례한 말로 상처받은 사람을 먼저 위로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저자의 저서에서 꼽은 문장들도 등장한다. 모든 문장이 좋았지만 초반부터 강하게 뇌리에, 마음에 새긴 문장은 “내가 나에게 한 말이 곧 내 인생이 된다는 것” 이다. 삶이 힘들 때 마다 미처 깨닫지도 못한 상태에서 나를 부정하는 말들이 나왔다. 결혼 후 출산하고 아이를 양육하며 아이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게 될 때면 그 정도가 너무 심해졌다. 말의 힘을 모르지도 않았기에 자책은 또 다른 자책으로 이어졌다. 이 문장은 그랬던 내게, 혹은 또 어디선가 그렇게 상처받고 있을 이들에게 몇 번이고 전해주고 싶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내가 타인에게 해주었던 그 위로와 응원을 해주라는 코멘트까지 정말 완벽했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 더 소개하자면, 이번에도 저자의 저서에서 뽑은 인생 문장이다.

▌그 자신감은 평소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좌우됩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이 중요한 진짜 이유입니다. _한석준,《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책에 마련된 공간이 다 채워지면 노트를 옮겨서 적고, 또 적어가며 나를 칭찬해주고, 위로하고 응원해줄 생각에 필사하는 페이지가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더 행복해졌다. 다른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말을 통해 ‘나를 만들어 가는 문장’을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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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서 ㅣ 암실문고
브라이언 딜런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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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서 @eulyoo

브라이언 딜런의 『어두운 방에서』는 어린 시절 살았던 아일랜드의 집과 그곳에 놓여 있던 물건들, 어머니의 병과 죽음, 아버지와 나눈 대화와 함께 들었던 음악 등을 따라 기억을 더듬어가는 책이다. 하나의 기억은 다른 기억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 철학자나 작가들의 문장이 놓인다. 어머니가 필사한 성경 구절과 아버지가 쓰던 크리스털 재떨이처럼 사소한 사물들 사이에서 한때의 삶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하던 아버지와의 대화,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자신이 했던 행동,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했던 일. 집을 떠나던 날,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을 확인하려는 듯 홀로 빈집 곳곳을 둘러보았던 순간까지. 기억은 그렇게 구체적인 장면과 사물들을 거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가 무리를 해서라도 루르드에 가려 했던 이유가 병자들에게 기적을 안겨준다는 루르드의 성모님께 기도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헤아려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억은 그 자체로 일종의 공간이다. 그 안에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뿐 아니라 차라리 잊고 싶은 기억까지, 꼭 필요하기도 쓸모없기도 한 온갖 사무들이 무더기로 쌓이거나 감추어져 있다.23쪽

자신의 이야기를 곧장 꺼내기보다 다른 이들의 문장을 빌려 돌아가기도 하고, 기억의 한 귀퉁이를 더듬다가 문득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미처 알지 못했는지, 지금에 와서야 무엇을 이해하게 되었는지가 드러난다. 기억을 다루는 글의 형식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마침내 이 성경책은 나에게 익숙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떠오릴게 해 준다. 저녁에 차분히 앉아, 전보다 느린 속도로, 자신의 구원이 되었을지 모를 구절들을 옮겨 적던 모습을.139쪽

사라져버린 기억들, 그것은 결국 장소와 사물을 너머 ‘사람’, 사람이었다. 어머니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순간들을 돌아보면서도 그 시절을 뒤늦은 후회로만 채우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는 사람의 시선과 그 기억을 바라보는 지금의 시선이 겹쳐지면서, 지나간 시간은 쉽게 하나의 의미로 정리되지 않는다. 어머니가 필사한 성경 구절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나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이전에 묵상했던 말씀들이 생각났고, 어쩌면 자신의 고통에서 비롯되었을 나의 어머니의 성경 필사도 함께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성경 구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견디기 위한 간절한 문장이었을 것이다. 같은 말씀을 읽더라도 그것을 적어 내려간 사람의 시간과 마음까지 헤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아직 건강하게 곁에 있는데도 본가에 갈 때마다 한 권 한 권 가져왔던 엄마의 성경필사 노트, 다이어리를 꺼내보았다. 엄마는 내가 가져가려 할 때마다 여러가지 감정을 보이곤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보다 이렇게 펼쳐 볼 수 있는 물성을 가졌다는 것에 안도했다.

