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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美學 미학 -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나와 친해지는 시간
본질찾기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6년 11월
평점 :
저는 이 글을 통해 독자분들이 '아, 나의 평범한 일상도 참 아름답고 좋은 삶이구나'하며 되돌아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머무는 지금 그 자리를 따뜻하게 매만지고, 열심히 하루를
가꾸며 살아가는 자신을 맘껏 칭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젊을 때는 일을 잘하거나 자기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그래서 책을 찾아보고 흉내도 내고 아마도 지금처럼 관련 컨텐츠가 웹이나 모바일로 쉽게 볼 수 있었던 때가 아니었기에 잡지를 통해서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얻었던 것 같다. 중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건강도 신경쓰이고 무엇보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나란 사람보다 일을 마치고
귀가했을 때 온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요긴한 정보와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사진들을 구경하러 들리던 멍하니님의 블로그 '본질찾기'. 대부분 닉네임을 저자명으로 쓰시던데 '본질찾기'라는 블로그명으로 책을 출간하신 것은
블로그의 취지나 책의 목적과도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들었다. 더불어 어떤 한 사람의 삶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꾼 공간을 거울삼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늘 느끼듯 저자분의 겸손한 태도와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은 사계 - 봄, 여름, 가을 , 겨울- 에
맞춰 총 4챕터로 이뤄졌다. 봄맞이 대청소라고 하면 하루에 날잡아서 하는 것을 보통 떠올리는 데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내게도 대청소는 그 다음날
허리가 끊어질 정도의 강도가 쎈 노동이다. 요일별로 구역을 나누거나 책에 나온 것처럼 수요일에는 욕실, 금요일에는 금속 가전제품 등을 청소하는
등의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좋다. 5월 햇마늘 편은 '어머님'들이라면 다들 익숙해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독립했을 때 마늘을
좋아하는 딸에게 엄마가 처음 알려준 다진마늘 보관법도 바로 이거였다. 위생팩에 넣어서 구획을 나누어 필요할 때 마치 치킨블럭을 떼어 사용하듯
이용하면 정말 편리하다. 다만 다진마늘 보다 생마늘을 더 좋아하는 까닭에 위생봉투에 넣을 정도로 넉넉하게 마늘이 남아있는 경우가 없어 실제로
이렇게 활용해본 것은 엄마가 알려준 그 때뿐이라는 점이 아쉽다. 봄 편에서 또 관심이 갔던 주제는 '자수'였다. 최근에
일본 자수, 프랑스 자수 할 것 없이 예쁜 자수책이 많이 출간되는 데 저자가 자수를 놓아 벽걸이를 만든 것은 아이의 낙서를 가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없어 벽에 낙서를 할 사람도 나 뿐이지만 자수로 벽걸이를 저자처럼 예쁘게 만들 수 있다면 한 번 시도해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편에서 가장 먼저 펼쳐 본 페이지는 '한여름에 빵 굽기'였다. 지인중에 케이터링을 하는 언니가 있는 데 지난 여름 여럿이
모이는 날 빵을 구워야 한다며 급히 뛰어나가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빵을 굽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베이킹이라고는 전자렌지를
이용해 초간단 머핀만들기에만 도전해본 내게 이것은 꽤나 낭만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제과제빵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저자는 책을 보고
시도하는 데 정확하게 계량한다고 해도 책의 저자에 따라 달라져서인지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 여름에 빵이 다
익었을 무렵 오븐을 열 때의 열기는 숨통이 막힐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이마저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그윽하게
빵냄새가 주방 뿐 아니라 온 집안을 채우는 듯한 풍경,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이 덜 든게 맞는것 같다. 가을 편에서는 누구나 다 시도해본다는
'유자청'만들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해 유자청 대신 레몬청을 담았는데 의외로 언니가 맛있게 먹어줘서 신이 난적이 있다. 요리는
역시 맛있다 하면서 먹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가장 완벽해진다고 생각한다. 책에도 나와있지만 유자는 베이킹 소다로 빡빡 문지르고 식초로도 껍질을 닦아줘야
하는 데 이때 소홀히 하면 떫은 맛이 난다. 내가 유자 대신 레몬을 선택했던 것은 저자의 말처럼 유자의 씨를 제거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껍질을 가늘하게 채썰어야 하는 것,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반면 레몽청은 슬라이스로 몇 번 해놓으면 끝이다. 아마 내년
가을에도 유자청은 만들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겨울편에 들어있는 레몬청 담그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어 소개하면 글의 제목만
봐도 나같은 사람들이 유자가 아닌 레몬을 담그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다. '손쉽게 담그는 레몬청.'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레몬은 유자와 달리
베이킹 소다로 세척 후 뜨거운 물에 세척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 왜냐면 레몬은 쓴맛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유자와 레몬을 비교한
내용이 그대로 반복되어 내가 제대로 알고 있긴 했구나, 언니가 맛있다고 했던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혼자 뿌듯해했다. 마치 이 리뷰의 첫
머리에 저자의 말처럼 '아, 나의 평범한 일상도 참 아름답고 좋은
삶이구나'하고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블로그에서 이미 보았던 내용도 있었고, 엄마에게 배웠던
내용, 어쨌거나 집에서 나와 혼자 산지 10년이 훌쩍 넘다보니 저절로 터득하게 된 살림노하우 등도 있었다. 그래서 별로였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는 언니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생활의 미학이라고 하면 꽤나 거창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살림, 청소와 요리
등을 '미학'이라고 칭송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군가는 아무데나 '미학'을 붙인다고하지만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미학이라고 여기고 실제 연구하듯 실행에 옮긴다면 그렇게 부를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알고 있는 이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좋은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책을 읽는데도 그런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면 과장일까?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
저자는 나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줄 마음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