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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 내 인생을 바꾼 365일 동안의 감사일기
제니스 캐플런 지음, 김은경 옮김 / 위너스북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제니스 캐플런의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은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감사의 소중함을 잘 아는 내게도 초반에는 살짝 불쾌감이 느껴질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면 저자의 상황이 지금의 내 처지와 비교하자면 감사하고도 남을만큼의 참 부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직업 및 남편의 직업이나 가정환경등을 다 떠나서, 일단 감사일기를 쓰고, 그로인한 심경변화를 자국도 아닌 해외에 까지 번역서가 출간될 정도의 파워를 가진 사람이 도대체 왜 감사하는 연습을 해야만 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생각이 드는 순간 도저히 공감할 수 없겠구나 싶은 찰나 동시에 드는 생각이 나는 지금껏 감사함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입'으로만 이야기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실제적으로 내 처지와 현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전혀 감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저 감사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 위선을 떨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들고서야 제대로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저자가 얼만큼의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부족하다 여기면서 새로운 희망과 행운을 기다린다는 점에서는 분명 나와 저자는 동일선상에 놓여져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통해, 감사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실질적인 결과를 내게 책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 한 순간이다. 지금껏 감사와 관련된 저서를 살펴보면 종교서와 자기개발서가 많았다. 저자의 지적처럼 고대의 철학자들은 이미 감사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반면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뒤늦게 연구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저자처럼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는 다음의 문장으로 어떤 상황인지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델리식당 계산대의 남자 직원에겐 고마운 마음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으레 부모의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침팬지도 자기 자식은 돌보잖아요." 76-77쪽
이 여성의 대답을 읽고 독자 중 누군가는 자신이 그래도 이 여성보다는 감사할 줄 안다고, 인격적으로 성숙했다고 자신할 수도 있다. 적어도 부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은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자리에 형제자매 혹은 연인을 넣고 조금 변형을 한다면 이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실 나도 이 여성보다는 이어진 엠마라는 여성의 심리에 훨씬 더 공감했는데 부모가 자신의 집세를 내주는 등의 호의에 대해 감사함이 아니라 죄책감을 더 느끼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나역시 집을 구할 때 오롯이 내 힘으로 구한 적이 없어서일까. 혼자 있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부모님께서 집과 관련해 걱정을 하실 때면 때때로 자리를 피하거나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려고 했었다.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런 주택과 관련 소유한 물건에 관한 내용이 2부에서 이어지는데 1부보다 더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경험하는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결코 만족에 다다를 수 없지만 한쪽의 자아가 감사함을 가지는 순간 긍정적인 사고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자아에 관한 이론은 노벨상을 받은 핼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이야기로 행복을 야기하는 것이 기억하는 자아인데 이는 소유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유하려고 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심리적 공허감을 보석류, 옷, 자동차로 채우려 애쓰기보다 감사한 태도로 그러한 공허감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낫다. 덧붙여 말하자면, 감사하는 사람은 전반적인 행복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을 갈망할 가능성이 작다. 145쪽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다들 케이크를 사려고 마음이 바쁘다. 엄연히 따지자면 케이크의 맛이나 데코때문이 아니라 케이크를 구매할 때 주는 사은품 때문이다. 한정수량이라는 광고에 혹하게 되는 순간 얼마나 희소성을 가진 사은품을 주느냐가 어떤 케이크를 구매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바로 심리적 공허감 때문인데 만약 이런것과 무관하게, SNS에 올렸을 때 '좋아요'를 많이 받고자 하는 것과도 무관하게 케이크를 고르려고 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감사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내용을 간추리긴 했지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한마디로 성숙한 인격은 물론 지금 행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답은 나와있다. 행복하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자. 감사하는 마음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물질도 아닌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를 위해 이 모든 것을 준비해주신 분이 정말 하늘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면 제가 받은 복이 단순히 우주의 임의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고요. 어느 쪽이 되었든지 간에 전 우주가 제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아주 감사해 하며 미소로 화답하고 있고요." 3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