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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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윌리엄 생각뿐이다. 너무 설레어 잠을 설치는 바람에 피곤하지만 들뜬 표정으로 배낭을 움켜잡고서 별채 앞 계단에 앉아 아빠를 기다리는 윌리엄. 131쪽


캐서린 아이작의 <유 미 에브리싱>의 소개문구 중에 '아들과 아빠가 서로 친해지길 바라는데...'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나는 아들엄마다 보니 당연히 내 아들이 아빠인 남편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존재한다. 작품 속 제스처럼 남편과 헤어져 홀로 아이를 기른 것도 아닌데 그런 맘이 드는 것은 어릴 때 친한 부자사이라도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세계가 생기고, 남편이 일로 바빠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나중에는 쉽사리 풀 수 없을만큼 좋지 못한 사이로 지내는 부자관계를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거나 급기야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 아들과 아빠가 서로 후회하며 부둥켜 안고 눈물을 감추는 장면이 낯설진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 아내인 내가1순위로 밀려난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남편에게 아이가 0순위라는 사실이다. 함께 살고 키우는 나도 이런데 친정엄마(요즘 이런 표현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마 편의상 그냥 씁니다;;)가 헌팅턴병으로 누워있으며 유전될 확률이 50%라면 당연히 빠른 시일내에 부자사이를 돈독하게 해주고 싶을 것이다. 아들을 두고 아빠 애덤과 엄마 제스가 미운정 고운정이 쌓여 갑자기 불붙는 로맨스로 발전하리라는 것은 다 알지만 이 소설이 영화화까지 되는 이유는 뭘까 싶을 것이다. 결론이 다 나왔다고 하더라도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자리를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화장품과 술냄새를 잔뜩 풍기고 나타난 남편인데다 이런저런 사연을 감추고 아이를 위해 찾아갔더니 젊은 애인과 연애중인 남편을 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많은 아내이자 엄마인 여성들이 공감하거나 위안을 삼거나 대리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제스에게도 드라마 속의 백마탄 왕자님이 등장하듯 변호사인 찰리가 다가온다. 


애덤이 내 등에 손을 대자 난 얼른 고개를 든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그의 촉촉한 갈색 눈동자가 코앞에 있다. "그냥 떨어진 거양. 별일 아냐. 뼈도 안 부러졌고"라고 우기며 나는 재빨리 그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그의 손바닥이 닿았던 자리에 열기가 남아 살갗을 간질이는 느낌이다. 190쪽


사실 제스 엄마의 병이 자신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신의 미래는 물론 사랑마저도 거리를 두려는 제스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기간 좋아했던 영화<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미유키가 생각났다. 아마 이 영화를 본적이 없고, 내 나이가 어리거나 심하게 아팠던 적이 없었더라면 제스의 이야기에 충분하게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출산할 때 남편의 부재가 주는 상처와 서운함이 어느정도의 깊이와 무게인지도 미혼이거나 출산 경험이 없었다면 이해는 해도 공감은 못했을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기혼 여성 중 출산경험이 있으며 가족이나 자신에게 병이 있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들과 아픈 엄마를 포함해 부부와 가족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제스와 애덤의 마음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부부가 건강한 부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더라도 제스와 애덤 혹은 찰리와 지나처럼 너무 과한 사건은 쉽사리 포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가 싶다. 


"아버님도 병이 싫기는 하시겠지. 병 때문에 어머님이 그렇게 되셨으니 싫으실 거야. 하지만 어머님을 사랑하셔. 아버님에게 어머님은 그 모든 걸 견뎌낼 가치가 있는 거야. 그리고 나도 당신에게 같은 심정이고."442쪽


영화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했던 지난 날의 나를 돌아보자면 상대방이 오롯이 나에게 맞춰줌과 동시에 외적으로도 완벽한 사람과의 사랑만을 꿈꾸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살다보니 영화같은 사랑은 완벽하고 순정적인 상대를 만나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가. 또 어떤 결혼생활을 꿈꾸는가. <유 미 에브리싱>을 읽다보면 스스로가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또 어떤 사랑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지 깨닫게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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