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
아렌트 판 담 지음, 알렉스 데 볼프 그림, 유동익 옮김 / 별숲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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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나는 유럽 문화 여행]책은 지금까지 만나본적 없는 이야기 방식이었다.


비앙카에게 산마리노의 특징이 뭐냐고 물으니 단호하게 대답했다. 113쪽

티퍼에게 아일랜드의 특징이 뭐냐고 묻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152쪽

라몬에게 포르투갈의 어떤 면이 특별한지 묻자, 그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213쪽

저자로 짐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해당 나라에 거주하는 아이에게 묻고 그 답변을 듣는 방식인데 아이가 직접 답을 들려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가령 수업시간에 만들기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도시이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아이가 있는 현장으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그 나라의 문화유산을 소개해줄 때도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교실에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일 때도 있고, 험준한 산맥 한 가운데에서 들을 때도 있으며 페스티벌이 한창 진행중인 시끌벅적한 행렬 한 가운데에서 들을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생동하고 살아숨쉬는 나라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 책의 재미난 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나라의 특징이나 기념품이 사실 해당국민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을 때도 있고 심지어 그것이 오히려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도 가끔 한국을 떠올렸을 때 '개고기'가 화제가 되면 다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심지어 개고기를 먹는 사람보다 혐오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문화를 접근하는 시도가 이런점에서는 굉장히 신선하고 사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이 책의 저자 아렌트 판 담의 작품 중에 [세계 어린이 인권 여행]이란 책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던 '몰도바'국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타티아나는 몰도바에서 사는 어린이로 어린이의 권리에 대한 회의를 하기 위해 모나코로 떠나는데 회의장에서 다음의 내용으로 발표를 한다.


"저는 어린이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밖에서 자동차나 사람 또는 다른 위험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놀 권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 주셔야 합니다." 75쪽

물론 모든 아이들이 타티아나처럼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그리스편에서 소개된 내용은 다소 의아스러울 만큼 민주주의를 오해할 소지를 가지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그리스의 아테네가 민주주의 시작점이라는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은 좋았지만 그 원칙에 따라 수학공부를 하자고 제안하는 선생님에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자신들의 의견을 끌고가는 모습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을 떠올렸을 때 '베를린장벽'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터라 작가의 신중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느껴져서 좋았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것을 하나의 축제처럼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독일인들의 생각은 배울 점이 많았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방식으로 역사적인 사건과 평화가 가지는 의미를 가르치는 방법도 멋지다고 생각햇다. 뒷부분에는 유럽에 대한 기원적, 고대의 풍경도 아이들의 입을 통해서 들려주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놀라웠고 부러운 부분이었다. 유럽지역은 나라별 경계가 거리 하나로 나뉘어지기도 해서 이웃하는 나라의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과 협동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유럽국가 사이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한다는 자연스러운 결말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야기로 유럽을 만나는데 이정도의 분량으로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지만 처음 유럽문화를 이해하려고 할 때는 이정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유럽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을 때 그 적정선을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가장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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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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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히라마쓰 요코 지음


