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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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최소취향이야기 #신미경 #상상출판





 
프롤로그에서부터 느낌이 확 오는 책이 있었던가. 신미경 작가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부터 남달랐다. 요가를 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다는 문장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그런 사소한 일정이 특별하게 시간을 내야만 가능하다고 믿었던 과거가 있었기에 남다르게 다가왔다. 내 몸의 건강과 내 마음의 평온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저 한 문장에서 이미 다 드러나 있었다. 최소 취향이라는 말에 얼마나 특별하고 부러울 만한 취향을 이야기하려나 싶었던 나의 착각이 민망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번아웃 증후군을 겪은 뒤에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사람들, 고전에서 삶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지만 이처럼 당장 하나하나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적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당장 시작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체화되기 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는 저자의 생활방식은 다름 아닌 비움과 배움 그리고 '지금을 사는 것'이 었다.





나는 일이 좀 안풀린다 싶으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게 있는지 샅샅이 수색한 뒤 버린다. -중략-
내게 고통의 기억을 안긴 거슬리는 물건을 없애고 나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부정적으로 느낀 기운이 사라지면 어느새 막힌 운이 뚫려 원활히 순환되는 느낌. 
매우 미신적인 접근이지만 불행한 기분이 들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34쪽

미니멀리즘을 실천에 옮기는 이웃블로거들의 글이 거의 매일 새글로 올라오는 것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이란 말을 달고 살았다. 학업이 끝나면, 퇴사를 하면 등의 수많은 이유들이 나의 실천을 방해하곤 했다.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과거 어느 때라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었던 때라는 것을. 아직 돌 된 아이를 기르게 되었으니 미니멀리즘은 더 멀어진 것 아닐까 싶었지만 신기하게 아이의 짐을 늘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 짐, 내게 불필요하거나 미련으로 남았던 물건들을 치우게 되었다. 버리고나서 많이 후회할 것 같았지만 육아로 지친 몸과 맘은 버려진 물건을 추억하기에는 그렇게 여유롭지 못했다. 더군다나 비어진 틈사이로는 아이가 주는 기쁨과 아주 잠깐이지만 놓칠 수 없는 독서의 즐거움으로 가득채우고도 남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쉽사리 버려지지 않았던 것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을 보는 나의 시선이었다. 






내 눈에 예뻐 보였던 스타, 모델, SNS 인플루언서들의 옷차림이 나에게도 어울릴 거란 보장은 없다. 남들의 스타일링을 참고하면 대부분 실패하는 쇼핑을 했다. 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사고 싶었다. 
나의 욕망은 그들이 가진 이미지였다. 64쪽


육아템을 검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인플루언서들의 글과 리뷰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면 육아가 좀 더 수월해지고 조금은 멋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이내 마음을 접는다. 수백개를 넘어 수천개의 리뷰를 읽어보아도 결국 아이는 모두 다 다르고 아이를 키우는 나 또한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아이템은 결국 내 아이와 나에게 가장 잘맞는 것을 찾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극찬하는 바운서가 내게는 아이의 옷을 걸쳐두는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았던 반면 극소수의 맘들에게만 극찬을 받았던 아기베개가 내게는 정말 고마운 아이템으로 남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영화 <패터슨>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를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해가 간다. 일상에서 예술을 하는 것. 시인이 되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퇴근길에 모임이나 혼술을 상상하며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글 한 줄을 적거나 제대로 선을 치진 못해도 종이와 연필을 들고 애써보는 자세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장황하게 늘어놓는 다른 강의나 연설보다 직접적으로 예술화된 삶 그자체를 살아가는 단조롭지만 명징하게 드러나는 패터슨의 하루하루에 느끼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 괴로울수록 꿈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절벽 끝에 매달린 기분에서 벗어나게는 해주지만 나는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테다. 
'언젠가는 오늘이고, 언젠가는 지금 당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렇다. 152쪽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학문으로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오래도록 간직만 하다가 마흔을 앞두고 편입을 하고 올해 2월 졸업을 했다. 그 덕분에 미술분야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가라는 말 뒤에 숨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소 취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권을 다 읽고도 어렵다면 저자의 에필로그에 적힌 열 가지라도 삶에 녹여내보면 어떨까. 최소라는 것은 결국 '꼭 필요한'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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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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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귀찮지만해볼까 #권남희 #번역가권남희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몇 년 전 번역공부를 시작하면서 역자들의 에세이를 찾아가며 읽었던 적이 있었다.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는 당장 공부를 앞둔 당시의 내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실무능력 고양을 위한 책들은 부담으로 다가와 피했었다. 그 때 만났던 권남희 역자의 에세이는 내가 원하던 역자들의 생생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성으로도 유익해 수강을 위한 책을 구매할 때 함께 구매했었다. 그렇기에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가 신간으로 그것도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정말 반가웠다. 