▌우리가 고집스레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증거일 뿐이다.375쪽

읽는 동안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이 조용히 일었다. 오래전의 장면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기보다, 희미하게 남아 있던 기억의 먼지가 빛 속에서 잠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것들을 붙잡으려 몇 번이고 손을 뻗게 되지만, 막상 손안에 남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억 속에 남은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서,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에 뒤늦게나마 머물러 보고 싶어서.
#어두운방에서 #브라이언딜런 #기억 #서민아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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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눈, 손, 마음 - 그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여정에 관하여
마틴 게이퍼드 지음, 조주연 옮김 / 에포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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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눈, 손, 마음

그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여정에 관하여/ 서평 1


그림 한 점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까. 화가가 어떤 의도와 질문을 품고 작업을 시작하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화면에 옮기는지, 그리고 어떤 매체와 재료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작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 같은 물감과 붓을 사용하더라도 화가의 손을 거쳐 나온 결과는 다르며, 작업을 시작할 때 품었던 생각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답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보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에 가깝다. 그러니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여정은 언제나 흥미롭다. 완성이라는 판단 자체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거의 모든 화가에게 끝내기는-리히터가 내게 한 표현대로-“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의 경우 끝내기는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완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평가다.”81쪽


미술을 전공하고 도슨트로 활동하면서 작품을 바라보고 설명하는 일은 내게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이 무엇을 표현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재료와 기법으로 만들어졌는지, 작가는 왜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는지, 작품이 놓인 시대적·미술사적 맥락은 무엇인지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작품 앞에서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설명은 대개 일정한 시간과 분량 안에 정리되어야 한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러 층위 가운데 무엇을 먼저 이야기하고, 무엇을 더 깊이 들여다볼지는 언제나 선택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마틴 게이퍼드의 『화가의 눈, 손, 마음』은 내가 평소 작품을 바라보고 설명해 온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작가별 전시 도록과 평론, 자서전, 비평가들이 기획한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접해 왔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따라가거나 특정한 주제 아래 묶인 작품들을 비교하고, 때로는 작품 바깥에 존재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러한 책들은 내가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풍부한 미적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이 달랐을까.




우선 작품을 마주하는 물리적인 경험부터 달랐다. 일반적인 책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로 보던 작품들을 비교적 큰 판형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책에 실린 이미지가 전시장에서 실제 작품을 마주할 때의 감동을 온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작품의 실제 크기와 물성, 화면 앞에 서 있는 나의 위치, 조명과 주변 공간이 만들어내는 감각은 책의 지면만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화면의 세부를 살펴보고 붓질과 색채의 관계를 비교하며 작품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이미지의 크기에만 있지 않다. 무엇보다 작품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고, 누구의 이야기와 연결하며, 어떤 질문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다. 큐레이션은 작품을 보기 좋게 배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과 작품 사이에 관계를 만들고, 개별 작품만 보았을 때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의미를 드러내며, 관람객이 작품을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하나의 경로를 제안한다. 도슨트로서 전시를 이해하고 관람객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해 온 지점이기도 하다. 전시장에서는 정해진 시간내에서 작품의 매체와 재료, 제작 방식, 작가의 의도에 관한 설명을 모두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화가와 비평가가 서로의 작업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한 작가가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그 대화가 실제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는 스크립트를 준비하는 내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작품을 완성된 결과물로만 바라보는 대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 개입한 생각들을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화가의 눈, 손, 마음

그림이 만들어지는 신비로운 여정에 관하여/ 서평 2


“우리는 붓질을 포함해 그림에 관한 온갖 문제에 관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바로 그게 문제의 핵심이니까요.” (121쪽)


