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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딸의 백팔배 -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 ㅣ 파도문고
이정은 지음 / 온다프레스 / 2026년 8월
평점 :

목사 딸의 백팔배
독실한 개신교 가정에서 성장한 저자가 부모에 의해 강제된 신앙의 삶이 어떠한지, 그런 삶이 어떻게 ‘자기파괴’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백과 학제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자녀의 입장에서 비단 종교 문제가 아니더라도 수용적이지 않은 부모와의 관계로 부터 느꼈던 고통과 상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양육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자신의 양육방식이나 훈육이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자녀에게 줄 수 있음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무엇보다 푸코와 라캉 그리고 지젝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이론과 연결지어 학제적으로 자신의 문제와 방법을 고찰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개신교인 입장에서 아니면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자기치유 과정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고백하자면 책을 읽는 동안 지금 열거한 여러 시점이 계속 바뀌게 되었다. 초반에는 딸을 두고 아버지는 강압적으로, 어머니는 교묘하게 ‘네가 원한 것’이라 말하는 부모의 모습에 불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기로 결정한’ 저자의 선택이 의아하게 느껴졌다가 중반부를 지날수록 왜 저자가 동생과 달리 떠나거나 반항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위를 느끼려고’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살면서 ‘착한 딸’ 콤플렉스에 빠졌던 이들이라면 납득이 쉬울 것이다. 특히나 서울대를 나온 부모님, 오갈데 없는 이들을 가족처럼 보살펴주며 낳은 자식이 아닌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엄마가 되어주는 헌신 그리고 처절할 정도의 자기부정과 비움에서 숭고함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백팔배인가.
나는 오랜 시간 부모님의 ‘금욕주의적 엄격성’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를 ‘나’로 살지 못하도록 억압했다고 말이다. (…)
하지만 ‘전복’이 필요한 대상은 금욕적 삶 자체가 아니었다. 이것이, 푸코가 말한 ‘자기를 배려하고 돌보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포기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203쪽
저자는 그저 느끼고자 한다.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세상의 기쁨’ 혹은 세상 그 자체를 그저 느끼기로 마음 먹는다. 백팔배도 이런 선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부모님이 개신교인 이라서 반항을 위해 타종교에 빠지는 것은 이미 해봤고, 그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한 일인줄도 이미 알았다. 그러니 그저 할 뿐이다.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해 백팔배를 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온전한 확신이 없어, 교회를 다녔던 지난 날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더 신앙과 관련된 활동을 마치 저자의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말투로 그러나 일순간 공격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내 모습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라캉의 ‘속지 않는 자가 길을 잃는다’를 주해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속는 자’는 본인이 자진한 것이니 계속 속아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꺼이 속는 자가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되면, 그 또한 이를 정당항화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거이 속는 자는 자리한 곳에 계속해서 머물면 안 된다. 147쪽
책 제목은 목사인 아버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불자가 된 듯한 뉘앙스지만 책을 읽으면서 종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인 것은 분명했다. 무엇보다 저자의 심리변화나 성장과정을 보면서 무언가를 부정하려고 할 때, 그 상대가 부모일 때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이드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서평의 시작과 끝이 어쩌면 애매하게 두리뭉실 해졌는지도 모른다. 그저 처음부터 꼭 직접 한 자 한 자 읽어보고 스스로의 삶과 시도했던 방식과 비교하고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 저자가 언급했던 법륜스님의 말처럼 ‘내 문제’라면 상대가 아닌 내게서 답을 찾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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