어쩌다보니 지난 가을부터 혼밥족이 되고 말았다. 되고 말았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자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문에 해당 내용이 주제가 되는 드라마나 예능은 일부러 피했다. 혼밥 및 혼술이 내게는 그다지 타인과 공감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투정부리며 현실을 외면할 수도, <먹는존재>에서 나온 것처럼 끼니를 거르고야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혼밥 생활에 심취, 히마마쓰 요코의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를 통해 혼밥을 즐겨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에는 총 20개의 에피소드가 나오며 책에 부록처럼 실린 100개의 식당의 이름을 교묘하게 차용한 내용들이라 아, 이 에피소드는 이 식당을 말하는거구나 짐작해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완전 허구는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 같은 것이다.  일본작가지만 한국요리도 등장하는 데 '돌솥비빔밥'을 너무나 감상적으로 표현해주어서 한국인 독자로서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을 정도였다. 개인적인 얘기를 꺼내자면 사실 이 책에서는 실연의 상처와 관련된 메뉴가 '메밀국수'였지만 내게는 오히려 돌솥비빔밥이 실연과 연관되어 있어서 늘 함께 가던 맛있는 비빔밥집을 혼자 가기가 애매해졌다. 비빔밥과 돌솥 그리고 계란찜을 커플세트로 주문해서 늘 먹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차라리 국숫집을 주로 다녔었다면 편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했다. '어쩐지 다 바랄 게 없어진 기분'편의 메뉴는 수프였는데 요즘 수프가 확실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서브 혹은 간단하게 끼니대용이었던 수프가 메인요리로까지 승격된 듯한 상황이 반가웠다. 레시피만 보더라도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샐러드나 샌드위치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수고로운 메뉴인데 인스턴트 수프출현으로 폄하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든 수프가 이제라도 다시금 제대로 대접받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도시락 메뉴를 담은 에피소드도 정말 맘에 들었는데 사실 우리에게 도시락은 '편의점도시락'으로 이어질만큼 가성비가 메뉴선택의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그것은 다시말해 시간단축, 편의성을 갖춘 메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할 법한데 그 도시락이 '느긋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라는 제목을 달고 이 책에 실렸다는 점이 놀랍고 반가운 것이다. 사실 나는 에키벤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기차에 오를 때는 역에서 먹거나 행선지에서 먹기보다는 도시락을 구매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냄새때문에 눈치도 보이고 때로는 눈치보다가 밥이 식어버리는 때도 많지만 그래도 역시 기차에서는 에키벤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편에 속하는데 그런 내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서 먹는 도시락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그다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여름이라면 더운데다 벌레들의 습격이 두렵고, 가을 겨울에는 손이 시렵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한다.

오므라이스가 어른의 맛이라고 표현한데 있어서는 문화적인 차이를 느꼈다. 혹시 나만 오므라이스를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자취요리 혹은 엄마가 반찬하기 싫을 때 해주는 메뉴라고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다. 사실 외식메뉴로 오므라이스를 고르는 사람에게 단 한 번도 기분좋게 수락한 적이 없을정도로 오므라이스에 대한 기대치가 없는 편이다. 도대체 왜 오므라이스를 밖에서 돈을 내고 먹는것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집에서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를 전부 넣고 볶은 뒤 계란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오므라이스라고 생각하는 나의 무지를 욕한다고 해도, 이 책을 보면서 그렇구나 싶으면서도 달라지진 않았다. 난 여전히 오므라이스를 돈을 주고는 물론 집에서도 1년에 한 번 해먹을까 말까한 메뉴다. 계란을 좋아하고 볶음밥을 좋아하는 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에피소드별 분량이 그리 길지가 않다. 하지만 아쉬움도 과함도 없이 딱 적절하게 상황이 시작되고 음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거의 대부분 벗겨낼 정도로 필력이 상당하다. 사실 작가의 전작<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편에서는 큰 공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 책은 주변에 혼밥을 하는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내돈주고 읽으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서두에 바람을 적은 것처럼 더이상 혼밥이 쓸쓸하고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혼자라도 당당하게, 그렇지만 무턱대고 나만 괜찮다고 혼밥분위기가 아닌 식당에 들어가는 비매너는 주의하면서 즐거운 혼밥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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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2-2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밥을 즐기는 편입니다. 베비쥬님의 리뷰를 읽으니 어떤 책인지 감이 오고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에디터D 2016-12-28 23:45   좋아요 1 | URL
찬찬히 서점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한 두 편씩 읽으셔도 부담없으실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님도 연속으로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려요 :)