이 문장에서 특히 눈길이 머무는 것은 ‘붓질’이다. 작품 앞에서 붓질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화면에 남은 흔적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붓이 어떤 속도로 움직였는지, 물감은 얼마나 묽거나 두꺼웠는지, 색은 어떤 방식으로 겹쳐졌는지, 작가가 화면을 통제하려 했는지 아니면 우연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회화에서 재료와 기법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부수적인 수단이 아니다. 때로는 재료의 물성이 작가의 생각을 이끌고,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이 애초의 의도를 바꾸기도 한다. 18세기 드니 디드로의 경고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회화의 재료와 매체가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확장되어 왔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화가들이 동시대의 새로운 기술과 재료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자신이 처한 시대의 언어로 그것을 다시 해석한다. 이런 점에서는 초반에 호크니의 “회화가 텍스트” 라고 하거나 울프의 “화가는 전기작가”라는 말이 바로 떠올랐다. 미술사는 과거의 작품이 박제된 채 보존되는 역사가 아니라, 작품들이 시대를 건너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렘브란트를 존경했던 샤임 수틴의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수틴에게서 영향을 받은 후대의 작가들 역시 존재한다.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의 영향력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거의 작품은 후대 작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출발점이 되며, 후대의 작가는 그 작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터뷰에서 수틴을 “나에게 일종의 최면 효과를 일으킨 이미지를 창조했던” 화가 중 한 명으로 언급했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여기에 각주를 달아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수틴이 없다면 베이컨도 없다.” (167쪽)



마지막으로 또 인상적인 부분은 16장 「미술의 지리학」 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장에서는 작가들이 활동한 장소와 환경을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실마리로 제시한다. 특히 프랭크 볼링과 고흐를 ‘지독히 높은 기온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공통점으로 연결한 새빌의 비교가 흥미로웠다. 화가에게 장소란 단순히 작업실이 자리한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후와 빛, 주변의 풍경, 생활환경은 작업의 조건이 되며,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고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도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 작가의 의도와 재료, 기법, 영향 관계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장소라는 요소까지 더해지면 한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는 훨씬 복잡하고 풍부해진다. 이 책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일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품을 하나의 정답으로 설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실마리를 따라가며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도슨트의 역할은 작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람객이 작품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하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하며, 전시장 밖에서도 작품에 관한 질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뿐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과 그 관점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도 『화가의 눈, 손, 마음』 을 통해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전시관의 중심에 놓이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니 전공이나 해당 분야와 무관한 독자더라도 전시를 감상하고 그림을 보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한다.


#화가의눈손마음 #마틴게이퍼드 #회화 #아티스트 #작업실 @epoch.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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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기술
케빈 애슈턴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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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존재하는가

#이야기에관한이야기 #케빈애슈턴 #사물인터넷 #스토리텔링 #우주서평단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의 표지에는 “우리는 모두 스토리텔러다. 우리는 언제나 스토리텔러였다.”라고 쓰여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가 다름아닌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을 처음 사용한 케빈 애슈턴이었다. 그는 모닥불 곁에서 이야기를 하는 화자가 청자에게, 그렇게 구전되는 이야기가 동굴 벽화와 문자, 인쇄술, 대중매체를 거쳐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는 도구의 변화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추적한다.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을 보존하고, 낯선 이들을 연결하며,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만드는 기술이었다. 문자 이전에는 지식을 기억하고 전하는 일이 제한적이었지만, 기록과 인쇄술은 이야기를 더 멀리,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했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고 순식간에 공유할 수 있다. 저자가 살펴보는 스토리텔링의 여러 혁명은 도구가 발전할수록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늘어난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야기를 쉽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의사와 무관하게 퍼뜨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감추고 싶은 이야기는 왜곡되어 확산되고, 같은 사건도 듣는 이의 처지와 믿음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이야기의 힘이 클수록 그 위험 역시 커진다. 책에 등장하는 테런스의 사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백신 접종을 둘러싼 판단을 흐리고, 실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잘못된 이야기는 단순한 오해로 끝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사실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결정하는 렌즈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야기의 출처와 맥락을 살피는 태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 역량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페이스북은 약 30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셜 네트워크이다. 이 말은 곧 가능한 친구 조합의 가짓수가 500경, 즉 1억의 500억 배에 달하며 페이스북 사용자는 30억 명의 친구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스크린을 통해 이 모든 친구들과 연결될 수 있으니 이들은 근처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364쪽

