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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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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몇 년 전 번역공부를 시작하면서 역자들의 에세이를 찾아가며 읽었던 적이 있었다.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는 당장 공부를 앞둔 당시의 내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실무능력 고양을 위한 책들은 부담으로 다가와 피했었다. 그 때 만났던 권남희 역자의 에세이는 내가 원하던 역자들의 생생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성으로도 유익해 수강을 위한 책을 구매할 때 함께 구매했었다. 그렇기에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가 신간으로 그것도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이 정말 반가웠다.
목차소개
1장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
2장 잡담입니다
3장 남희 씨는 행복해요?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
5장 신문에 내가 나왔어
6장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
읽어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결국은 내가 번역을 맡았다. 번역을 잘할 자신이 있어서는 아니고, 이 책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내게 온 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36쪽
1장의 내용 중에서는 번역경험과 관련하여 작가에게도 운명적인 순간이 다가와 하룻밤 혹은 몇 달을 집중해서 집필하게 되는 때가 있듯 역자에게도 운명처럼 다가오는 책이 있는가보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고 한다. 번역 공부를 하면서 즐겨 하던 위와 같은 일들이 내게도 일어나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책처럼 번역하기에 이런저런 우려가 들 때에도 그럴 수 있고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2장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잡담입니다'라는 소제에서 알 수 있듯 마치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판 하루키, 혹은 여성 하루키라고 해야할까. 별개 아니라는 듯 흘려가며 적은 내용에 읽는 내내 피식피식했다.

.....대체로 쫄고 있는 사람들이 쫄지 말자고 말하지. 78쪽
위의 내용은 번역이 주업무가 아닌 사람들이 역자로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쫄고 있을 정도면 그야말로 다른 역자분들은 얼마나 조마조마 할까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역서를 반기는 편이다. 특히 전문 자격증 혹은 그와 관련된 학업을 수료한 사람들이 한 번역과 그렇지 않은 번역의 차이가 커서인지 역자의 전공을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물론 간혹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번역된 - 독자가 다 알거라고 짐작하는 번역- 경우보다는 초보자도 잘 읽을 수 있도록, 혹은 딱딱한 학술적 술해를 마치 소설처럼 은유적으로 풀어내되 이론적 오류는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번역하는 경우도 있기에 역자들의 역할과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는 번역가라는 수식어보다 '번역하는 아줌마'라는 말이 더 좋다. 113쪽
누군가의 서재를 들여다보고픈 호기심은 아마 거의다 있을 것이다. 특히 책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서재가 그러한데 권남희 번역가는 지금껏 서재를 가져본 적도 없지만 아이와 함께 어우러진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익숙해진데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따뜻한 번역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따뜻한 번역'. 역자 권남희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쩌면 스스로 말한 '따뜻한 번역'이라서가 가장 적확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되고보니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가 공감이라기 보다는 후배맘으로서 조언처럼 새겨듣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역자의 에세이가 선배 번역가를 바라보는 호기심과 부러움의 마음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는 그런점에서 더 다양하고 깊게 공감도 되고 위로와 응원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혹 역자 권남희, 엄마 에세이 등의 이유로 이 책을 보고자 한다면 미처 이 리뷰에 다담지 못한 온전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