목차소개

1장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

2장 잡담입니다

3장 남희 씨는 행복해요?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

5장 신문에 내가 나왔어

6장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




읽어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결국은 내가 번역을 맡았다. 번역을 잘할 자신이 있어서는 아니고, 이 책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내게 온 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36쪽


1장의 내용 중에서는 번역경험과 관련하여 작가에게도 운명적인 순간이 다가와 하룻밤 혹은 몇 달을 집중해서 집필하게 되는 때가 있듯 역자에게도 운명처럼 다가오는 책이 있는가보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고 한다. 번역 공부를 하면서 즐겨 하던 위와 같은 일들이 내게도 일어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책처럼 번역하기에 이런저런 우려가 들 때에도 그럴 수 있고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2장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잡담입니다'라는 소제에서 알 수 있듯 마치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판 하루키, 혹은 여성 하루키라고 해야할까. 별개 아니라는 듯 흘려가며 적은 내용에 읽는 내내 피식피식했다.






.....대체로 쫄고 있는 사람들이 쫄지 말자고 말하지. 78쪽


위의 내용은 번역이 주업무가 아닌 사람들이 역자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쫄고 있을 정도면 그야말로 다른 역자분들은 얼마나 조마조마 할까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역서를 반기는 편이다. 특히 전문 자격증 혹은 그와 관련된 학업을 수료한 사람들이 한 번역과 그렇지 않은 번역의 차이가 커서인지 역자의 전공을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물론 간혹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번역된 - 독자가 다 알거라고 짐작하는 번역- 경우보다는 초보자도 잘 읽을 수 있도록, 혹은 딱딱한 학술적 술해를 마치 소설처럼 은유적으로 풀어내되 이론적 오류는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번역하는 경우도 있기에 역자들의 역할과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는 번역가라는 수식어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라는 말이 더 좋다. 113쪽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고픈 호기심은 아마 거의다 있을 것이다. 특히 책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서재가 그러한데 권남희 번역가는 지금껏 서재를 가져본 적도 없지만 아이와 함께 어우러진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익숙해진데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따뜻한 번역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따뜻한 번역'. 역자 권남희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쩌면 스스로 말한 '따뜻한 번역'이라서가 가장 적확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되고보니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가 공감이라기 보다는 후배맘으로서 조언처럼 새겨듣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역자의 에세이가 선배 번역가를 바라보는 호기심과 부러움의 마음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그런점에서 더 다양하고 깊게 공감도 되고 위로와 응원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혹 역자 권남희, 엄마 에세이 등의 이유로 이 책을 보고자 한다면 미처 이 리뷰에 다담지 못한 온전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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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강성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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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인재관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스펙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채용 후에는 직원에 한해서만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대학을 개설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외부에서 중요한 인재를 스카웃해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라는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이전의 인사관련 업무 혹은 시스템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 관점은 다음과 같다.