내게 더 염려스러운 것은 위험이 현실의 소셜미디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상공간과 메타버스에서도 이야기는 정체성과 관계를 만들고, 때로는 현실 못지않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페이스북의 연결 규모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번질 수 있는지 실감하게 한다. 그래서 같은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타인을 조종하고 오해를 증폭하는 도구가 될 수도, 위험을 알리고 서로를 지키는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숲의 나무들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위험에 대응하듯, 인간의 스토리텔링도 서로를 해치는 소문이 아니라 위험을 나누고 이해를 넓히는 수단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세상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다면,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멈추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고, 전하고, 판단할 것인가다. 그 힘이 더 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지키는 방향으로 쓰이기를 바란다.
@woojoos_story @tp.book
“우주 @woojoos_story 진행으로 단체 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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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딸의 백팔배 -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 ㅣ 파도문고
이정은 지음 / 온다프레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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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딸의 백팔배


독실한 개신교 가정에서 성장한 저자가 부모에 의해 강제된 신앙의 삶이 어떠한지, 그런 삶이 어떻게 ‘자기파괴’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백과 학제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자녀의 입장에서 비단 종교 문제가 아니더라도 수용적이지 않은 부모와의 관계로 부터 느꼈던 고통과 상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양육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자신의 양육방식이나 훈육이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자녀에게 줄 수 있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 푸코와 라캉 그리고 지젝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이론과 연결지어 학제적으로 자신의 문제와 방법을 고찰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개신교인 입장에서 아니면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자기치유 과정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고백하자면 책을 읽는 동안 지금 열거한 여러 시점이 계속 바뀌게 되었다. 초반에는 딸을 두고 아버지는 강압적으로, 어머니는 교묘하게 ‘네가 원한 것’이라 말하는 부모의 모습에 불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기로 결정한’ 저자의 선택이 의아하게 느껴졌다가 중반부를 지날수록 왜 저자가 동생과 달리 떠나거나 반항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위를 느끼려고’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살면서 ‘착한 딸’ 콤플렉스에 빠졌던 이들이라면 납득이 쉬울 것이다. 특히나 서울대를 나온 부모님, 오갈데 없는 이들을 가족처럼 보살펴주며 낳은 자식이 아닌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엄마가 되어주는 헌신 그리고 처절할 정도의 자기부정과 비움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백팔배인가.


나는 오랜 시간 부모님의 ‘금욕주의적 엄격성’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나’로 살지 못하도록 억압했다고 말이다. (…)

하지만 ‘전복’이 필요한 대상은 금욕적 삶 자체가 아니었다. 이것이, 푸코가 말한 ‘자기를 배려하고 돌보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포기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203쪽


저자는 그저 느끼고자 한다.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세상의 기쁨’ 혹은 세상 그 자체를 그저 느끼기로 마음 먹는다. 백팔배도 이런 선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부모님이 개신교인 이라서 반항을 위해 타종교에 빠지는 것은 이미 해봤고,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한 일인줄도 이미 알았다. 그러니 그저 할 뿐이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해 백팔배를 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온전한 확신이 없어, 교회를 다녔던 지난 날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더 신앙과 관련된 활동을 마치 저자의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말투로 그러나 일순간 공격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내 모습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라캉의 ‘속지 않는 자가 길을 잃는다’를 주해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속는 자’는 본인이 자진한 것이니 계속 속아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꺼이 속는 자가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되면, 그 또한 이를 정당항화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거이 속는 자는 자리한 곳에 계속해서 머물면 안 된다. 147쪽


책 제목은 목사인 아버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불자가 된 듯한 뉘앙스지만 책을 읽으면서 종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저자의 심리변화나 성장과정을 보면서 무언가를 부정하려고 할 때, 그 상대가 부모일 때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이드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서평의 시작과 끝이 어쩌면 애매하게 두리뭉실 해졌는지도 모른다. 그저 처음부터 꼭 직접 한 자 한 자 읽어보고 스스로의 삶과 시도했던 방식과 비교하고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 저자가 언급했던 법륜스님의 말처럼 ‘내 문제’라면 상대가 아닌 내게서 답을 찾아야한다.


#목사딸의백팔배 #이정은 #종교학 #자기배려 @onda_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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