고양이라디오 2016-12-28 23:48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는 확인해보니 없네요. 신간도서 신청해야겠어요~
좋은 밤 되세요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 내 인생을 바꾼 365일 동안의 감사일기
제니스 캐플런 지음, 김은경 옮김 / 위너스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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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캐플런의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은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감사의 소중함을 잘 아는 내게도 초반에는 살짝 불쾌감이 느껴질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면 저자의 상황이 지금의 내 처지와 비교하자면 감사하고도 남을만큼의 참 부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직업 및 남편의 직업이나 가정환경등을 다 떠나서, 일단 감사일기를 쓰고, 그로인한 심경변화를 자국도 아닌 해외에 까지 번역서가 출간될 정도의 파워를 가진 사람이 도대체 왜 감사하는 연습을 해야만 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생각이 드는 순간 도저히 공감할 수 없겠구나 싶은 찰나 동시에 드는 생각이 나는 지금껏 감사함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입'으로만 이야기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실제적으로 내 처지와 현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전혀 감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저 감사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 위선을 떨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들고서야 제대로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저자가 얼만큼의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부족하다 여기면서 새로운 희망과 행운을 기다린다는 점에서는 분명 나와 저자는 동일선상에 놓여져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통해, 감사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실질적인 결과를 내게 책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 한 순간이다. 지금껏 감사와 관련된 저서를 살펴보면 종교서와 자기개발서가 많았다. 저자의 지적처럼 고대의 철학자들은 이미 감사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반면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뒤늦게 연구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저자처럼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는 다음의 문장으로 어떤 상황인지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델리식당 계산대의 남자 직원에겐 고마운 마음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으레 부모의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침팬지도 자기 자식은 돌보잖아요." 76-77쪽


이 여성의 대답을 읽고 독자 중 누군가는 자신이 그래도 이 여성보다는 감사할 줄 안다고, 인격적으로 성숙했다고 자신할 수도 있다. 적어도 부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자리에 형제자매 혹은 연인을 넣고 조금 변형을 한다면 이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실 나도 이 여성보다는 이어진 엠마라는 여성의 심리에 훨씬 더 공감했는데 부모가 자신의 집세를 내주는 등의 호의에 대해 감사함이 아니라 죄책감을 더 느끼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역시 집을 구할 때 오롯이 내 힘으로 구한 적이 없어서일까. 혼자 있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부모님께서 집과 관련해 걱정을 하실 때면 때때로 자리를 피하거나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려고 했었다.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런 주택과 관련 소유한 물건에 관한 내용이 2부에서 이어지는데 1부보다 더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경험하는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결코 만족에 다다를 수 없지만 한쪽의 자아가 감사함을 가지는 순간 긍정적인 사고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자아에 관한 이론은 노벨상을 받은 핼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이야기로 행복을 야기하는 것이 기억하는 자아인데 이는 소유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유하려고 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심리적 공허감을 보석류, 옷, 자동차로 채우려 애쓰기보다 감사한 태도로 그러한 공허감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낫다. 덧붙여 말하자면, 감사하는 사람은 전반적인 행복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을 갈망할 가능성이 작다. 145쪽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들 케이크를 사려고 마음이 바쁘다. 엄연히 따지자면 케이크의 맛이나 데코때문이 아니라 케이크를 구매할 때 주는 사은품 때문이다. 한정수량이라는 광고에 혹하게 되는 순간 얼마나 희소성을 가진 사은품을 주느냐가 어떤 케이크를 구매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바로 심리적 공허감 때문인데 만약 이런것과 무관하게, SNS에 올렸을 때 '좋아요'를 많이 받고자 하는 것과도 무관하게 케이크를 고르려고 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감사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내용을 간추리긴 했지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한마디로 성숙한 인격은 물론 지금 행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답은 나와있다. 행복하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자. 감사하는 마음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물질도 아닌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를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해주신 분이 정말 하늘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제가 받은 복이 단순히 우주의 임의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고요. 어느 쪽이 되었든지 간에 전 우주가 제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아주 감사해 하며 미소로 화답하고 있고요." 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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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는 곳간, 서울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4
황선미 지음, 이준선 그림 / 조선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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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는 곳간 서울>은  북촌에 사는 소녀 '미래'가 숙박중인 외국인에게 그리고 서울을 잘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 서울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픽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림책답게 삽화가 곁들어지고, 서울과 관련된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설명부분에서는 사진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북촌이 기능장과 같은 명인들의 장소라면 이웃한 서촌은 문인들의 지역이라고 한다. 저자서문을 읽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본문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서울을 '알고 있다'라는 착각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정말 새롭다라는 말과 더불어 내가 이정도로 내가 사는 도시에 관해 무관심은 물론 무지했다는 사실에 반성도 많이했다. 사실 서울을 소개한다는 중요한 목적을 두고 아이들이 주요 독자층이라 어른인 내게는 다소 쉽거나 지루할 수 있을거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미래 가족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텃밭을 일구는 것 외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양봉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그 장소가 일주일에 최소 2번은 방문하는 명동 한복판이라는 것도 정말 반가웠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월~11월에 열렸던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를 관람 한 후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옛그림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꼈었다. 조선시대 화가들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참 아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조화가 특히 멋져보였다. 지금의 서울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 면적의 30%가 산이라는 점 덕분에 쉽사리 자연과 벗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서깊은 장소가 될 수 있었던 한양도성이 지금처럼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까웠다.