인사이드 아웃 관점의 핵심은 "기업은 자신들의 문화와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내제된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에 내제된 핵심 역량을 사업과 연계시킴으로써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12쪽


회사에 필요한 인재상을 발굴 및 개발할 때 그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흔히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이라고 사내에 알려져 있는 내용은 다소 두리뭉실한 점이 있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애매한 점이 많다. 마치 좋은 내용은 다 가져온 듯한 어느 회사라도 바라는 고스펙에 인성까지 두루갖춘 완벽한 인간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경영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나친 확신과 채용담당자에게 일임하는 등의 무관심은 물론 스펙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제도에 대한 집착등이 기업이 좋은 인재를 놓치는 주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저자가 사례로 든 구글의 에릭슈미트는 어떻게 인재를 관리했을까. 뚜렷한 사람에 대한 철학은 물론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투자와 이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은 물론 제도에 얽매이거나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선순환 과정의 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업체가 사원에게 투자하는 것과 이들 기업이 말하는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질 것이다. 특히 사람에 대한 투자가 숫자로 반드시 표현되느냐에 따른 의문도 들것이다. 사람에게 투자를 잘 하는 기업이라면 아마도 직원 스스로가 '일하기 좋은 회사'일 것이다. 반면 직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매출로만 순위를 매긴 대기업과의 차이를 보면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포춘>지에서 뽑은 500대 기업 리스트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리스트를 비교한 결과 양쪽 리스트에 해당되는 기업간에 차이가 있는데 자산 수익률이나 시장 점유율로 따지자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조금씩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한다"81쪽


위의 내용을 기업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재관리 방법에 관한 내용이 2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명품에 비유하며 좋은 인재를 얻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비용이 요구된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명품이 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하는 데 안타깝게도 명품으로 만들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전혀 틀린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리의 문제라는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업무의 특성이 '인적 자본'의 비중이 높다면 개인의 능력의 크기가 커서 그럴 수 있지만 성과분석에 따르면 인적 자본외에 사회적 자본, 조직 자본등의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 해당 부분의 비율이 높다면 개인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 지라도 이직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직원 추천제'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만 보더라도 팀워크를 중시하는 경영주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 회사는 면접시험 때 실제 고객을 참여시키기도 하고 떨어진 지원자들에게도 개별적인 피드백을 해줄 만큼 사람에 대한 철학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정립하고 그에 맞게 제도를 일관되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할 때 직원들은 변화를 보다 수용할 수 있다. 186쪽


이외에도 이직이 높은 시기는 언제인지, 어떤 직무에 속한 인재들의 이직률이 높은지에 대한 내용들도 연이어서 등장한다. 특히 속이 시원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은 '무경계경력자'라고 하여 과거이력과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로 이직한 사람들을 뜻하는데 조직의 경계를 넘어 경력을 관리하고 개발한 것으로 판단하여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내사회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니 여러 분야를 거쳐온 내게는 부럽기도 하고 어떤면에서는 미래가 희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보니 직원들이 기피하는 유형들이 모두 언급된 부분이었다. 기업문화별 특징과 함께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진단도구도 포함되어 있으니 만약 본인이 경영주라면 테스트 해볼 수도 있다. 다만 저자가 해외기업사례 위주로 설명한 것에 대해 변명처럼 말했지만 국내에서는 인사이드 아웃 관점으로 성공한 기업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없어서 찾기가 어렵다고도 볼 수 있지만 공개되지 않아 찾을 수 없다는 의미도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책과 저자에게 직접 수학한 제자들 및 회사들의 노력으로 사람에게 제대로 투자할 줄 아는 기업과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국내기업의 내용이 등장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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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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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까 봐 아예 상대를 '변할 수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다 53쪽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대상은 흔히 연애중인 나쁜남자나 이미 결혼한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을 때 주변사람들이 해주는 조언들 중 하나다. 뿐만아니라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과거와 타인은 바꾸지 못하지만 나와 미래는 꿀 수 있다'라는 말로 처음부터 상대가 바뀔거라는 기대는 갖지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서두에 적은 발췌문을 보았을 때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얼어붙은 시간의 효과'라고 말하는 것으로 아이가 어린 시절 부모를 통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버리면 그것이 고정된 상태로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나 역시 성격이 급한 아빠와 여행할 때면 늘 아빠의 비위를 살피며 조심조심 했던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었는지 아빠와 단둘이 무언가를 할 때면 선뜻 응한적이 없었다. 반면 늘 내게 맞춰주는 엄마와는 단둘이 여행도 종종 다니곤 했는데 엄마가 체력이 약해지고 나이가 드시면서 역시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시기가 오니 엄마와의 시간도 점점 멀리하는 나를 발견했다. 오히려 연세가 드시면서 이전보다 차분하면서도 다정해지신 아빠와 시간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교차된 감정이 들기 시작한게 얼마되지 않았기에 만약 이 책을 10년 전에 읽었더라면 '가족은 정말 변하지 않는걸까?'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네'라고 했을 것이다. 그때의 내가 아마도 '얼어붙은 시간의 효과'가 제대로 작용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과거와 마주할 때 어린 나 자신과 함께 다시 한번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나 사건과 화해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나의 내면에 있는 그림자와 화해하고, 자라지 못한 내면 아이를 위로하고 돕는 일에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9쪽


