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는 곳간, 서울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4
황선미 지음, 이준선 그림 / 조선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어울리는 곳간 서울>은  북촌에 사는 소녀 '미래'가 숙박중인 외국인에게 그리고 서울을 잘 알지 못하는 친구에게 서울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픽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림책답게 삽화가 곁들어지고, 서울과 관련된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한 설명부분에서는 사진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북촌이 기능장과 같은 명인들의 장소라면 이웃한 서촌은 문인들의 지역이라고 한다. 저자서문을 읽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본문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서울을 '알고 있다'라는 착각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정말 새롭다라는 말과 더불어 내가 이정도로 내가 사는 도시에 관해 무관심은 물론 무지했다는 사실에 반성도 많이했다. 사실 서울을 소개한다는 중요한 목적을 두고 아이들이 주요 독자층이라 어른인 내게는 다소 쉽거나 지루할 수 있을거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미래 가족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텃밭을 일구는 것 외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양봉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그 장소가 일주일에 최소 2번은 방문하는 명동 한복판이라는 것도 정말 반가웠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월~11월에 열렸던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를 관람 한 후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옛그림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꼈었다. 조선시대 화가들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은 참 아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조화가 특히 멋져보였다. 지금의 서울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 면적의 30%가 산이라는 점 덕분에 쉽사리 자연과 벗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서깊은 장소가 될 수 있었던 한양도성이 지금처럼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까웠다.

한양도성은 전체 길이가 약 18.6km나 되고 514년 동안 도성의 기능을 해 왔습니다. 세계의 도성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되었어요.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 도시 개발을 거치면서 옛 모습을 많이 잃게 되었지요. 92쪽​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던 것은 북촌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는 갑자기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기 시작한터라 관광객이 많아져 불편한 마음만 앞섰을 뿐 정작 제대로 산책 한 번 한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후  다니던 회사는 보라매공원 주변이었는데 이때 역시 밤낮으로 초과근무와 야근에 시달리느라 정작 공원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지도 몰랐었다. 한마디로 <어울리는 곳간 서울>에서 등장하는 서울의 좋은 면을 듬뿍 담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곁에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다고나 할까. 삼청동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경복궁역에서 거주지까지 너무 많이 걸어야 한다고 불평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서촌주변 역시 북촌에 이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상권의 변화가 생겨 불만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단점만 보려고 해서는 서울의 참 멋을 깨닫게 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백악산이 서울의 주인 산이고 관악산이 손님 산, 남산은 이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탁자 역할을 하는 산이라고 해요. 그래서일까요? 남산은 어쩐지 편안하고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58쪽

<어울리는 곳간 서울>을 읽는 동안 느낀 것은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왜냐면 곧 이직하여 다니게 될 새직장이 다름아닌 남산, 주인인 백악산과 손님인 관악산을 이어주는 바로 그곳에 위치한 명당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북촌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이 찾아오고 실제 작업장을 개방하여 관광객들이 직접 볼 수도 체험도 할 수 있고, 진지하게 작업을 배울 수 있는 여건도 갖추어져 있다. 다만 책에 등장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진지하게,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통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점인 것 같다. 이렇게 아쉬워만 할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전통을 배우려는 이들이 부차적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매진할 수 있도록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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