한양도성은 전체 길이가 약 18.6km나 되고 514년 동안 도성의 기능을 해 왔습니다. 세계의 도성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 도시 개발을 거치면서 옛 모습을 많이 잃게 되었지요. 92쪽​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북촌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갑자기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기 시작한터라 관광객이 많아져 불편한 마음만 앞섰을 뿐 정작 제대로 산책 한 번 한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후  다니던 회사는 보라매공원 주변이었는데 이때 역시 밤낮으로 초과근무와 야근에 시달리느라 정작 공원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지도 몰랐었다. 한마디로 <어울리는 곳간 서울>에서 등장하는 서울의 좋은 면을 듬뿍 담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곁에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다고나 할까. 삼청동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경복궁역에서 거주지까지 너무 많이 걸어야 한다고 불평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서촌주변 역시 북촌에 이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상권의 변화가 생겨 불만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단점만 보려고 해서는 서울의 참 멋을 깨닫게 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백악산이 서울의 주인 산이고 관악산이 손님 산, 남산은 이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탁자 역할을 하는 산이라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남산은 어쩐지 편안하고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58쪽

<어울리는 곳간 서울>을 읽는 동안 느낀 것은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왜냐면 곧 이직하여 다니게 될 새직장이 다름아닌 남산, 주인인 백악산과 손님인 관악산을 이어주는 바로 그곳에 위치한 명당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북촌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이 찾아오고 실제 작업장을 개방하여 관광객들이 직접 볼 수도 체험도 할 수 있고, 진지하게 작업을 배울 수 있는 여건도 갖추어져 있다. 다만 책에 등장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진지하게,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통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점인 것 같다. 이렇게 아쉬워만 할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전통을 배우려는 이들이 부차적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매진할 수 있도록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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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美學 미학 -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나와 친해지는 시간
본질찾기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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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글을 통해 독자분들이 '아, 나의  평범한 일상도 참 아름답고 좋은 삶이구나'하며 되돌아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머무는 지금 그 자리를 따뜻하게 매만지고, 열심히 하루를 가꾸며 살아가는 자신을 맘껏 칭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젊을 때는 일을 잘하거나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그래서 책을 찾아보고 흉내도 내고 아마도 지금처럼 관련 컨텐츠가 웹이나 모바일로 쉽게 볼 수 있었던 때가 아니었기에 잡지를 통해서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얻었던 것 같다. 중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건강도 신경쓰이고 무엇보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란 사람보다 일을 마치고 귀가했을 때 온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요긴한 정보와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사진들을 구경하러 들리던 멍하니님의 블로그 '본질찾기'. 대부분 닉네임을 저자명으로 쓰시던데 '본질찾기'라는 블로그명으로 책을 출간하신 것은 블로그의 취지나 책의 목적과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들었다. 더불어 어떤 한 사람의 삶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꾼 공간을 거울삼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늘 느끼듯 저자분의 겸손한 태도와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사계 - 봄, 여름, 가을 , 겨울- 에 맞춰 총 4챕터로 이뤄졌다. 봄맞이 대청소라고 하면 하루에 날잡아서 하는 것을 보통 떠올리는 데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내게도 대청소는 그 다음날 허리가 끊어질 정도의 강도가 쎈 노동이다. 