그런가하면 살면서 지나치게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저자 역시 오래전 석사 논문을 준비할 때 썼던 글을 우연하게 읽으면서 지난 날 자기연민에 빠졌던 때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험처럼 그저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는 것을 넘어 '나라도 나를 돌봐주자'라는 희망적인 방향으로 옮겨진다면 자기연민이 평소에 생각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돌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령 어린 시절 아이답게 어리광도 부리고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성장할 수 없었다면 나이는 먹어 책임과 의무는 지면서 정작 어린 시절에 갇혀 가까운 가족마저 비난의 대상이 되버리는 경우가 있다. 저자가 만났던 한 여성은 유년기에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렸다. 이후 엄마는 새남자를 만났지만 폭력적인데다 심지어 엄마가 병들자 떠나버려 결국 엄마의 병수발까지 딸이 책임지게 되었다. 부모에게 충분한 지원과 사랑을 받고 자랐어도 막상 부양해야하거나 간병을 해야 할 상황이 찾아오면 모른 척 하기 쉽다. 그러니 홀로 부담했을 때 그 원인이 된 엄마가 얼마나 미웠을까. '애어른 효과'. 그런 그녀를 위해 저자가 해주었던 일은 어릴 때 하지 못했던 원망과 서운함을 맘껏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 것 뿐이었다. 아이처럼 토해내고 나서야 비로소 아빠가 집을 나가기 전 세가족이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고 엄마역시 아빠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너, 자기 머리 잃어버린 사람 봤어?"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깜빡하고 손이나 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런 사람 봤어?"

작고 둥근 머리가 또다시 좌우로 흔들렸다.

"엄마한테 넌 머리와 손, 발과 똑같아. 절대 잃어버릴 수 없다는 거지." 284쪽


고개를 끄덕여가며 페이지를 넘겨보다가 '키워드 효과'편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4학년 마지막 학기중에 아이를 낳다보니 졸업 후전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겠다던 계획은 물론 졸업이나 무사히 할 수 있길 바랐었다. 그렇다보니 박사과정 중 임신하고 첫 아이를 여기저기 옮겨가며 길렀다는 저자의 이야기도 뭉클했지만 엄마가 자신을 잃어버렸는 줄 알았다는 말에 위의 내용처럼 대꾸했다니 눈물이 어찌 맺히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를 맡길 곳이 정해지면 다시 학교에 가야지 했던 내게 저자가 경험한 내용들은 막연하게 걱정만 했던 부분들을 보여준거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지금'의 나를 위로할 뿐 아니라 '미래'의 나도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이전에 썼던 글을 펼쳐보듯 나 역시 대학원에 진학 후 아이를 포함해 심리적으로 위로가 필요할 때 다시금 이 책을, 이 리뷰를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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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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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윌리엄 생각뿐이다. 너무 설레어 잠을 설치는 바람에 피곤하지만 들뜬 표정으로 배낭을 움켜잡고서 별채 앞 계단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는 윌리엄. 131쪽


캐서린 아이작의 <유 미 에브리싱>의 소개문구 중에 '아들과 아빠가 서로 친해지길 바라는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나는 아들엄마다 보니 당연히 내 아들이 아빠인 남편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존재한다. 작품 속 제스처럼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를 기른 것도 아닌데 그런 맘이 드는 것은 어릴 때 친한 부자사이라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세계가 생기고, 남편이 일로 바빠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나중에는 쉽사리 풀 수 없을만큼 좋지 못한 사이로 지내는 부자관계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급기야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 아들과 아빠가 서로 후회하며 부둥켜 안고 눈물을 감추는 장면이 낯설진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 아내인 내가1순위로 밀려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남편에게 아이가 0순위라는 사실이다. 함께 살고 키우는 나도 이런데 친정엄마(요즘 이런 표현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마 편의상 그냥 씁니다;;)가 헌팅턴병으로 누워있으며 유전될 확률이 50%라면 당연히 빠른 시일내에 부자사이를 돈독하게 해주고 싶을 것이다. 아들을 두고 아빠 애덤과 엄마 제스가 미운정 고운정이 쌓여 갑자기 불붙는 로맨스로 발전하리라는 것은 다 알지만 이 소설이 영화화까지 되는 이유는 뭘까 싶을 것이다. 결론이 다 나왔다고 하더라도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자리를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화장품과 술냄새를 잔뜩 풍기고 나타난 남편인데다 이런저런 사연을 감추고 아이를 위해 찾아갔더니 젊은 애인과 연애중인 남편을 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많은 아내이자 엄마인 여성들이 공감하거나 위안을 삼거나 대리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제스에게도 드라마 속의 백마탄 왕자님이 등장하듯 변호사인 찰리가 다가온다. 


애덤이 내 등에 손을 대자 난 얼른 고개를 든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그의 촉촉한 갈색 눈동자가 코앞에 있다. "그냥 떨어진 거양. 별일 아냐. 뼈도 안 부러졌고"라고 우기며 나는 재빨리 그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그의 손바닥이 닿았던 자리에 열기가 남아 살갗을 간질이는 느낌이다. 190쪽


사실 제스 엄마의 병이 자신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신의 미래는 물론 사랑마저도 거리를 두려는 제스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기간 좋아했던 영화<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미유키가 생각났다. 아마 이 영화를 본적이 없고, 내 나이가 어리거나 심하게 아팠던 적이 없었더라면 제스의 이야기에 충분하게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출산할 때 남편의 부재가 주는 상처와 서운함이 어느정도의 깊이와 무게인지도 미혼이거나 출산 경험이 없었다면 이해는 해도 공감은 못했을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기혼 여성 중 출산경험이 있으며 가족이나 자신에게 병이 있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들과 아픈 엄마를 포함해 부부와 가족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제스와 애덤의 마음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부부가 건강한 부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더라도 제스와 애덤 혹은 찰리와 지나처럼 너무 과한 사건은 쉽사리 포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가 싶다. 


"아버님도 병이 싫기는 하시겠지. 병 때문에 어머님이 그렇게 되셨으니 싫으실 거야. 하지만 어머님을 사랑하셔. 아버님에게 어머님은 그 모든 걸 견뎌낼 가치가 있는 거야. 그리고 나도 당신에게 같은 심정이고."442쪽


영화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했던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자면 상대방이 오롯이 나에게 맞춰줌과 동시에 외적으로도 완벽한 사람과의 사랑만을 꿈꾸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살다보니 영화같은 사랑은 완벽하고 순정적인 상대를 만나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 또 어떤 결혼생활을 꿈꾸는가. <유 미 에브리싱>을 읽다보면 스스로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또 어떤 사랑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지 깨닫게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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