요일별로 구역을 나누거나 책에 나온 것처럼 수요일에는 욕실, 금요일에는 금속 가전제품 등을 청소하는 등의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좋다.  5월 햇마늘 편은 '어머님'들이라면 다들 익숙해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독립했을 때 마늘을 좋아하는 딸에게 엄마가 처음 알려준 다진마늘 보관법도 바로 이거였다. 위생팩에 넣어서 구획을 나누어 필요할 때 마치 치킨블럭을 떼어 사용하듯 이용하면 정말 편리하다. 다만 다진마늘 보다 생마늘을 더 좋아하는 까닭에 위생봉투에 넣을 정도로 넉넉하게 마늘이 남아있는 경우가 없어 실제로 이렇게 활용해본 것은 엄마가 알려준 그 때뿐이라는 점이 아쉽다. 봄 편에서 또 관심이 갔던 주제는 '자수'였다. 최근에 일본 자수, 프랑스 자수 할 것 없이 예쁜 자수책이 많이 출간되는 데 저자가 자수를 놓아 벽걸이를 만든 것은 아이의 낙서를 가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없어 벽에 낙서를 할 사람도 나 뿐이지만 자수로 벽걸이를 저자처럼 예쁘게 만들 수 있다면 한 번 시도해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편에서 가장 먼저 펼쳐 본 페이지는 '한여름에 빵 굽기'였다. 지인중에 케이터링을 하는 언니가 있는 데 지난 여름 여럿이 모이는 날 빵을 구워야 한다며 급히 뛰어나가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빵을 굽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베이킹이라고는 전자렌지를 이용해 초간단 머핀만들기에만 도전해본 내게 이것은 꽤나 낭만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제과제빵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저자는 책을 보고 시도하는 데 정확하게 계량한다고 해도 책의 저자에 따라 달라져서인지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 여름에 빵이 다 익었을 무렵 오븐을 열 때의 열기는 숨통이 막힐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이마저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그윽하게 빵냄새가 주방 뿐 아니라 온 집안을 채우는 듯한 풍경,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이 덜 든게 맞는것 같다. 가을 편에서는 누구나 다 시도해본다는 '유자청'만들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해 유자청 대신 레몬청을 담았는데 의외로 언니가 맛있게 먹어줘서 신이 난적이 있다. 요리는 역시 맛있다 하면서 먹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가장 완벽해진다고 생각한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유자는 베이킹 소다로 빡빡 문지르고 식초로도 껍질을 닦아줘야 하는 데 이때 소홀히 하면 떫은 맛이 난다. 내가 유자 대신 레몬을 선택했던 것은 저자의 말처럼 유자의 씨를 제거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껍질을 가늘하게 채썰어야 하는 것,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반면 레몽청은 슬라이스로 몇 번 해놓으면 끝이다. 아마 내년 가을에도 유자청은 만들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겨울편에 들어있는 레몬청 담그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어 소개하면 글의 제목만 봐도 나같은 사람들이 유자가 아닌 레몬을 담그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다. '손쉽게 담그는 레몬청.'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레몬은 유자와 달리 베이킹 소다로 세척 후 뜨거운 물에 세척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 왜냐면 레몬은 쓴맛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유자와 레몬을 비교한 내용이 그대로 반복되어 내가 제대로 알고 있긴 했구나, 언니가 맛있다고 했던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혼자 뿌듯해했다. 마치 이 리뷰의 첫 머리에 저자의 말처럼 '아, 나의 평범한 일상도 참 아름답고 좋은 삶이구나'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블로그에서 이미 보았던 내용도 있었고, 엄마에게 배웠던 내용, 어쨌거나 집에서 나와 혼자 산지 10년이 훌쩍 넘다보니 저절로 터득하게 된 살림노하우 등도 있었다. 그래서 별로였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는 언니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생활의 미학이라고 하면 꽤나 거창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살림, 청소와 요리 등을 '미학'이라고 칭송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군가는 아무데나 '미학'을 붙인다고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미학이라고 여기고 실제 연구하듯 실행에 옮긴다면 그렇게 부를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알고 있는 이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좋은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책을 읽는데도 그런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 저자는 나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줄 마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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